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금융당국 골칫덩이 된 사연

영국식 금융기법으로 우리 금융법은 ‘개무시’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은행법, 자본시장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신용정보법, 금융위설치법…. 모두 SC제일은행이 위반한 금융법이다. 이들은 조사한 금감원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SC제일은행에서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불법 대출에 조직적으로 금감원 검사 방해하기도
고객정보 누설 등 상식 밖의 일 잇따라 벌어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SC제일은행에 대한 조사를 마친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SC제일은행은 불법대출을 저지르는가 하면 조직적으로 금감원의 검사를 방해하는 등 금융법을 무더기로 어기면서 금융당국의 골칫덩이로 떠올랐다.

금융법 무더기 어겨

우선 SC제일은행은 2007년부터 3년 동안 6개 기업에 13차례에 걸쳐 ‘메탈론’을 취급했다. 메탈론은 백금과 팔라듐 등 귀금속을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로 은행법 및 시행령에 저촉된다. 이 같은 사실은 SC제일은행도 잘 알고 있었다. 영국에 있는 스탠다드차타드 본사 명의를 내세워 거래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불법영업을 감시해야 할 사내 법무팀은 손을 놓고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SC제일은행은 금감원에 “본사가 주도한 거래에서 단순한 심부름 역할만 했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금감원 검사반이 현장에서 SC제일은행이 주도했다는 본사의 여신승인서를 발견하자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금감원의 종합검사를 앞두고 메탈론의 수익금이 적발될 것을 우려해 수익금 13만4000달러를 SC 본사로 빼돌리기도 했다. 이는 금감원 검사 방해로 간주되며, 금융위설치법 위반에 해당한다. SC제일은행은 금감원의 지적을 받고 이 돈을 다시 원위치 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05년에는 한 외국계 보험사와 방카슈랑스 판매 계약을 맺으면서 광고비와 직원 27명의 해외연수비 등의 명목으로 7억여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을 위반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08년 파산한 미국의 리먼브러더스가 지급보증했던 대출을 취급하면서 대출심사를 소홀히 해 186억원의 대출이 부실화했으며, 장외매매만 허용된 국고채와 통안채를 장내시장에서 거래해 자본시장법 위반도 추가됐다.

또 직원 10명이 신용정보법을 어겨 가족, 친척, 친구 등의 개인신용정보를 466차례에 걸쳐 무단 조회한 사실도 적발됐다.

금감원 측 관계자는 “다른 은행에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SC제일은행에서 벌어지고 있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SC제일은행에서 상식 밖의 일이 일어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PB센터 직원이 수백억원을 예치한 VIP고객의 거래 정보를 누설한 일도 있었다. 거액예금 예치자 등 중요 고객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운영되는 PB센터에서 고객정보가 누설됐다는 점에서 이 사건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제의 직원은 전 직장동료 조모씨를 통해 부동산업체 대표인 황모씨의 청탁을 받아 지난 5월13일과 17일 자신의 근무지인 서울 강남의 PB센터에서 거액 예치 고객인 우모씨 계좌의 거래내역을 11차례에 걸쳐 조회한 뒤 이를 조씨에게 전화로 알려줬다.

황씨는 우씨가 중도금 300억원을 계좌에 예치하면 아파트 100가구를 시세의 60% 가격에 매입해 주겠다고 약속했으나 우씨가 의심을 품고 예치금을 다른 계좌로 옮기자 조씨를 통해 이런 부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지난해 6월에 있었던 수백억원대 대출사기 사건의 중심에도 SC제일은행 직원이 있었다. SC제일은행 이모 지점장을 포함한 23명은 2개의 은행에서 각각 300억원, 395억원씩 모두 7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빼갔다.

이들의 대출 사기는 상당히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대출 신청을 위해 매출 실적이 없는 회사의 이름을 차용했고, 부동산 감정평가 브로커를 통해 담보 부동산의 가치를 부풀렸다. 이 지점장 명의의 위조된 지급보증서도 동원했다. 심지어 각각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여 임무를 맡길 정도로 치밀했다.

이미지 훼손

SC제일은행은 지난 2005년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에 인수됐다. 당시 우리 금융권은 스탠다드차타드가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한 차원 높여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와 달리 SC제일은행은 계속해서 크고 작은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당국으로선 여간 골치가 아픈 게 아니다.

일련의 사태의 최대 피해자는 SC제일은행 스스로다. 기업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한데다 금융사의 가장 큰 자산인 신뢰까지 바닥에 떨어졌다. 이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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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