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정당법 위반 파문

‘모래시계 검사’라더니 ‘나 지금 떨고 있냐?’

[일요시사=손민혁 기자]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정당법 논란’에 휩싸였다. 평소 ‘모래시계 검사’와 ‘홍반장’ 등으로 불리며 불법자금과 관련해서는 떳떳하다 밝힌 홍 대표로서는 이미지에 크나큰 상처를 입게 됐다. 홍 대표 측은 선관위에서 지급해도 좋다는 답변을 듣고 집행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선관위의 입장은 다르다. 수당을 지급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현행 선거법상 국회의원 당선자가 징역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을 선고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 따라서 이번 정당법 위반으로 국회의원직 상실도 점쳐지고 있어 위기를 맞고 있는 홍 대표다.

전당대회 투표 참관인 224명 5만원씩 수당 지급
홍 대표 측 “선관위 사전 허용, 문제될 것 없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접수된 한나라당 대표 경선 기간 각 후보 캠프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통해 확인된 사실에 의하면 홍준표 대표가 7·4전당대회에서 자신의 투표 참관인 224명에게 1인당 5만원씩 1120만원을 부당 지급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선관위는 서면상으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실제 확인을 거쳐 정당법 위반 여부를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정당법 제50조(당대표경선등의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따르면 당 대표 경선과 관련해 선거운동원이나 참관인에게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6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정당법에 명시된 바에 따르면 홍 대표가 참관인에게 5만원을 지급한 사실은 명백한 정당법 위반이다.

의원직 상실 가능성?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당 대표 경선 후보등록을 앞둔 6월 21일 각 캠프 회계책임자들을 한나라당 당사로 불러 ‘선거사무 관계자에게 어떤 명목으로도 수당 등을 지급할 수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홍 대표 측은 “서로 참관인을 하지 않겠다고 해 당 선관위에 문의하니 선거비용 한도 내에서 수당을 지급해도 좋다는 답변을 듣고 집행한 것”이라며 “다른 캠프도 참관인 1인당 5만원에서 10만원을 줬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선관위로 파견됐던 사무처 관계자는 “법에 위반될 수도 있으니 이를 감안해 각 캠프에서 알아서 판단하라고 했을 뿐 수당을 지급하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선관위가 ‘선거비용과 관련해 수당을 지급해도 좋다’는 식의 해석을 내놓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또한 각 후보 선거캠프에서 향응을 금지하고 있는 정당법에 대해 모르고 있었을리 만무하다는 지적이 크다.

이러한 사실에 ‘지도부의 도덕적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집권여당의 대표최고위원을 뽑는 전당대회에서 ‘불법’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이를 밀어붙였다는 것은 지탄 받아 마땅하다는 반응이 거세다.

특히, ‘서로 참관인을 하지 않겠다고 해서 수당을 지급 했다’는 대목과 ‘다른 캠프도 줬다’는 대목에서는 ‘돈으로 해결했다’와 ‘남들도 다하는데 왜 우리한테만 그러느냐’는 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해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홍 대표는 이번 전대에서 선거 기탁금(1억2000만원)을 제외하고 1억1178만원을 썼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다.

가장 많은 액수를 신고한 원희룡 최고위원은 후원금 1억4950만원을 포함해 1억9950만원을 사용했고, 이어 지출액 규모는 유승민(1억4999만원), 나경원(1억4440만원), 남경필 최고위원(1억2721만원) 순이었다.

홍 대표는 지도부에 입성한 최고위원 5명 중 가장 적은 금액을 신고했다. 특히 후보들은 1억5000만원까지 후원금을 거둘 수 있었지만 홍 대표의 후원금 모금액은 1460만원에 그쳤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1만 명이었던 선거인단을 올해 21만 명으로 대폭 늘림에 따라 선거비용 상한액을 2억5000만 원으로 정했지만 대부분 이보다 훨씬 적게 썼다고 신고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지출명세인 교통비나 주유비, 식대, 숙박비 등을 전혀 쓰지 않았다고 신고한 캠프가 많아 ‘짜 맞추기신고’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후보들의 신고 내용을 통해 상당히 많은 선거인단의 전화번호가 엉터리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원 최고위원은 5차례에 걸쳐 모두 44만6089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14%에 이르는 6만2762건이 전송에 실패했다. 나 최고위원은 1120만 원을 들여 문자메시지를 보냈으나 전송 실패에 따라 해당업체로부터 300만 원을 돌려받기도 했다.

이미지 큰 타격

중앙선관위는 서면심사를 거쳐 법 위반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법적, 행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홍 대표는 물론, 나머지 경선 후보 6명에 대해서도 선거운동원이나 참관인들에게 수당 등 금품향응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며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원직 상실의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7·14전대 때는 당시 이혜훈 후보(현 당 제1사무부총장)가 2158만 원, 정두언 후보(현 여의도연구소장)가 655만 원을 선거운동원들에게 수당으로 각각 지급했다가 선관위의 행정조치(법 준수 요청)를 받은 바 있다.

이런 관례를 미루어 볼 때 행정조치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정당법에 따라 3년 이하 600만원 이하의(100만원 이상) 벌금형에 처해진다 하더라도 항소를 제기하면 의원 임기를 채우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지만 가장 적은 금액을 사용하며 효율적인 선거를 했다고 자부했던 홍 대표로서는 이번 정당법 위반 논란이 ‘모래시계 검사’로 쌓아왔던 그간의 이미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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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