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역대 대통령 아들 16인 근황 대공개

아버지 그늘서 벗어나 아슬아슬 홀로서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아버지 우산 속에서 날고 기었던 그들. 한때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역대 대통령 아들들이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홀로서기에 나선 그들은 지금 뭘 하며 지내고 있을까.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대통령 아들들의 근황과 사업 성적표를 공개한다.

절반가량 개인사업 ‘사장님’…일부는 샐러리맨
정계·학계·시민단체서 활동…직업 없는 백수도


1∼17대 역대 대통령은 총 10명이다. 이들의 아들들은 모두 16명. 이중 개인사업을 하는 ‘사장님’은 7명이다. 나머지는 정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남의 회사에서 일하거나 ‘백수’인 경우도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1∼3대)은 자녀가 없다. 대신 2명의 양자를 들였다. 강석씨와 인수씨다. 자유당 2인자였던 이기붕 국회의장의 장남 강석씨는 이 대통령의 83세 생일이던 1957년 3월26일 양자로 입적됐다. 그러나 4·19 혁명으로 이 대통령이 하야 선언을 한 1960년 4월26일 아버지 이 의장과 어머니 박마리아, 동생 강욱씨를 권총으로 살해한 뒤 자살했다.

‘뭐 먹고 사나’
대부분 사업가

인수씨는 이 대통령의 하와이 망명 시절인 1961년 12월 양자로 입적됐다. 대가 끊길 것을 걱정한 이 대통령 문중(전주이씨 양녕대군파)의 결정이었다. 정치학자로 명지대 법정대학장을 역임한 인수씨는 현재 이승만기념사업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이승만 바로 알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윤보선 대통령(4대)은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장남 상구씨는 건축자재 사업을 하고 있다. 1976년부터 8년 동안 미국 LA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다가 1985년 귀국해 소규모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동서코포레이션을 설립했다. 종로 경운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동서코포레이션은 연매출이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동수씨는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제주 하얏트 호텔과 서울지하철 사당동 역사, 한국무역협회 등 건물의 조형물을 직접 제작한 설치 미술가다. 삼청동에서 작은 피자집도 운영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5∼9대)의 외아들 지만씨는 6차례나 필로폰 복용 혐의로 적발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1989년 ㈜EG(당시 삼양산업)를 인수해 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EG 회장을 맡고 있는 지만씨는 이 회사 지분 28.67%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EG는 금속산화물 제조업체로 충남 금산에 본사가 있다. 지난 7일 기준 시가총액이 1942억원(코스닥 97위)에 달하는 ㈜EG의 지난해 매출은 263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각각 30억원씩 올렸다. 매년 평균 200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EG는 10년 전과 비교해 몸집이 크게 불었다. 총자산과 총자본이 2001년 214억원, 174억원에서 지난해 522억원, 501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의 주요 임원은 박 대통령의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이광형 대표이사의 경우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부속실에 근무하며 지만씨와 인연을 맺었다. ㈜EG 지분 2.13%를 보유하고 있는 이 대표는 1993년 경영에 합류했다. 지만씨는 회사 전권을 이 대표에게 맡긴 상태다.

최규하 대통령(10대)의 두 아들은 전문경영인(CEO)으로 재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남 윤홍씨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입사해 워싱턴 무역관장, 정보상담처장, 투자진흥처장, 일본지역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KOTRA에서 나와선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부회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차남 종석씨는 외환은행 외화자금부와 국제금융부문에서 일하다 하나은행으로 이직해 중국법인장,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후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회장과 하나은행 자금시장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 7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 선임됐다.

전두환 대통령(11∼12대)은 3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재국-재용-재만 3형제다. 이들은 모두 ‘사장님’이다. 다만 실적을 두고 희비가 엇갈린다.

장남 재국씨는 시공사, 음악세계, 리브로 등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재국씨가 1990년 설립한 시공사는 출판업체로 서울 서초동에 본사가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재국(50.53%)씨. 그의 부인 정도경씨, 재용씨, 재만씨, 여동생 효선씨도 모두 같은 5.32%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공사는 지난해 49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억원, 순이익은 1억원을 올렸다.

전두환 막내아들 
미국서 처가살이

1993년 설립된 음악세계는 음악서적 전문 출판업체로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이듬해 창업한 서적 소매업체 리브로도 지난해 412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억원, 2억원에 그쳤다.

