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박호민 기자 = 유한킴벌리와 A씨는 몇년동안 법정 분쟁 중이다. 최근에는 유한킴벌리가 허위적 사실 적시 등으로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는 등 치열한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이 이들을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만들었는지 확인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2017가합505822)는 지난 17일 유한킴벌리가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한 선고를 했다. 유한킴벌리가 ‘A씨가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기한 소송의 판결이다.
갈등의 씨앗
이번 판결 결과는 유한킴벌리의 판정승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A씨가 유한킴벌리에 2000만원을 배상하고 허위사실로 판단된 취지의 게시물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 게시하지 못하도록 명령했다.
유한킴벌리 측이 주장한 A씨가 적시한 허위 사실은 ▲원고가 최순실에게 금전을 지급했다는 취지의 게시물 ▲원고가 고객들을 무시한 채 가격을 인상하고, 생리대 가격인상 시 했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게시물 ▲원고의 하기스 물티슈를 사용하면 피부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의 게시물 등이다.
또 ▲원고가 폭리를 취하면서 소비자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내용의 게시물 ▲원고가 여성환경연대에 검사비 등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안전성 검사 결과를 유리하게 이끌어냈다는 내용의 게시물 ▲원고가 가격인상 논란을 덮기 위해 경쟁사 제품인 릴리안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는 내용의 게시물 등이다.
판결 내용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A씨의 게시글 가운데 유한킴벌리가 최순실에게 돈을 지급했다거나 여성환경연대에 검사비를 지급해다는 부분, 또 경쟁사 제품인 릴리안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해 유한킴벌리의 가격 논란 인상을 잠재웠다는 게시글은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라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주장한 생리대 가격 인상이나 물티슈 안전성을 지적한 글은 허위로 보기 어렵다며 배상 책임서 제외했다.
SNS·제보 통해 저격 손배소로 맞불
아군서 적군으로 끝 모를 소송전
이에 따라 유한킴벌리 측과 A씨의 인연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A씨는 2007년 유한킴벌리로부터 생활용품 등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인연이 시작됐다.
A씨는 <일요시사>에 “대리점을 운영했던 2012년 유한킴벌리는 기존 오프라인 시장보다 온라인 시장에 역점을 둔 경영전략을 폈다”며 “해당 경영전략에 따라 대리점주보다 온라인몰에 가격을 저렴하게 물건을 납품하면서 관련 내용을 2013년 8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둘 사이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그는 유한킴벌리 측과 2014년 대리점 계약을 종료하면서 인연은 악연으로 바뀌었다. 이 사건은 2016년 2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A씨는 공정위의 무혐의 처리 후 감사원 등에 감사청구 등을 했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현재는 광화문1번가를 통해 ‘재재조사’ 중이다.
A씨는 유한킴벌리와 분쟁을 벌이면서 회사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생리대 가격 인상 문제, 하기스 물티슈 안전성 문제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의혹이 드는 부분이 있으면 언론 등을 통해 제보했으며 SNS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2015년 11월부터 ‘유한킴벌리 거짓과참’이라는 대화명을 사용하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유한킴벌리 관련 게시글을 배포하기도 했다.
유한킴벌리 측은 A씨의 인터넷 게시물과 언론 제보가 자사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보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 결과가 이번 판결을 통해 나온 것이다.
법적 분쟁은 A씨의 항소로 계속될 예정이다.
A씨는 “재판부가 판단한 ‘유한킴벌리가 최순실에게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에 대한 소명이 부족했다”며 “관련 내용은 2016년 11월2일 <중앙일보> 기사를 트윗하거나 사진을 캡처해 트윗을 했을 뿐 유한킴벌리가 최순실 측에 돈을 줬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유한킴벌리가 가격인상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릴리안의 안정성 문제를 제기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의심에 대한 언론제보였을 뿐 허위사실을 단정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 과정서 충분히 소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언론에 제보한 내용이 취재원 보호 없이 사측에 전달된 점이 안타깝다고도 덧붙였다.
모르쇠 일관
유한킴벌리 측 관계자는 “재판 결과는 법리적으로 진행된 것이기 때문에 따로 전달할 답변은 없다”며 “항소 여부 및 제보자 A씨에 대한 내용을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