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최고의 인물 최악의 인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2.26 18:37:34
  • 호수 1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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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과 희망이 교차한 대한민국 그속에서 빛나고 빛바랜 사람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7년 정유년도 저물어간다. 올 한 해는 다사다난했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으며, 대통령 선거도 8개월이나 앞서 치러졌다. 이런 상황일수록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수 있는 사람과 손가락질 받는 사람이 등장하는 법. <일요시사>는 정치·경제·사회·연예·스포츠 등 각 분야서 올해 최고의 인물과 최악의 인물을 선정했다.
  

2017년 최고의 인물은 단연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인크루트는 ‘2017년 올해의 인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문 대통령이 올해의 호감 인물 1위를 차지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베스트 문재인

인크루트는 정치·법조계, 문화·사회, 기업·기업인, 방송·연예, 스포츠 총 5개 분야별 각 후보자들 중 가장 긍정적인 인상(또는 호감)을 갖게 한 인물과 반대로 가장 부정적인 인상(또는 비호감)을 갖게 한 인물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다.

그 결과 올해의 호감 인물은 득표율 51.0%를 차지한 문재인 대통령이 1위에 올랐다.

“이게 나라냐?” 박근혜정부의 민간인 국정 농단 사태가 불거진 지난해 9월. 분노한 수백만 국민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뛰쳐나와 이렇게 외쳤다. 같은 해 12월 국회서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발의됐고 3개월여 만에 헌법재판소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박근혜정부는 막을 내렸다.


이후 2개월 뒤 치러진 조기 대선을 통해 문 정부가 출범했다. 실의에 빠진 국민은 문 정부를 향해 “이게 나라다”라고 기대와 지지를 보냈다. 혼란 속에서 출범한 문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시선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7개월여 동안 줄곧 70% 이상의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국정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스트 이국종

북한 귀순병을 살린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도 올해 최고의 인물로 떠올랐다. 인크루트가 조사한 문화·사회분야서 이 센터장은  38.3%의 득표율로 1위에 올랐다. 

이 센터장은 2011년 우리 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인질을 구출한 '아덴만의 여명' 작전 당시, 피랍 선박인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치료를 맡아 완치시키며 국민들의 관심을 받았다. 그는 의학 드라마 <골든타임>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서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군 병사 수술을 집도했다. 이 교수는 <CNN> 인터뷰서 지난달 23일, JSA를 넘어 탈출한 북한 병사의 탈출 상황과 수술과정 및 환자의 현재 상태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당시 병사는 절반보다 훨씬 많은 피를 흘려 저혈압과 쇼크로 죽어가고 있었다”며 “병사가 여기가 진짜 남한이 맞느냐고 묻기에 태극기를 한 번 보라고 대답해줬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또 언론에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거침없이 얘기하며 국민적인 공감을 샀다. 이 때문에 권역외상센터지원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의견이 23만건을 넘어섰고, 보건복지부는 권역외상센터 예산과 인력 확충에 나서기로 했다. 정치권도 여야 구분 없이 예산 증액을 약속했고 실제로 증액이 이뤄졌다. 

베스트 함영준

최고의 기업인으로는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꼽혔다. 지난 10년간 라면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던 사실과 그간 숨겨졌던 미담 등이 입소문을 타면서 네티즌들로부터 ‘갓(god)뚜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착한기업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함영준 회장의 윤리경영 철학은 재계 전반에 걸쳐 화두로 떠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남긴 오뚜기 주식은 46만5543주로 당시 시가로 3500억원 수준이다. 현행 상속관련 법률에 따라 30억원 이상 상장 주식에 대한 증여세율은 50%로 납부해야 할 상속세만 1500억원 규모다. 국내 상속세 중 두 번째로 큰 금액인데 함 회장은 이를 5년에 걸쳐 모두 납부키로 했다. 

올해 문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기업들에게 주문하면서 오뚜기의 높은 정규직 비율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오뚜기의 전체 직원 3011명 가운데 정규직은 2976명으로 정규직 비율이 98.84%에 이른다. 

“사람을 비정규직으로 쓰지 마라”는 고 함태호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은 함 회장의 정규직 채용 정책이 지속된 결과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은 지난 7월27일, 청와대 상춘재서 기업인 8명과 만나 20분간에 걸쳐 맥주잔을 기울이며 함 회장에게 “함 회장님은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말을 건네 화제가 됐다.

베스트 김생민

김생민은 올해 전성기를 맞았다. 인크루트는 ‘2017 유행어 설문조사’ 결과 최고의 유행어에 '스튜핏, 그뤠잇'이 1위에 올랐다. 유행어 설문조사서 응답자 15.4%가 지지한 ‘스튜핏, 그뤠잇’은 김생민이 만든 유행어다. 

<김생민 영수증>서 통장요정으로 등장해 현명한 소비에는 Great(그뤠잇), 낭비에는 Stupid(스튜핏)이라고 지칭했다. 이 후 그뤠잇·스튜핏 신드롬이 일었고 유행어의 주인공 김생민은 데뷔 이래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KBS2 <연예가중계> MBC <출발 비디오여행>과 20년, SBS <동물농장>과 17년 동안 함께한 '성실한' 방송인이었던 그는 새 예능에 연달아 캐스팅되면서 예능 기대주로 떠올랐다.

일등공신은 <김생민의 영수증>이다. 송은이-김숙의 ‘비밀보장’ 팟캐스트의 한 코너였던 <김생민의 영수증>은 지상파에 입성해 15분 동안 시청자들을 만나더니, 70분으로 확대된 정규방송으로 훌쩍 성장했다. 스페셜 방송까지 주2회 편성됐다. 


