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건국대 사태’ 내막

엄마 나가니 딸이…대학도 대물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학교에 일이 터지면 피해는 학생에게 미친다. 사학비리를 엄중하게 처단해야 하는 이유다. 지난 10여년간 건국대는 수많은 사건들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일부 관계자들은 학교를 마치 자신의 것인양 손에 쥐고 휘둘렀다. 숱한 비리 의혹으로 불거진 소송전은 명문 사학을 꿈꾸던 건국대를 바닥까지 끌어내렸다. 건국대 사태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건국대학교(이하 건대)는 지난해 개교 70주년을 맞아 성대한 기념식을 열었다. 건대 출신 한류스타들이 총출동해 행사를 뜨겁게 달궜고 학생들은 학과별로 저마다 능력을 발휘해 학교의 생일을 축하했다. 하지만 화려한 외관으로 감싼 건대 내부는 곪은 상처로 가득했다.

건대의 모태는 상허 유석창 선생이 1946년 설립한 조선정치학관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유석창 선생은 진실과 지성(誠), 사회생활의 근간(信), 정의와 용기(義)를 창학정신으로 삼았다. 

화려한 외관
문제 많은 내부

건대는 설립자의 창학정신을 바탕으로 ‘지성인, 미래지향적인 전문인, 공동체 발전의 선도자 양성’을 교육 목적으로 내세웠다. 목표는 2020년까지 국내 5대 사학, 아시아 100대 대학으로의 진입이었다.

그랬던 건대가 최근 10년새 빠르게 무너졌다. 


건대 재학생, 동문, 교수 등 학교 관계자들은 “김경희 전 이사장이 학교를 망가뜨렸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희 전 이사장은 설립자 유석창 선생의 작고한 맏아들의 부인, 즉 맏며느리다. 김 전 이사장은 2001년 취임 이후 올해 4월 물러날 때까지 16년간 건대를 좌지우지했다.

김 전 이사장은 1994년 법인 평이사로 취임하면서 학교 경영에 참여했다. 남편은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고, 이사장을 맡고 있던 시동생 역시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면서 ‘이사장 김경희의 시대’가 열렸다. 

취임 직후 김 전 이사장은 개발사업에 공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대규모 부동산개발 사업인 스타시티 프로젝트, 실버타운인 더 클래식 500 등 각종 수익형 사업이 김 전 이사장 때 첫 삽을 떴다.

김 전 이사장은 대학 야구장 부지를 최고 58개층 주상복합건물 4개동과 쇼핑몰·체육시설·문화시설 등으로 구성된 생활·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스타시티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 이어 건대 병원 투자, 스타 교수 영입 등 숨 가쁜 행보가 이어졌다. 

전국에 몇 안 되는 여성 이사장의 과감한 움직임에 언론은 그를 가리켜 ‘건대 르네상스’를 이룬 주인공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건대가 내세운 ‘건국 르네상스’ ‘재정이 튼튼한 대학’의 기치는 얼마 못 가 민낯을 드러냈다. 
 

건대 교수협의회, 동문 교수협의회, 총학생회, 노동조합, 설립자 유창석 선생의 자녀 모임 등으로 구성된 ‘건국대학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013년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교육부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다. 교육부는 2013년 11월25일부터 12월9일까지 학교와 법인에 대한 회계부분 감사를 실시했다.


김경희 대법원 판결로 이사장직 상실
이사회는 기습적으로 연봉 1억원 올려

교육부는 감사를 통해 ▲수익용·교육용 기본재산 관리 ▲부당한 자금차입 ▲회계 비리 총장 의원면직 처리 ▲부당한 미국대학 경영권 인수 ▲부당한 실습지 이전비용 교비 지출 ▲이사장 업무추진비와 개인 소송비용 집행 부당 등을 지적했다.

김 전 이사장은 학교법인이 분양한 주상복합 아파트 입주민들과의 협상서 스포츠센터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하는 협약을 체결해 242억원에 달하는 손해를 입혔다. 또 더 클래식 500의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법인 산하의 임대사업체인 건국 AMC의 자본금 867억원을 부실 수익사업체에 출자했다. 

이 과정서 김 전 이사장은 의사회 의결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김 전 이사장이 더 클래식 500의 펜트하우스를 5년8개월 동안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도 감사 결과 적발됐다. 여기서 6억39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관리비 8000만원과 부가세 1억2656만원은 법인회계서 납부됐다. 

