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제?’ 강진 여고생 사건 미스터리

밝혀진 건 하나도 없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진 여고생 실종사건을 둘러싼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지만 사건은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경찰은 취재진의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모양새다. 유력 용의자가 사망한 상태여서 사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실마리가 끊긴 탓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문가와 네티즌들은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아버지의 친구 김씨에게 소개받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던 여고생 이양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실종 8일 만에 발견된 시신은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으며 머리카락도 1cm 가량만 남겨진 채 잘려진 상태였다. 높은 온도에 알몸으로 방치됐던 탓에 시신의 부패는 급속도로 진행됐다.  

꼬리 무는 의혹

이번 사건은 유력 용의자인 김씨가 자살했지만, 여러 정황과 증거가 그가 범인임을 가리키고 있다. 또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최근 불거진 의혹은 ‘추가 실종자’설이다.

김씨는 이양을 유인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이용했다. 그게 어떤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김씨가 이양에게 이 말을 처음 꺼낸 것은 실종 일주일 전쯤이다. 학교 앞에서 이양을 만난 김씨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주겠다”고 제안했고, “다른 사람에게 이 내용을 알리지 말라”는 단서를 달았다. 

김씨가 미리 범행계획을 세운 후 우연을 가장해 학교 앞에서 이양을 만났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선 “3개월 전에도 김씨 식당서 일하던 알바생이 실종된 상태”라는 얘기가 보도됐고, SNS의 핵심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이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과거 용의자가 구인 공고를 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용의자 주변 사람 중 누군가 추가로 사라진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설명했다. 

유력한 용의자 숨진 채 발견
시간 지날수록 의혹만 쌓여

또 다른 미스터리는 용의자 김씨가 일부러 6월에 범행을 저지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시신 부패가 빨리 이뤄지는 계절이란 점을 악용한 계획적 범죄’라는 의심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과 감정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전혀 확인해줄 수 없는 내용”이라고만 했다. 

머리카락을 거의 다 깎인 상태서 이양이 주검으로 발견됐다는 점도 계획적 범죄를 의심케 하는 대목으로 꼽힌다. 보통 살인 사건을 보면 시신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손가락 마디를 자르거나 얼굴을 훼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매우 드문 일이다. 더욱이 이양은 실종 직전 단발머리였다. 이런 행동은 용의자의 ‘특별한 취향’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 시신 상태를 포함한 전반적인 상황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은 수사 과정서 김씨에 대한 평소 행적을 주변인들로부터 상당 부분 파악한 상태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김씨와 이양은 평소 삼촌과 조카처럼 가까운 사이였다. 사건 당일 이양을 만나러 가던 김씨는 휴대전화를 껐다. 이후 김씨가 자신의 차를 세차한 뒤 뭔가를 태우는 장면이 포착됐고 모든 작업이 끝난 후 김씨는 다시 휴대전화를 켰다. 
 


한 전문가는 김씨의 행동에 대해 “정당한 방법이라면 이양의 집 앞에서 (차에)태우거나 CCTV를 피해서 태우는 일은 없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 범죄를 꿈꾸지 않았을까 싶다”며 “이전부터 친구의 딸이 아닌 성적 대상으로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은 김씨에 대해 “악질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성적인 쾌락과 스릴을 즐기더라”라고 증언하기도 했다. 또 이양의 시신이 유기된 장소는 김씨가 어린 시절을 지낸 곳이며 그의 부모님 묘소와도 가까운 곳으로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경찰 전방위 수사
그동안 뭐했나 보니…

지난 5일 강진경찰 등에 따르면 이양의 사망 원인과 범죄와의 연관성을 찾기 위한 수사를 진행 중이지만 여고생이 발견된 지 11일째임에도 수사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상태다. 이양이 어떻게 숨졌는지, 사망시점은 언제인지, 김씨와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이양이 어떻게 산으로 이동하게 됐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경찰이 통신 수사와 CCTV 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범죄와의 연관성을 입증할 만한 증거는 찾지 못한 상태다. 이양이 발견된 야산을 지속적으로 수색하고 있지만 발견 당시 이양이 소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립글로스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소득이 없다. 

이에 경찰은 지난 5일에도 이양의 시신이 발견된 강진 도암면 한 야산에 1개 중대 74명을 투입해 수색을 진행했다. 경찰은 현재 이양의 정확한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정밀감정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국과수는 이양의 시신에 대한 부검을 진행했지만 1차 부검결과 사인을 판단하기 어렵고 큰 상처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소견을 경찰에 보냈다. 또 김씨의 차량서 나온 개 사료와 목장갑, 머리카락, 지문, 불에 태운 물건 등에 대해서도 정밀감정을 맡겼다. 

김씨의 차량 드렁크에 있던 것으로 알려진 낫에 대한 DNA 감정결과 이양의 유전자가 발견된 것을 제외하고는 현재까지 추가로 밝혀진 게 없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정밀감정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국과수의 감정결과를 확인한 뒤 종합적으로 사건을 판단해 범죄와의 연관성에 대한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계획 범행?

용의자 김씨의 범행을 보면 초범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대담하고 치밀하다. 친구의 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고, 완전범죄를 자신하며 증거를 인멸하고 알리바이를 조작하려 했다. 범행 수법도 예사롭지 않다. 

여고생을 깊은 산으로 유인한 후 살해한 수법 등도 여죄를 충분히 의심하게 한다. 경찰은 공범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이와 관련한 단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김씨가 다른 사건에 연관돼있는지 수사가 필요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더 이상은 밝힐 수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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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