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병원 의료사고, 그 이후…

종양 뗀다더니 콩팥은 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인천의 가천대학교 길병원서 산부인과 의사가 수술 중 50대 여성의 난소 혹 제거 수술 중 멀쩡한 신장을 떼어 내는 일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평생을 한 개의 신장으로 살아가야 할 상황에 놓였다. 피해자의 가족들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병원 측은 절차상엔 문제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신장을 잘못 제거한 사실은 인정했다. 보상을 약속했지만 이 소식을 들은 네티즌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50대 여성 A씨는 지난 3월 인천 한 개인병원서 난소에 혹이 보인다는 진단을 받고 2차 진료를 위해 대학병원인 가천대 길병원을 찾았다. 길병원 산부인과 의사는 A씨의 초음파 검사 결과 왼쪽 난소에 9㎝ 크기의 양성 혹이 있다며 보호자 동의를 얻은 후 복강경 수술을 통해 난소 혹을 제거하기로 했다. 

절차상 문제는?

복강경 수술은 작은 부위만 절개한 뒤 소형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투입해 시행하는 외과수술 방식 중 하나다. 수술 부위를 길게 절개하는 개복수술에 비해 통증이나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간단할 줄 알았던 수술의 결과는 끔찍했다. 복강경 수술 중 초음파상으로 확인된 왼쪽 난소가 아닌 대장 인근 후복막 부위서 악성 종양 같은 덩어리가 보였다고 한다. 의료진은 수술실을 나와 A씨 보호자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개복수술을 통해 해당 덩어리를 제거하기로 했다. 그런데 수술이 모두 끝나고 자세히 살펴보니 떼어낸 덩어리는 악성 종양이 아니라 A씨의 신장 2개 중 하나였다.   

난소 종양 제거 수술만 동의
설명 없이 멀쩡한 신장 제거


A씨 가족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의료사고로 인한 보상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려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A씨 남편은 글을 통해 “조직 검사 결과 잘못 떼어낸 신장은 성인의 정상 크기 신장과 같았고 제 기능을 하는 신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진으로부터) ‘1개의 건강한 신장으로도 잘사는 사람이 많다’며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어야 했다”고 토로했다.

의료사고 발생 후 A씨와 그 가족은 병원 측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수술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는 답변만 들었다. 

A씨의 남편은 “수술동의서를 작성했으나 몸 안에 있는 모든 혹의 제거 동의서가 아닌 난소 종양 제거 수술에 대한 동의서였다. 이외의 혹에 대해서는 설명도 없었고 동의하지도 않았다”며 “혹인지 신장인지 구분도 제대로 못하는 의사가 집도했다는 점”을 병원 측 오류로 봤다.

또 “환자가 원래 위치가 아닌 다른 부위에 자리 잡은 ‘이소신장’을 가졌다는 사실을 사전 고지하지 않았다고 환자 측 책임으로 돌리는 의사의 변명은 전문의답지 않다. 사전에 꼭 필요한 사항이었다면 먼저 말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A씨의 남편은 “수술 직후 산부인과 의사가 ‘신장은 하나 없어도 잘 관리하면 건강하게 오래살 수 있다’는 답변이 가장 화가 났다”며 “의료분쟁 보상법을 강화해 온 국민이 안전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길병원 측은 복강경 수술을 시도하다가 개복수술로 전환하는 과정서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면서도 신장을 잘못 제거한 사실은 인정했다.
 


길병원 관계자는 “A씨는 원래 위치가 아닌 다른 부위에 자리 잡은 ‘이소신장’을 가졌다”며 “사전 검사 과정서 이를 알려줬으면 수술 때 다른 결정을 내렸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난소 혹이 아닌 신장을 제거한 것은 잘못”이라며 “환자에게 사과했고 병원비를 포함한 보상금도 곧 지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길병원은 지난해 10월에도 의료사고가 있었다. 30대 여성이 다리 부종을 치료하기 위해 시술을 받은 뒤 희귀난치병에 걸린 것이다. 피해자 B씨는 왼쪽 다리에 심한 부종이 있어서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에선 ‘심부정맥 혈전증(DVT)’ 진단을 내렸다. 하지 정맥에 피가 굳어 혈전이 생기는 병이었다. 

B씨는 곧바로 입원해 이틀간 혈전 용해술, 혈관 조영술,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다. 그런데 시술 후 B씨의 왼쪽 발가락 3개와 발 외측과 뒤꿈치에 감각 이상 증세가 나타났다. 제거해야 할 주사 바늘을 하루 만에 제거해야 하는데, 하루를 더 꽂은 채로 있었던 것이다. 

병원 측은 잘못을 인정했고 이 실수가 B씨의 감각 이상에 영향을 주진 않았을 것이라고 B씨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퇴원 후에도 B씨의 다리는 계속 붓고 마비가 된 것처럼 무뎌졌다. 극심한 통증도 계속됐다. 결국 B씨는 올해 1월 다른 병원에서 ‘복합통증증후군(CRPS) 2형’ 진단을 받았다. 바람만 스쳐도 극심한 통증이 따른다는 희귀난치병이었다.

B씨는 시술을 직접 했던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찾았지만 계속 만나지 못했다. 병원 측에선 “의사가 해외연수 중” “휴가 중”이라고 했다. 그러다가 3월에서야 담당의사가 4월부로 병원을 그만둔다는 얘기를 들었다. 담당의사가 퇴사를 하면서 보상의 길 역시 막막해졌다. 병원 측은 “별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다면 법대로 처벌 받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항의하는 환자·가족에
“신장 한 개로도 산다”

병원 측은 B씨의 부작용이 생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B씨가 시술로 신경병증이 생길 이유가 없다. 환자가 호소하니 도의적으로 보상을 해주려고 B씨에게 병원에 와보라고 했지만 그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계속되는 통증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상태다. 그는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데 난치병을 얻었다. 제 발로 그 병원을 찾아간 자신이 제일 원망스럽고 가족에게 평생 죄인인 심정으로 살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버린 저들에게 누가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환자의 고통을 너무나도 떳떳하게 외면하는 그들은 절대 권력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뿔난 네티즌


한편 길병원 의료사고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요즘 큰 병원들 다 왜 이러냐, 무서워서 갈 곳이 없다” “보상이 문제가 아니다. 돈이면 다냐” “충격이다 길병원” “여긴 이제 안 간다” “구분도 못하는데 무슨 의사냐” 등의 날선 비판들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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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