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4주민투표 후폭풍>오세훈이 남긴 파장 & 서울시 과제

철없는 ‘강남시장’ 자존심에 혈세 500억 날렸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여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투표율 미달(25.7%)로 투표함 개봉조차 하지 못하고 끝났다. 이는 오 전 시장의 사퇴시기를 둘러싼 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입장차, 차기 시장 재보선 문제, ‘오세훈 표’ 정책의 제동 등 정치권에 메가톤급 후폭풍을 몰고 왔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존심 강한 오 전 시장은 끝끝내 자진사퇴를 강행했다. 이로써 여·야 할 것 없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 물색에 분주한 모습이고, 10월 국정조사 이후 사퇴를 주장한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오세훈의 덫’에 빠졌다는 평가와 함께 깊은 한숨을 내쉬는 모양새다.

청와대·한나라당의 반대에도 끝끝내 사퇴 강행해
홍준표, 오 전 시장 문전박대 “더 이상 볼일 없다” 

오세훈은 역시 ‘강남시장’이었다. 전체 투표율 25.7%를 기록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30%이상을 기록한 곳은 서초구(36.2%), 강남구(35.4%), 송파구(30.6%) 3곳에 불과했다. 더구나 주민투표 개표 가능 마지노선을 넘은 곳은 두 곳에 그쳤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투표율 25.7%를 보인 이번 주민투표가, 작년 6·2지방선거 때 오세훈 후보를 찍은 유권자의 수를 웃돈 점을 들면서 내년 총선에도 ‘청신호’가 켜졌다고 기대 섞인 평가를 내놓았다.

한나라당은 내년 총선에는 기대감을 나타냈지만 10월 재보선에 대해서는 불안감을 나타내며 4월 재보선을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전 시장의 전격 사퇴로 10·26 재보선이 확정되고 당내 갈등과 혼선이 이어지며 여권 전체는 혼란에 빠졌다.

약속 깬 ‘오세이돈’
격분한 ‘홍반장’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 무산이 공식 확정된 후 굳은 표정으로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민들의 뜻이 오롯이 담겨있는 그 투표함을 개봉조차 할 수 없게 돼서 참으로 안타깝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어 “투표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여러 가지로 어려운 환경에서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해주신 서울시민 여러분, 그리고 유권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서 감사드린다”며 자신을 지지해준 유권자들에게만 고마움을 표시했다.
 
투표 직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밝힌 오 전 시장이었지만 그는 이 같은 말만 남기고 일문일답도 없이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서둘러 자리를 옮긴 오 시장은 서울의 모처에서 홍준표 대표, 임태희 대통령실장,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과 심야 회동에 참석해 거취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홍 대표·임 실장·김 수석 모두 “당장 사퇴는 안된다. 사퇴시점을 10월로 넘겨야 한다”며 시장직 사퇴 시점 연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홍 대표는 투표 무산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오 시장이 승리 했다고 본다”고 궤변(?)을 늘어놓으면서까지 오 전 시장을 감싸며 사태를 추스리려 애썼다.

하지만 자존심 강한 오 전 시장의 고집은 꺾지 못했다.

오 전 시장은 주민투표 무산 이틀뒤인 지난 8월 26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주민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고 시장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이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밝히며 사퇴를 강행했다.

이는 홍 대표를 격노하게 만들었다. 오 전 시장이 사퇴한 26일 조찬 간담회를 가진 홍 대표는 “어젯밤(25일) 10시쯤 오세훈 시장이 집으로 찾아왔기에 쫓아내면서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라고 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오 전 시장에 대해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홍 대표는 이어 “국익이나 당보다도 개인의 명예가 더 중요하다는 것은 당인의 자세가 아니고 조직인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홍 대표는 특히 비공개회의에서 오 전 시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어떻게 개인의 명예만 중요하냐. 오 시장이 당이나 국가를 도외시하고 자기 모양만 중요시한다”며 “당이 어떻게 되든, 10월 재보선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것 아니냐. 그런 식으로 하려면 혼자 정치하지, 왜 조직으로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홍 대표는 앞서 오 전 시장의 즉각 사퇴 방침을 전해 듣고 “오 시장한테 세 번 농락당했다”며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가 언급한 ‘세번 농락’은 당과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민투표를 강행한 것, 주민투표율과 시장직을 연계한 것, 10월초 사퇴약속을 번복하고 즉각 사퇴를 결행한 것 등으로 당 지도부는 이들 사안에 대해 모두 강력 반대했었다.

김기현 대변인은 “홍 대표의 설명을 듣고 간담회의 참석자들 모두 ‘이제서야 수긍이 간다’는 분위기였다”며 “지도부 책임론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홍 대표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10월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홍 대표로선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만약 한나라당이 패배해 야권에 시장직을 빼앗길 경우 가장 먼저 지도력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태를 잘 수습해 보궐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오 시장의 결단으로 인해 보수세력이 결집한 만큼 오 시장만 ‘보수의 아이콘’으로 주목 받을 뿐 승리의 공이 홍 대표 몫으로 돌아갈 공산은 거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내년 총선에서의 ‘홍준표식 공천’을 통해 ‘홍당’ 체제를 굳히고 내심 차차기를 도모하고 있는 홍 대표로선 중대한 변수이자 차질이 불가피하다.

