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경험 없는 해양경찰청 논란

배도 안타보고…뭘 안다고 지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해양주권 강화를 위해 해양경찰청이 올해 부활한 가운데 1996년 해경의 외청 독립 이후 역대 청장 14명 중 13명이 함정 경험도 없는 청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 박경민 해양경찰청장조차 육상에서만 활동한 경찰관으로 바다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경의 전문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는 시기에 경험이 없는 수뇌부들의 인사에 뒷말이 무성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역대 해경청장의 이력을 분석한 결과, 국민안전처 소속 당시를 제외하더라도 해경 출신 해경청장은 14명 가운데 단 2명에 불과했다. 

함정경력 전무
경찰청 독식

해양경찰청은 1996년 경찰청 소속 내청서 해양수산부 소속 외청으로 승격되면서 임명된 조성빈 청장을 시작으로, 올해 부활 이후 초대 청장인 박경민 청장에 이르기까지 21년간 총 14명의 청장이 거쳐 갔다. 

2014년 11월 19일부터 올해 7월 25일까지는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소속된 시기여서 실제 기간은 18년가량이다. 

역대 14명의 해경청장 가운데 해경 출신은 8대 권동옥 청장과 13대 김석균 차장 두 명뿐이다. 재임 기간으로는 권동옥 청장이 1년 6개월, 김석균 청장이 1년8개월로 총 3년2개월에 불과해 나머지 15년 이상은 일반 경찰 출신 인사가 해경의 수장을 맡아온 셈이다. 


해경 출신인 김석균 청장도 행정고시 출신으로 함정 경력은 없기 때문에 함정 경력으로만 따지면 역대 청장 14명 가운데 13명이 함정경력 없는 해경청장이다. 

해경의 주요 임무는 해양주권 수호, 해양재난 안전관리, 해양교통 질서 확립, 해양범죄 수사, 해양오염 예방·방제 등이다. 즉 해경은 해양활동 전반을 책임지는 전문성이 요하는 기관이다. 

기관의 직제와 관련한 대통령령에서 해양경찰청은 해양에서의 경찰 및 오염방제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도록 하고 있다. 치안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경찰청과는 활동환경서부터 차이가 확연히 난다. 

역대 청장 14명 중 13명 함정 경험 전무
“육군 출신 해군참총장 임명한 격” 지적

그런데도 해상 경험이 한 차례도 없는 일반 경찰 출신 인사에게 조직의 지휘를 맡겨왔다. 현실적으로 치안총감인 해경청장을 임명하려면 치안정감 중에서 추천해야 하는데 해경 내 치안정감은 차장과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2명뿐이어서 추천 인사에 제한이 있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번에는 세월호 관련 직위 해제 등으로 추천할 수 있는 인사가 극히 제한적이었다는 것이 해양수산부의 설명이다. 
 

박경민 해양경찰청장도 경찰대 1기 출신으로 1985년 경위로 임용된 뒤 서울 강동경찰서장, 경찰청 대변인, 중앙경찰학교장, 인천경찰청장 등을 역임하며 32년간 육상서만 활동한 경찰관으로 바다와는 별다른 인연이 없다. 


박 청장이 임명될 당시에도 아쉬운 목소리가 컸다. 당시 해경은 해체된 지 3년여 만에 독립 외청으로 부활하게 되면서 수장이 누가 될지에 큰 관심이 쏠렸다. ‘바다를 모르는 육경(육지 경찰) 출신’이 수장으로 임명되지 않을까 우려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3년 만에 부활
같은 실수 반복

박 청장이 임명되기 전 해양경비안전본부는 홍익태 본부장이 맡아왔다. 그는 경찰청 차장(2014년 8∼11월)을 지낸 뒤 해경 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30여년간 경찰관으로 근무하면서 해상경험은 한 차례도 없었다. 

이 때문에 독립 외청 부활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전문가들은 제2의 세월호 참사가 날 수 있다면서 실무 경험자가 수장으로 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해경의 전문성 강화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지만 해경청장 자리는 여전히 경찰 간부에게 돌아간다. 해경 퇴역 간부들은 육군 장성이 해군참모총장을 맡을 수 없는 것처럼 해경 특유의 임무를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해경 출신 청장을 해경청장으로 임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치안정감 계급의 경찰 중 경찰청장 경쟁서 밀린 간부가 해경청장직을 맡는 관행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차관급인 해경청장직은 치안정감 계급의 간부가 치안총감으로 승진하면서 맡게 되는데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해경에는 치안정감이 1명뿐이어서 경찰 치안정감 6명과의 경쟁서 밀리기 일쑤였다. 

간부도 마찬가지
현장근무 극소수

해경청장뿐만 아니라 수뇌부들의 인사도 공정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위 의원이 해양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 이후 현재까지의 총경 승진자 현황에 따르면 전체 승진자 42명 가운데 지방청 근무자는 10명뿐이었다. 

그중에 현장인 함정 근무 직원은 단 4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도별로 보면,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인 2014년 총경 승진자 3명 모두가 본청에서 배출됐으며 2015년에는 6명 중 4명, 2016년 10명 중 9명, 2017년 23명 중 16명이 각각 총경 승진 당시 본청서 근무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경찰청 정원 9960명 가운데 본청 정원은 4.5%에 불과한 449명임을 감안할 때 본청의 승진 인사 독점이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은 “해경청장이 세월호 참사 때 구조과정서 발생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핵심 조치로 함정과 파출소 순환근무 의무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고위 간부 인사 현황을 보면 이 말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 2015년 2월 ‘인사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밝힌 인사방침과 다르다. 당시 발표에선 신규 임용되는 해경의 함정근무 기간을 2배로 확대하고 간부급 승진자의 해상근무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었다.

현장대응 강조한 정부 취지 무색
경찰청장 안 되면 해경청장 관행

해양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은 해양경찰서장의 직책을 맡는 고위간부로서 현장에 대한 풍부한 경험이 필수적인 자리다. 

해양경찰청이 세월호 사고 당시 해상구조 및 안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고 조직이 폐지되는 아픔을 겪었음에도 바다 현장근무자가 아니라 본청의 행정근무자가 고위직 승진을 독차지하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지금처럼 본청 근무자 위주의 승진 인사가 계속될 경우 승진자들이 과거 함정근무 경력이 있더라도 본청서 근무해야만 승진할 수 있다는 잘못된 관행이 고착될 수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총경 이상 해양경찰공무원은 해양경찰청장의 추천을 받아 해양수산부장관의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인사 개선을 위해서는 주무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위성곤 의원은 “지난 잘못에도 해양경찰청이 부활한 것은 막중한 사명감으로 국민안전을 위해 더욱 매진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양사고 예방과 대처에 능력을 갖춘 직원들이 고위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경험자 필요”
시스템 개선 시급

또 위 의원은 “해경 직무의 특성상 해경청장은 현장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요구되는 자리”라며 “해상 경험이 없는 청장을 임명하는 것은 육군 출신 해군참모총장을 임명한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경이 독립된 위상에 걸맞은 해경 출신 청장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자기반성과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