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MB 수사의 화룡점정이다. 지난 10년 동안 베일에 가렸던 이 전 대통령의 실체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혐의만 수십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 중 주요 혐의들을 짚었다.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오는 14일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지난 6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오는 14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된 수사 상황을 감안할 때 실체적 진실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밝히기 위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 소환 통보로 MB 수사는 사실상 끝을 향해 달리고 있다. 100억원대에 달하는 뇌물수수 혐의와 직권남용, 대통령기록물 무단유출 등 광범위한 의혹을 소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1. 특수활동비
이 전 대통령은 특가법 뇌물수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재임 기간 국가정보원으로부터 특수활동비를 받은 의혹이 제기되서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구속기소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규정한 바 있다.
김 전 기획관 외에도 박재완·김진모·김희중·장다사로 등 당시 청와대 인사들이 받은 것으로 밝혀진 특활비는 모두 17억5000만원에 이른다.
지난 2008년 이 전 대통령이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통해 박재완 전 정무수석비서관에게 국정원 특활비 2억원을 전달한 정황을 확인하면서 뇌물수수 규모가 늘었다. 문제의 2억원은 1만원권 2만장이 담긴 가방 형태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기획관은 해당 2억원 수수 혐의에 앞서 4억원의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지난 5일 구속 기소됐다. 여기에 김희중 전 청와대 1부속실장이 받은 국정원 특활비 1억원, 김진모 전 민정1비서관의 5000만원,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의 10억원을 합하면 검찰이 추정하는 국정원 특활비 상납액은 17억5000만원 규모가 된다.
검찰은 김 전 기획관 공소장에 국정원 특활비 뇌물 사건의 주범은 ‘이명박’이고 김 전 기획관은 ‘방조범’이라고 적시했다.
선거법상 부정선거운동 등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장다사로 전 총무기획관이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10억원과 불법 전용한 청와대 예산 8억원으로 18·19대 총선 당시 불법 여론조사를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소송금 대납
이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특가법상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김재수 전 LA 총영사에게 지시해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먼저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는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다스 측에서 ‘BBK 주가조작’ 사범 김경준씨를 상대로 미국서 투자금 반환 소송을 벌이던 때였고, 김 전 총영사는 이 소송의 다스 측 대리인으로 활동하다가 총영사로 발탁됐다.
결국 포토라인에…14일 오전 출석 통보
국정원 특활비 등 100억원대 뇌물 혐의
그는 총영사로 임명된 뒤에도 다스가 김씨로부터 투자금 140억원을 돌려받는 소송 과정에 적극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명박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경준 관련 LA 총영사의 검토 요청 사항’ 등 여러 문건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BBK 투자금 140억원을 먼저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한 것과 관련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의 피의자 신분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검찰은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을 기대하고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500만달러를 대납한 것으로 보고, 이를 이 전 대통령이 수수한 뇌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대납한 다스 소송비용은 당시 환율을 기준으로 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3.불법자금
검찰은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07년 10월 이상득 전 의원 측에 선거자금 용도로 8억원을 건네는 등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총 22억5000만원의 불법자금을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에게 전달한 혐의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이 전 회장이 이명박정부 초기 정부가 최대주주였던 우리금융지주의 회장으로 낙점된 점을 고려해 이 돈이 인사청탁의 대가인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회장을 상대로 한 조사 내용을 토대로 혐의사실을 구체화하고 핵심 관계자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이 전 회장의 금품 제공 정황을 새로 포착하면서 이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 의혹과 별도로 새로운 뇌물수수 혐의가 추가될 전망이다.
4.공천헌금
검찰이 이명박정부 시절 이뤄진 불법자금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18대 국회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를 지낸 김소남 전 의원을 조사 중이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불법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양주시 김 전 의원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하는 등 증거 확보에 나선 바 있다.
법조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검찰은 김 전 의원이 비례대표 공천을 받고자 이 전 대통령 측근 인사에게 공천헌금 명목의 자금을 전달한 정황을 포착해 확인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수십개 달하는 범죄 의혹
대부분 특별가중처벌 대상
특히 검찰은 김 전 의원이 이 전 대통령 측에 불법 자금을 건네고 비례대표 상위 순번을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달된 불법자금의 성격과 조성 및 전달 경위, 사용처 등을 파악하는 한편 이 전 대통령 측의 관여 여부를 조사 중이다.
5.공사 청탁
중견기업인 대보그룹이 이 전 대통령 측에 수억원을 건넨 단서를 확보해 수사 중인 것으로 지난달 27일 알려졌다. 검찰은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해 이 돈이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 조사했다.
대보그룹은 전국 곳곳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기업이다. 대보는 이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08년부터 관급 공사를 대거 따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 사업 중 상당 부분을 도맡으면서 국정감사 과정서 '회사와 공사 간 유착 관계가 의심된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았다.
검찰 등에 따르면 대보는 2010년 무렵 관급 공사 수주 시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이 전 대통령 측 관계자에게 수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6.다스 실소유
이 전 대통령 일가를 수사하며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경영비리에 대한 검찰 조사도 막바지다. 그의 재산관리인으로 지목된 인사들이 구속됐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특경법 횡령·배임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먼저 MB의 오랜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지난달 15일 구속됐다. 그는 다스 자회사인 홍은프레닝서 억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장악한 관계사 다온에 40억원가량을 부당 지원하는 등 60억원대 배임·횡령을 저지른 혐의도 받는다.
또 다른 재산관리인 이영배 금강 대표는 지난달 20일 구속됐다. 이 대표는 하도급 업체와 고철을 거래하면서 대금을 부풀리는 등의 방식으로 비자금 65억원을 조성한 혐의(횡령)를 받는다.
감사로 등재된 최대주주 권영미씨에게 급여를 허위로 지급한 것처럼 꾸며 11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있다. 최대주주 권씨는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고(故) 김재정씨의 부인이다.
이 대표는 이밖에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의 회사 에스엠이 대주주인 다스 협력사 다온에 회삿돈 16억원을 담보 없이 저리로 빌려주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있다. 이 대표의 배임·횡령 액수는 총 92억원에 달한다.
7.영포빌딩 문건
이 전 대통령에게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1월25일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쫓아 청계재단 소유 영포빌딩의 다스 창고를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서 이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민정수석비서관실과 국정원,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등이 생산한 문건 등 국정 자료를 발견해 압수했다.
이후 검찰은 대통령기록관에 있어야 할 청와대 문건들이 다스 창고로 불법 유출된 것으로 보고 해당 문건들에 대해서는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서 추가 발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