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③> 재계 총수들의 추석나기

이래저래…회장님은 머리가 아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민족 명절 한가위. 국민들은 친인척들을 만나 재충전한다. 재계 총수들에게도 한가위는 머리를 식히고 한 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중요한 시기다. 각양각색 총수들의 추석나기를 <일요시사>에서 들여다봤다.
 

유난히 긴 올해 추석 재계 총수들은 어떻게 보낼까. 올해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바뀌는 등의 대변혁의 시기를 나고 있어 대체적으로 차분하게 보내려는 모습이다. 

건강이 최고

재계 1위 기업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건강 문제로 투병중이다. 이 회장은 장기 입원 중인만큼 이번 추석도 병원서 맞게 될 예정이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10일 밤 심근경색을 일으킨 뒤 3년여간 계속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현재 이 회장의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 측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건강하다. 이따금 간병인에 도움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병실 복도를 오갈 만큼 병세가 호전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CJ그룹 이재현 회장 역시 건강관리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지난 8월 이 회장은 미국 LA서 열리는 ‘K-CON’에 불참하면서 그의 건강에 이목이 쏠렸다. 이 회장이 샤르코 마리투스(CMT) 병을 앓고 있기 때문. 

당시 주치의는 장시간 비행이 이 회장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소견을 밝힘에 따라 막판에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3일, 신입사원 아이디어 경연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이 회장은 “(몸 상태가)80∼90%정도 회복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업구상부터 건강관리 ‘조용하게’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실속일정 소화

이 회장은 내달 16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PGA ‘더 CJ컵 @나인브릿지·이하 CJ컵)’에 참석해 글로벌 행보를 이어갈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번 대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를 통해 CJ를 알리고 그룹 목표인 2020년 ‘그레이트 CJ’와 2030년 ‘월드베스트 CJ’에 한 발 더 나아갈 계획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CJ는 2020년 매출 100조원, 해외 비중 7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며 월드베스트 CJ는 2030년 세 개 이상의 사업서 세계 1등이 되겠다는 목표다.

이 회장은 이를 기점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 위해 추석 기간동안 충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사드, 고민이네

사업에 빨간 불이 켜진 기업의 총수는 이번 황금연휴를 경영구상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무역장벽에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 사드 보복으로 경영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구상이 절실한 상황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풀어나갈 해법 찾기에 고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 8월 현대·기아차가 중국 시장서 판매한 자동차 대수(7만6060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12만4116대)보다 39% 줄었다. 지난해 6위였던 시장점유율 순위는 13위까지 하락했다. 사드 보복으로 중국 시장 개척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사드 관련 피해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서도 당장 중국 시장 철수는 없을 전망이다. 오히려 현대차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중국 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현대차 중국 합자법인 베이징현대는 지난 19일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7개 도시서 ‘올뉴 루이나’ 발표회를 열고 판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전략형 소형세단을 앞세워 반전을 꾀하겠다는 복안이다. 

2010년 중국 시장에 첫 선을 보인 루이나는 지난달까지 누적 판매 116만대를 기록한 베이징현대의 인기 차종이다. 

신형 루이나는 지난 6월초 열린 충칭 모터쇼서 처음 공개돼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 파워트레인은 카파 1.4 MPI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 및 4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 소형 세단급인 만큼 20대 젊은 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사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롯데 신동빈 회장 역시 사드 관련 고민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추석 연휴기간 신 회장은 사드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업군에 대한 경영전략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는 중국 시장서 백기를 들었지만 사드의 여파는 국내사업까지 퍼져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14일 중국 사업을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롯데마트는 최근 매각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매장 처분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매각 범위는 아직 정해진 상태는 아니지만 매장 전체를 파는 방안도 포함됐다.

한가위 앞두고 갈린 희비
한해 마무리 위해 재충전
 

철수 소식 전인 지난 3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롯데마트는 112개 중국 내 점포 중 74점은 영업정지됐고 13점은 임시 휴업중인 상황이었다. 영업정지 상태가 지속된다면 올해 피해액이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3월말 증자와 차입으로 마련한 3600억원 규모의 긴급 운영자금도 소진됐고 또다시 약 3400억원의 차입을 통해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

롯데그룹이 2008년부터 3조원을 들여 추진해온 선양 롯데타운 프로젝트 공사도 사드 여파로 지난해 12월 중단돼 재개를 못하고 있다.

롯데의 고민은 중국내 사업뿐만 아니다.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면세점 역시 중국발 사드 영향권 아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수치상으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면세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지난해 2326원에 견줘 96.8% 감소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어 신 회장에게 이번 추석은 사업 구상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제사는 어떻게…

신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이번 휴가는 가족들과 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신 회장의 형 신동주 롯데홀딩스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다툼으로 불편한 관계가 깊어졌기 때문이다. 


