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규 리스트 11인’ 폭로 파문 일파만파

‘상왕’ 이상득 VS ‘저격수’ 박지원 ‘제대로 한판 붙었다’

[일요시사=손민혁 기자]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71·구속기소)씨와 자주 접촉한 정·관계 인사 11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해 파문이 일었다. 민주당의 ‘원조 저격수’가 드디어 입을 연 것이다. 하지만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이를 전면 부인하고 법적 대응할 것을 시사해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저격수 박지원의 ‘원샷원킬’이냐 그간 각종 비리의혹의 중심에 섰던 상왕 이상득의 ‘누명 벗기’냐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지원 “이상득, 박태규와 소망교회 다니며 친해”
이상득 “박태규 만난 적 없다” 박지원 법적 대응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감에서 “(박씨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로비 개입으로 당·정·청, 재계, 지방정부가 다 관련이 있다”며 이름을 일일이 거명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당 인사로 안상수 한나라당 전 대표, 이상득 전 부의장, 고위공무원으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청와대 인사로 정정길 전 대통령 실장, 이동관 언론특보, 김두우 전 홍보수석, 홍상표 전 홍보수석, 재계 인사로 조석래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지방자치단체 인사로 김진선 전 강원지사를 언급했다.


‘실세 중의 실세’

박 전 원내대표는 국감에서 이상득 전 부의장과 구속된 부산저축은행 핵심 로비스트 박태규씨가 친분이 있다며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박씨는 소망교회 30년 신도다. 부인은 소망교회 권사고, 박씨는 장로다. 그래서 늘 교회 끝나면 (소망교회 신도인) 이상득 전 부의장과 많은 대화 나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어 “(이상득 전 부의장을 포함한) 이 분들이 로비스트 박태규가 활동하는데 어떤 역할을 해 줬느냐. 왜 부산저축은행이 부실화돼 가는 것을 알면서도 삼성과 포스텍이 1000억원이라는 거액을 출자했나. 이런 분들이 어떻게 역할을 했는지 밝힐 의무가 검찰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포스텍 등의 거액 출자 뒤에는 포항 지역 실세 정치인이 연루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폭로에 이 전 부의장 측은 다음날인 5일 성명을 내고 “일부 야당의원이 제기한 박태규 회장과의 관련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박태규 회장은 이 의원이 다니는 교회의 장로도 아니고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또 "친분이 있는 사람은 박규태라는 연세대 명예교수로 퇴직한 분이 계신데 이분이 바로 소망교회 장로이고, 부인이 권사로 예배가 끝난 뒤 차도 마시고 얘기도 나누는 사이였다"고 설명했다. 박 전 원내대표가 박규태씨를 박태규 회장으로 혼동해 생긴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전 원내대표는 “소망교회에는 박태규도 있고, 박규태도 있다. 우리도 박규태씨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이 전 부의장은 “집권을 했었던 공당의 의원이 사실 확인도 하지 않고 국회에서 발언하는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이는 없어져야할 정치 풍토”라며 “이 같은 일이 재발할 경우에는 동료의원이라 할지라도 법적인 대응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법적 대응도 시사했다.

하지만 박 전 원내대표가 언급한 정·관계 박태규 지인 11명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은 이들이 부산저축은행 퇴출저지 로비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이들이 박씨의 로비 활동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검찰이 밝혀내 줄 것을 촉구했다.

이에 한상대 검찰총장은 “모든 의혹에 대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히 수사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거론된 11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곧바로 시작될 지는 미지수다. 박태규씨가 이들에게 청탁과 함께 로비를 했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뚜렷한 정황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전 원내대표의 ‘묻지마식 폭로’에 우려의 시선과 역풍도 만만치 않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6일 “권력비리를 처단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과거) 감옥에 다녀오고 온갖 추문이 있던 분이 권력비리 운운하니 민망하다”고 과거전력까지 거론하며 비판했다. 또 무책임한 폭로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국감 초반인 지난달 27일 공식 논평을 통해 “박지원 전 원내대표의 ‘묻지마 폭로’가 다시 시작됐다”며 “묻지마식 폭로, 허위주장에 대해서는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원내대표의 폭로는 연일 이어지고 있고, 의혹제기는 쉽게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당대표에 뜻을 갖고 있는 박 전 원내대표가 이번 국감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노련한 ‘원조 저격수’

현 정부 들어 ‘상왕’으로 불렸던 이상득 전 부의장은 각종 의혹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다.

야당 뿐 아니라 일부 여당 인사들도 이 의원의 권력 사유화를 비판했을 정도다. 그간 이 전 부의장은 대응을 삼가왔지만, 이번 박 전 원내대표의 폭로에는 민감하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전 부의장이 박 전 원내대표의 폭로에 전면 부정하고 나선 만큼 둘은 앞으로 치열한 ‘진실게임’을 벌일 것으로 예견된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6선의 ‘실세 중의 실세’와, DJ 정부 실세 출신의 노련한 ‘원조 저격수’의 한판승부,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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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