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홍준표 ‘호남선 전쟁’ 내막 추적

충청서 하차한 ‘홍반장’, ‘공주님’ 한마디에 호남선 환승

[일요시사=이주현 기자]한나라당 ‘미래권력’ 1순위는 단연 박근혜 전 대표다. 지난 7·4전당대회에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보완재’를 자청하고 나선 홍준표 후보를 지지해 대표로 당선시켰다. 하지만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 다르다’ 했던가? 대표로 당선된 홍 대표는 줄곧 박 전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내며 친박진영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를 지켜보다 못한 미래권력이 입을 열자 홍반장은 일단 꼬리를 내렸지만 앞으로 ‘공천’ 문제로 박 전 대표와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홍준표의 ‘호남 홀대’ 공개질타, “지명직 최고 호남-충청 한 명씩 해야”
‘물갈이론’ 논란에 “국민 납득할만한 공정한 공천기준·시스템 우선돼야”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는 친이가 몰락하고 친박이 득세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박근혜 전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30~40%대의 안정적인 지지율을 나타내며 다른 예비 대선주자들을 압도하면서 ‘대세론’을 굳히는 모양새다.

대세론에 힘입어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연일 ‘월박(越朴)’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각자 자신의 살길을 모색하기 위한 현상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대표의 공천 기득권 행사 의지가 강해 박 전 대표와 친박은 여전히 심기가 불편한 상태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놓고 불거진 양측의 갈등  


칼은 홍 대표가 먼저 꺼내들었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서 호남을 배제하고 충청권을 배려한 것. 홍 대표는 지난달 27일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충청권 출신의 홍문표 한국농어촌공사 사장과 정우택 전 충북지사를 지명했지만 유승민·원희룡 최고위원의 반발에 부딪혀 인선을 관철하지 못했다.

홍 대표의 이 같은 인선은 당내에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친박계 유승민 최고위원은 “지난 2004년 박근혜 대표 당시부터 당이 호남을 위해 애정과 관심을 얼마나 보여 왔느냐. 그런데 그걸 한 방에 날려버리면 어떡하느냐”고 반발했고 관례대로 충청에 친박계, 호남에 친이계 인사 한명씩을 각각 최고위원으로 지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수도권의 한 친박 의원도 “홍 대표 주장은 국민에게 한나라당이 호남을 버린다는 메시지를 주게 된다”면서 “호남 출신 유권자가 수도권 전체 유권자의 30~4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이들이 이번 인선으로 한나라당에 등을 돌리면 113개 수도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내의 이러한 반발에도 홍 대표는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2주가 넘도록 답보상태에 머물렀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입을 열자 상황은 달라졌다. 박 전 대표는 지난 9일 기획재정위 출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나라당은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당”이라며 “그 정신에 맞게 지명직 최고위원도 결정하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의 ‘관례대로 충청과 호남 지역에 한 명씩 임명해야 한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그런 뜻”이라고 못 박았다.

홍 대표의 “총선을 감안해 지명직 최고위원에 충청권 인사 두 명을 앉히고 호남 배려는 다른 방식으로 하겠다”는 발언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제동을 건 것이다.

이러한 발언은 자신의 당 대표 시절 지명직 최고위원제를 도입한 이후 호남인사가 단 한 번도 배제된 적 없는 관례도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진정한 속내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호남을 배제해선 득표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여건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친박계 내부에서 홍 대표가 자신과 가까운 충청권 인사를 심기 위해 무리한 인사를 하려 한다는 인식이 일부 있었던 만큼 어떤 식으로든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사정도 작용했다.

박 전 대표의 한마디에 홍 대표가 입장을 급선회 했다. 그동안 지지부진하던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충청권 1명 호남권 1명으로 정리됐다. ‘박근혜 파워’가 다시 한 번 입증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홍 대표 측근은 이에 대해 “박 전 대표의 언급 이전에 홍 대표가 내부적으로 호남과 충청에 지명직 최고위원을 한 명씩 임명하는 쪽으로 검토해 왔다”며 입장 선회가 박 전 대표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홍 대표 측은 “이미 4일전에 (홍 대표는) 호남과 충청으로 지역배분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박 전 대표도) 아셨을 텐데”라고 말했다. 홍 대표가 지역 배분을 이미 결심했고 박 전 대표도 이를 인지했을 것이란 얘기다.
 
단지 후보를 최종확정하지 못해 발표를 미뤘을 뿐인데, 박 전 대표 발언으로 상황이 미묘하게 꼬였다는 아쉬움이다.

