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권전략 전면수정 내막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쓰다 어쩌려고?

[일요시사=이주현 기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0·26 재·보궐선거를 지원하겠다”고 전격 밝혔다. 현 정부 출범 후 줄곧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둬온 박 전 대표가 4년 만에, 심판론에 맞서는 ‘MB 프레임’ 속에서 첫 선거전에 뛰어든 것이다. 당초 내년 초 본격 대권행보를 시작할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조기등판’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고집으로 불기 시작한 ‘안풍’이 박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대권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애초의 전략에 전면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내년 초 예상한 대권행보, ‘안풍’에 휩쓸려 6개월 조기 등판
정치 행보에 중대한 전환점 맞아, 신중한 ‘선거의 여왕’

10·26 재보선은 ‘미니대선’으로 불리며 보수와 진보의 이념 대결로 그 의미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박 전 대표에게도 마찬가지다. 스스로의 정치행보에서 중대한 전환점을 맞았고, 대권전략이 어그러져 버려 전면 수정에 나선 것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박 전 대표는 요즘 어느 때보다 신중해 보인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자신이 지원에 나섰음에도 패한다면 이미지와 존재감에 크나큰 상처를 입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책임론에서도 자유롭지 못해 그간 지켜왔던 ‘대세론’에 더 이상 자신의 이름 석자를 달지 못할 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번 선거지원에 임하는 박 전 대표로선 위험부담이 크다.

어그러져버린 대권전략
더 신중한 ‘선거의 여왕’

박 전 대표는 지난 6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정부와 여당이 잘할 수 있도록 한발 물러나 있었는데, 지금 상황은 한나라당뿐 아니라 정치 전체가 위기”라며 “모두가 힘을 모아야 되고 당과 우리 정치가 새롭게 변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해 이번 결정을 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나경원 후보 지원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어 “정치가 무엇보다도 국민의 삶의 질을 바꾸고 보다 나은 희망을 드려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해서 참 송구스럽게 생각을 하고 있다”며 “정치권 전체가 많이 반성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 후보 지원 방법과 관련해선 “어떻게 지원을 할 건가, 어떻게 힘을 보탤 건가 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게 없고, 당 관계자들과 상의를 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직책을 맡고 안 맡고 하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힘을 보태려고 한다”고 말해 선대위원장 자리를 맡을 생각은 없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번 서울시장 보선을 대선 전초전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대선하고는 관계없는 선거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해 전국 재·보선 지역구를 돌며 후보 유세를 자연스럽게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박 전 대표는 ‘리베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이번 10·26 재보선이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미니대선론’에 대해서 박 전 대표는 “대선과 상관없는 선거”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박근혜 대 안철수’의 대선 전초전으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또한 자신이 지원한 나 후보가 낙마하더라도 이를 자신과 연결 지으려는 시도를 미리 차단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근혜 vs 안철수’
‘박근혜 vs 문재인’

박 전 대표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치권의 반응은 이번 선거가 미니대선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서울시장 선거는 매번 정국의 흐름을 바꿔놓는 분수령의 역할을 해왔고, 그만큼 선거를 전후해 정치적 파장도 컸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선은 이전 서울시장 선거의 정치적 비중마저도 뛰어넘을 것 같다.

여론조사의 가상대결로만 이뤄지던 박풍(朴風)과 안풍(安風)의 맞대결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유동적이긴 하지만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대학원 원장이 본격적으로 박원순 후보의 선거 지원에 나서기라도 한다면 그 파괴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의 승패는 내년 총선과 대선의 판도를 바꿔놓을 메가톤급 영향력을 갖는 선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총선과 대선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 한나라당의 텃밭이었지만 최근 민심이반이 가속화 되고 있는 부산 동구청장 재선거 등 굵직하고도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큰 지역의 선거가 있기 때문에 중량감은 더욱더 무거워지고 있다.

따라서 나 후보 개인에 대한 지원이 아닌 10·26 재보궐선거 전체를 지원하기로 나선 박 전 대표는 나 후보가 패배해 서울시장 책임론에 대한 짐을 덜진 몰라도 다른 지역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산 동구청장 선거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신공항 무산,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부산민심의 실체를 엿볼 수 있어 박 전 대표에게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지역으로 여겨질 듯 보인다.

