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특집>역대 대통령 아들 16인 근황 대공개

아버지 그늘서 벗어나 아슬아슬 홀로서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아버지 우산 속에서 날고 기었던 그들. 한때 ‘소통령’으로 불릴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역대 대통령 아들들이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홀로서기에 나선 그들은 지금 뭘 하며 지내고 있을까. 민족의 대명절 추석을 맞아 대통령 아들들의 근황과 사업 성적표를 공개한다.

절반가량 개인사업 ‘사장님’…일부는 샐러리맨
정계·학계·시민단체서 활동…직업 없는 백수도


1∼17대 역대 대통령은 총 10명이다. 이들의 아들들은 모두 16명. 이중 개인사업을 하는 ‘사장님’은 7명이다. 나머지는 정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또 남의 회사에서 일하거나 ‘백수’인 경우도 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1∼3대)은 자녀가 없다. 대신 2명의 양자를 들였다. 강석씨와 인수씨다. 자유당 2인자였던 이기붕 국회의장의 장남 강석씨는 이 대통령의 83세 생일이던 1957년 3월26일 양자로 입적됐다. 그러나 4·19 혁명으로 이 대통령이 하야 선언을 한 1960년 4월26일 아버지 이 의장과 어머니 박마리아, 동생 강욱씨를 권총으로 살해한 뒤 자살했다.

‘뭐 먹고 사나’
대부분 사업가

인수씨는 이 대통령의 하와이 망명 시절인 1961년 12월 양자로 입적됐다. 대가 끊길 것을 걱정한 이 대통령 문중(전주이씨 양녕대군파)의 결정이었다. 정치학자로 명지대 법정대학장을 역임한 인수씨는 현재 이승만기념사업회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이승만 바로 알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윤보선 대통령(4대)은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장남 상구씨는 건축자재 사업을 하고 있다. 1976년부터 8년 동안 미국 LA에서 의류업에 종사하다가 1985년 귀국해 소규모 건축자재 수입업체인 동서코포레이션을 설립했다. 종로 경운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동서코포레이션은 연매출이 1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 동수씨는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제주 하얏트 호텔과 서울지하철 사당동 역사, 한국무역협회 등 건물의 조형물을 직접 제작한 설치 미술가다. 삼청동에서 작은 피자집도 운영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5∼9대)의 외아들 지만씨는 6차례나 필로폰 복용 혐의로 적발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1989년 ㈜EG(당시 삼양산업)를 인수해 사업가로 자리 잡았다. ㈜EG 회장을 맡고 있는 지만씨는 이 회사 지분 28.67%를 소유한 최대주주다.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한 ㈜EG는 금속산화물 제조업체로 충남 금산에 본사가 있다. 지난 7일 기준 시가총액이 1942억원(코스닥 97위)에 달하는 ㈜EG의 지난해 매출은 263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각각 30억원씩 올렸다. 매년 평균 200억원의 매출을 꾸준히 올리고 있는 ㈜EG는 10년 전과 비교해 몸집이 크게 불었다. 총자산과 총자본이 2001년 214억원, 174억원에서 지난해 522억원, 501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회사의 주요 임원은 박 대통령의 측근들로 구성돼 있다. 이광형 대표이사의 경우 박 대통령 시절 청와대 부속실에 근무하며 지만씨와 인연을 맺었다. ㈜EG 지분 2.13%를 보유하고 있는 이 대표는 1993년 경영에 합류했다. 지만씨는 회사 전권을 이 대표에게 맡긴 상태다.

최규하 대통령(10대)의 두 아들은 전문경영인(CEO)으로 재계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장남 윤홍씨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입사해 워싱턴 무역관장, 정보상담처장, 투자진흥처장, 일본지역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KOTRA에서 나와선 한국전시산업진흥회 부회장,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차남 종석씨는 외환은행 외화자금부와 국제금융부문에서 일하다 하나은행으로 이직해 중국법인장, 부행장 등을 지냈다. 이후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 회장과 하나은행 자금시장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다 지난 7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에 선임됐다.

전두환 대통령(11∼12대)은 3명의 아들을 두고 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재국-재용-재만 3형제다. 이들은 모두 ‘사장님’이다. 다만 실적을 두고 희비가 엇갈린다.

장남 재국씨는 시공사, 음악세계, 리브로 등의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재국씨가 1990년 설립한 시공사는 출판업체로 서울 서초동에 본사가 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재국(50.53%)씨. 그의 부인 정도경씨, 재용씨, 재만씨, 여동생 효선씨도 모두 같은 5.32%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시공사는 지난해 49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억원, 순이익은 1억원을 올렸다.

전두환 막내아들 
미국서 처가살이

1993년 설립된 음악세계는 음악서적 전문 출판업체로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이듬해 창업한 서적 소매업체 리브로도 지난해 412억원의 매출을 거뒀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2억원, 2억원에 그쳤다.

언뜻 재국씨가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이지만, 꼭 쥐고 있는 ‘패’를 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재국씨는 경기 연천에 5만7000여㎡(약 1만7000평) 규모의 허브빌리지를 조성했다. 허브빌리지는 국내 최대 라벤더 꽃밭과 100여종의 허브가 심어진 허브가든으로 주변에 리조트가 들어서있다. 재국씨는 자신과 부인, 자녀의 명의로 2004년부터 이곳의 땅을 집중적으로 매입했고, 연천 땅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수백억원의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드러났다.

차남 재용씨는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재용씨는 부동산 개발 및 임대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비엘에셋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2008년 4월 취임했다. 비엘에셋은 재용씨의 전처인 최정애씨가 2001년 10월까지 대표이사로 있던 회사로, 재용씨의 현 부인 탤런트 박상아 씨가 2006년 9월 감사로 등재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재용씨의 장모 윤모씨와 처제 박모씨도 이사로 있다.