언뜻 재국씨가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꼭 쥐고 있는 ‘패’를 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국씨는 경기 연천에 5만7000여㎡(약 1만7000평) 규모의 허브빌리지를 조성했다. 허브빌리지는 국내 최대 라벤더 꽃밭과 100여종의 허브가 심어진 허브가든으로 주변에 리조트가 들어서있다. 재국씨는 자신과 부인, 자녀의 명의로 2004년부터 이곳의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연천 땅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수백억원의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차남 재용씨는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재용씨는 부동산 개발 및 임대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엘에셋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08년 4월 취임했다. 비엘에셋은 재용씨의 전처인 최정애씨가 2001년 10월까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로, 재용씨의 현 부인 탤런트 박상아 씨가 2006년 9월 감사로 등재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재용씨의 장모 윤모씨와 처제 박모씨도 이사로 있다.

한때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다…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비엘에셋은 100% ‘전씨 회사’다. 재용씨가 30%,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우성·우원 군이 각각 20%, 부인 박씨와 두 딸 혜현·가현양이 각각 10%씩 갖고 있다.

비엘에셋의 재무상황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지속적인 영업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008년 매출은 3억원. 2009년엔 10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엔 야심차게 추진한 서소문 오피스빌딩 개발 사업이 미국계 헤지펀드와의 개발 주도권 다툼으로 별다른 진척이 없어 재용씨의 애를 태우고 있다.

3남 재만씨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2007년부터 처가의 일을 돕고 있다. 장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00억원대의 ‘다나 이스테이트’란 와이너리(와인 생산 농장)를 운영 중이다. 포도밭 농장의 규모는 53만4000㎡(16만2000여평). 여기서 생산하는 와인은 운산그룹 계열사 동화원(구 동아제분)의 자회사 나라식품을 통해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국내 대표 중견기업인 운산그룹은 모기업 한국제분과 제분·사료업체인 동아원을 주축으로 다양한 소비재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회사에 근무하던 재만씨를 불러들여 와이너리 총괄을 맡겼다. 재만씨와 이 회장의 장녀 윤혜씨는 1995년 4월 결혼했다.

노태우 대통령(13대)은 아들 한명을 뒀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재헌씨다. 그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화이트앤드 케이스의 홍콩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5월 국내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당시 바른은 “기업활동 자문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뉴욕주 변호사인 재헌씨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재헌씨는 투병 중인 노 대통령을 간병하기 위해 외국 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희귀병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씨는 이동통신 솔루션업체 텔코웨어의 대주주로 있다가 2009년 1월 전량(94만4589주) 매각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기도 했다. 텔코웨어는 SK텔레콤 등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면서 성장했는데, SK가 노씨일가의 사돈 기업이란 점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재헌씨의 누나 소영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김영삼 대통령(14대)에겐 두 아들이 있다. 은철씨와 현철씨다. 장남 은철씨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한양대 열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현재 현지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지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착하고 어진 성품을 가진 은철씨가 대통령 아들이란 후광에 부담을 느낀 한편 정치와 담을 쌓기 위해 미국으로 도피하다시피 떠났다는 얘기가 있다. 또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뻗쳐오는 유혹과 청탁을 피해 짐을 쌌다는 설도 있다.

은철씨와 반대로 현철씨는 아버지만큼 유명인사다.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현철씨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87년 쌍용증권에 취직했지만, 아버지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자 회사를 휴직하고 돕다가 정계에 투신하게 됐다. 조세포탈,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2차례 사법 처리되는 고초를 겪었고, 국회의원 선거에도 2차례 출마를 시도했으나 여론의 반발과 당의 공천 불허로 중도하차했다.

그래도 그는 정계 진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2008년 10월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 임명돼 처음으로 당의 공식 직함을 갖고 다시 정계에 복귀, 2012년 19대 총선에 거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2004년 8월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기업 코헤드를 설립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코헤드는 콜센터 운영대행과 CRM솔루션 및 마케팅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김대중 대통령(15대)은 홍일-홍업-홍걸 3형제를 뒀다.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남 홍일씨는 2006년 9월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두문불출하다 2009년 8월 김 대통령의 빈소에서 휠체어를 탄 채 조문객을 맞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1990년대부터 뇌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3년형을 받고 수감됐는데, 당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정치권에선 항상
출마 가능성 대두

17대 의원을 지낸 차남 홍업씨는 18대 때 낙선한 후 정치적 재기를 모색 중이다. 현재 김대중기념사업 등을 하며 19대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2002년 5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3남 홍걸씨는 200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이후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16대)의 외아들 건호씨는 2002년 7월 LG전자에 공채로 입사, 미국 샌디에이고 법인 과장으로 일하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지사로 발령 났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검찰 조사를 위해 2009년 초 휴직한 그는 그해 5월 노 대통령 서거 후 봉하마을에 머물다 10월 LG전자로 복귀했다. 정치권에선 건호씨의 출마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17대)도 외아들을 두고 있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시형씨는 이듬해 11월 퇴사하고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회장 등이 운영하는 ㈜다스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3월 차장으로 승진해 경주 본사의 기획팀장으로 전보됐다. 다스는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로 현대차 등에 시트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4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