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뒤흔들 핵뇌관 ‘박태규의 입’

‘판도라의 상자’ 열리면 메가톤급 후폭풍…정치권 후덜덜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캐나다로 도피하며 “내 이름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은행의 재기가 가능하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부산저축은행의 ‘핵심 브로커’ 박태규(71)씨가 돌연 자진 입국했다. 박씨는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지자 캐나다로 도피했으며 검찰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캐나다 법무부에 범죄인 인도 청구를 해 송환을 추진하는 한편, 국내 지인과 변호인을 통해 귀국을 설득해왔다. 하지만 박씨는 귀국 요구에 불응하다 최근 돌연 귀국해 큰 파장을 일고 있다. 박씨의 진술에 따라 여·야는 물론 청와대까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커 정치권은 지금 ‘패닉상태’에 빠진 모습이다.

행방 몰라 체포 못한다더니 7일전 캐나다서 일정 조율?
박씨 “정권교체 하는데 도움 주겠다” 박지원에 ‘딜’ 제안 


‘판도라의 상자’는 과연 열릴 것인가?

박씨는 이전 정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두텁게 쌓아온 인맥 등에 비춰볼 때 부산저축은행그룹이 퇴출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구명로비를 벌이며 기용한 로비스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이다.

이에 정치권은 여·야 할 것 없이 박씨의 입을 주목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박씨가 부산저축은행 정·관계 로비 의혹의 몸통이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고, 한나라당은 부산저축은행 임직원들이 호남출신 야당인사들과 유착돼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박씨의 입을 주목하며 긴장하고 있다.


수사 촉구하면서도
긴장하는 정치권


현재 무엇보다 큰 관심은 박씨의 귀국시점이다.

그간 박씨는 인터폴에 수배 되고서도 귀국하지 않아 “못 잡는 것이냐, 잡지 않는 것이냐”는 등의 질타를 받아 왔다. 차일피일 귀국을 미루던 박씨는 곽노현 교육감 ‘2억 파문’이 불거지자 그날 바로 입국해 의혹을 낳았다.

<SBS 8시뉴스>가 “검찰은 박씨 귀국 일주일 전 쯤 캐나다에서 박씨를 직접 접촉해 귀국 일정을 조율”해 온 것으로 보도하자 입국 배경에 대한 음모론이 확산됐다. 

민주당은 검찰과 청와대가 곽 교육감의 2억원 제공을 인지한 시점은 8월10일 전후인데 사전 조율로 검찰이 정권에 불리한 이슈를 덮기 위해 곽 교육감 사건을 특정 시점에 터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박씨가 자진 입국했다고 주장하며 음모론을 일축했다.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검찰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과 저축은행 관련 로비스트 박태규 수사를 동시 진행하고 있는데, 박태규 수사는 곽 교육감에 가려있는 느낌”이라고 지적하며 개운치 않은 속내를 나타냈다.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박씨로부터 거래제의를 받았지만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혀 또 다른 화제를 모았다.
 
박 전 원내대표는 “(저축은행 수사 시작 후) 출국했던 박씨가 한 달 뒤쯤 지인을 통해 ‘내년 민주당이 정권교체를 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며 자신을 도와달라는 취지의 제의를 전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가 BBK 사건처럼 이 문제에 달려들면 (여권에서) 내가 그를 유혹했다고 할 것으로 보여 제의를 거절하고 귀국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원내대표에 따르면 박씨는 당시 6~7개의 치아를 뺄 정도로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고 있으며, 건강이 좋아지면 귀국하겠다는 의사까지 지인을 통해 전달했다고 한다.

이어 “내가 아는 바로는 박씨가 한나라당 대선후보와도 굉장히 가까운 사이이고, 그가 여권 핵심이나 부산저축은행과 관계가 있는지는 검찰이 밝힐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원내대표는 부산저축은행 사태 초기부터 박씨의 핵심 로비대상으로 포항 출신의 핵심 실세 정치인을 줄기차게 지목하고 있다.


핵심 로비대상
대통령 최측근?


검찰은 박씨가 자진입국하기 전에 이미 부산저축은행그룹 관계자를 여러 차례 불러 박씨에게 전달한 로비자금의 규모와 어떤 명목의 청탁을 했는지 등을 조사해 왔다.

또 박씨의 1년치 휴대전화 통화목록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등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구명 로비가 본격화된 지난해 6월부터 캐나다로 도피하기 전인 지난 4월까지의 행적을 파악했다.

검찰은 이 같은 수사 결과를 종합해 부산저축은행그룹이 박씨를 통해 벌인 정관계 로비의 밑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한 상태였다.

하지만 박씨는 현재 검찰의 로비 의혹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자신이 접촉해온 부산저축은행 측 인사는 김양 부회장(59·구속기소)뿐이라고 진술했다.

