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곽창희 구세군 사무총장

“뜨거운 마음으로 냄비에 온정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매년 12월이 다가오면 거리를 가득 메우는 소리가 있다. 구세군의 종소리다. 어린 아이의 고사리 손부터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주름진 손까지 각양각색의 손이 자선냄비에 온정을 더하는 모습을 바라보면 절로 마음이 훈훈해진다. 구세군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12월을 맞이해 곽창희 구세군 사무총장을 만나 ‘이웃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지난 2016년 자선냄비 모금액이 130억원을 돌파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자선기관으로 성장한 한국 구세군은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웃과 함께’라는 타이틀 아래 사회 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90년 동안 이어온 행보

이에 한국 구세군이 전파하고자 하는 ‘이웃사랑’의 정신을 더욱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곽창희 구세군 사무총장을 만나봤다.

-구세군의 시작은?

▲자선냄비가 대한민국 땅을 밟고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섬기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본 지도 어느덧 90년이 흘렀다. 국내서 모금활동을 시작한 것은 1928년. 당시 박준섭 사령관은 어느 날 서대문과 종로거리를 오가면서 길거리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보게 됐다. 


이들을 더 이상 방치해 둘 수 없었던 그는 흉년과 가뭄 그리고 뒤늦은 홍수피해가 심각했던 때인 1928년에 정부의 승인을 받아 12월 성탄절을 중심으로 15일부터 31일까지 20개소서 한국 최초의 자선냄비를 시작했다.

그해에 모금된 금액으로 급식소를 차렸고 이곳에서는 매일 약 130명의 걸인들에게 따뜻한 국과 밥을 제공했다. 소녀원과 소년원에서는 헐벗은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출 때까지 돌봐줬다. 

-구세군으로 첫발을 내딛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구세군교회를 출석하게 됐고, 사관님들과 부모님들이 이웃을 향해 늘 베푸는 모습을 봐왔다. 경제적으로 부유할 수는 없겠지만 남을 돕는다는 것이 가장 귀함을 깨닫고 구세군 사관이 되고자 결심하게 됐다. 그분들이 그러셨던 것처럼 이웃을 위해 조금 더 희생하고, 섬기는 삶을 살아가는 일에 기쁨으로 동참할 것이다.

-사무총장으로서의 책임감은?

▲자선냄비 사무총장으로서 이웃사랑의 대명사인 자선냄비본부를 맡아 90년 역사의 한국 나눔운동의 대표로 최선을 다해 운영할 것이다. 또 온 국민이 참여하는 나눔의 축제로 즐거움을 전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자선냄비 모금액의 철저한 관리 및 나눔 사업의 감사로 투명성 있는 운영을 약속한다. 90년 동안 이어온 한결같은 사랑의 행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 사회서 구세군 자선냄비의 의미는?


▲90년 동안 한결 같이 지켜온 자선냄비는 이웃을 돌보며 더불어 살자는 ‘사랑실천 운동’이다. 자선냄비는 적은 것일지라도 이웃과 함께 나누자는 ‘나눔운동’이다. 자선냄비는 행복한 세상을 다 함께 가꿔 나가는 ‘국민운동’이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국민과 함께 지키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잡고 있다. 

세상 가장 낮은 곳 있는 이웃과 함께
사회 소외계층 위해 다양한 지원사업

-올해 목표액과 달성 계획은?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혼란스러운 정치상황 속에서도 90년의 역사이며 한국 나눔 운동의 대표하며 온 국민이 참여하는 나눔의 축제로 자리 잡은 자선냄비에 국민들께서 꾸준히 참여해 주고 계심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올해 목표액은 140억을 예상하고 있는데 국민들의 이웃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있는 한 충분히 달성 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부자는?

▲오랫동안 진행 된 자선냄비에는 해마다 다양한 사연이 함께한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연 하나를 소개하자면, 2012년에 중곡동 할머니로 알려진 이야기로 “날씨도 추운데 고생하시네요. 3년 동안 매일 파지 모아서 판 돈, 참 친구도 도와줬어요. 적지만 보태세요. 저는 중곡동 할미”라고 쓴 편지지 한 장과 함께 중곡동지점 자기앞수표 100만원권 3장과 1만원권 한 장, 그리고 2000원이 들어 있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폐지를 팔아 어렵게 모은 돈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놓은 마음에 구세군 모두가 큰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2015년에도, 2016년에도 그리고 올해에도 상자, 헌 옷, 캔 등을 모아 팔았고 자신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보탬이 될까하고 왔다 가신 올해로 82세를 맞으신 중곡동 할머니가 가장 기억에 남고 어르신이 건강하시기를 소망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가짜’ 구세군 자선냄비를 구별하는 방법은?

