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 오른 MB ‘남 탓하기’ 실태

잘된 일은 ‘내 탓’ 잘못된 일은 ‘관료 탓’?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남 탓’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잘 된 일은 자신의 탓으로 자축하는 반면 잘못된 일은 관료 탓만 해 관료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장관들과 실무자, 당 등 분야를 막론하고 연일 ‘쓴소리’를 해대는 것은 임기 말 국정운영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속내로 보이나 측근들의 반감과 불만을 사고 있어 오히려 레임덕을 가속화 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리 투성이’ 공직사회 부정부패 연일 질타
 국정운영 주도권 잡으려다 ‘레임덕’ 가속화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말들이 많다. 국정 최고 지도자가 남 탓만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최고 지도자의 모순된 리더십’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임기 초부터 특유의 화법인 “내가 해봐서 아는데”, “난 다 안다” 등의 말을 자주 써 상대방의 의견과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는 소통의 부재도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말 따로 행동 따로

4·27 재보선 패배 후 MB정권의 독선에 책임이 있다는 한나라당 수뇌부의 책임론이 대두 되자 이 대통령은 “정치하는 사람들을 보면 남의 탓을 한다. 그런 사람의 성공은 못 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이 같은 MB의 공세에 여권 일각에서는 “진짜 ‘남 탓’을 누가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이어 이 대통령은 지난달 17~18일 장·차관들을 모두 모아놓고 1박2일 국정토론회를 가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라가 온통 비리투성이”라며 공직사회 부패와 임기 말 기강해이를 강하게 질책했다. 공직사회의 각성을 촉구한 토론회는 이 대통령의 리더십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자리였다는 평가다.

즉 국정 최고 지도자로서 ‘내 탓’은 사라졌고, 공정사회를 강조하면서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모순이 증명된 자리였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 첫날 30분에 걸쳐 국토해양부 직원, 검사, 교육공무원, 대학총장, 공기업 최고경영자 등 공직사회 전반에 대해 가리지 않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본인에 대한 반성과 책임은 전무했다.

이 대통령은 오히려 “부정과 비리가 우리 정권에서 유난한 게 아니다”라며 “과거 10년, 20년 전부터였지만 이제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면서 책임을 잘못된 관행과 전 정권 탓으로 돌린 것이다.

재보선 참패 후 “남 탓하는 정치인은 성공 못한다”는 본인의 지적과도 모순되고, 전형적인 ‘남 탓’ 리더십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한 택배기사가 지난달 초 자신에게 편지를 보내고 청와대 신문고에 올린 사연을 접하고 같은 달 23일 제91차 국민경제대책회의를 열고 택배기사들을 만났다.

택배기사들의 애로사항과 불만을 들은 이 대통령은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의 보고를 들은 후 관료주의를 핀잔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정부는 검토만 하다가 장관이 바뀌면 새로 시작하고, 그러니 되는 것도 안 되는 것도 없다”고 꼬집었으며 “정부가 이해단체에 이리저리 질질 끌려 다니고 그런 식으로 하면 일을 안 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 대통령의 잦은 관료주의 비판에 정치권에서는 “국정을 운영하고 공무원들을 지휘하는 대통령이 임기 말에 와서 공무원들을 잇달아 혼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관료주의에 문제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통령이 임기 말에 와서 자신의 국정운영 잘못을 고백하지 않고 관료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도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들아, 네가 설령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고 남을 탓하지 마라. 농부가 비가 온다고 비 탓하고 밭에 안가고 노름하러 가는 사람치고 잘 사는 사람 없단다’라고 남겨 이 대통령을 자신의 아들에 비유해 애정 어린(?) 충고를 남겼다.

공직기강 해이의 원인을 이 대통령의 ‘불공정 인사’에서 찾는 목소리도 크다. 한나라당 수도권 출신 한 의원은 “이 정부가 출범 때부터 인사 난맥상을 보이고 있어서 공무원들도 연줄과 이권을 찾는 것”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의 체면이 서질 않는다. 대통령 본인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출범 때부터 측근·보은 인사를 되풀이하면서 공직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말 따로 행동 따로’ 리더십의 문제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은 토론회와 각종 공개행사에서 전관예우, 낙하산 인사를 비판했다. 하지만 본인은 지난달 16일 한국도로공사 사장에 서울시장 재임 시절 부처 측근이던 장석효 전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임명했다.

공모절차를 거쳤으나 관가에서는 이미 내정설이 파다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17일 공개한 201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따르면 ‘미흡’이나 ‘아주 미흡’을 받은 기관장 11명 중 7명이 이 대통령의 출신 대학인 고려대 인맥을 중심으로 한 낙하산 기관장이었다.

이밖에도 지난해 8월 ‘공정사회’를 내건 뒤에도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정동기)을 감사원장에 앉히려 했고, ‘전관예우 철폐’를 주장하면서 전관예우로 로펌에서 고액 월급을 받은 사람(권도엽)을 국토부 장관에 기용했다.

이 대통령 특유의 ‘내가 해봐서 아는데’식 리더십도 빠짐없이 나타났다. 이 대통령은 “나도 민간에 있을 때 ‘을’의 입장에서 뒷바라지해준 일이 있다”면서 국토부의 스폰서 연찬회, 검찰의 접대 받는 관행, 공직자들의 전관예우 등을 비판했다.

하지만 장·차관들을 상대로는 “과거의 경험은 참고할 뿐이지 그대로 하면 안 맞다” “과거 경험이 배어 있으면 창의력이 안 나온다”고 지적했다. 남의 잘못은 지적하면서도 본인의 수십 년 전의 현대건설 재직 시절 경험으로 현실을 진단하는 이 대통령이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이렇게 남 탓을 하는 이 대통령에게 지난 3년간 공직사회 부패가 커갈 때 무엇을 했느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첫 국무회의에서도 권력형·교육·토착비리라는 3대 비리를 척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임기 4년차의 뒤늦은 공직사회 사정바람이 레임덕 방지라는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 이라는 견해가 대다수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은 임기 말로 갈수록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해 화법이 직설적이고 거칠어지며 측근들에게 쓴소리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며 역대 대통령들마다 겪는 관례라 전하기도 했다.

임기 말 레임덕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 대통령이 이러한 전례를 답습할지 아니면 또 다른 형태로 마지막을 풀어나갈 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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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