이뿐만 아니라 김 전 이사장은 김진규 전 총장에게도 실버타운 객실 2채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관리비 등 6325만원은 교비로 부담시켰다.

김 전 총장은 학교 돈을 횡령하는 등의 비리를 저질러 이사회서 해임이 의결됐지만 김 전 이사장은 2012년 5월 그가 사표를 제출하자 징계절차 없이 의원면직으로 처리했다. 또 이사회 의결 없이 미국 Pacific States University(PSU)의 경영권을 인수한 뒤 모 교수를 파견해 급여를 교비회계서 집행한 사실도 드러났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108회에 걸쳐 판공비 명목으로 3억2777만원을 수령해 용도불명으로 사용한 일도 있었다. 법인카드로는 19회에 걸쳐 1156만원을 썼다. 자신의 개인 소송에 대한 비용도 법인이 부담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에 따라 2014년 2월, 김 전 이사장을 각종 사립학교법 위반과 횡령·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같은 해 4월25일 임원취임승인 취소 처분을 내리고 김 전 이사장이 사용한 용도불명의 업무추진비 등 15억4356만원을 회수하도록 요구했다.

그러나 건대는 교육부의 후속 조치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제5부는 김 전 이사장이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원승인취소 처분 취소 청구 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01년 김 취임
공격투자 이어져

재판부는 교육부가 김 전 이사장에 대해 제기한 임원취임승인 취소 사유 중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임원 취임을 취소할 경우 김 전 이사장이 얻게 될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항소심서도 재판부는 김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부는 “김 이사장이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무상으로 스타시티 시설을 사용했다”며 임원취임승인 취소 사유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김 이사장이) 학교 발전에 적지 않은 공헌을 했고 그로 인해 재정 상태가 개선되기도 했다”고 판단했다. 

건대와의 행정소송 원심과 항소심서 모두 패소한 교육부는 ‘과잉 감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의 기소 과정에서는 ‘봐주기 수사’라는 의혹이 뒤따랐다. 교육부는 242억원의 업무상 배임, 회계비리, 수억원의 재단자금 횡령 등의 혐의로 김 전 이사장을 고발했지만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지난 2014년 8월 11억4000만원의 업무상 배임, 3억6500만원의 횡령, 2억5000만원의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만 김 전 이사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스타시티 펜트하우스에 재단 자금 5억7000만원을 들여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한 뒤 2007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자신의 주거 공간으로 사용했다. 검찰은 이러한 업무상 배임액이 11억4000만원에 이른다고 봤다.

검찰은 이사장 판공비 2억3500만원과 해외출장비 1억3000만원 등 총 약 3억6500만원의 재단 자금을 자신과 딸의 대출금 변제, 개인여행 경비 등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점에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이사장은 2억5000만원을 받고 법인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한 김씨를 법인 비상임감사와 부속병원 행정부원장에 임명하고, 법인 사무국장 정씨를 상임감사에 선임해줬다는 의혹을 받았다. 인사 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은 것은 배임수재에 해당한다.

김 전 이사장은 공판 내내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학교법인의 재산을 운용하는 데 있어 미숙한 부분이 있고 절차를 숙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불찰”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사장을 맡은 후 스타시티의 수익 등으로 병원을 신축하고 학교 법인의 재산 가치를 높이기 위해 죽을 각오로 뛰었을 뿐”이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검찰은 교육부가 고발한 8건의 혐의 중 3건만 기소해 2015년 10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법원에서는 그마저도 다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15년 12월 판공비 5320만원, 업무추진비 8400만원 등 총 1억3700만원의 횡령 혐의만을 유죄로 판단,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이사장에게 인사 청탁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건네 배임증재 혐의를 받았던 김씨와 정씨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의혹 많았지만…
전부 해소 안 돼

지난해 7월 서울고법 형사4부는 김 전 이사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서 양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형량은 그대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유지했다. 그 후로 올해 4월 대법원은 김 전 이사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형량을 확정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김 전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상실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 판결을 받은 사람은 사립학교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김 전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2002년 3월 학교법인 소유 교육용 부동산 매각 대금 등 35억5000만원을 교육부가 지정하지 않은 용도에 사용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후 1심 재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으로 감형됐다. 당시 재판부는 “10억여원의 교비 회계자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이 인정되나 개인적인 이득을 전혀 취하지 않은 점과 학교 법인이 처한 현재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실형을 선고한 1심의 형량이 무겁다고 인정된다”는 감형 이유를 밝혔다.