▲구세군 자선냄비는 윗면보다 바닥이 조금 더 넓은 빨간 원통 모양이며 방패 모양 구세군 마크가 있다. 양편으로는 위로 뻗은 손잡이가 달려 있고 냄비 윗면에 구세군자선냄비 본부라고 쓰인 확인증이 부착돼있는 것이 특징이다.

-자선냄비 모금액은 어떤 곳에 쓰이나?

▲자선냄비를 통해 모아진 성금은 지역 사회를 위해 사용된다. 자선냄비는 지속적인 돌봄을 통한 자립을 지향한다. 자선냄비는 우리 사회의 생존과 건강한 삶을 이루는 데 어려움을 겪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자선냄비가 배분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일곱 가지 사업영역은 사회의 주요 취약·소외 계층 이웃들이 삶에서 소중한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자선냄비가 지향하는 7대 사업은 생계, 역량, 환경, 건강, 안전이라는 5가지 커다란 원칙과 방향성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구세군의 미션은 ‘세상 가장 낮은 곳과 함께 하는 따뜻한 나눔’이다. 나눔 운동의 효시인 자선냄비는 세상의 가장 낮은 곳의 내일을 위해 사랑의 불을 지피는 희망찬 자선냄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국민들의 사랑으로 모아진 성금은 세상의 희망의 빛을 지피도록 투명하게 사용할 것이다. 소중한 마음으로 자선냄비 모금 운동에 동참해 주신 국민들께 마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나보다 이웃을 돌아볼 수 있는 연말과 연시가 되시기를 소망한다. 

성금은 지역사회를 위해

최근 한국사회서 기독교가 자기 정체성을 잃어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때, 구세군은 늘 어려운 이웃과 함께하며 ‘이웃사랑’의 가치를 전달했다.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 상하고, 찢기고, 고통 받는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 구세군의 사명이라고 밝힌 곽창희 사무총장은 앞으로 세상을 선하게 만드는 일에 발 벗고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구세군의 주요사업

▲아동, 청소년= 아동, 청소년의 공부방을 꾸며주는 ‘희망공간만들기’, 도서, 벽지 초등학교와 아동보육지설에 IT 교육공간과 교육기자재, 강사를 파견하는 ‘꿈이 자라는 ICT교실’ 등.

▲노인, 장애인 =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지원 사업 ‘활기찬 인생’, 시각장애인 아동 청소년의 공부방을 꾸며주고, 안전한 욕실 환경을 만들어주는 ‘드림하우스’, 청각장애인 위한 ‘인공 와우’지원 사업.

▲여성, 다문화 = 미혼모 자립양육 프로그램과 따뜻한 보금자리 프로젝트.

▲긴급구호. 위기가정 = 찾아가는 봉사 서비스 ‘희망릴레이’, 소년소녀가장 장학지원 사업 등.

▲사회적 소수자자 = 약물 중독자를 위한 작업 재활 프로그램 ‘ARC(Adult Rehabilitation Center)'운영, 감염인을 위한 쉼터 운영.

▲지역사회 역량강화 = 사회복지시설에 이용자 및 생활인에게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꿈꾸는 자리’프로젝트, 지역민 누구나 이용 할 수 있는 문턱 ‘낮은 도서관’프로젝트 등을 운영.

▲해외 및 북한 = 몽골과 캄보디아에 국제대표부를 두고 있으며, 몽골 울란바토르에 방과후 학교와 유치원, 야구교실 등은 운영하고 터브아이막에 노인복지시설을 운영. 캄보디아 프롬팬엔 시골에서 대학진학을 위해 올라온 학생들의 주거와 생활을 돕는 청학관과 아동, 청소년 쉼터를 운영. 1995년부터 몽골, 캄보디아, 중국 연길, 심양, 키르키즈스탄, 베트남 등에 선천성심장 질환을 앓고 있는 아동, 청소년을 국내로 초청해 치료하는 의료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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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