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 MB맨들’ 배수진 치는 내막

“이렇게 끝낼 순 없다! 내 살길 찾아간다!”

[일요시사=손민혁 기자]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 되고 있는 시점에 ‘MB맨’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점차 주변을 정리하고 각자 지역구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그늘에서 권력의 단 맛을 본 이 들이 ‘제 살길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현상은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욱더 가속화 되고 있으며 소폭 개각설과 맞물려 탄력을 받고 있는 양상이다.

‘왕 차관’ 박영준 출판기념회 시작으로 본격 활동 시작
이동관, 박형준 특보 지역구 돌보며 출마 움직임 보여

‘MB맨’들에게 내년 총선은 정치적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이 대통령과 거리 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면 정치인생도 함께 끝난다는 위기감으로도 작용하고도 있다.

이는 이 대통령의 레임덕을 더욱더 가속화 할 것 이라는 전망은 물론, 내년 총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수진을 친 이들의 행보 역시 순탄치 만은 않아 보인다.

MB의 ‘출마조’
3인방 지역구는?

지난 5월27일 이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진 회의에서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사람들은 5월 안에 거취를 정리하라”고 밝혔다.
 
총선 준비를 위해 지역구 활동을 병행한다면 담당업무에 차질이 생기니 ‘마음이 없는 사람’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임기 말에 열심히 일할 인재들을 지근거리에 두고 가급적 레임덕을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런 이 대통령의 뜻에도 불구하고 ‘여의도 입성’에 뜻이 있는 ‘MB맨’들은 그 뜻을 공식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있다.

출마 명분, 지역구 선정에 고민하고 있는 이들이 대다수다. 따라서 이들은 현역 본연의 업무와 지역구 관리를 병행하면서 서로 치열한 눈치를 보며 시기를 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통령의 주문에 따라 ‘출마조’로 분류된 인사로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2차관, 김희정 전 대변인, 이성권 전 시민사회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청와대에 있을 땐 ‘왕 비서관’, 정부에 있을 땐 ‘왕 차관’으로 통했던 박영준 전 차관은 6월 퇴임 후 가급적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한 채 이명박 정부의 치적과 노하우를 담은 책을 쓰며 19대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주변의 덕만 봤다는 세간의 평가를 이번 책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진정성을 전하겠다는 각오이다.

박 전 차관은 고향인 경북 칠곡과 대구 중·남구, 3곳 중 출마 지역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차관은 10월경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과 최근 지역구 정서가 한나라당과 멀어진 점은 그에게 악재로 다가설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은 출마 예정자 김 전 대변인은 17대 최연소 국회의원을 지냈던 부산 연제구에서 출마가 유력하다. 최근에 구민체육센터 건립을 위한 교부금 7억원을 지역구에 할당되도록 행정안전부를 설득하며 지역구 관리에 힘쓰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당내 공천에서 탈락한 바 있는 이 전 비서관은 부산진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장조’는 NO!
‘여의도 입성’ OK!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순장조’로 거론돼 온 이동관, 박형준 특보도 내년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현직에 있는 만큼 자유롭지 못해 왕성한 활동은 못하고 있지만 일정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지역구 행을 택하며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세론은 독”이라고 주장한 이동관 특보는 서울 강남권 출마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특보는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지만 최근에는 “마음속으로야 모든 걸 다 준비하고 있다”며 “가능성이라면 부인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 특보는 공성진 전 의원이 의원직 상실로 공석인 강남을과 오랫동안 살아온 서울 서초지역에 출사표를 낼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부인의 선거법 위반으로 내년 총선에서 출마하기 어려운 만큼 김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강동갑에 나선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하지만 이 특보는 “(아무리 살아남는 게 중요하더라도) 별 연고도 없는 거기에 내가 왜 나가느냐. 붙으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며 강남과 서초 출마에 무게를 실었다.

부산 수영에서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형준 특보는 이 대통령의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매 주말마다 부산행 비행기를 탄다. 노인정 방문 등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행사에는 현역 의원 때보다 더 자주 얼굴을 비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특보 역시 강남을 지역에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본인은 부산 수영구 출마로 결단을 내린 듯 하지만, 현재 부산·경남지역 민심이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그의 주변 사람들은 강남을 출마를 권유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정진석 전 정무수석도 의원시절 지역구인 충남 공주·연기에서 출마가 유력하다. 정 전 수석은 이미 “내년 한나라당이 정권을 재창출하는데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뿐”이라며 출마의 변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충청권은 자유선진당 및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가 민심을 다져 놓은 지역으로, 한나라당으로선 쉽지 않은 지역이다. 현재 여권에 대한 충청권 민심도 싸늘하기만 하다.

이 때문에 정 전 수석 측근들도 강남과 수도권 출마를 적극 권유하기도 했으나, 정 수석은 자신의 고향에서 출마하겠단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 전 수석은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초대 세종시장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정 전 수석은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방호, 김희정, 김대식, 이성권, 맹형규 등도 출마 예상
바닥치고 있는 민심, 입지 좁아진 ‘친이계’ 악재로 작용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 ‘공천 파동’의 한복판에 있었던 이방호 지방분권촉진위원장은 최근 1주일에 절반가량은 이전 지역구인 경남 사천시에 머물고 있다.

18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과 맞붙어 패한 이 위원장은 내년 19대 총선을 겨냥해 수시로 표밭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벌써부터 실전 준비 체제에 들어갔다고 한다.
 
한때 친박계의 공적으로 꼽히기도 했던 그는 “총선 후 6개월간 화병도 생기고 인간적으로 힘들었다. 나중에는 종교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오로지 다시 실수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이 의원시절 지역구였던 서울 송파갑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맹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하며 틈나는 대로 송파구를 방문하며 지역구 관리에 들어갔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선 출마 가능성이 높게 점치고 있으나, 맹 장관은 “현재로서는 장관직에 전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한나라당 전남지사 후보로 나섰던 김대식 부위원장도 수도권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탄치만은 않은
‘여의도 입성’ 길

이처럼 MB맨들은 제 살길을 찾아 청와대를 벗어나 총선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MB맨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역구의 인지도도 인지도지만 당내에서 조차 이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계속될 것 이라는 전망 속에 공천권 확보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전에 당의 선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크다. 더군다나 당 지도부에서는 ‘물갈이론’이 끊임없이 제기돼 이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4·27 재보선 참패 후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은 바닥을 치고 있다.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주민투표, 저축은행 사태, 집중호우 수재 등 연이은 악재로 당의 텃밭인 부산·경남과 대구·경북 지역까지 흔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민투표가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못하고 끝난 만큼 ‘복지’가 내년 총선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MB맨들은 이미 복지를 ‘포퓰리즘’으로 선을 그은바 있어 더욱더 어려운 상황으로 작용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의 ‘부자감세’ 강행도 이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를 통해 공생발전을 강조했는데 말과 정책이 너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행보가 이어진다면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심은 등을 돌릴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런 여러 상황들은 ‘비주류’로 밀려나 당내 입지가 더욱 좁아진 친이계의 핵심 멤버들인 MB맨들로서는 상황이 안 좋아도 너무 안 좋다.

중앙정치권에선 주목받으며 화려한 공직생활을 한 이들이 내년 4월 이후에도 정치명운을 이어갈 수 있을지 벌써부터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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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