“한국 정치의 위기 상황” “그동안 뭐했냐” 비난 빗발쳐
‘리베로’ 역할로 전국구 지원, ‘40:0’ 신화 다시 쓰나?


서울시장 선거가 ‘박근혜 대 안철수’라는 대선 유력주자들의 영향력을 시험해보는 무대인 반면 부산은 ‘박근혜 대 문재인’이라는 유력주자의 지원력과 영향력 대결도 주목된다.

전국적인 지원 유세를 밝힌 박 전 대표는 야권바람에 흔들리는 동구청장 선거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써, 서울시장 선거 패배 시 입을 타격을 분산하는 전략을 고려했음직하다.

두 지역 모두 승리로 이끈다면 선거의 여왕 이미지를 더욱더 확고히 함은 물론이고 안철수, 문재인 등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와의 격차를 벌리며 확실한 1강 체제를 굳히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직접 지원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동구청장 선거에 대해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오는 시점을 전후로 문 이사장의 지원 유세를 요청해 상쇄효과를 내려고 한다”고 밝혀 부산에서 벌어지는 대선주자들의 한판 싸움도 기대되고 있다.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의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와도 직결된다. ‘공천학살’을 경험한 바 있는 박 전 대표는 공천에 대해 아주 민감하다. 따라서 패한다면 수면 아래 잠복했던 물갈이론이 또 다시 대두돼 박 전 대표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본인은 “대선과 상관없는 선거”라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선거 지원을 공식화하는 순간부터 대선주자로서의 검증대에 오른 박 전 대표이다.

선거 지원을 바라보는
어긋난 시선들

상황은 녹록치 못하다.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도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이 판세를 크게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 소장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도움이 되겠지만 그게 판세를 그렇게 또 흔든다고 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그 이유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이 오래전부터 예고됐던 ‘당연한’ 수순인 만큼 나 후보의 지지율에 그 효과가 이미 반영됐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실제 최근에 실시된 여론 조사들을 살펴보면 박 전 대표가 나 후보의 지원유세에 나선다 해도 박 후보에게 진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는 약 9~10%대로 박 전 대표가 지원 여부를 밝히기 전과 비슷한 격차를 유지하거나 도리어 더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여론 조사 결과에 박 전 대표의 지지모임인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의 정광용 대표도 “같은 당이니 심정적 지지는 어느 정도 가능하겠지만 지원유세는 결단코 반대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쓰면 안 되며, 박 전 대표는 차기 대권을 승리로 이끌 유일한 지도자로 남겨둬야 한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홍준표 대표의 책임 하에 치러져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도 시큰둥한 반응이다.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박 전 대표 본인의 선거구(대구 달성군)의 (한나라당) 기초단체장도 낙선했다”며 “크게 평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근혜가 괜히 박근혜’고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겠냐며 환영하는 입장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과거 서울시장 선거를 지원한 경험이 있다. 지난 2006년 당시 당 대표의 신분으로 오세훈 후보를 도왔다. 그때 유세 도중 괴한의 피습을 당하는 등의 악조건 속에서 오 후보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거의 여왕이란 박 전 대표의 별명은 2004~2006년 크고 작은 재ㆍ보선에서 ‘40대 0’의 승리신화를 만들면서 붙여졌다.

2년3개월 동안 야당 대표로 재임하면서 승승장구할 때 여당 대표는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9번이나 바뀐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한 직후 천막당사에서 치른 2004년 총선에서도 개헌 저지선인 100석 이상(121석)을 차지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한 바 있다.

박 전 대표가 4년간 지켜온 ‘선거 불개입’ 원칙을 접으면서 내세운 명분은 “한국 정치의 위기 상황”이다. “한국 정치가 위기 상황에 처할 때 까지 뭐했냐”는 비난의 목소리도 높지만 최고 잠룡으로 평가되는 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무시 못 할 변수임엔 틀림없다.
 
그동안 꼼짝도 않던 그를 ‘안풍’과 ‘박풍’이 6개월 일찍 등판시킨 것이다.

이것이 박 전 대표의 대권 전략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정면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 그 영향력과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