장애인 후원용품 횡령 논란 ‘일파만파’

정치인들 공방에 죄 없는 장애인만 엉~엉

[일요시사=손민혁 기자]대한장애인체육회 노조가 지난 10일 회장인 윤석용(한나라당) 의원이 옥매트 외 다른 물품을 횡령하고 직원들을 폭행했으며,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운동에 직원들을 동원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윤 의원은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는 모함”이라고 항변했지만 민주당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지난 12일 윤 의원을 횡령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는 ‘10·26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네거티브 공방전으로 격화되고 있어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 “옥매트, 김치, 공금 횡령에 직원 폭행도”
윤석용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는 정치적 모함”

박대운 대한장애인체육회 노조위원장은 “큰 대회가 있으면 대기업에서 대량 후원을 한다”며 “지난해 광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과 밴쿠버 장애인 동계올림픽 때 김치와 홍삼건강보조음료 등 후원물품이 들어왔으나 선수에게 일부만 지원되고 사라졌다”고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한 트럭 분량의 김치가 훈련원 로비에 도착했으나 한 직원이 회장 지역구(서울 강동을)로 갈 것이라고 말했고 한 시간 반 뒤 사라졌다”며 “홍삼음료도 후원받은 5000만원 정도의 물량 중 단 한 병도 선수에게 가지 않고 회장이 활용했다는 것을 직원들이 다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옥매트 차떼기’ 논란

노조의 폭로는 물품 횡령에 그치지 않았다.
 
“지난 8월 서울시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일 전날에 윤 회장은 장애인을 포함해 체육회 직원 18명을 동원해 자신의 지역구에서 오후 5시~자정까지 선거운동을 하게 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횡령 문제가 불거지자 9일 모두 출근하라고 한 뒤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에 나간 것이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훈련원 교육훈련부 소속 장애인 이모씨는 “지난해 5월28일 올림픽공원 근처 주물럭집에서 화장실이 급해 휠체어를 타고 나가려는데 윤 회장이 ‘밥을 안 먹고 나간다’고 지팡이로 옆구리를 내리치고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이후 집요하게 사표를 강요하며 감봉, 정직 등 징계를 했다”며 병원진단서를 공개했다.

노조 측은 “폭행 피해자가 두 명 더 있고, 욕설은 부장급 이상이라면 다 들었다”고 했다.

이 같은 폭로에 민주당은 지난 12일 윤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제출하는 등 공세를 강화했다.

이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한 장병완 의원이 이끄는 민주당 ‘윤석용 대한장애인체육회장 비리진상조사위원회’는 윤 의원이 2010년 12월 장애인체육회의 공식후원사인 ‘장수돌침대’로부터 옥매트 900장을 후원받았지만 150장만 체육회 산하기관에 넘겼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에 따르면 윤 의원은 나머지 750장의 옥매트 가운데 500장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복지법인 산하 복지관에, 나머지 250장은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5명에게 전달하여 각 선거구에 돌리게 했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여당 의원에게 전한 옥매트 250장은 장수돌침대가 대한장애인체육회에 기부한 게 아니어서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허무맹랑하고 터무니없는 모함”이라며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너무 치졸한 일”이라고 항변했다.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그는 “(후원하는 측과) 협정을 맺기 이전에 개인적으로 제 복지법인에 옥매트 500장이 들어왔고 다음에 주기로 한 250장은 동료의원이 아닌, 동료의원의 지역구나 소외계층에 전달하라는 뜻으로 전해준 것”이라 주장했다.

윤 의원은 5000만원 상당의 홍삼드링크를 빼돌렸다는 노조 측 주장 역시 “지난 2월 밴쿠버(장애인동계올림픽)에 갈 때 2600만원어치의 홍삼드링크, 김치 등 여러 물품을 가져갔고 거의 현장에서 썼다”며 “선수들이 가져가기도 했고 일부는 나눠줬고 나머지는 유통기간이 다돼 빨리 처분했었다”고 밝혔다.

직원이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것 역시 터무니없다”며 “1년 반 전에 있던 일인데, 직원들이 너무 도덕적 해이가 심했다. rka사실도 없어 제가 감사실을 만들어 4년간 있었던 문제를 바로 잡았다”고 주장했다.

또 “회계상의 잘못과 횡령이 많아 관련 부장에 지시를 했는데도 두 달간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꾸중을 하는 과정에서 좀 폭언과 고성을 했던 것”이라며 “진짜 패려고도 했지만 차마 폭행할 수 없어 안했다”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그 외의 모든 노조 측 주장도 “터무니없는 모함”이라고 일축하면서 “지난 국정감사에서 ‘옥매트’ 건이 나왔고 몇 사람이 징계를 당했다”며 “회계 잘못으로 징계를 받은 이들이 직원의 절반가량인데 이 같은 ‘불만세력’이 모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장 의원은 “장수돌침대가 장애인체육회에 옥매트 250개를 기부하면서 작성한 출고증이 있다”며 “당시 옥매트를 운반하려고 장애인체육회 직원 2명이 체육회의 소유 차량을 이용한 증명서도 있다”고 밝혀 윤 의원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진상조사위원회는 “이외에도 윤 의원이 서울시 체육단체 김모씨에게 축구공 300개를 후원받게 한 후 자신의 선거구에 돌린 사실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옥매트와 축구공이 장애인 체육기관에 돌아가야 함에도 윤 의원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이용됐다”면서 “윤 의원에게 옥매트를 받은 권영진, 권택기, 김성태, 김영우, 주광덕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수사도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거티브 공방전

장애인 물품 횡령 의혹에 박 후보 측과 민주당 등 야권은 선거쟁점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나경원 후보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 대신 ‘외곽 때리기’를 통해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체육회 이사직을 맡고 있는 나 후보에 대해 “나 후보는 말로만 장애인 복지를 주장할 게 아니라 윤 회장의 횡령사실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한나라당은 “왜 하필 지금이냐”며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과 함께 장애인 물품 횡령 의혹은 10·26 재보선 선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여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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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