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JSA 귀순> 허술한 경계태세 백태

전쟁 나도 모를 판 ‘불안해서 살겠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북한군 병사 1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으로 귀순했다. 북한군의 귀순은 2000년 이후 13번째다. 이에 한국 땅을 밟은 귀순 군인들의 사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귀순 사례들은 ‘전투기 귀순’부터 ‘노크 귀순’ ‘숙박 귀순’까지 다양했다. 일각에선 북한군들이 너무 쉽게 넘어오는 것을 두고 우리 군의 허술한 경계태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북한군 병사 1명이 지난 1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으로 귀순했다. 합참에 따르면 이날 오후 JSA 지역 북측 판문각 전방에 위치한 북한군 초소서 우리 측 ‘자유의 집’ 방향으로 북한군 1명이 귀순해 우리 군이 신병을 확보했다. 

2000년 이후 
13번째 월남

북한군은 귀순 과정서 총격을 받아 흉부와 복부 등 5∼6곳에 총상을 입고 7∼8곳의 장기가 손상됐다. 현재 경기 수원 아주대학교병원 경기 남부 권역외상센터로 긴급 후송돼 치료 중이다. 수술은 이국종 교수가 맡았다.

북한군이 이번처럼 JSA를 통해 귀순한 것은 1998년 2월3일 북한군 장교 변용관 상위(한국군 중위)가 최초다. 변씨는 당시 경비병 복장에 권총 1정을 소지한 채 귀순했다. 

1983년 2월 25일 “자유를 맛보고 싶다”며 북한의 주력 전투기인 미그19(MIG-19)를 끌고 귀순한 사람은 이웅평 대위였다. 당시 이웅평 대위는 평남 기천비행장서 출발해 연평도를 지나며 북한군 소속 전투기들의 추격을 피해 남한 땅을 밟았다. 

이웅평 대위는 평남 기천비행장서 출발 연평도를 지나오기까지 북한군 소속 전투기들이 따라붙자 초고속 저공비행으로 아슬아슬하게 남한까지 넘어왔다. 

공동경비구역 넘었는데
북 총격에 무대응 논란

이웅평 대위는 북한에서의 계급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공군 소령으로 재입대했으며 ‘미그-19’의 군사학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상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평 대위는 1997년 간경화로 쓰러진 뒤 2002년 간기능부전증으로 사망했다. 

1984년 11월에는 소련 관광안내원 바실리 야코블레비치 마투조크가 갑작스럽게 망명해 이 과정서 남북 경비병력 간에 총격전이 발생해 양측에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 육군 카투사 장명기 상병이 사망했다. 

지금은 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신조는 북한 무장공비 출신으로 1968년 1월21일 청와대를 습격하려던 북한 특수부대 소속으로 남한으로 넘어왔다. 남파된 북한 특수부대 124군부대 소속 31명 중 유일하게 생포됐으며 귀순을 택했다. 
 

그는 이유에 대해 “김일성의 허위 전선에 속아 살아왔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우리 군의 경계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던 귀순 사례가 있다. 일명 ‘노크 귀순’ 사건과 ‘숙박 귀순’ 사건이다. 2012년 10월 2일 북한군 병사 1명이 우리 군 GOP(민간인 통제구역)의 창문을 두드리며 귀순한 사례가 있다. 

귀순한 북한군은 북과 남의 철책을 넘고 비무장지대에 있는 지뢰를 피한 뒤 북한과 남한의 GP 근무자들의 눈을 피해 귀순했다. 

귀순 병사는 이후 우리 군에 “북한 경비초소서 경계근무 중 소대장과 분대장을 사살하고 귀순했다”고 말했다. 사살 후 소총을 버리고 비무장지대 북한 군 초소에서 우리 군 초소까지 약 500여m를 전력 질주했다고 밝혔다. 

이후 군은 귀순 유도벨을 설치해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그냥 쏴도 문제
쏘지 않아도 문제 

‘숙박 귀순’은 지난 2015년 6월 15일 발생했다. 당시 19세로 알려졌던 북한군 하전사 1명이 우리 군 초소로 귀순했는데, 그는 귀순 하루 전날인 14일 군사분계선서 남쪽으로 500m 떨어진 언덕서 잠을 자고 다음 날 아침 우리 군에 귀순 의사를 밝혔다. 

당시 우리 군 관할 지역서 북한군이 숙박하며 귀순을 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현재 북한군 병사가 JSA을 통해 귀순한 것과 관련, 우리 측 대응방식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북한 측의 정전협정 위반에 대한 상황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와 군사분계선(MDL) 남쪽 총격 가능성, 귀순병을 찾는데 걸린 시간과 국방부장관에게 보고된 시점이 너무 지체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핵심이다.

북한군은 이 군인의 귀순을 저지하기 위해 3명 이상의 추격조를 보내 40여발이 넘는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이와 관련 송영무 국방부장관은 이날 ‘JSA서 북한의 총탄이 우리 쪽으로 넘어온 최초의 사건 아니냐’는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해당 병사가 MDL을 넘어와서도 북한이 총격을 가했다면 정전협정 위반이다. 즉각 유엔사 교전수칙에 따라 대응 사격이 이뤄져야 한다. 

너무 쉽게 넘어오는 북한 사람들
최근 귀순사례 보니…비판 목소리

이에 대해 합참 고위 관계자는 송 장관의 대답은 북한군이 남쪽을 향해 사격했기 때문에 총알이 우리측으로 넘어왔을 가능성에 대한 얘기이지, 피탄 지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송 장관이 어떤 근거로 MDL 남쪽으로 총탄이 넘어온 것처럼 답변했는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그런 보고를 한 적이 없다”고 거듭 밝혔다. 

일각에선 피탄 자국만이 아니라 북한군 추격조가 직접 MDL을 넘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합참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합참 관계자는 “유엔사 군정위의 조사 과정서 피탄 지점이 정확하게 드러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북한의 정전협정 규정 위반 사항이 있었을 경우 유엔사를 통해 엄중 항의하겠다”고 밝혔다. 

노크에 숙박
나사 풀린 군

또 “최전방 경계 초소는 북한군의 무장에 따라 대북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JSA 대대장 등 후방 병력은 전투 채비를 하고 있었다”며 “자위권 차원의 대응사격은 필요성·즉시성·비례성 등에 따라 이뤄지는데 총성이 들리고 무장병력들이 활동하는 긴박한 상황이어서 이 같은 원칙을 확인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2000년 이후 북한군 귀순 일지

▲2002년 2월19일 : 병사 1명 AK 소총 2정을 휴대한 채 경의선 남측 최북단 도라산역 인근으로 귀순
▲2008년 4월27일 : 장교 1명 판문점 인근으로 귀순
▲2008년 10월26일 : 부사관 1명 강원도 철원군 철책 통해 귀순
▲2010년 3월2일 : 하전사(병사) 1명 강원도 동부전선 통해 귀순
▲2012년 8월17일 : 하전사 1명 서부전선으로 귀순
▲2012년 10월2일 : 중급병사(상병) 1명 동부전선으로 귀순 (이른바 ‘노크 귀순’)
▲2012년 10월6일 : 하전사 1명 상사 2명 사살 후 경의선 남북관리구역으로 귀순
▲2015년 6월15일 : 병사 1명 강원도 중동부 전선 통해 귀순
▲2016년 9월29일 : 병사 1명 중동부 전선 통해 귀순
▲2017년 6월13일 : 병사 1명 중부전선 통해 귀순 
▲2017년 6월23일 : 병사 1명 중부전선 통해 귀순
▲2017년 11월13일 : 병사 1명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서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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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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