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대권구도 박근혜-정몽준 양자대결 시나리오

다급한 친이계 “박근혜 대항마로 MJ가 ‘딱’이오”

내년 차기대선을 16개월여 앞두고 한나라당의 잠룡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현재 거론되고 있는 잠룡들은 1강(박근혜) 3중(정몽준, 김문수, 이재오)체제로 재편됐다. 박근혜 전 대표가 여론조사에서 시종일관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대세론을 굳히자 친이계가 박 전 대표 대항마 모색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러던 중 정몽준 전 대표가 사재 2000억원을 포함해 범현대일가를 아우르는 총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며 단숨에 인지도를 상승시키고 있다. 이는 박근혜 대항마를 찾고 있던 친이계에 존재감을 인식시키는 한편,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촉매제로 작용해 벌써부터 조기 대권 레이스가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MJ, 5천억원 규모 사회복지재단 아산나눔재단 설립
“대권 행보와 전혀 무관하다” 밝혔지만 정치권 촉각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가 사재를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 정치권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공생발전’을 국정기조로 제시한 직후 사재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선도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모양새가 갖춰져 온갖 정치적 해석을 낳고 있다. 정 전 대표의 차기 대선출마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 이런 ‘통 큰 기부’는 ‘대선출마를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MJ, 바닥 치는 인지도
‘통 큰 기부’로 돌파구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 전 대표가 사재를 출연하기로 한 사실을 참모진의 보고가 있기 전 먼저 언급하며 “굉장히 잘한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함께 나눠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공생발전’ 기조 천명에 정 전 대표가 사재출연으로 화답한 데 따른 것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통령과 정 전 대표가 사재출연에 대해 사전에 의견을 조율했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기존의 ‘MB노믹스’에서 탈피한 공생발전 전략에 대해 제한적으로나마 청와대 정무라인에서 당 지도부와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정 전 대표도 대통령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 듣고 사재출연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생발전론이 집권 말 국정기조를 변경하는 워낙 중요한 내용이어서 당·청간 어느 정도 사전교감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정 전 대표는 이번 기부가 정치적 행보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만을 의식해서 한다면 나 자신에게 불명예고 내가 처량하다”고 말하며 그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정 전 대표의 한 측근 의원이 최근 “곧 큰 것을 터뜨릴 것”이라고 말해온 것과 또 다른 측근 의원이 “다음 달 정도면 대선 행보가 본격화하는 시점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해 이번 기부가 정치적 목적을 전혀 배제할 수 만은 없다는 뜻으로 풀이 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그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주요 현안마다 빠짐없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냈지만 지지율은 바닥을 헤매고 있었다. 이는 차기 대권을 앞두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정 전 대표에게는 크나큰 약점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정 전 대표는 국민들에게 잊혀져 가는 미약한 존재감을 일으켜 세워 주요 주자로 발돋움 할 수 있는 돌파구가 절실했다. 그 돌파구가 바로 사재출연이라는 통 큰 기부인 셈이다. 이번 기부가 높은 관심사가 되고 있는 만큼 정치적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친이계 새로운 3자연대설
대권 레이스 조기 점화

그러나 한편으로 상당한 정치·사회적 파장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기부자가 국내 굴지의 재벌이자 대선주자 중 한 명이란 점이 여론의 관심을 집중시켜 기부얘기가 확대 재생산되고 있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논제가 됐을 정도로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반면 정 전 대표가 “양극화와 중산층 붕괴, 청년실업 등은 전 세계적 문제로 모두 참여하고 고민하자는 것”이라고 밝힌 점은 그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다는 상황논리를 감안하더라도 높이 평가할만 하다는 시각도 있다.

정 전 대표의 이 같은 행보에 당내 잠룡들이 일시에 꿈틀대고 있다. 2013년 청와대 입성 키를 쥐기 위해 때 이른 대선레이스 전망이 제기 되고 있는 것이다.
여권의 대선레이스 조기점화는 친이계 주자들의 결속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특임장관 등 그 동안 다소 느슨했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박 전 대표와의 차별화로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의 대항마 모색에 절치부심하던 친이계로서는 뜻밖의 수확이기도 하다.

