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복귀 앞둔 이재오 속내

힘 빠진 ‘왕의 남자’, ‘독도사랑’에 빠졌다?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수행한 이재오 특임장관이 장관직을 사임하고 8월 중순 당으로 복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복귀에 대해 여러 추측들이 난무 하고 있다. 재보선과 전당대회에서 잇단 쓴잔을 마신 그가 미칠 영향력은 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그래도 이재오’라는 입장이 분분하다. 그런 그가 최근 독도에 대해 연일 강경발언을 하고 있다. ‘왕의 남자’ 이재오의 속내는 무엇일까.

개헌·재보선·전대 잇단 쓴잔, 이젠 독도로 승부수
정치권 “힘 빠졌지만 이대로 무너질 이재오 아냐”

개헌과 재보선,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에서 번번이 쓴잔을 들이켰던 이재오 특임장관이 이번엔 ‘독도 지킴이’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일본 정부의 대한항공 이용 금지 조치와 자민당 의원들의 시위성 울릉도 방문 움직임을 혈혈단신 맨몸으로 깨부수겠다는 기세다. ‘단호한 대처’를 내세우는 정부의 자세보다 한참 더 나아간 모습이다.

지난 16일 일본 자민당 의원들이 울릉도를 방문하겠다는 소식에 이 장관은 “모든 조직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의 이름으로 울릉도 진입을 막겠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발언 뒤 지난 18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생각할수록 일본에 분통이 터집니다. 내가 국무위원 겸직만 아니면 일본 정부와 맞짱 뜨고 싶지만 많이 참고 참아서 그 정도로 한 겁니다”라며 자신의 발언이 지나치지 않았음을 밝혔다.

이재오의 독도사랑

이 장관은 앞서 15일엔 일본 정부가 대한항공 이용 금지령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영토에서 우리나라 비행기가 비행하는데 일본이 무슨 참견이냐”며 “일본 외상은 이성을 찾아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그는 “일본인들이 한국 비행기 안타도 좋다”면서 “독도에 대한 터무니없는 주장만은 용서할 수 없다. 독도를 건들지 마라. 우리 영토다”라고 소리쳤다.

이 장관의 독도에 대한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번 문제가 터지기 전에도 트위터에 거의 매일 ‘독도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며 남다른 ‘독도사랑’을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 장관의 이 같은 독도 수호 발언은 그의 개인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치권에서는 ‘6·3세대’의 주역 중 한 명인 그의 인생역정을 강경 발언의 배경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장관은 지난 1964년 6·3항쟁에서 한·일 국교 정상화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다 주동자로 지목돼 중앙대에서 제적된 바 있다. 이후 군에 강제 징집된 뒤 만기 제대한 다음에도 3선 개헌 등을 이유로 복교를 거부당했고 민주화 운동에 투신해 다섯 차례에 걸쳐 10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실제로 이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여보게. 일본 하는 짓이 분통 터지지 않는가. 1964년 우리가 어떻게 대학에서 쫓겨났는가. 그 굴욕적인 한·일 회담을 반대하다가 인생의 운명이 바뀌지 않았나. 47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은 독도를 갖고 자기네들 국내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가” 라고 6·3항쟁을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페이스북에서는 “일본은 1964년의 한국으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때 굴욕적인 한·일 회담 반대 학생운동으로 대학에서 쫓겨났던 시골 출신 대학생이 지금은 대한민국의 장관이 돼서 한 말임을 깊이 새겨들어야 한다”는 경고를 남기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장관이 독도에 대해 연일 강경발언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당 복귀 전 정치적 부활을 노린 마지막 승부수로 해석하기도 한다.

한나라당 무게 중심이 친박 진영으로 쏠리고 친이계 입지가 갈수록 좁아져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은 비주류를 선언하고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당정간 조율보다는 특강과 현장방문 등으로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고 고엽제·반부패 등 국정현안 중심으로 목소리를 내온 그가 이번에는 독도 문제를 택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인사청문회가 끝나고 8·15 경축행사 전후로 당 복귀가 점쳐지는 이 장관이 자신의 인생역정을 토대로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사실상 ‘친이재오계’의 독자적 세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장관의 한 측근은 “친이계의 입지가 좁아짐과 동시에 이 장관의 힘이 빠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수일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길을 나아갈 것”이라 밝히며 “힘 빠졌지만 이대로 무너질 이 장관이 아니다”라고 이 장관의 뒷심을 기대했다.

하지만 홍준표 대표가 지난 19일 이 장관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계파활동은 안된다”고 경고했고 한나라당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지금 당 분위기로 봐서는 복귀한다고 해서 큰 힘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친박이 대세고 대통령의 레임덕과 맞물러 이 장관이 설자리는 더욱더 좁아 질 것이라 예견하는 그였다.

부활 노리는 친이

아무리 예전 같지 않은 이 장관이지만 박지원 전 민주당 원내대표가 “이 장관은 뭘 해도 할 사람”이라고 밝혔듯 이대로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크다.

실제 이 장관은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남은 사람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 다시 밑바닥에서 시작해 국민의 마음을 얻자”고 말하며 친이계의 결집을 강조했다.

‘왕의 남자’ 복귀가 임박했다. 독도 카드를 어루만지며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이재오. 과연 그가 밝힌 대로 흩어졌던 친이계를 결집하여 당내 주류로 재등극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