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서울시장 유력후보 전격 비교검증③정책공약

정책마다 ‘정면충돌’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

[일요시사=손민혁 기자]한나라당 나경원, 범야권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는 서울시 정책공약에서도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두 후보 모두 공통적으로 서울시민의 눈높이에 맞춘 정책을 강조하고 있지만 나 후보가 한나라당 출신 전임 서울시장 정책을 버릴 것은 버리고 승계할 것은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반면, 박 후보는 정책 기조의 대대적인 전환에 방점을 두고 있다. 나 후보는 강북(서울 중구)에 사는 ‘강북 우파’로 비춰지고, 박 후보는 강남(서울 송파)에 사는 ‘강남 좌파’로 불리기도 한다. 인생역정 만큼이나 판이하게 다른 두 후보의 정책공약들을 살펴보자.

나경원, ‘생활 공감’으로 명명된 정책 공약 속속 제시
박원순, ‘오세훈표’ 정책 기조 대대적인 전환에 방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전통적인 여야 대결이 불발되면서 거대여당과 시민사회가 맞붙게 됐다. 이는 보수와 진보의 ‘대충돌’로 피할 수 없는 숙명의 대결로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표마저 선거지원에 나섰고 보수우파 시민사회단체들도 나 후보 돕기에 나서 보수의 총집결이 이뤄졌다.

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원내 제1야당이 후보를 내지 못해 손학규 대표의 사퇴 표명 등 혼란이 있었으나, 야권과 진보 시민사회단체는 박 후보 당선에 명운을 걸어야 하는 공동운명체가 됐다.


보수와 진보 ‘이념전쟁’

지난 4일 두 후보는 ‘희망의 나눔 걷기 행사’에서 조우했다. 후보 자격으로 공식석상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날 “네거티브 말고 철저한 정책 선거로 나가자”고 약속하며 인사를 나눠 이번 선거가 치열한 정책싸움이 될 것을 암시했다.

일단 양측 모두 정책의 핵심 키워드는 ‘복지’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시작돼 이번 선거로 이어진 만큼 복지의 중요성과 필요성은 단연 최고 화두다. 다만 그 대상이나 접근 방식에 있어서는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나 후보의 대표 공약은 ‘생활복지기준선’ 마련이다. 출산장려금 등 복지혜택이 자치구별로 적잖은 편차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일정 수준의 기준을 마련, 고른 복지혜택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무상급식에 관해서 나 후보는 여러 차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한다.

재정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단계적 무상급식을 해야 한다”는 소신을 천명했다. 다만 서울시의회·교육청 등과 협의·조정을 하면서 집행은 탄력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단계적 무상급식에 대한 소신을 굽힐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그에 반해 박 후보는 시의회와 협력을 통해 조기에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해 무상급식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후보는 공동공약에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친환경 전면 무상급식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고 못 박았다. 또 참여연대 무상급식 평가 토론회에서 “전면 무상급식이 어려움 없이 정착되도록 하겠다”고 직접 약속했다.

오 전 시장의 대표적 역점사업인 ‘한강 르네상스’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보였다.

박 후보는 ‘확 뜯어 고치겠다’, 나 후보는 ‘최적화 하겠다’는 식이다. 박 후보는 한강 르네상스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내세우며 한강운하사업 등 환경파괴 정책을 중단하고 자연형 한강으로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과정에서 한강 수중보 철거와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가 쟁점이 됐다. 상류 쪽은 완료됐고 하류 구간이 남은 양화대교 구조개선 공사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즉각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명박·오세훈 전임 서울시장의 성과를 냉철하게 진단해 성공한 정책들은 이어가면서도 시정이 필요한 부분은 과감한 개선과 혁신을 할 계획인 나 후보는 수중보 철거나 양화대교 공사 중지 모두 ‘안 될 일’이란 입장이다. 그는 “양화대교 상류 측이 완성됐는데 하류 측을 그대로 두면 불안정한 상태가 되므로 상류 측에 한 것처럼 마무리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대신 나 후보는 ‘생활 공감’으로 명명된 정책 공약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나 후보가 일련의 정책을 구상하면서 주안점을 둔 것은 약자를 기준으로 한 정책과 기회의 확대다.

나 후보는 “약자에게 편한 세상이 되면 일반 사람은 모두 편해지는 만큼 약자를 기준으로 한 시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소외계층을 위한 최저생활기준선, 개발중심에서 생활중심 도시계획으로의 전환, 재난·재해에 안심할 수 있는 도시, 일자리가 풍부한 경제도시, 고품격 문화도시, 서울·수도권이 협력하는 생활공동체 등의 정책 비전을 토대로 구체적 공약을 속속 제시하고 있다.

강남북 균형발전을 위해 비(非)강남권의 재건축 연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며, 오 전 시장 재임 기간 늘어난 서울시 부채를 오는 2014년까지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알뜰시정’ 구상도 내놓았다.

이에 반해 박 후보는 한나라당의 서울시 10년을 ‘도시를 위해 사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사람을 위해 도시를 변화시키는 서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정 방향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우선 오 전 시장이 전시성 토건사업에 치중했다고 보고 관련예산을 삭감해 그 재원으로 복지·환경·교육 등 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쓸 계획이다.


정당정치에 대한 평가

재건축ㆍ재개발의 과속추진을 방지하기 위해 무차별적인 재개발 뉴타운 사업을 재검토해 이주시기의 조절과 새로운 임대정책을 도입하는 동시에 SH공사의 개혁을 통해 전세난을 해소하는 것도 주요 정책공약이다.

또한 범야권 통합경선 과정에서 야당과 시민사회가 합의 사항(보편적 복지예산 확대, 영세 소상공인 보호, 공공 무상보육 실현과 아동수당 확대, 서울시립대 반값등록금 추진, 투명한 시정운영과 부정부패 예방 등)도 주요 공약에 포함될 전망이다.

전혀 다른 정책을 보이고 있는 두 후보의 경쟁은 단순 서울시장을 뽑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이번 보궐선거는 ‘진보’와 ‘보수’ 두 이념의 경쟁이자 기존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재평가 받는 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갈수록 의미가 더해지는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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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