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②노무현-MB ‘대통령 사저’ 전격비교

‘아방궁’이라 비난하더니 ‘천황궁’ 세우냐!

[일요시사=손민혁 기자]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건립을 두고 다운계약서 작성, 불법증여, 부동산실명제 위반 등 갖은 의혹이 증폭되는 가운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와 비교해 논란이 일고 있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의 사저를 ‘아방궁’이라 힐난했던 한나라당은 역풍을 맞고 있고, 최전방에서 아방궁을 비난했던 보수언론들은 입을 다물고 눈치 보기에 급급한 형국이다. 두 대통령의 사저와 관련한 논란과 정치인들의 입장을 정리 해봤다.

경호부지 노무현 사저의 16배 비용 들어 비난 쇄도
한나라당마저 “경호동 대폭 축소해야” 제동, 선긋기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원내대표 시절인 지난 2008년 10월 국정감사 점검회의에서 “전직 대통령이 살고 있는 현황을 보라. 김영삼 전 대통령도 상도동 집 앞에는 주차할 데도 없다”며 “지금 노무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놓고 사는 사람이 없다”고 공격했다.

‘봉하마을’을 ‘아방궁’에 비유하며 비난해 논란이 불붙었고, 여권의 노무현 전 대통령 때리기는 그칠 줄 몰랐다. 공격의 핵심은 국민세금과 측근인사들의 자금으로 국민정서와 어긋나게 너무 크고, 비싼 호화시설을 짓는다는 것이었다.

홍반장이 시작한
‘아방궁 논란’

당시 ‘아방궁’ 논란을 제기했던 여권에서는 봉하마을에 집터와 주변 대지를 합쳐 1만평이 넘는 ‘노무현 타운’이 들어설 것이란 이야기까지 나왔고, 사저 가까이에 대통령 형의 전용 골프 연습장, 저수지, 정원 등 호화시설이 들어선다는 근거 없는 루머도 떠돌았다.

하지만 실제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는 대지 4262㎡(1289평), 1층 단독주택인 건물 372㎡(112평)로 이뤄졌다. 대지 구입과 건물 설계, 공사비까지 총 12억원 가량이 들어갔다.

그에 반해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는 건물 부지 463㎡(140평), 경호관들이 활용할 경호시설용 부지 2143㎡(650평) 총 9필지 2606㎡(788평) 매입에 54억원을 썼다.

부지매입에만 이미 노 전 대통령 사저의 총 비용의 4배가 넘는 금액을 쓴 것이다. 특히 경호시설 부지는 봉하마을 경호시설 부지(1155㎡ㆍ350평) 매입비 2억5900만원의 16배가 넘는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 11일 대정부질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봉하마을 사저를 홍 대표가 아방궁이라 불렀는데, 그럼 봉하사저 택지구입비의 16배가 넘는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는 ‘울트라 아방궁’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비난했다.

엄청난 금액을 들여 샀지만 금액부분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대통령의 장남 시형씨는 본인 및 친척명의 등으로 대출을 받아 내곡동 사저 부지를 공시지가 12억8697만원보다 1억6697만원 싼 11억2000만원에 샀다.

반면 대통령실은 42억8000만원을 주고 땅을 샀다. 이는 공시지가 10억9385만원의 4배에 달한다.

특히 공동명의로 된 20-30번지를 보면, 시형씨는 공시지가 5364만원의 대지를 2200만원에 샀지만 대통령실은 3874만원의 공시지가 대지를 1억4800만원이나 주고 구입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현 청와대 대통령실 경호처는 이 대통령의 사저의 규모가 논란이 되자 봉하마을 경호시설 규모를 거론하며 “큰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350평의 봉하마을 경호시설을 541평으로 부풀린 것이다.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은 지난 11일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봉하마을 경호시설이 350평에서 541평으로 둔갑했다”며 “이명박 정부 경호처가 봉하마을 경호시설 부지 면적을 541평이라고 밝혔는데 이는 경호관들이 머무는 읍내 아파트 30평형 6채까지 억지로 포함시킨 수치”라고 주장했다.

김 국장은 이어 “650평이 너무 커서 부담스러우니 어떻게든 비슷하게 만들어보려고 한 경호처의 애처로운 노력이 눈물겹다.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 비판했다.

부메랑으로
날아온 ‘불똥’

내곡동 사저는 과거 봉하마을을 “아방궁”이라고 비난했던 한나라당을 곤혹케 하고 있다. 불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로까지 튀고 있다.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이었던 나 후보는 “사저와 경호용 건물 외에 형 노건평씨와 노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소유한 땅까지 합치면 1만1028평에 이른다고 한다”며 “‘노무현 마을’ 내지는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고 ‘노무현 타운’이란 신조어를 만들었다.