2007년에는 학력 위조 의혹까지 불거졌다. 김 전 이사장은 건대 이사로 있던 2000년 교육부에 낸 이력서에 1970년 한양대 건축학과를 졸업해 1982년 미국 마운트세인트메리 칼리지 대학원을 수료하고 1985년 로스앤젤레스시티 대학교 서양학과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고 기록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은 한양대에 정식 입학하지 않고 청강생으로 학교를 다녀 정식 학사 학위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마운트세인트메리 칼리지의 경우도 학사 편입했지만 중퇴했고 로스앤젤레스시티 대학교는 통신 수업을 진행하는 비인증 대학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김 전 이사장의 임용 시점이 업무방해죄 공소시효(5년)를 지났고 이사장 임용 이후 허위학력을 이용, 또 다른 공직을 맡는 등의 추가 혐의를 찾을 수 없다며 수사 가능성이 없다고 전했다. 

법은 면죄부를 줬지만 횡령 혐의로 인한 벌금, 학력 위조 등의 논란으로 김 전 이사장은 경영 능력과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이사장은 교육부와 행정 소송까지 벌이며 올해 4월까지 이사장직을 유지했다.

명문사학 꿈꿨지만
정상화 아직 요원해

대법원 판결로 저무는 듯했던 ‘김경희 체제’는 그의 장녀 유자은씨가 후임 이사장으로 결정되면서 지속 가능성이 제기됐다. 건대는 지난 4월26일 개최한 이사회서 유자은 건대 상임이사를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2014년 9월 법인 이사로 선임됐던 유 이사장은 당시에도 세습 논란을 일으키며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2013년부터 김 전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해 왔던 비대위(현 건국대학교개혁추진협의회)는 유 이사장의 선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성명서를 통해 “이사장직서 퇴출된 김경희 전 이사장의 딸을 새 이사장으로 선출함으로써, 김 전 이사장이 배후서 유자은 이사장을 조종하고 있다는 합리적인 의혹이 제기된다”며 “유자은 이사장은 이사장이 되기 전 어떤 기관이나 업체서 일한 적이 없으므로 검증되지 않은 경영능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기습적으로 인상된 이사장 연봉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건대는 김 전 이사장이 지난 4월 횡령죄가 확정돼 물러나기 직전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 연봉을 1억원 인상했다. 

건대는 총장 연봉이 1억원가량 인상돼 관행상 이사장 연봉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재정 파탄”(학교 관계자) 상태인 학내 상황상 이유도 시기도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억원이 인상된 이사장의 연봉은 3억5000만원에 이른다. 비대위는 “대법원 판결 직후 밀실에서 가족 세습의 이사장 선임을 자행한 이사회 역시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달 24일 비대위는 두 번째 성명서에서 임대보증금 보전 처분에 대한 법인의 대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21일부터 12월7일까지 학교법인의 수익용 기본재산 중 임대보증금 예치 현황을 감사했다. 전체 289개 학교법인 중 40개 4년제 대학 학교법인이 교육부의 허가를 받지 않거나 신고하지 않고 임대보증금을 법인운영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대는 여기에 포함됐다.
 

교육부장관은 감사원의 감사결과에 따라 법인재산에 실질적 감소를 초래한 미예치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액 393억원을 보전하라고 건대에 지시했다. 건대는 올해 31억5900만원, 내년 83억1600만원, 2019년 89억원, 2020년 92억8200만원, 2021년 96억7600만원 등 5년에 걸쳐 393억원을 보전하겠다는 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했다.

비대위는 “건대의 보전방안은 가해자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피해자가 자신의 재산으로 그 피해를 보전하는 모순된 방안”이라며 “393억원의 손해는 이사장과 이사들의 위법행위로 인한 결과이므로 피해자인 법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 반발
“개혁할 것”

또한 “기본적인 규범도 준수하지 않고 설립자의 건학이념이나 설립목적을 훼손하면서 특정인의 사조직으로 전락해 사학비리를 감싸고 있는 이사회를 전면적으로 개혁하겠다”고 천명했다. 김 전 이사장의 퇴장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건대 사태는 유 이사장의 취임으로 새로운 변곡점을 맞았다. 10년 넘게 ‘윗분’들의 손에 휘청거리던 건대가 ‘학생들의 학교’로 정상화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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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