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회고록> 3000억 파문 일파만파 전모

YS “혼자 책임진다 해놓고 말년에 이래 뒤통수치기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발간한 회고록으로 파문이 일파만파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1992년 대선 때 김영삼 전 대통령 측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치자금에 대해 “1995년 11월 수감 직전에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밝힌 이후 그동안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다”며 “이제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이니만큼 핵심적인 내용은 밝혀두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썼다. 20년이 지난 불법 정치자금은 과연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까?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밝힌 노 전 대통령의 저의는 무엇일까? 확산되고 있는 <노태우 회고록> 파문을 총정리 해봤다.

회고록에서 “YS에 대선자금 3000억 건넸다” 밝혀
공소시효 완료 검찰 수사 불가능, 파문으로 끝날 듯

노 전 대통령은 지난 9일 출간한 <노태우 회고록>(상·하권)에서 “199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맞아 많은 자금이 필요했다”면서 정치자금과 북방외교를 비롯한 6공화국의 비화를 공개했다. 특히 대선 비자금을 상세히 공개하면서 “비자금으로 파생된 일들로 함께 일한 많은 사람과 국민에게 걱정과 실망을 안겨준 데 대해 자괴할 따름”이라며 “내가 마지막 사람이었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썼다.

“YS의 요청으로
3000억원 지원”


이번 회고록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노 전 대통령이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당시 민자당 후보 측에 3000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힌 부분이다.

그는 김 총재가 그 해 5월 대선후보로 결정된 직후 대선자금과 관련해 “적어도 4천억원에서 5천억원이 들지 않겠느냐. 그 많은 자금을 조성할 능력이 없으므로 대통령께서 알아서 해 주십시오”라며 지원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 전 대통령은 “금진호 상공부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김 총재에게 인사시키면서 선거자금을 김 총재 쪽에서 직접 조성하고 나는 뒤에서 돕기로 했다”며 “그 후 금 장관과 이 의원 두 사람이 각각 1천억원 정도의 기금을 조성해줬다고 들었다”고 기록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어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김 총재와 당 선거 관계참모들로부터 자금이 모자란다는 SOS(긴급요청)를 받았다”며 “금 장관을 통해 한몫에 1천억원을 보내줬다”고 밝혔다.

이에 “김 총재가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이제 살았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며 “결국 내가 김영삼캠프의 선거자금 3천억원 조성을 도운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금고에 대해 “1993년 2월 25일 청와대에서 인사를 나누고 대통령 취임식장으로 떠나기 전 그 금고에 100억원 이상을 넣어두게 했다”고 전했다.

그는 비자금 사건 수사를 통해 드러난 2757억원의 보유 배경에 대해서는 김 전 대통령이 당선 후 청와대로 자신을 찾아오지 않아 전달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가 끝난 후 이현우 안기부장의 보고를 받고는 예상외로 많은 자금이 남아 있어 깜짝 놀랐다”며 “앞으로 후임자가 나라의 큰일에 쓸 수 있지 않겠는가 판단했지만 그는 끝내 청와대에 오지 않아 남은 자금을 후임자에게 전해주지 못한 채 퇴임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 정부가 6공 사람들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잡아들이는 상황이라 통치자금 문제는 상의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며 “남은 자금을 반드시 후임 대통령에게 인계해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비록 퇴임하더라도 국가를 위해 유용하게 쓰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모은 돈은 훗날 유용하게 쓰자’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정치, 통치자금은
대기업으로부터 ‘충당’


노 전 대통령은 “나의 재임 시까지 여당의 정치자금은 대부분 대기업으로부터 충당했다”며 “기업들은 정부의 국책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얻은 이익을 상당 부분 정치자금으로 내놨고 정권 측에서는 이 자금을 정치 또는 통치에 필요한 여러 용도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했다.
 
집권 시절 통치자금 마련 방법과 관련해서는 “서울올림픽이 끝나자 기업인들의 면담신청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면담이 끝날 때쯤 그들은 ‘통치자금에 써 달라’며 봉투를 내놓곤 했고, 기업인이 자리를 뜨면 바로 이현우 경호실장을 불러 봉투를 넘겨줬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인들의 방문은 통상적으로 추석이나 연말, 그리고 선거가 있기 전에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는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돈 문제로 인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면서 “기업인들로부터 돈을 받아 정치적으로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남아 있던 돈은 대부분 금융기관 등에 위탁해 놓았다가 전액 몰수돼 국고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는 ‘이런 일들이 필요한가’ 하고 회의를 느낀 적이 있었지만 취임하고 보니 살펴야 할 곳이 너무 많았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 수감직전에 ‘나 혼자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떤 처벌도 나 혼자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며 “이후 정치자금과 관련해서는 어떤 발언도 하지 않았지만 이제 회고록을 작성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는 마당에 사실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러한 사실들을 밝히는 이유를 들었다.

