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역대 대통령 아들 16인 근황 대공개

아버지 그늘서 벗어나 아슬아슬 홀로서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아버지 우산 속에서 날고 기었던 그들. 한때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역대 대통령 아들들이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홀로서기에 나선 그들은 지금 뭘 하며 지내고 있을까.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대통령 아들들의 근황과 사업 성적표를 공개한다.

절반가량 개인사업 ‘사장님’…일부는 샐러리맨
정계·학계·시민단체서 활동…직업 없는 백수도


1∼17대 역대 대통령은 총 10명이다. 이들의 아들들은 모두 16명. 이중 개인사업을 하는 ‘사장님’은 7명이다. 나머지는 정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남의 회사에서 일하거나 ‘백수’인 경우도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1∼3대)은 자녀가 없다. 대신 2명의 양자를 들였다. 강석씨와 인수씨다. 자유당 2인자였던 이기붕 국회의장의 장남 강석씨는 이 대통령의 83세 생일이던 1957년 3월26일 양자로 입적됐다. 그러나 4·19 혁명으로 이 대통령이 하야 선언을 한 1960년 4월26일 아버지 이 의장과 어머니 박마리아, 동생 강욱씨를 권총으로 살해한 뒤 자살했다.

‘뭐 먹고 사나’
대부분 사업가

인수씨는 이 대통령의 하와이 망명 시절인 1961년 12월 양자로 입적됐다. 대가 끊길 것을 걱정한 이 대통령 문중(전주이씨 양녕대군파)의 결정이었다. 정치학자로 명지대 법정대학장을 역임한 인수씨는 현재 이승만기념사업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이승만 바로 알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윤보선 대통령(4대)은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장남 상구씨는 건축자재 사업을 하고 있다. 1976년부터 8년 동안 미국 LA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다가 1985년 귀국해 소규모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동서코포레이션을 설립했다. 종로 경운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동서코포레이션은 연매출이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동수씨는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제주 하얏트 호텔과 서울지하철 사당동 역사, 한국무역협회 등 건물의 조형물을 직접 제작한 설치 미술가다. 삼청동에서 작은 피자집도 운영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5∼9대)의 외아들 지만씨는 6차례나 필로폰 복용 혐의로 적발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1989년 ㈜EG(당시 삼양산업)를 인수해 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EG 회장을 맡고 있는 지만씨는 이 회사 지분 28.67%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EG는 금속산화물 제조업체로 충남 금산에 본사가 있다. 지난 7일 기준 시가총액이 1942억원(코스닥 97위)에 달하는 ㈜EG의 지난해 매출은 263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각각 30억원씩 올렸다. 매년 평균 200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EG는 10년 전과 비교해 몸집이 크게 불었다. 총자산과 총자본이 2001년 214억원, 174억원에서 지난해 522억원, 501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의 주요 임원은 박 대통령의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이광형 대표이사의 경우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부속실에 근무하며 지만씨와 인연을 맺었다. ㈜EG 지분 2.13%를 보유하고 있는 이 대표는 1993년 경영에 합류했다. 지만씨는 회사 전권을 이 대표에게 맡긴 상태다.

최규하 대통령(10대)의 두 아들은 전문경영인(CEO)으로 재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남 윤홍씨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입사해 워싱턴 무역관장, 정보상담처장, 투자진흥처장, 일본지역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KOTRA에서 나와선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부회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차남 종석씨는 외환은행 외화자금부와 국제금융부문에서 일하다 하나은행으로 이직해 중국법인장,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후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회장과 하나은행 자금시장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 7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 선임됐다.

전두환 대통령(11∼12대)은 3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재국-재용-재만 3형제다. 이들은 모두 ‘사장님’이다. 다만 실적을 두고 희비가 엇갈린다.

장남 재국씨는 시공사, 음악세계, 리브로 등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재국씨가 1990년 설립한 시공사는 출판업체로 서울 서초동에 본사가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재국(50.53%)씨. 그의 부인 정도경씨, 재용씨, 재만씨, 여동생 효선씨도 모두 같은 5.32%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공사는 지난해 49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억원, 순이익은 1억원을 올렸다.

전두환 막내아들 
미국서 처가살이

1993년 설립된 음악세계는 음악서적 전문 출판업체로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이듬해 창업한 서적 소매업체 리브로도 지난해 412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억원, 2억원에 그쳤다.

