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③> 재계 총수들의 추석나기

이래저래…회장님은 머리가 아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민족 명절 한가위. 국민들은 친인척들을 만나 재충전한다. 재계 총수들에게도 한가위는 머리를 식히고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각양각색 총수들의 추석나기를 <일요시사>에서 들여다봤다.
 

유난히 긴 올해 추석 재계 총수들은 어떻게 보낼까. 올해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바뀌는 등의 대변혁의 시기를 나고 있어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보내려는 모습이다. 

건강이 최고

재계 1위 기업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건강 문제로 투병중이다. 이 회장은 장기 입원 중인만큼 이번 추석도 병원서 맞게 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10일 밤 심근경색을 일으킨 뒤 3년여간 계속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이 회장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측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건강하다. 이따금 간병인에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를 오갈 만큼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 역시 건강관리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지난 8월 이 회장은 미국 LA서 열리는 ‘K-CON’에 불참하면서 그의 건강에 이목이 쏠렸다. 이 회장이 샤르코 마리투스(CMT) 병을 앓고 있기 때문. 

당시 주치의는 장시간 비행이 이 회장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힘에 따라 막판에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신입사원 아이디어 경연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몸 상태가)80∼90%정도 회복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구상부터 건강관리 ‘조용하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실속일정 소화

이 회장은 내달 16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PGA ‘더 CJ컵 @나인브릿지·이하 CJ컵)’에 참석해 글로벌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번 대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를 통해 CJ를 알리고 그룹 목표인 2020년 ‘그레이트 CJ’와 2030년 ‘월드베스트 CJ’에 한 발 더 나아갈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 매출 100조원, 해외 비중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며 월드베스트 CJ는 2030년 세 개 이상의 사업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 회장은 이를 기점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 위해 추석 기간동안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 고민이네

사업에 빨간 불이 켜진 기업의 총수는 이번 황금연휴를 경영구상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무역장벽에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사드 보복으로 경영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구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풀어나갈 해법 찾기에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 8월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7만6060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12만4116대)보다 39% 줄었다. 지난해 6위였던 시장점유율 순위는 13위까지 하락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 개척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사드 관련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서도 당장 중국 시장 철수는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현대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중국 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7개 도시서 ‘올뉴 루이나’ 발표회를 열고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전략형 소형세단을 앞세워 반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2010년 중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루이나는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 116만대를 기록한 베이징현대의 인기 차종이다. 

신형 루이나는 지난 6월초 열린 충칭 모터쇼서 처음 공개돼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파워트레인은 카파 1.4 MPI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 및 4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소형 세단급인 만큼 20대 젊은 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사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롯데 신동빈 회장 역시 사드 관련 고민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추석 연휴기간 신 회장은 사드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업군에 대한 경영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는 중국 시장서 백기를 들었지만 사드의 여파는 국내사업까지 퍼져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14일 중국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매장 처분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매각 범위는 아직 정해진 상태는 아니지만 매장 전체를 파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가위 앞두고 갈린 희비
한해 마무리 위해 재충전
 

철수 소식 전인 지난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는 112개 중국 내 점포 중 74점은 영업정지됐고 13점은 임시 휴업중인 상황이었다. 영업정지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해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월말 증자와 차입으로 마련한 36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도 소진됐고 또다시 약 3400억원의 차입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이 2008년부터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도 사드 여파로 지난해 12월 중단돼 재개를 못하고 있다.

롯데의 고민은 중국내 사업뿐만 아니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면세점 역시 중국발 사드 영향권 아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수치상으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지난해 2326원에 견줘 96.8% 감소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어 신 회장에게 이번 추석은 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사는 어떻게…

신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이번 휴가는 가족들과 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 회장의 형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불편한 관계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신 전 회장이 지난 12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형제 관계 회복 여부에 눈길이 쏠렸지만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의지를 재천명하면서 형제의 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형제의 경영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7000억원의 현금이 마련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 지분을 대거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유성 사단'과 결별한 신 전 부회장이 새 홍보자문역으로 국내 모 전문지 대표를 선임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모습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 측 SDJ코퍼레이션은 대변인 직책으로 국내 홍보대행사 대표를 선임해 언론 홍보를 맡긴바 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의 계약해지와 함께 홍보방식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형제의 난’ 외에도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누나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대거 롯데 오너 일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머리아픈 추석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역시 가족간 송사로 따뜻한 한가위를 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동생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과의 소송전이 몇해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이 형뿐 아니라 아버지인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과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지난달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부상준)는 조 전 부사장이 부동산 매매업·임대업을 하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최현태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이 소송에 이긴 모습이지만 재계에선 형제간 갈등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휴가는 없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에게는 연휴기간이 좀더 특별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이달 말 ‘밴 플리트 상(Van Fleet award)’ 수상 기념 연례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방문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가 미국 뉴욕서 개최하는 연례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올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 플리트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밴 플리트 상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국 전쟁 당시 미 8군 사령관을 지낸 고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으로서 해외 유학 장학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가 인재 양성은 물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 이은 2대째 밴 플리트 상 수상이다.

최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서 현지 법인과 사업장을 둘러볼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SK종합화학이 다우케미칼로부터 인수를 마무리한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장을 점검하고,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SK하이닉스와 SK E&S 현지 법인도 둘러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력 인사들과의 면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출국 날짜나 현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잠 못 이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이번 한가위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택에서 조용히 보낼 것이란 전언. 현재 조 회장은 회삿돈 유용 혐의로 사정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조 회장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조사는 16시간이 걸릴 정도로 강도가 셌다.

조 회장은 경찰조사에서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와 관련된 회삿돈 유용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조 회장은 직원들의 자체 판단으로 회삿돈을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로 썼을 뿐 본인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경찰은 조 회장을 재소환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경찰이 한진 임직원들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추석 기간 마음 편히 가족과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이번 한가위를 만끽하기 어렵게 됐다.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서울 중구 한화빌딩과 경남 창원 한화테크윈 본사 등에 방문해 한화와 한화테크윈 세무 및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한화는 한화그룹 지주사로 탄약, 정밀유도 및 레이저 무기 등 방산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한화테크윈은 케이(K)-9 자주포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조사가 아니라 기획 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서 전격 착수한 탓에 한화 측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정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산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어서 김 회장의 여유로운 추석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사 악몽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이번 추석연휴가 악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곤혹스런 명절이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성추행 고소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비서로 일했던 A씨를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1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관련 증거를 조사한 후 김 회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김 회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건강문제 때문이라는 전언이지만 세간에선 경찰 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부그룹 측은 김 회장이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 측은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오히려 A씨 측이 거액의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A씨가 제3자를 통해 100억원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다”며 “100억원은 기본이고 알파의 수준을 봐서 합의 혹은 고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의도적으로 영상을 녹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신체 접촉 과정서 강제성은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어찌됐든 김 회장은 불명예스러운 송사에 휘말리게 된 모습이라 이번 추석에는 해결책을 찾는 데 골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재계의 분위기는 중국의 사드 문제와 미국 무역 장벽이 맞물리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뀐 기조에 맞춰 체질 개선까지 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져 추석 기간 총수들은 비교적 차분히 한해 마무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