한때 무소불위 권력 휘두르다…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비엘에셋은 100% ‘전씨 회사’다. 재용씨가 30%, 전처 사이에서 태어난 두 아들 우성·우원 군이 각각 20%, 부인 박씨와 두 딸 혜현·가현양이 각각 10%씩 갖고 있다.

비엘에셋의 재무상황은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지속적인 영업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2008년 매출은 3억원. 2009년엔 10억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엔 야심차게 추진한 서소문 오피스빌딩 개발 사업이 미국계 헤지펀드와의 개발 주도권 다툼으로 별다른 진척이 없어 재용씨의 애를 태우고 있다.

3남 재만씨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2007년부터 처가의 일을 돕고 있다. 장인 이희상 운산그룹 회장과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000억원대의 ‘다나 이스테이트’란 와이너리(와인 생산 농장)를 운영 중이다. 포도밭 농장의 규모는 53만4000㎡(16만2000여평). 여기서 생산하는 와인은 운산그룹 계열사 동화원(구 동아제분)의 자회사 나라식품을 통해 국내로 수입되고 있다.

국내 대표 중견기업인 운산그룹은 모기업 한국제분과 제분·사료업체인 동아원을 주축으로 다양한 소비재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미국 회사에 근무하던 재만씨를 불러들여 와이너리 총괄을 맡겼다. 재만씨와 이 회장의 장녀 윤혜씨는 1995년 4월 결혼했다.

노태우 대통령(13대)은 아들 한명을 뒀다. 변호사로 활동 중인 재헌씨다. 그는 미국의 유명 로펌인 화이트앤드 케이스의 홍콩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2007년 5월 국내 법무법인 바른에 합류했다. 당시 바른은 “기업활동 자문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뉴욕주 변호사인 재헌씨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재헌씨는 투병 중인 노 대통령을 간병하기 위해 외국 생활을 정리하기로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2002년 전립선암 수술을 받은 뒤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소뇌의 크기가 점점 축소되는 희귀병 소뇌위축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헌씨는 이동통신 솔루션업체 텔코웨어의 대주주로 있다가 2009년 1월 전량(94만4589주) 매각해 수십억원의 차익을 얻기도 했다. 텔코웨어는 SK텔레콤 등에 소프트웨어를 납품하면서 성장했는데, SK가 노씨일가의 사돈 기업이란 점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재헌씨의 누나 소영씨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김영삼 대통령(14대)에겐 두 아들이 있다. 은철씨와 현철씨다. 장남 은철씨는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한양대 열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길에 올라 현재 현지에서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지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착하고 어진 성품을 가진 은철씨가 대통령 아들이란 후광에 부담을 느낀 한편 정치와 담을 쌓기 위해 미국으로 도피하다시피 떠났다는 얘기가 있다. 또 주위로부터 끊임없이 뻗쳐오는 유혹과 청탁을 피해 짐을 쌌다는 설도 있다.

은철씨와 반대로 현철씨는 아버지만큼 유명인사다. 정치인의 길을 걷고 있는 현철씨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87년 쌍용증권에 취직했지만, 아버지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자 회사를 휴직하고 돕다가 정계에 투신하게 됐다. 조세포탈,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2차례 사법 처리되는 고초를 겪었고, 국회의원 선거에도 2차례 출마를 시도했으나 여론의 반발과 당의 공천 불허로 중도하차했다.

그래도 그는 정계 진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2008년 10월 한나라당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에 임명돼 처음으로 당의 공식 직함을 갖고 다시 정계에 복귀, 2012년 19대 총선에 거제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다. 2004년 8월엔 고객관계관리(CRM) 전문기업 코헤드를 설립해 직접 대표이사를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자본금 1억원으로 출발한 코헤드는 콜센터 운영대행과 CRM솔루션 및 마케팅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벤처기업이다.

김대중 대통령(15대)은 홍일-홍업-홍걸 3형제를 뒀다. 15∼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장남 홍일씨는 2006년 9월 안상태 전 나라종금 사장으로부터 인사청탁 대가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한동안 두문불출하다 2009년 8월 김 대통령의 빈소에서 휠체어를 탄 채 조문객을 맞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는 1990년대부터 뇌질환의 일종인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3년형을 받고 수감됐는데, 당시 받은 고문의 후유증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주변의 말이다.
 
정치권에선 항상
출마 가능성 대두

17대 의원을 지낸 차남 홍업씨는 18대 때 낙선한 후 정치적 재기를 모색 중이다. 현재 김대중기념사업 등을 하며 19대 국회 입성을 노리고 있다. 2002년 5월 ‘최규선 게이트’에 연루돼 구속된 3남 홍걸씨는 2005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이후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무현 대통령(16대)의 외아들 건호씨는 2002년 7월 LG전자에 공채로 입사, 미국 샌디에이고 법인 과장으로 일하다 지난 5월 중국 베이징 지사로 발령 났다. ‘박연차 게이트’와 관련 검찰 조사를 위해 2009년 초 휴직한 그는 그해 5월 노 대통령 서거 후 봉하마을에 머물다 10월 LG전자로 복귀했다. 정치권에선 건호씨의 출마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17대)도 외아들을 두고 있다. 2008년 7월 이 대통령의 사돈 기업인 한국타이어에 입사한 시형씨는 이듬해 11월 퇴사하고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 회장 등이 운영하는 ㈜다스로 자리를 옮겼다. 해외영업팀 과장으로 근무하다 지난 3월 차장으로 승진해 경주 본사의 기획팀장으로 전보됐다. 다스는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로 현대차 등에 시트를 독점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 4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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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