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공수사권 경찰이 잡으면 생길 일

하는 일 없이 뒤룩뒤룩 살만 찌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국가정보원이 그동안 논란이 돼왔던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기로 사실상 결정했다. 하지만 대공수사권 이관의 길은 순탄치 않다. 일각에선 방첩기능 약화와 경찰조직의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경찰은 이러한 우려들을 불식시키겠다고 장담하며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국정원이 지난 9일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넘기는 데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도 “국민을 위한 안보수사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야당의 거센 반발
방첩기능 약화 지적

입법 과정서 세부 사항이 변할 가능성도 있지만 대공수사권 경찰 이전이라는 큰 흐름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청과 국정원 간의 협의가 있었고 대통령 공약사항인만큼 당정청의 논의가 있었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전문인력을 경찰로 돌리는 조직 개편과 기능 조정 차원”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안보수사 공백을 우려하는 야당의 반발이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30일 국정원 개혁위가 대공수사권 이전 방침을 밝히자 “국가 안보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반발했다.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의 경찰 이관에 대해 다수 안보 전문가들도 “남북 대치 상황서 대공수사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성급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대외 첩보·공작과 국내 보안·방첩 기구의 분리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서 북한의 대남공작이 활발한 점을 고려할 때 국가 핵심 정보·보안기구의 양대 기능을 분할하는 방안이 자칫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정보수집과 수사가 엄격하게 구분이 안 되는 새로운 안보영역이 생겨나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미국도 이런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자 2001년 9·11테러 이후 16개 정보기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정보국장(DNI)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대공수사 업무를 담당했던 수사관들도 경찰로 기능이 이관되는 경우 대공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당 “남북대치 상황 무시 성급한 결정”
수사권 조정·자치경찰제 난제 해결이 먼저 

이기동 전 국정원 대공수사관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은 그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고 정보수집과 수사가 이뤄지는 범위도 국내·국외 구분이 없는데 이걸 분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정보기관에 축적된 대공수사 노하우와 그 기능을 하루 아침에 폐지한다는 것은 정보기관 역량을 약화하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직 수사관은 “우리 조직 성격상 다른 기관으로 대공수사권이 넘어가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는 절대 공유가 되지 못할 것”이라며 “국정원보다 권력에 더 취약한 경찰이 과연 독립적인 대공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온·오프 상 대남공작이 갈수록 진화하는 와중에 구체적 대안 없이 분단국가서 정보기관의 핵심기능인 대공수사권을 건드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선 댓글 공작, 정치 개입과 같은 국정원의 정치적 일탈은 방지해야 하지만 국정원의 힘을 빼는 게 아니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국정원서 북한기획담당관(1급)을 지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대한민국의 존재를 위협하는 국가전복 활동 정보수집 및 수사활동은 정보기관의 최우선 과제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보다 
잘 하려나?

경찰은 이미 대공수사 업무를 하고 있다. 2008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 739명 중 531명(71%)은 경찰이, 187명(25%)은 국정원이 수사했다. 나머지 31명(4%)은 군 검찰이나 기무사 등이 처리했다. 

하지만 경찰이 맡아 처리한 사건은 상당수가 이적표현물 게시 등 단순 사건이라 간첩 수사 등에 대해서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도 안보수사 공백 우려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심 중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9일 “대공 수사가 질적인 문제에 대해 우려가 없도록 하겠다. 국정원에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에 따라 전문수사인력을 충원하는 등 안보 수사 역량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조직은 기존 경찰청 보안국을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 청장은 “국정원 쪽의 숙련된 인력의 지원을 받는 등의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방첩기능 악화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은 경찰 조직 비대화다. 경찰은 대공수사권이 이관되면 관련 첩보 수집도 맡을 가능성이 크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국내 정보 수집은 경찰이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대공수사 기능이 경찰에 흡수될 경우 이승만정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처럼 경찰 조직과 권한이 비대해질 수도 있다. 대공수사권 이관의 전제로 자치경찰제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2019년까지 국가안보 및 공안범죄 등을 다루는 국가경찰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을 분리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권력기관의 기본 원칙은 견제와 균형이다. 대공수사권 이관은 결국 경찰 분권화와 연계돼있다. 

또 자치경찰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얽혀있다. 실타래 같은 권력기관간의 문제를 시급히 정리해야 한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인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만 국내정보를 독점하게 되는 상황서 대공수사와 다른 모든 분야 수사권을 경찰이 가진다면 또 다른 괴물이 될 수 있다. 미세하게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이도 적지 않다.