언뜻 재국씨가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꼭 쥐고 있는 ‘패’를 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국씨는 경기 연천에 5만7000여㎡(약 1만7000평) 규모의 허브빌리지를 조성했다. 허브빌리지는 국내 최대 라벤더 꽃밭과 100여종의 허브가 심어진 허브가든으로 주변에 리조트가 들어서있다. 재국씨는 자신과 부인, 자녀의 명의로 2004년부터 이곳의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연천 땅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수백억원의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차남 재용씨는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재용씨는 부동산 개발 및 임대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엘에셋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08년 4월 취임했다. 비엘에셋은 재용씨의 전처인 최정애씨가 2001년 10월까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로, 재용씨의 현 부인 탤런트 박상아 씨가 2006년 9월 감사로 등재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재용씨의 장모 윤모씨와 처제 박모씨도 이사로 있다.

한때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다…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비엘에셋은 100% ‘전씨 회사’다. 재용씨가 30%,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우성·우원 군이 각각 20%, 부인 박씨와 두 딸 혜현·가현양이 각각 10%씩 갖고 있다.

비엘에셋의 재무상황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지속적인 영업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008년 매출은 3억원. 2009년엔 10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엔 야심차게 추진한 서소문 오피스빌딩 개발 사업이 미국계 헤지펀드와의 개발 주도권 다툼으로 별다른 진척이 없어 재용씨의 애를 태우고 있다.

3남 재만씨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2007년부터 처가의 일을 돕고 있다. 장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00억원대의 ‘다나 이스테이트’란 와이너리(와인 생산 농장)를 운영 중이다. 포도밭 농장의 규모는 53만4000㎡(16만2000여평). 여기서 생산하는 와인은 운산그룹 계열사 동화원(구 동아제분)의 자회사 나라식품을 통해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국내 대표 중견기업인 운산그룹은 모기업 한국제분과 제분·사료업체인 동아원을 주축으로 다양한 소비재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회사에 근무하던 재만씨를 불러들여 와이너리 총괄을 맡겼다. 재만씨와 이 회장의 장녀 윤혜씨는 1995년 4월 결혼했다.

노태우 대통령(13대)은 아들 한명을 뒀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재헌씨다. 그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화이트앤드 케이스의 홍콩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5월 국내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당시 바른은 “기업활동 자문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뉴욕주 변호사인 재헌씨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재헌씨는 투병 중인 노 대통령을 간병하기 위해 외국 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희귀병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씨는 이동통신 솔루션업체 텔코웨어의 대주주로 있다가 2009년 1월 전량(94만4589주) 매각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기도 했다. 텔코웨어는 SK텔레콤 등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면서 성장했는데, SK가 노씨일가의 사돈 기업이란 점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재헌씨의 누나 소영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김영삼 대통령(14대)에겐 두 아들이 있다. 은철씨와 현철씨다. 장남 은철씨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한양대 열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현재 현지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지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착하고 어진 성품을 가진 은철씨가 대통령 아들이란 후광에 부담을 느낀 한편 정치와 담을 쌓기 위해 미국으로 도피하다시피 떠났다는 얘기가 있다. 또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뻗쳐오는 유혹과 청탁을 피해 짐을 쌌다는 설도 있다.

은철씨와 반대로 현철씨는 아버지만큼 유명인사다.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현철씨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87년 쌍용증권에 취직했지만, 아버지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자 회사를 휴직하고 돕다가 정계에 투신하게 됐다. 조세포탈,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2차례 사법 처리되는 고초를 겪었고, 국회의원 선거에도 2차례 출마를 시도했으나 여론의 반발과 당의 공천 불허로 중도하차했다.

그래도 그는 정계 진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2008년 10월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 임명돼 처음으로 당의 공식 직함을 갖고 다시 정계에 복귀, 2012년 19대 총선에 거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2004년 8월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기업 코헤드를 설립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코헤드는 콜센터 운영대행과 CRM솔루션 및 마케팅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김대중 대통령(15대)은 홍일-홍업-홍걸 3형제를 뒀다.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남 홍일씨는 2006년 9월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두문불출하다 2009년 8월 김 대통령의 빈소에서 휠체어를 탄 채 조문객을 맞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1990년대부터 뇌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3년형을 받고 수감됐는데, 당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정치권에선 항상
출마 가능성 대두

17대 의원을 지낸 차남 홍업씨는 18대 때 낙선한 후 정치적 재기를 모색 중이다. 현재 김대중기념사업 등을 하며 19대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2002년 5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3남 홍걸씨는 200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이후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16대)의 외아들 건호씨는 2002년 7월 LG전자에 공채로 입사, 미국 샌디에이고 법인 과장으로 일하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지사로 발령 났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검찰 조사를 위해 2009년 초 휴직한 그는 그해 5월 노 대통령 서거 후 봉하마을에 머물다 10월 LG전자로 복귀했다. 정치권에선 건호씨의 출마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17대)도 외아들을 두고 있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시형씨는 이듬해 11월 퇴사하고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회장 등이 운영하는 ㈜다스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3월 차장으로 승진해 경주 본사의 기획팀장으로 전보됐다. 다스는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로 현대차 등에 시트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4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