‘다사다난’ 온갖 사건·사고 속 명암
대통령 탄핵 사태로 온나라 들썩들썩

지난 8월 파일럿으로 첫 발을 내딛은 <김생민의 영수증>도 2부 연장될 만큼 사랑을 받았다. 의뢰인의 지출내역을 보고 줄일 수 있는 부분을 알려주고 소비에 대한 평을 내리는 콘셉트다. 

저축을 권장하는 ‘통장요정’ 김생민과 보다 의뢰인의 편에 서서 소비활동을 옹호하는 ‘소비요정’ 송은이-김숙은 대조적인 캐릭터로 아웅다웅하는 재미까지 잡았다. 

베스트 손흥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서 물오른 기량을 자랑하는 손흥민이 또 올해의 선수로 뽑혔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지난 19일, 서울 세빛섬서 2017 KFA 시상식을 열고 손흥민에게 '올해의 남자 선수상'을 수여했다.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인 손흥민은 지난 5월 토트넘서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골(21골)을 기록했고, 올 시즌에도 8골을 넣으며 활약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세빛섬서 열린 2017 KFA 시상식에서 손흥민을 ‘올해의 남자 선수’로 선정했다.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개인 통산 3번째 수상이다. 손흥민은 EPL 스완지시티의 기성용(2011·2012·2016년)과 함께 최다 수상의 기록을 썼다.
 

올해의 남자 선수는 한국 국적으로 국내외서 활약하는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언론사와 KFA 전임 지도자 투표를 통해 선정했다. 손흥민은 총 168점을 얻어 올해 K리그 최우수선수(MVP)와 동아시안컵 대회 MVP를 휩쓴 이재성(전북·131점)을 따돌렸다.

손흥민은 EPL 2016-2017시즌서 21골을 터뜨리며 한국 축구계의 전설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이 갖고 있던 역대 한국인 유럽리그 한 시즌 최다 골 기록(19골)을 갈아치웠다. 지난달 5일 열린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선 프리미어리그 통산 20호골을 터뜨리며 박지성 축구협회 유스전략본부장(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다 골 기록도 넘어섰다.

워스트 최경환

올해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정치 인생 최악의 해가 됐다. 현재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혐의로 벼랑 끝에 몰렸다. 

최 의원은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지식경제부장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대한민국 경제정책을 움직였다. 새누리당 내에서 진박 감별사로 불리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이었다. 그런 최 의원이 이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법원이 지난 11일 최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체포동의안요구서에 대해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 의원의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처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의원은 국가정보원으로부터 1억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 의원이 박근혜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무렵 국정원 예산 배정 문제에 힘을 써주는 대가로 특활비를 수수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의 여파로 국정원 특활비 축소 문제가 정치·사회적으로 크게 부각되자, 국정원이 당시 국가 예산을 총괄하던 최 의원에게 뇌물을 건네 이를 무마시켰다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11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이다.검찰은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면서 체포동의안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발부했다.

워스트 우병우

‘법꾸라지’로 악명을 떨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사회 부문 최악의 인물로 선정했다. 그는 지난 15일, 검찰에 구속됐다. 지난해 11월, 처음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지 1년1개월여 만이다. 법원은 앞서 두 차례 검찰과 특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지만 세 번째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우 전 수석은 추명호 전 국정원 국익정보국장에게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 8명,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공무원과 민간인의 불법사찰을 지시하고, 그 결과에 대해 보고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정부서 ‘왕수석’으로 통했던 그는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 때 대검 중수1과장으로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2013년 4월 검사장 승진서 탈락하자 검찰을 떠났다가 2014년 5월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지난해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진 이후 정치권과 여론의 사퇴 압박을 받았지만 버티기로 일관했다. 당시 민정수석으로서 청와대의 ‘모르쇠’ 대응을 주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보수 몰락에 그가 끼친 영향이 결코 작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워스트 탑

2017년 연예계는 유독 마약 이슈가 많았던 가운데 빅뱅의 멤버이자 배우 탑(최승현)이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경찰에 적발돼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탑은 가수 연습생 한모씨와 대마를 피워 스캔들에도 올랐다. 

탑은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가수 연습생 한모씨와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기소됐다. 탑은 마약 파동이 가시기도 전에 의식불명으로 병원에 후송되면서 또 한 번 걱정을 안겼다. 탑은 1심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만2000원을 선고 받았다. 

탑은 당시 “저의 커다란 잘못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큰 실망과 물의를 일으킨 점 모든 진심을 다해 사과 드리고 싶다. 여러분 앞에 직접 나서 사죄 드리기 조차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고 사과했다. 

지난 2월 입대한 탑은 서울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악대 소속 의무경찰로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복무 중이었으나 직권면직돼 의경 신분을 박탈당했으며 사회복무 요원으로 추가 근무를 하게 됐다.

워스트 강정호

스포츠계 올해의 최악은 음주운전으로 MLB 피츠버그 파이리츠 로스터서 제외된 강정호다. 인크루트 조사결과 31.3%로 비호감 순위 1위를 차지했다. 

강정호는 2015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피츠버그의 주전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지난해 12월 서울서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다. 그는 3번째였던 이날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 재판에 넘겨진 강정호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미국 비자 발급이 거부돼 올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실전 감각 회복을 위해 피츠버그 구단의 도움을 받아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입단했지만 성적 부진으로 방출됐다. 구단은 강정호를 데려오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이로써 강정호를 2018시즌 메이저리그서 볼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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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