‘정몽준·김문수·이재오’ 새로운 3자 연대설
‘내 갈 길 간다’ 개의치 않는 박근혜 ‘마이웨이’

실제로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 이후 침체의 늪에 빠졌던 친이계는 이번 정 전 대표의 기부로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친이계 의원은 지난 16일 “정 전 대표가 오세훈 서울시장의 불출마 선언과 대통령의 8·15경축사 직후 적절한 시점에 사재출연이라는 흥행카드를 잘 던진 것 같다”면서 “정 전 대표가 다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면서 잠재적 대선주자인 김 지사와 이 장관 등의 행보도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친이계 의원은 “오 시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오 시장의 지지율이 다른 친이계 후보들에게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 전 대표가 사재출연을 계기로 지지율이 올라간다면 친이계 대선후보가 의미있는 지지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까지 “고맙고 훌륭한 일”이라 밝히며 ‘정몽준 띄우기’에 가세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박근혜 대항마’가 필요하다는 여권 핵심부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문수-오세훈-정몽준’ 3각 연대로 박근혜 대항마로 나설 예정이었던 친이계는 최근 오 시장의 대권 불출마로 연대가 파기되자 이 특임장관이 당으로 복귀하면 ‘정몽준-김문수-이재오’로의 3각 연대를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정 전 대표와 이 장관은 독도문제를 비롯한 한·일 간 현안을 적극 거론하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친이계의 사실상 와해를 가져온 7ㆍ4 전당대회 이후 ‘낮은 자세’를 취해온 이 장관은 독도수호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동해’의 ‘한국해’ 단독 표기를 연일 주장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이 장관이 당에 복귀해 친이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경우 대선 판세에서 중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와 함께 무상급식 문제에 있어 오 시장과 다른 선택을 한 김 지사는 ‘정중동’ 모드로 24일에 있을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지켜보고, 이후 대권을 겨냥한 움직임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이어 독도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어업협정 개정 공론화에 나서는 정 전 대표는 내달 6일 자전적 에세이 출판기념회를 갖고 본격 대선 행보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한 이번 기부를 통해 정 전 대표가 ‘재벌 2세’ 이미지를 넘어 ‘존경받는 사회지도층’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됐다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 다만 재산의 일부를 기부하는 것만으로 2002년 전성기 시절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은 힘들다는 시각이 많다. 당시 민심을 끌어들였던 중도·엘리트 이미지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지도를 더욱더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공분야인 외교와 남북관계에서 차별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친이계의 결집에도
개의치 않는 박근혜

친이계의 연대설 속에 박 전 대표는 최근 대중행보보다는 복지와 정책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한 오 시장의 불출마와 정 전 대표의 기부에 대해 특별히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야권에서 ‘문재인 대망론’이 부상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오히려 한나라당 경선 흥행을 위해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친박계 한 의원은 “싱거운 경선이 될까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런 이슈는 오히려 반길 만하다”며 “치열한 경선으로 대선후보로서 자질을 검증 받는 것이 박 전 대표와 당 양쪽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친이계 대선 주자들의 움직임에도 굳건히 자신의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말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15일엔 육영수 여사 추도식에서 자신이 내건 ‘생애맞춤형 복지’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어페어스(Foreign Affairs)> 9·10월호에 한반도 문제를 주제로 글을 기고했다. 박 전 대표의 외교안보분야 자문 전문가 그룹 등에 따르면 기고한 글에는 북핵 등 남북문제뿐 아니라 한·미동맹 등 한반도 주변 외교 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룬 것으로 전해졌다.

친박 그룹의 한 관계자는 “2년 전 박 전 대표의 미 스탠포드대학 강연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표는 지난 2009년 5월 미 샌프란시스코의 스탠포드대학을 방문, “완전한 북핵 폐기야말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전제조건이고 세계 평화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대면한 유일한 대선주자로 이 점도 남북관계 문제에서 큰 장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내달 8일엔 친박 의원이 주축인 국회 연구단체 ‘선진사회연구포럼’에서 박 전 대표의 핵심 집권구상인 복지국가론을 토론한다. ‘대한민국, 복지국가로의 소프트랜딩’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토론회에선 복지와 재정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방안과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논의한다. 박 전 대표가 직접 참석한다는 전언이다.

지난달 31일 박 전 대표는 폭우로 산사태 피해가 난 서울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을 조용히 다녀와 민생현안에 무관심하다는 지적도 수그러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에 대해서 민생파탄으로 고통받는 서민들과의 접촉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오 시장의 불출마와 정 전 대표의 기부로 여권의 대선레이스 판도가 바뀌고 있다.

압도적인 1위 후보 박 전 대표를 다수의 군소후보들이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던 한나라당 대선구도가 정 전 대표를 중심으로 새로운 3자연대 형성 변수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선 잠룡들. 그 치열한 레이스에서 마지막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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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