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화된 온라인 평판 관리 천태만상

‘옳음’도 돈으로 사는 시대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망사업이 거론될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온라인 평판관리와 관련된 기업들이다. 인터넷과 SNS의 시대서 그들이 온라인상에 만들어 놓은 평판은 빠른 속도로 하나의 객관적 사실이 돼 관계 형성 및 평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평판의 사전적 의미는 ‘비평해 시비(是非)를 판정하는 것’이다. ‘옳음’도 돈으로 사는 시대다. 
 

온라인 평판 및 개인정보관리 기업 레퓨테이션닷컴의 설립자이자 CEO인 마이클 퍼틱은 자신의 저서 <디지털 평판이 부를 결정한다>서 “현대 사회서 디지털 평판은 선택과 결정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사기 전 다른 사용자의 리뷰를 읽어 보고, 기업 인사담당자는 지원자의 면접을 보기 전 온라인 프로필을 살펴보기도 한다”며 네트워크의 시대서 평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매 가능

SNS가 발달한 요즘,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소문은 순식간에 퍼지고 그 대상이 기업이라면 기업 이미지는 타격을 입으며 주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대표적 사례가 남양우유 대리점주 강매 사건,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등이며 최근에는 경비원을 구타한 프랜차이즈 기업인과 재벌 3세의 폭행사건 의 사연 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 구창환 소장은 “부정적인 평판일수록 그 속도와 크기가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며, 만들어진 평판은 하나의 콘텐츠가 돼 소비자에게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필요 때문에 생겨난 신종 사업분야가 온라인 평판관리다. 온라인 평판관리는 개인 또는 기업과 관련된 정보나 브랜드 등을 보호할 만한 사전 대책 등을 세우고, 온라인 등에 올라온 콘텐츠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해 악성 평판이 보였을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 평판관리사는 지난해 한국 고용정보원이 향후 5년 내 급성장할 유망 직종으로 선정할 만큼 미래 지향적 직업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디지털 장의사’라는 명칭의 민간자격증이 등장하는 등 준(準)전문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디지털 장의사’라는 명칭을 가진 민간자격증이 등장한 건 지난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평생교육진흥협회가 주관한다. 디지털 장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 자격증 취득이 가장 유리하다. 온라인 평판관리사 및 인터넷정보처리사 등도 디지털 장의사들이 가장 많이 갖추고 있는 자격증이다.

“인터넷서 좋은 사람 만들어 드려요”
미디어 변화에 맞춰 전방위적 서비스

평판관리가 사이버상에서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이유는 미디어 환경이 오프라인 매스미디어 중심에서 사이버, 온라인의 디지털미디어, 소셜미디어로 달라진 것도 한몫했다. 

국내에선 온라인 평판관리라고 하면 악성 댓글을 삭제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평판관리는 그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서 이뤄지고 있다. 사람이 관계된 곳이라면 평판이 개입되지 않는 곳이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의 활동은 기업의 홍보,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고객관리, 인사 등 미디어 변화에 맞춰 전방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평판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층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한 온라인 평판관리 업체 대표는 “과거 2∼3년 전까지만 해도 규모가 큰 업체들만 의뢰했던 반면, 최근에는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도 온라인이미지 관리를 위해 많이 의뢰하고 있다”며 “2016년 대비 2017년도에 의뢰 건수는 약 120% 증가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이하 SNS)상에서 팔로워 수는 곧 그 사람의 인지도나 유명세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SNS로 평가받는 인스타그램의 경우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팔로워 1만명 정도의 계정이 10만원 선에서 거래되기도 한다. 

팔로워 늘리기부터 계정관리에 관한 전략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SNS마케팅은 필요한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팔로워 늘리기, 좋아요 및 조회 수 늘리기, 계정관리 서비스 등 가능한 모든 영역에 걸쳐 이루어지는 추세다.

이제 SNS상에서 평판관리는 기업의 경영 전략일뿐 아니라 개인의 명성과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미디어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시대에 평판은 마케팅의 커뮤니케이션 도구서 핵심 전략이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케팅 측면뿐 아니라 자기 PR로 스스로 평판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도 있다. SNS를 활용해 자신이 다니는 회사나 제품 홍보에 자발적으로 나서거나 자기계발을 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노출함으로써 각자도생의 시대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SNS 손질 

기업화된 온라인 평판관리로 만들어진 결과물에 대한 마케팅이나 자기 PR의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야할지 아니면 자본주의 시대서 돈으로 할 수 없는 것은 없음을 드러내는 하나의 지표로 봐야할지 시선은 엇갈린다. 

한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과 기업을 막론하고 비판을 받고 ‘그름’으로 판단돼야 마땅할 대상이 돈으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모습은 왠지 모를 기시감을 느끼게 만든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