참여연대 김남근 변호사는 “국정원 수사인력 상당수가 경찰로 넘어가면 안보수사 공백은 최소화될 것”이라며 “전문성보다는 인권침해 우려가 더 큰데 경찰로 바로 다 이관하기 보다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갈 경우 조직개편이 필연적이지만 이 역시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문 대통령 공약에 따르면 대공수사권 이관의 전제 조건은 자치경찰제 시행이다. 

“우려 불식 노력” 
대대적 개편 예고

정부 정책과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에 따라 2019년까지 국가안보 및 공안 범죄·전국단위 범죄·국제범죄 등을 다루는 국가경찰과 민생치안을 담당하는 자치경찰을 분리하기로 했지만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반발이 거세다. 경찰은 우선 기존 보안국을 확대 개편할 계획이다. 

자치경찰제는 또 검·경 수사권 조정과도 밀접하게 연관돼있다. 수사권이 조정되지 않은 채 자치경찰이 시행될 경우 자치경찰을 통솔하는 지자체장이 검찰 지휘를 받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공약대로 대공수사권을 국가경찰 산하 안보수사국이 이어받기 위해서는 자치경찰제·수사권 조정이라는 큰 산부터 넘어야 한다. 

경찰청은 지난 9일 “안보수사 분야의 인권침해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고 국민을 위한 안보수사 전문기관으로 새롭게 거듭날 것”이라며 안보수사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경찰청은 이날 오후 서면으로 낸 ‘대공 수사권 이관 관련 경찰청 입장’ 자료를 통해 “경찰청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과 관련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경찰청은 안보수사에 대한 정치적 중립 확보 일환으로 “시민 대표들로 구성된 경찰위원회가 경찰행정 작용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지위와 권한을 강화하고, 독립적·중립적 외부통제기구인 옴부즈만 제도를 도입해 경찰권 남용과 인권침해 행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또 “관서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 폐지 등 일반경찰의 부당한 수사 관여를 차단하는 장치도 마련해 경찰수사의 공정성을 더욱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안보수사 과정서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방안과 관련해선 “변호인 참여권과 진술녹음제 등 실효적인 인권보장제도를 도입해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모든 조직·제도·정책이 인권의 가치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인권영향평가제도 도입, 경찰관대상 인권교육 프로그램 마련도 제시됐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이관에 따라 안보수사 담당 인력에 대한 전문성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경찰청은 “철저한 직무분석을 토대로 변화된 업무환경에 적합한 안보수사 조직 체계를 정비하는 한편, 보안경과제를 강화하고 전문수사인력을 충원하는 등 안보 수사역량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보수집 유일기관
조직 비대화 우려도

이와 함께 “안보 관련 유관기관 간 상시 정보교류가 가능한 ‘통합 정보관리 시스템’ 등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해 안보수호에 조금의 빈틈도 없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대공수사권 이양 작업을 차질없이 준비하기 위해 본청 보안국을 중심으로 조직개편 방향과 예산·인력 운영 방안 등을 세부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국정원서 하던 업무의 공백이 없도록 기존 보안국을 어떻게 확대 개편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국내는 물론 해외 연계 부분은 우리가 취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법이나 그동안 갖춰진 인프라, 노하우를 바로 구축할 수 없다”며 “필요하다면 국정원의 첩보 수집을 포함한 대공수사 인력을 지원받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의 대공수사권 확대에 따른 조직 비대화나 경찰권 남용 등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서는 “국민이 우려하는 경찰권의 남용이나 수사 문제들에 대해서는 민주적인 통제를 내외부적으로 하겠다”며 “결과적으로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하느냐, 국민들이 얼마나 제도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이 청장을 비롯한 지휘부의 영화 <1987> 관람에 대해 “고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등 경찰의 부끄러운 과거를 되돌아보며 다시는 경찰의 인권침해가 없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며 “다시 한 번 희생자와 유족들을 비롯한 국민 여러분에게 깊이 사죄드린다”고 지난 과오를 인정하기도 했다. 

국정원 성과 미미
전환 결과에 주목

한 전문가는 “국정원의 중요한 기능은 정보 수집·분석인데, 그런 면에 집중한다면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은)시도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며 “그간 국정원서 간첩 색출한다고 하면서도 성과를 냈는지 의문이니, 경찰에 맡긴다고 특별히 대공수사가 약해질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은 원장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한 스타일의 조직이고, 경찰은 수가 많고 전국적으로 퍼져 있어 감시의 눈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권한 남용 우려도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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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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