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내부거래 실태⑭세아그룹

‘사모님 회사’ 팍팍 밀어준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안주인’ 장악 IT 자회사들 홀로서기 불가능
‘떡고물’ 없으면 문 닫을 판…비중 90% 수준

재계 순위 39위(공기업 및 민영화 공기업 제외)인 세아그룹은 지난 6월 기준 총 21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회사는 ‘세아네트웍스’와 ‘세아비엔케이’, ‘세아아이씨티’, ‘세아로지스’등 4개사다. 이들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실적이 거의 ‘안방’에서 나왔다.

1992년 6월 설립된 세아네트웍스는 전기통신 설비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세아네트웍스는 지난해 말 현재 이운형 회장(12.53%), 이 회장의 부인 박의숙씨(8.12%), 장남 태성씨(4.58%) 등 세아그룹 오너일가가 지분 25.23%를 보유하고 있다. 박씨는 세아네트웍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나머지는 그룹 지주회사인 세아홀딩스(74.77%)가 소유 중이다.

14개사와 거래

문제는 세아네트웍스의 자생 능력이다. 세아네트웍스는 지난해 매출 741억원 가운데 63%인 467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세아네트웍스에 일거리를 넘겨준 회사는 드림라인(329억원)을 비롯해 세아제강(53억원), 세아베스틸(42억원), 한국번디(11억원), 강남도시가스(9억원), 세아특수강(6억원), 세아에삽(6억원), 세아이앤티(3억원), 세아메탈(3억원), 세아홀딩스(2억원), 세아로지스(2억원), 해덕스틸(2억원), 세대스틸(4100만원), 해덕기업(100만원) 등 무려 14개사에 이른다. 이들 계열사는 케이블·전송장비와 광선로 공사 등을 세아네트웍스에 맡겼다.

과거에도 관계사 의존도는 높은 수준이었다. 세아네트웍스가 계열사와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78%(총매출 799억원-관계사거래 625억원) ▲2006년 80%(654억원-524억원) ▲2007년 54%(1057억원-576억원) ▲2008년 58%(1161억원-679억원) ▲2009년 58%(874억원-510억원)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10여개의 관계사들이 꼬박꼬박 밀어준 결과다.

세아네트웍스는 ‘식구’들을 등에 업고 매년 30∼5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오너일가는 이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세아네트웍스에서 짭짤한 현금 배당을 챙기고 있다. 세아네트웍스는 2009년과 지난해 주당 250원씩 총 3억5600만원을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2005∼2007년의 경우 각각 20억원, 15억원, 15억원을 배당했다.

세아비엔케이와 세아아이씨티도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90%에 가까운 매출이 계열사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 회사 모두 세아일가 ‘안주인’박씨가 개인 대주주로,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2007년 6월 설립된 세아비엔케이는 전기통신 공사업체로, 박씨가 42.48%의 지분을 갖고 있다. 세아비엔케이는 지난해 89억53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중 67억6100만원이 드림라인(67억5900원), 세아네트웍스(200만원) 등 계열사와의 거래로 발생했다. 비율로 따지면 76%에 이른다. 드림라인과 세아네트웍스는 통신망 운용 및 유지보수 등을 세아비엔케이에 맡겼다.

그전엔 더 심했다. 세아비엔케이는 2009년 관계사 매출이 95%에 달했다. 매출 10억4900만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9억9300만원이나 됐다. 역시 드림라인(9억7300만원)과 세아네트웍스(2000만원) 등이 힘을 보탰다.

지난해 4월 설립된 세아아이씨티는 통신장비 제조업체로, 박씨가 22.9%의 지분을 쥐고 있다. 세아아이씨티는 지난해 9개월 동안 11억9500만원의 매출을 냈는데, 96%가 넘는 11억5300만원이 세아네트웍스(6억5300만원), 드림라인(5억원) 등 계열사에서 나왔다. 세아네트웍스와 드림라인은 중계기 유지보수와 컨설팅 용역 등을 세아아이씨티에 발주했다.

대주주에 대표까지

세아네트웍스와 세아비엔케이, 세아아이씨티 외에도 내부거래가 발견되는 세아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세아로지스다. 세아로지스도 내부 물량이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1985년 2월 설립된 세아로지스는 화물 운송업체로, 지난해 매출 929억원 가운데 806억원(87%)을 세아베스틸(404억원), 세아제강(294억원), 세아특수강(73억원) 세아스틸 아메리카(16억원) 등 14개 국내외 관계사들과의 거래로 올렸다.

세아로지스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97%(401억원-390억원) ▲2006년 97%(487억원-470억원) ▲2007년 95%(670억원-639억원) ▲2008년 91%(934억원-853억원) ▲2009년 90%(719억원-649억원)를 기록했다.

다만 세아로지스는 오너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세아로지스의 지분은 세아홀딩스가 100% 갖고 있다. 세아홀딩스는 이 회장(17.95)과 그의 동생 이순형 부회장(17.66)이 각각 1, 2대 주주다. 이어 이 부회장의 장남 주성씨(17.91%), 태성씨(17.9)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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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