노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에게 걱정과 실망감을 안겨준 데 대하여 자괴할 따름”이라며 “이런 일로 국가원수를 지낸 사람이 법정에 서는 일은 내가 마지막이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했다.

YS측 “일고의 가치도 없다. 저의 의심스러워”
노측 “YS와 대화 육성 녹음테이프 있다” 폭로


노 전 대통령의 이 같은 폭로에 김 전 대통령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매우 불쾌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의 김기수 비서실장은 “김 전 대통령은 보도 내용을 보고받고 어이없어하셨다”며 “그 사람 지금 어떤 상태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4, 5년 전에 쓰러져 식물인간 상태인 그가 회고록을 어떻게 썼는지, 이제 와서 그런 주장을 했는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김 전 대통령이 감옥에 넣은데 대해 앙심을 품은 것 아니냐”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특히 “노태우씨가 자기 월급에서 줬다면 모를까, 이원조 의원과 자기의 동서인 금진호 장관을 통해 기업에서 받은 더러운 돈을 자기 주머니에서 준 것처럼 말하는데, 노씨는 무슨 더러운 돈을 그렇게 많이 받았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김 실장은 “그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하느냐. (노태우 전 대통령이야말로) 도둑놈 아니냐”며 노 전 대통령을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더러운 돈을 당에다 주고 나서 김 전 대통령의 이름을 들먹이는데, 회고록이 오랫동안 기획된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도 “사실 관계가 의심스럽다”면서 회고록 내용을 반박했다. 김 부소장은 “후보에게 대선자금을 직접 전달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자금은 당으로 가지 후보가 개인적으로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신 것 같다”면서 “20년 지난 일을 이제 와서 얘기하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공고시효 완료
검찰수사 불가능


김 실장과 김 부소장의 이러한 반박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 전 대통령 측이 강력 부인하고 나서자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 측이 당시 대선자금 지원과 관련해 김 전 대통령과 나눈 대화를 녹음한 테이프를 가지고 있다고 폭로해 김 전 대통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전직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녹음은 노 전 대통령이 재직 중인 시점에 청와대에서 이뤄졌다”며 “녹음된 대화에는 ‘3000억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등장하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노 전 대통령의 아들 재헌씨는 1995년 당시 김 대통령 측과 접촉해 아버지의 구속을 막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면서 “재헌씨는 전·현직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음테이프의 공개 문제를 고민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구속돼 있던 노 전 대통령은 정국에 미칠 파장, 진행 중인 비자금 사건 재판에 미칠 악영향, 향후 노 전 대통령 사면·복권 문제 등을 고려해 녹음테이프를 공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녹음테이프가 있다는 사실은 함께 구속돼 있던 전두환 전 대통령에게까지 알려졌으며, 전 전 대통령도 테이프를 공개하자고 설득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에선 끝끝내 테이프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노태우 정권 당시 ‘6공 황태자’로 불리던 박철언 전 체육청소년부장관도 “옛날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라며 “책이 정식으로 나오고 투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이 쓴 이상 진실 그대로다”고 회고록 주장을 뒷받침했다.

한편 박 전 장관은 <노태우 회고록>과 관련해 “이미 3년 전에 회고록은 초본이 완성됐다”면서 “그러나 참모들이 YS 비자금을 넣을 것인가 뺄 것인가 때문에 회고록 출간이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또 “YS는 이에 대해 역사 앞에 당당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YS가 떳떳하다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 그러면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면 된다”면서 “그러나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노 전 대통령의 회고록으로 밝혀진 이번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정치자금위반법은 공소시효가 5년이다”고 밝히며 공소시효가 완료돼 관련자를 재판에 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공소시효를 감안하지 않고 수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노 전 대통령의 건강이 극도로 좋지 않아 사실상 수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역사를 위한 기록을 남기는 자리’라며 회고록에서 밝힌 노 전 대통령의 폭로는 전 대통령 간의 앙금과 김 전 대통령 측의 강한 반발만 불러일으키는 선에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란 속에 전 전 대통령도 회고록 출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되고 있다. 전 전 대통령 관계자에 따르면 1979년 10·26, 12·12 사태를 겪으며 권력의 핵심으로 부상해 권좌에 오르기까지의 과정과 재임 시절, 그리고 퇴임 후 5공청산과 김영삼 정부의 비자금 수사 등에 대한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회고록 파문에 빠진 정치권에 또 한 번의 후폭풍이 들이닥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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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