홍 대표로서는 자신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오 전 시장이 기획하고 주도한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해 시련의 시간을 맞고 있는 셈이라 화가 날 만도 하다.

오세훈 파장
당·청 대혼란 야기

오 전 시장의 사퇴 불똥은 청와대에도 튀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선거를 독려하며 부재자투표를 했고, 라디오 연설에서 “선심성 복지로 국가부도 위기에 이른 남유럽 국가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고 지원사격을 했음에도 주민투표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투표 후 최측근인 임 실장과 김 수석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퇴를 감행한 것은 이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는 증거라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주민투표는 무상급식 확대에 대한 의사를 묻는 정책투표”라며 “투표 결과를 향후 정국운영과 연결지어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친박계에서 제기한 의혹도 청와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올해 초 박형준 사회특보가 ‘무상급식 문제를 복지포퓰리즘과의 대결구도로 몰고 가면 보수층을 결집시켜 우리가 이길 수 있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며 “오 전 시장에게 주민투표를 하자고 권유한 사람은 박 특보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박 특보는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와 극한적으로 대립하던 오 전 시장에게 ‘주민투표에 부쳐 승부수를 띄워라. 이기면 보수의 영웅이 된다. 박근혜 전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다는 게 여권에 퍼져 있는 정설”이라고 주장했다.

친박계의 한 중진의원도 “일부 친박계 의원들이 주민투표에 거부반응을 보인 것도 박 특보의 의도를 의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차원에서 주민투표에 개입한 적은 없다”고 말했고 박 특보도 “어이없는 마녀사냥”이라고 일축했다.

박근혜 ‘조기 등판론’ 무르익어, 10·26재보선 활약?
급제동 걸릴 오세훈표 정책과 복지, 어떻게 되나?


당내분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무엇보다 “주민투표는 서울시민의 일”이라며 오 전 시장의 지원 호소 러브콜을 끝끝내 거절한 박 전 대표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친이계를 중심으로 당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너무 수수방관했다”며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화해무드 속에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계파갈등이 재현될 우려도 점쳐지고 있다.

10월 재보선에 박 전 대표의 ‘조기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본격적인 대선행보의 시점을 내년 초로 설정하고 있는 박 전 대표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대목이 아니다.

반면 민주당은 선거 승리로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오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복지에서 승리했다는 의미도 있다. 투표 불참 운동을 주도해 성공하면서 제1야당의 명분을 지켰다. 지난 6·2지방선거에서 시작된 상승세를 이어간 점도 수확이다.

주민투표 결과는 여야의 내년 총선·대선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을 ‘복지 포퓰리즘’으로 선을 그은 여권도 복지 확대를 요구하는 민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앞으로 ‘복지경쟁’이 가열될 공산이 커 보이는 이유다.

전면 중단, 축소 위기
‘오세훈표 정책, 복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오 전 시장의 전격 사퇴로 그동안 추진되던 한강르네상스, 뉴타운, 서울형 그물망 복지 등 이른바 ‘오세훈표 정책’에 급제동이 걸릴 전망이라는 것이다.

권영규 행정1부시장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서울시는 시의회가 강력 반발하고 있는 일부 사업의 경우 전면 중단 또는 축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먼저 오 시장이 애착을 갖고 추진해온 한강 르네상스(한강 공공성 회복 선언) 사업은 궤도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강 르네상스는 한강을 시민 품으로 돌려준다는 취지로 한강 주변 경관과 문화시설, 생태계 복원 등의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서울항, 한강예술섬, 세빛둥둥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내용에 대해 시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 등 야권은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고 환경 파괴가 예상된다며 줄기차게 반대해 왔다.

압구정·여의도·합정·성수·이촌 등 한강변 5곳에 대한 재개발사업도 차질이 예상된다. 당초 시는 땅 일부를 기부채납 받아 공공용도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기부채납 비율을 두고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오 전 시장의 사퇴로 사업 추진동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뉴타운사업도 재검토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인해 사업성이 나빠지면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뉴타운 내 존치구역을 해제하고 휴먼타운 조성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대안을 내놨지만 한계에 달했다는 것이 야권의 주장이다.

디자인서울도 일부 수정될 공산이 커졌다. 막대한 사업비와 야권의 반발 등에 부딪쳐 있기 때문이다. 주요 사업은 서울신청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광화문광장, 디자인서울거리 등이다. 다만 이미 상당부분 진행 중인 신청사나 DDP 등은 그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한강 북측인 북한산과 남산, 용산을 거쳐 남측인 관악산에 이르기까지 녹지축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남산 르네상스사업도 고비를 맞았다. 주민 반발, 경제적 효과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창수(건설위원회) 시의원은 “오 시장이 자신의 치적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던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서울 등의 사업은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당론”이라며 “현실적으로 전면 중단이 쉽지 않은 뉴타운사업이나 정책효과가 드러난 장기전세주택 등의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복지정책은 크게 흔들리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서울형 그물망 복지’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저소득층 저축액의 2배를 돌려주는 ‘희망플러스·꿈나래 통장’과 ‘일자리플러스센터’ 등의 정책이 있다.

이처럼 오 전 시장은 야권에 대한 신랄한 비난과 자신을 지지한 유권자들에게만 사과의 말을 남기고 홀연히 물러났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말이 아니라 커다란 후폭풍과 크나큰 파장이다. 과연 10·26재보선에서 서울의 민심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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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