나 후보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에 성주로 살겠다는 것인가?”라고 비아냥댄 뒤, “후보 시절부터 서민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고 비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가방 2개만 달랑 들고 대통령궁을 떠난 인도의 칼람 대통령이 떠오른다”며 “우리 국민도 빈손으로 청와대에 들어갔다 빈손으로 청와대를 나오는 그런 대통령이 보고 싶을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총 12억원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며 현재 노 대통령 내외가 가진 돈은 6억원 정도로 나머지 6억원은 대출을 받을 계획”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자 나 후보는 “서민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부족한 돈 6억원은 은행대출로 충당한다고 하는데 부동산값 잡는다고 집 없는 서민들의 은행대출을 막아 놓고 정작 대통령은 6억이나 대출을 받겠다니 과연 가능한 것인지 지켜보고 싶다”며 거듭 노 대통령을 비아냥댔다.

노무현 원색 비난하던 나경원, 할 말 잃어
트위터에서 ‘사회 환원’ 청원 운동 벌어져 주목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에도, 나 후보는 거듭 봉하마을을 문제 삼았다.

특히 2008년 1월11일 숭례문이 전소되자 당시 나 후보는 논평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께서 봉하마을에 쓰는 관심의 10분의 1만이라도 문화재 방재에 쏟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고 비아냥대 논란을 자초했다.
 
이에 대해 당시 진중권 교수는 “나경원 대변인이 참새 아이큐의 10분의 1만 가졌어도 대통령 사저와 숭례문 사이의 인과관계를 설정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나 후보는 노 전 대통령 퇴임 직전에도 또다시 청와대를 떠나가는 노 전 대통령을 원색 비난했다.
 
그는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노무현 대통령’이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당초 서민대통령을 자임했던 노 대통령이 퇴임 후에 소박한 집 한 채로 돌아갔다면 존경받는 일이 될 것이다. 역대 어느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가 살 집 주변을 노 대통령처럼 세금을 들여 시끄럽고 떠들썩하게 꾸몄을까 싶다. 세금을 주머니돈처럼 쓰겠다고 하는 발상이 매우 경이롭다”며 “노무현 대통령께서 최소한의 도덕과 염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재임기간 내내 온갖 자리를 만들어 국민혈세를 낭비하더니 이제 퇴임 후를 위해서 국민혈세를 물 쓰듯 하고 있다”며 거듭 비난했다.

이처럼 당시 노 전 대통령을 맹비난했던 나 후보는 노 전 대통령 때보다 15배나 많은 국민세금을 사저 건축에 투입하고 있는 이 대통령에 대해 ‘서울시장 후보초청 토론회’에서 할 말이 없는 듯 보였다.

나 후보는 이 대통령의 퇴임 후 사저를 위한 내곡동 땅 매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실질적으로 사정이 있겠지만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며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짤막히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을 원색비난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특히 토론 진행자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땅 매입에 대해 ‘최소한의 도덕도 없는 대통령’이라는 논평을 낸 것이 맞느냐”고 묻자, 나 후보는 “잘 기억은 나지 않는데 당시 봉하마을 신축과 관련해 정부 측으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은 적이 있었다. 그 부분을 말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노 비난하던 모습과
사뭇 다른 나경원

야당의 반발은 거세다. 민주당 이윤석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경호실 부지와 가격이 16배 차이가 나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겠느냐”며 “이 대통령이 부르짖는 공정사회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석현 의원은 “봉하마을이 아방궁이라면 여기는 천황궁”이라고 꼬집었다.

이용섭 대변인은 “과거 한나라당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아방궁’에 비유하며 도를 넘는 정략적 정치공세를 펼쳤다”며 “그러나 ‘아방궁’의 진실은 단정한 현대식 주택이 들어선 시골마을 풍경에 다름 아니었다. 봉하마을 사저를 두고, 현지를 다녀간 수십만명 국민들 중 어느 누구도 ‘아방궁’이라 부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계속되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2일 “경호동을 대폭 축소하도록 청와대에 요청했다”며 “사저 자체는 대통령 사비로 짓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지만 세금이 들어가는 경호동 문제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청와대와 분명한 선긋기에 나섰다.

한편, 한 트위터 이용자는 “취임 전에는 ‘도곡동’, 임기 말에는 ‘내곡동’ 파문에 휩싸인 MB, 곡자 좋아하다가 퇴임 후에 ‘곡’소리 나겠네~”라고 비난했고 트위터 상에서는 내곡동 땅 ‘사회 환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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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