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추적> ‘건국대 스캔들’ 학교 망친 비선 실세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12.11 10:46:28
  • 호수 11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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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최순실’ 그녀의 남자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비선 최순실 때문에 무너졌다. 건국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복수의 학교 관계자들은 김경희 전 이사장의 측근들, 이른바 ‘여왕의 남자들’이 학교를 망쳤다고 입 모았다. 그들은 어떻게 건국대에 손을 뻗었을까.

지난 10년 사이 건국대는 각종 사건·사고로 사학 비리의 온상이 됐다. 이 모든 일은 김경희 전 건국대 이사장 재임 기간에 일어났다. 김 전 이사장은 1994년 법인 평이사로 취임하면서 학교 경영에 참여했다.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고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시동생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났다.

이사장 업고
학내 쥐락펴락

잘못된 첫 단추의 시작이었다. 그가 국내 11위 대학의 수장이 되자, 김 전 이사장의 측근들은 하루아침에 ‘여왕의 남자’로 신분이 상승했다. 복수의 건국대 관계자들은 “김 전 이사장의 측근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했고, 그 과정에서 숱한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며 “바로 그들이 건국대를 비리 사학으로 만든 장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설립자 유창석 선생의 가족 중 한 명은 “대학 이사장은 최고의 도덕성을 갖춰야 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이사장과 휘하는 학교의 위상까지 추락시켰다”며 “그들 중 김 전 이사장을 등에 업고 학교 이권에 개입한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특채의 이면]


최근 김 전 이사장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기업인 윤모씨의 사위가 합격에 못 미치는 점수를 받고도 건대 교수에 채용된 사실이 <일요시사> 취재 결과 포착됐다. 현재 재직 중인 A교수의 교수임용지원서에는 윤씨의 딸이 ‘아내(처)’로 표기돼있다.

그는 2003년 9월 건국대 교수 공개 채용에 지원했지만 1차 평가서 8명 지원자 중 6등에 그쳤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건국대는 특별채용 과정을 거쳐 A교수를 임용했다.
 

복수의 대학 관계자들은 “공개채용 1차 전형에서 탈락한 지원자가 곧바로 특별채용으로 임용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A교수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으며 관련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A교수의 채용 과정서 석연찮은 점이 드러나자 김 전 이사장과 윤씨의 관계가 부각되고 있다. 두 사람은 어떤 사이였기에 윤씨의 사위가 건국대 교수로 특채된 것일까.

그 관계는 김 전 이사장에게 남편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학교 앞에서 1인 시위까지 벌였던 장모씨의 투서에 일부 드러나 있다. 다음은 <일요시사>가 입수한 투서 중 일부다.

‘남편이 김 전 이사장을 알기 전에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다복한 가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남편에게 변화가 왔고 김 전 이사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한 사람이) 김경희에게는 10년이 넘도록 사귀어 온 윤 회장(윤씨)이 있었으니, 그에게 연락해 도움을 청하라고 했습니다. 윤씨 역시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고 (윤씨는) 김경희와 10년 이상 알고 지낸 부부나 다름이 없는 관계라는 것을 고백했습니다.’

측근들 각종 이권에 개입…숱한 의혹도
현 이사장 난감한 표정으로 ‘묵묵부답’


장씨는 윤씨의 지인이었던 남편이 김 전 이사장을 소개받았고 함께 골프를 치면서 내연관계로 발전했다고 의심했다. 이 과정서 장씨는 남편에게 이혼 통보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이사장과 윤씨의 관계를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은 또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009년 7월 대여금반환 소송을 벌였다. 소송 과정서 윤씨는 김 전 이사장에게 수 년 동안 10억원에 달하는 선물도 줬던 것으로 확인된다. 

또 1995년 5월부터 2000년까지 명절이나 김 전 이사장이 여행을 갈 때면 수백만원씩 줬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이사장 딸이자 현 이사장인 유자은 이사장이 결혼할 당시 윤씨가 4000만원이나 준 것도 재판 과정서 밝혀졌다. 실제로 윤씨의 운전기사는 “김 전 이사장 집에 돈과 선물을 수도 없이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학교 관계자는 “A 교수의 채용 배경에 김 전 이사장과 윤씨의 관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라며 “그것 말고는 현 사태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수상한 비호

