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코끼리는 사람들에게 낯설면서도 친숙한 동물이다. 어린 시절 배우는 동요의 소재이면서 동양권에선 영물로 받아들여지는 코끼리. 작가 이정윤은 그런 코끼리에게 하이힐을 신겼다. 현대인의 고달픈 삶을 코끼리에 투영한 것이다.
KT&G 상상마당이 작가 이정윤의 ‘Traveling Trunk’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는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서 오는 6월10일까지 열린다. 이정윤은 코끼리를 소재로 기발하고 독특한 작품을 선보였다.
코끼리는 인간처럼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끼리는 인간마냥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공동체 안에서 혼잡한 사회 환경을 겪으며 갖게 된 독특한 특징이다. 코끼리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늘 이동하면서 살아간다. 무리서 이탈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공동체 안에서 보호받고 보호하며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공동체 무리
여기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다. 이정윤의 전시 Traveling Trunk의 주인공인 이 코끼리는 선글라스를 끼고 유유히 혼자 여행을 다닌다. 무리를 지어 다니는 친구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 코끼리는 바다에도 들르고 공항에도 나타난다. 또 회사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전시 제목인 트렁크는 코끼리의 코를 가리키면서 동시에 인간의 몸통과 여행 가방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정윤은 이 코끼리에게 하이힐을 신겼다. 육중한 몸을 지탱하기에 지나치게 작고 불편한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는 어딘가 모르게 애달픈 현대인의 모습과 꼭 닮아있다.
무리 생활하는 코끼리
회사로 공항으로 보내
코끼리는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홀로 여행을 떠났지만 그곳에서조차 자신이 짊어진 사회적 역할을 벗어던지지 못했다. 한 사회의 규범과 시스템에 맞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고달픈 삶이 하이힐을 신은 코끼리의 모습을 통해 투영된 셈이다.
이정윤은 먼저 드로잉 작업을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이후 PVC 섬유를 사용해 입체 작업을 완성한다. 정장 구두를 신고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는 파란 코끼리, 하이힐을 신은 채 행글라이더를 타고 아이들을 살피는 엄마 코끼리, 거대한 몸집이 다 들어가지도 않는 작은 무대 위에서 쳇바퀴 굴리듯 열심히 공을 돌리고 있는 서커스 단원 코끼리까지, 작가는 이들의 엉덩이에 모두 슈퍼맨 마크를 새겼다.
현대인의 고달픈 삶 투영
삶의 무게 중심 잘 잡길
매일 각기 주어진 역할을 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현대인들은 슈퍼맨이 돼야만 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다. 작가는 구두와 넥타이, 가방과 같이 우리에게 익숙한 소재를 활용해 작품을 완성했다. 그리고 일상적인 공간서 의도치 않게 작품을 마주할 수 있도록 배치했다. 가볍게 마주한 작품 안에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우리 삶의 묵직함을 발견하게 된다.
무겁고도 가벼운
여행하는 코끼리는 거대한 동시에 한없이 가볍다. 누군가에게 인생살이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다. 반면 또 다른 이들에겐 한없이 무거울 수 있다. 작가는 하이힐 신은 코끼리를 통해 인생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무게 중심을 잘 잡는 것이라 알려주는 게 아닐까.
<jsjang@ilyosisa.co.kr>
[이정윤은?]
▲학력
부산대학교 미술학과 박사과정 졸업(2014)
M.F.A.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 석사 졸업(2007)
이화여자대학교 미술학부 졸업(2004)
▲경력
현 동아대학교 미술학과 조교수
▲개인전
‘이정윤 개인전’ 헬로우 뮤지움, 서울(2017)
‘가로수길 핑크힐 프로젝트:Heeling Healing’ 가로수길 닥터자르트 필터스페이스, 서울(2017)
‘Dreaming VERSI: The Songs of Odd moons’ 벗이미술관, 경기(2017)
‘일상의 서커스: 지금 여기 근심을 풀다’ 맥화랑, 부산(2016)
▲그룹전
‘아트프로젝트’ 울산 중구 문화의 거리, 울산(2017)
‘해와 달의 서커스’ 부산시립미술관, 부산(2016)
‘해우소’ 사변삼각미술관 스트리트뮤지엄, 서울(2016)
‘환성의 섬, 네버랜드에서 놀자’ 현대예술관, 울산(2015)
‘어린이 꿈틀전’ 경기도미술관, 경기(2014)
‘Nouvel Avartar’ 성북구립미술관, 서울(2012)
▲수상
봉생문화재단 청년문화상(2014)
한국현대조각초대전 권진규 특별상(2011)
부산비엔날레 주최 바다미술제 우수상(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