신 전 회장이 지난 12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제과 주식 대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면서 형제 관계 회복 여부에 눈길이 쏠렸지만 신 전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의지를 재천명하면서 형제의 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형제의 경영권 다툼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7000억원의 현금이 마련되는데 이를 바탕으로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 지분을 대거 사들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민유성 사단'과 결별한 신 전 부회장이 새 홍보자문역으로 국내 모 전문지 대표를 선임하면서 전열을 가다듬은 모습이다. 앞서 신 전 부회장 측 SDJ코퍼레이션은 대변인 직책으로 국내 홍보대행사 대표를 선임해 언론 홍보를 맡긴바 있다.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의 계약해지와 함께 홍보방식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형제의 난’ 외에도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신 전 부회장, 누나인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대거 롯데 오너 일가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머리아픈 추석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역시 가족간 송사로 따뜻한 한가위를 보내기 어려울 전망이다. 동생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과의 소송전이 몇해째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부사장이 형뿐 아니라 아버지인 조석래 전 효성그룹 회장과 그룹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 

지난달에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부장판사 부상준)는 조 전 부사장이 부동산 매매업·임대업을 하는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 최현태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결과적으로 조 회장이 소송에 이긴 모습이지만 재계에선 형제간 갈등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다.

휴가는 없다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에게는 연휴기간이 좀더 특별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이 이달 말 ‘밴 플리트 상(Van Fleet award)’ 수상 기념 연례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방문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미국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The Korea Society)’가 미국 뉴욕서 개최하는 연례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올해 코리아소사이어티의 ‘밴 플리트 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밴 플리트 상은 코리아소사이어티가 한국 전쟁 당시 미 8군 사령관을 지낸 고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최 회장은 한국고등교육재단 이사장으로서 해외 유학 장학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가 인재 양성은 물론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해 올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고(故)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 이은 2대째 밴 플리트 상 수상이다.

최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서 현지 법인과 사업장을 둘러볼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SK종합화학이 다우케미칼로부터 인수를 마무리한 에틸렌아크릴산(EAA) 사업장을 점검하고, 텍사스주 휴스턴에 위치한 SK하이닉스와 SK E&S 현지 법인도 둘러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력 인사들과의 면담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출국 날짜나 현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잠 못 이룬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우 이번 한가위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자택에서 조용히 보낼 것이란 전언. 현재 조 회장은 회삿돈 유용 혐의로 사정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19일에도 조 회장은 경찰 수사를 받았다. 조사는 16시간이 걸릴 정도로 강도가 셌다.

조 회장은 경찰조사에서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와 관련된 회삿돈 유용 혐의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조 회장은 직원들의 자체 판단으로 회삿돈을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로 썼을 뿐 본인이 직접 지시하거나 보고받은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경찰은 조 회장을 재소환할 계획은 없다. 그러나 경찰이 한진 임직원들을 통해 혐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추석 기간 마음 편히 가족과 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역시 이번 한가위를 만끽하기 어렵게 됐다. 한화그룹은 방산 계열사를 중심으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 중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지난달 서울 중구 한화빌딩과 경남 창원 한화테크윈 본사 등에 방문해 한화와 한화테크윈 세무 및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한화는 한화그룹 지주사로 탄약, 정밀유도 및 레이저 무기 등 방산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한화테크윈은 케이(K)-9 자주포를 생산하고 있다. 이번 세무조사는 정기조사가 아니라 기획 조사를 전담하는 조사4국서 전격 착수한 탓에 한화 측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문재인정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방산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어서 김 회장의 여유로운 추석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개인사 악몽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이번 추석연휴가 악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혐의를 받고 경찰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모이는 자리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져 곤혹스런 명절이 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성추행 고소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지난 19일 밝혔다. 김 회장은 지난 2월부터 7월까지 비서로 일했던 A씨를 상습적으로 강제 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11일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관련 증거를 조사한 후 김 회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김 회장은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이다. 건강문제 때문이라는 전언이지만 세간에선 경찰 조사를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부그룹 측은 김 회장이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는 입장이다. 동부그룹 측은 신체 접촉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오히려 A씨 측이 거액의 돈을 요구하며 협박을 했다는 것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A씨가 제3자를 통해 100억원 플러스 알파(+α)를 요구했다”며 “100억원은 기본이고 알파의 수준을 봐서 합의 혹은 고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의도적으로 영상을 녹화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신체 접촉 과정서 강제성은 결단코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 어찌됐든 김 회장은 불명예스러운 송사에 휘말리게 된 모습이라 이번 추석에는 해결책을 찾는 데 골몰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재계의 분위기는 중국의 사드 문제와 미국 무역 장벽이 맞물리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뀐 기조에 맞춰 체질 개선까지 해야하는 과제가 주어져 추석 기간 총수들은 비교적 차분히 한해 마무리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