김진규 전 총장도 김 전 이사장의 측근으로 꼽혔다. 김 전 총장은 재임 시절 저지른 비리가 적발돼 현재 사기 및 횡령 혐의로 2014년 1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그는 건설사 대표 박씨에게 400억원에 달하는 공학관 건설 공사를 수주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16억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또 건국대와 대한임상정도관리협회서 19억여원을 횡령했다. 이외에도 카지노서 수십억대의 빚을 지는 등 도박 문제도 안고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김 전 총장)은 모범을 보여야 하는 사회적 위치에 있으면서도 무분별하게 주식투자를 하거나 카지노 도박에 몰두하는 등 장기간 무절제한 생활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김 전 총장은 재임기간 동안 다섯 개에 달하는 총장직과 학교법인 산하 각 사업체에 겸직하며 각종 공사 등에 특정업체로 수의계약을 지시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김 전 총장이 수많은 비리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김 전 이사장의 묵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 거래한 기업 회장
사위 교수로 특별채용

김 전 총장은 비리로 인해 이사회서 해임이 의결됐지만 김 전 이사장은 2012년 5월 그가 사표를 제출하자 징계절차 없이 면직으로 처리했다. 


학교 관계자는 “김 전 이사장은 김 전 총장을 ‘공인’으로 대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김 전 총장은 자신이 김 전 이사장과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내세워 건설업체 등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총장의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건설업체 대표 박모씨에게 “(나는) 건국대학교 이사장 김경희와 OO 관계다. 건국대 관련 업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적인 자리서 두 사람이 ‘싸움’을 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난 2010년 7월경 예술의전당서 열린 대학인들의 행사에서 김 전 총장은 술에 취한 채 무대로 올라가 “김경희 어디 있어! 나와!”라고 주정을 부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던 건국대의 한 교수는 “두 사람이 싸웠다”고 말했다.

여전한 영향력

건국대 내에서는 장대수 전 건국대 노조위원장이 사실상 ‘학교 주인’이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았다. 대학 비선인 사실상 ‘최순실’ 역할을 했다는 것. 장 전 위원장은 김 전 이사장을 만든 장본인이다. 


김 전 이사장과 가까웠던 한 인사는 “김 전 이사장이 이사이던 시절 장 전 위원장에게 ‘나 좀 이사장으로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이 건국대 수장이 된 이후 장 전 위원장은 학교를 통해 사익을 취하기 시작했다. 

그가 체육부장이던 시절 건국대 이천스포츠 과학 타운의 유휴토지를 임대해 부대수입을 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체육협회로부터 받은 경기력 향상 지원금이나 각종 지원금도 유용했다고 한다. 이렇게 학교에 보고되지 않고 쓴 돈이 1억7900만원에 달했다.

장 전 위원장의 문제를 아무도 지적하지 못했다. 여왕의 남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2007년 장 전 위원장은 건국대 선수를 프로구단으로 진출한 대가로 3억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3억원 중 1800만원은 학교 발전 기금으로 내고 나머지 2억8200만원을 가로챘다. 장 전 위원장은 당시 이 때문에 70일간 형을 살았다.

2011년 장 전 위원장은 학교를 그만뒀음에도 불구하고, 건국대 병원 등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케이플라워 대표인데 이 업체는 당시 건국대 병원 화환류 거래 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장 전 위원장은 여전히 학교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게 복수의 건국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장 전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한 때 그 사람에게 충성하며 ‘이렇게 하면 학교가 망한다’고 충고도 했다. 그런데 내 말 안 듣다가 학교를 결국 말아먹었다”며 “김 전 이사장을 만든 게 나다. 개인 욕심에 눈이 멀어 딸까지 이사장으로 앉힌 거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사고 친 것은 있다. 반대파들한테 모함 당한 거다”고 덧붙였다.

도대체
무슨 관계?

설립자 측 가족들이 김 전 이사장의 딸 유 이사장에게 “김진규나 장대수 같은 사람 내칠 수 있느냐”고 묻자 유 이사장은 당시 난감한 표정을 짓고 아무 말도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사장직을 박탈당한 김 전 이사장은 학교 경영 경험이나 능력이 전무하고 가정 주부였던 딸을 불법적으로 세습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여전히 김 전 이사장이 배후서 학교 경영에 관여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김경희 측 입장은?

김 전 이사장은 묵묵부답이다. 입장이나 반론, 해명 등을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학교 측 관계자는 “물어봐야 하는데 답해줄 사람이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이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 문자와 메모를 남겨도 소용이 없었다.

건국대 측도 공식적으로 이런 의혹들에 대해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답했다. 

한 관계자는 “14년 전 이야기여서 오래된 이야기다. 지금 와서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김 전 이사장의 문제와 의혹들이 너무 나간 게 아닌가 싶다”고 답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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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