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쪼개진’ 노량진수산시장은 지금…

활기 사라지고 팽팽한 긴장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노량진 수산시장이 신시장과 구시장으로 쪼개진 지 2년이 훌쩍 넘고 있다. 하나의 시장이 두 곳으로 나뉘면서 과거 노량진 수산시장 특유의 활기 넘치고 정겨운 분위기는 없어진 지 오래다. 과거에 한 지붕 아래서 오랜 세월을 울고 웃으며 함께 생업을 이어나간 사람들. 현재는 10m라는 짧은 거리를 두고 적막과 긴장감만이 감돌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이 신시장과 구시장으로 쪼개진 지 2년이 지났다. 신시장 건물이 2015년 10월 완공되고, 이듬해 3월 정식 개장했다. 그러나 신시장을 운영하는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협)와 구시장 상인들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수협은 구시장 강제철거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량진 수산시장 입구에는 ‘신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오세요’라는 안내문과 ‘구시장 정상영업 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2년 넘게 진행 중인 해묵은 갈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모습이다. 

여전한 대립

처음엔 점포 크기(4.95㎡·1.5평)와 임대료를 두고 설왕설래 했다. 이제는 크기와 임대료로 다투지 않는다. 그저 “신시장에 들어와 장사하라”고 하면 “싫다. 구시장서 장사하게 해달라”는 외침만 반복하고 있다. 좀처럼 이 평행선이 좁혀지지 않는다. 

갈등이 계속되는 사이 국내 최대 수산시장이라 불리던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실제 신시장과 구시장을 모두 둘러본 결과 시장이 분리돼있다 보니 손님들도 어디를 찾아야할지 고민하고 전체적으로 한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매출도 줄어들었다. 수협에 따르면 수산시장 매출은 2016년 3037억원, 지난해 316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구시장만 운영할 때보다 최대 10%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구시장 상인들은 “예전보다 손님이 30~40%정도 줄었다”고 아우성친다.

수협은 협상이 최종 결렬되면 강제집행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장은 물리적 충돌이 없는 상황이지만 언제라도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신시장에는 1000여개의 점포가 입점해 장사를 하고 있고, 구시장에는 270여개 점포가 남아있다.
 

지난해 10월 말까지 서울시가 다섯 차례나 갈등조정협의회를 열었지만 수협과 구시장 측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수협은 구시장 상인들의 신시장 입주 방침을 전달했다. 구시장 상인들은 구시장에서의 장사를 고수했다. 

이들은 높은 임대료와 좁은 공간을 이유로 신시장 입주를 거부한다. 구시장 상인 허모(61)씨는 “판매 공간은 줄었는데, 임차료는 두 배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신시장의 점포는 구시장에 비해 판매대 주변의 여유 공간이 좁다. 매장 면적은 구시장과 신시장 모두 4.95㎡(1.5평)로 같지만 구시장이 더 넓은 셈이다. 이는 구시장 상인들이 통로 공간을 무단 사용한 것에 따른다고 수협 측은 주장하고 있다. 

신시장의 임대료는 구시장보다 1.5~2.5배가량 높다. 


3년 동안 이어진 갈등…양측 강경한 입장
매출 10% 감소…‘국내 최대’위상 퇴색

수협 관계자는 “높아진 임대료에는 환경 개선에 들어간 투자 비용이 포함된 것이다. 구시장 상인들에게 ‘이주하면 임대료를 4개월간 면제해주겠다’고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사태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수 차례에 걸쳐 갈등조정협의회를 열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이 직접 구시장 상인 대표들을 만나 신시장 구조 변경 등의 개선을 약속했지만 이 역시도 구시장 측의 반대로 협상이 결렬됐다.

신시장에 입주한 상인 이모(58)씨는 “구시장에서 버티면 쫓겨날까 봐(명도집행) 염려돼 어쩔 수 없이 왔다. 그런데 막상 와보니 추위나 더위에 고생하지 않아도 되는 등의 장점이 있다. 영업 환경도 쾌적하다”고 말했다. 

김모(58)씨는 “손님이 구시장과 신시장으로 나뉘면서 매출이 30%가량 줄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장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부 전모(60)씨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하루빨리 합의점을 찾아서 예전처럼 정겨운 시장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3월 결국 일이 터졌다. 서울 한복판에서 성인 수십 명이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수협이 구시장의 주차장을 폐쇄하기 위해 쇠사슬을 설치하자 상인들이 막아선 것. 

검은 옷을 입은 남성들이 다가오고 대열을 만든 상인들이 이를 막아섰다. 한시간 넘게 욕설과 몸싸움이 오갔다. 밀고 밀리는 가운데 다치는 사람도 속출했다.

지난달 26일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비상대책총연합회 소속 상인들이 생존권 쟁취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날 결의대회에 참석한 상인들은 수협이 구시장의 활성화와 상인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수협은 구시장을 완전히 폐쇄하고 상인들을 신시장 1층과 2층으로 나눠 이사하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일부 상인들의 반발은 커져만 간다. 배정된 장소가 협소하고 2층의 경우 손님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이유다. 구시장에 대한 강제 철거도 거론되는 상황서 더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협 관계자는 “문제가 평화롭게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갈순 없다”며 “결국 안 되면 강제집행 절차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제철거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강제철거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 

노량진시장 소유권을 가진 수협은 명도소송(소유자 외의 사람이 부동산을 점유하고 있는 경우 넘겨달라는 소송)서 승소한 상태인 만큼 법적으로는 구시장 상인들을 쫓아낼 권리가 있다. 


돌파구 없나?

구시장 측 비상대책총연합회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화는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더불어 법적 대응과 투쟁을 병행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모든 협상이라는 게 벼랑 끝에 가야 타결이 된다고 본다”며 “만약 강제집행이 시작되면 죽기 살기로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신중한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달 열리는 수협 설명회에서 두 당사자 간 대화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끝내 협의를 하지 못하면 시가 다시 중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협과 구시장 측은 이달 중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 논의를 재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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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