하지만 친박은 떨떠름한 반응이다. 유 최고위원은 “홍 대표 측으로부터 충청과 호남으로 배분을 하겠다거나 누구를 추천해달라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박 전 대표가 (지역배분을) 알았다거나 나와 상의했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굉장히 불쾌하다”고 밝혔다.


포기할 수 없는
공천 기득권 행사


박 전 대표의 홍 대표와의 각 세우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제기되는 ‘물갈이’ 논란과 관련해 “그런 논의가 많이 있는 것 같은데, 국민이 납득할 만한 공천기준, 그리고 시스템을 잘 만드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며 “공천은 개인적 차원의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는 홍 대표의 측근들이 주장해온 물갈이론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 해석돼 주목받았다.

하지만 홍 대표는 전략공천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어 둘의 갈등양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당 안팎으로 상향식 공천제 도입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자신이 갖는 공천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략공천 비율 상향조정은 총선 물갈이 폭의 확대와 함께 당 대표의 공천 영향력 강화와도 연결된다.

홍반장의 ‘공천 기득권 행사 욕심’, 불편한 박근혜
갈등양상 계속되면 박 대권행보에 악영향 끼칠 수도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공천권은 당 장악력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내년 총선까지 당 장악력을 유지하려면 공천 영향력 확보는 필수다. 때문에 홍 대표는 공천논의 본격화 시점도 최대한 늦추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홍 대표가 공천권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그동안 계속돼 왔다. 이에 대해 당 내에서는 “홍 대표가 총선 공천을 자기 의도대로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홍 대표는 “내년 공천만큼은 내 마음껏 한번 해보고 싶다”라고 밝힌바 있어 친박을 긴장케 하기도 했다.

유승민 나경원 최고위원은 “8월 안으로 공천 원칙과 기준을 만들어갈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 최고위원은 특히 “공천을 논의할 당 공식기구도 8월에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 대표는 “정기국회가 끝나고 내년 1월부터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각을 세웠다.

한편 박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대구에서 “지금은 당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노력을 하느냐, 공천을 얼마나 투명하게 국민이 인정할 정도로 잘하느냐에 몰두해야 한다”며 “만약에 그게 전제돼 있지 않는다면 우리가 어떻게 국민 앞에 얼굴을 들고 나가 잘하겠다는 말을 하겠나”라고 했다. 이어 그는 “총선 전에 국민에게 인정받는 정책적 노력과 공천을 투명하게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8대 총선 공천 당시 친박 인사들에 대한 ‘공천 대학살’의 악몽 때문인 듯 유독 공천에 대해 민감한 입장이다.

때문에 박 전 대표가 지난 9일 향후 활동 계획과 관련해 “그간 구상한 정책이나 그런 것에 대해 발표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혀 공천 문제로 인해 앞으로 홍 대표와 첨예한 마찰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호남 껴안기’


박 전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대권 행보로 주목받고 있는 최근, 지명직 최고위원 선출에 대한 발언은 ‘호남 껴안기’라는 시각이 크다.
 
박 전 대표의 호남 껴안기는 지난 2004년 박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첫 호남 방문 때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대해 사과했고, DJ로부터 ‘동서화합의 적임자’라는 화답을 받은 이후부터 본격화되었다.

2006년 1월엔 당 인재영입위원회가 광주에서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나라가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훌륭한 인재들이 정치권에 많이 들어와야 한다”면서 “호남 지역에서 많은 분이 들어오신다면 정말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박 전 대표 주변 인물 중에서는 실제 호남인사가 많다. 이정현 의원 외에도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성헌 의원과 국가미래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광두 서강대 교수 등이 호남권 인사들이다. 자주 만나는 정책자문단에도 학계는 물론 문화·예술계 등 분야별로 여러 분이 있어 호남에 대한 식지 않은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당내에서는 집권여당의 지도자로서 가장 많이 호남권을 방문하는 등 호남권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왔던 박 전 대표의 입장에서 호남 껴안기는 전혀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반응이다.

그의 이러한 호남 껴안기의 효과가 드러나는 듯 최근의 한 여론조사에서 박 전 대표의 호남지역 지지율이 23.3%를 기록해 호남권의 박 전 대표에 대한 애정이 만만찮음을 나타냈다. 이 수치는 14%를 얻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보다 높은 수치여서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고 대선으로 나아가야 하는 박 전 대표에게 만약 홍 대표가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 양상이 고조된다면 ‘공천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다시 한 번 겪어야 하고, 당이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면 경선에서 다시 쓴 잔을 들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홍당’ 체제로 돌입한 홍 대표와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박 전 대표가 호남선 열차 승차를 놓고 ‘대결 1막’을 펼친 상황에서 향후 어떤 화음을 만들어 나갈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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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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