특히 박씨는 부산저축은행이 KTB자산운용을 통해 삼성꿈장학재단과 포스텍에서 총 1000억원을 투자받도록 알선하고 사례비 명목으로 6억원을 챙겼다는 혐의에 대해 사실관계 자체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퇴출저지를 위한 로비 자금으로 15억원을 줬다는 김 부회장의 진술과는 달리 박씨는 “받은 돈은 10억원이며 대부분 개인적인 용도로 썼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구나 박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에서 로비자금을 현금으로 넘겨받아 자신의 집에 보관해 두고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꺼내 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통상적인 계좌추적으로는 자금의 흐름이 드러나지 않아 검찰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같이 수사가 난항을 맞이하자 검찰은 우선 김 부회장과 KTB자산운용 관계자 등을 불러 진술이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 대질신문을 통해 사실 관계를 다시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검찰은 박씨와 접촉이 잦았던 것으로 파악된 여야 중진의원과 고위공직자의 소환조사를 검토하는 등 로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하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정·관계 로비 의혹 집중 수사, 5명 실명 거론
2명 우선 소환예정 소식에 떨고 있는 정치권


국회와 검찰 주변에서는 이미 ‘박태규 리스트’가 나돌고 있다. 검찰이 로비대상으로 지목된 여·야 국회의원은 여당의 K의원 4명, 야당의 J의원 1명으로 현재까지 5명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을 포함한 청와대 핵심인사 3명이 검찰 수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중 여당의 중진의원 2명을 우선 소환할 것이라 알려지자 긴장의 수위는 한껏 높아졌다.

이들은 대체로 부산이 지역구이거나 연고지로 알려져, 부산지역 의원들은 적잖이 당혹해 하는 눈치다. 현재까지 박씨와의 관계를 인정한 부산지역 의원은 김무성 전 원내대표 뿐 대부분이 관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원내대표의 측근은 “김 전 원내대표가 박씨와 10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며 “올해 초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있지만 청탁은 없었다”고 밝혔다.

통화 당시 박씨는 ‘언론사 고위간부 5명을 모아놨으니 식사를 같이하자’며 전화를 걸어왔고, 이후 ‘저녁자리가 취소됐다’는 전화를 다시 했다고 한다. 이처럼 김 전 원내대표도 관계사실만 인정했지 혐의는 전면 부인했다.


‘박태규 리스트’
K씨 4명, J씨 1명


소환설이 나온 또 다른 K의원은 “박씨는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목소리도 몰랐던 사람”이라며 “왜 이런 소문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만일 내가 연루됐으면 평소 검찰을 향해 강도 높은 수사를 주문했겠느냐”고 반문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지목된 나머지 3명의 의원들도 “박씨를 인터넷 검색으로 알았다. 나는 그렇게 산 사람이 아니다” “(의혹이 있다는 식으로) 비슷하게라도 보도하면 바로 법적 조치에 들어가겠다” “총선 앞두고 생사람 잡지 마라”며 박씨와의 관계와 혐의를 부인했다.

일각에서 박씨가 실명을 거론했다고 보도했지만 박씨는 구속영장에 ‘부산저축은행의 퇴출을 막기 위해 고위 공무원과 국회의원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적시하면서 이들의 실명을 구체적으로 적지는 않았다.

검찰의 수사기록에는 박씨의 진술을 토대로 일부 인사들의 실명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돈을 줬다고 하면 자기 형량도 늘어나는데 박씨가 검찰에 뭘 기대하고 이름을 대겠느냐”고 말해 검찰이 물증을 들이대지 않는 이상 박씨가 로비 대상 정치인의 이름을 고분고분 밝힐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로비 지목 대상으로 언급된 5명 중 4명이 여당의원으로 지목되자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색출해야 한다”면서도 “서민이 피눈물을 흘리게 한 캄보디아로의 수천억원 유출 의혹과 부실 PF대출을 기획한 정권실세들을 모두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저축은행이 무분별한 해외투자와 대출을 하던 지난 정권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라는 주장이다.

홍 대표는 특히 “캄보디아에 수천억원이 유출된 것과 부실 PF대출을 반드시 같이 수사해 그 배후가 누구인지 꼭 밝혀줄 것을 당부한다”고 강조하며 당내로 초점이 맞춰진 수사를 민주당에게 돌리려 애썼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실제로 박씨가 퇴출 저지 로비를 벌였다면 야당보다 여권에 관련자가 더 많을 것”이라면서 “‘부패 정당’ 이미지가 커지면 서울시장 보궐선거도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민주당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부산저축은행 관련 비리로 구속된 이들이 대부분 호남인맥이고 부산저축은행이 과거 정권에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수사의 최종 목적지가 야권의 핵심 인사 3명이 아니겠느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검찰이 저축은행 퇴출 저지 로비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기를 바라는 속내다. 하지만 여론을 인식해 현 정권 실세까지 포함하는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했다.


완강한 혐의 부인
지지부진한 수사


김진표 원내대표는 “로비를 받은 권력 핵심이 사태 해결을 질질 끄는 바람에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었고, 금융 불안으로 이어졌다”면서 “저축은행을 둘러싼 현 정부 권력 핵심들의 비리를 낱낱이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용섭 대변인도 “검찰이 소환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연히 응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야당에 대한 표적수사는 안 되며 여야 성역 없이 철저히 수사해 권력형 로비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정상적인 로비스트라면 힘없는 야당에 로비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검찰 수사가 야권에 불똥 튈 것을 경계했다.

이처럼 로비스트 박씨는 귀국과 동시에 정국의 메가톤급 핵뇌관으로 등장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당장 눈앞의 10·26재보선과 내년 총·대선에 엄청난 후폭풍으로 닥칠 전망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진짜 이유도 그것이다.

박태규의 ‘입’에 한반탕 요동칠 정치판,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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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