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재계 강한 압박 드라이브 내막

‘상생’ vs ‘포퓰리즘’ 치열한 기싸움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정치권과 재계가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이 반값 등록금, 감세 철회 등 정치권의 친서민 행보를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잇따라 반기를 들면서부터다. 여야 정치권은 경제단체장들과 기업총수를 국회에 출석시켜 결판을 내겠다고 이를 갈았지만 총수들은 이에 응하지 않고 불참해 갈등이 심화됐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에 “재벌을 더 이상 비판하지 말라”고 요청했지만 한나라당은 이에 반발, 대기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여당은 재벌 비판 말라” 청와대, 지도부에 요청
 재계 “표에 홀려 집단이성 망각, 1년 반만 참자”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이 경제단체장과 기업총수를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한바탕 벼른 이면에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염두에 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재계 때리기’를 통해 ‘서민의 대변자’ 또는 ‘친 서민’ 이미지를 부각시켜 내년 있을 선거에 유리한 입지를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다.

정치권은 연일 ‘상생’을 외치지만 재계는 이를 ‘포퓰리즘’으로 규정짓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날 세우는 정치권

민주당은 지난 6월 29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경제단체장들과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국회 공청회와 청문회에 불참한 데 대해 ‘오만불손한 태도’라며 극렬하게 비난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조 회장의 불참으로 환경노동위원회 한진중공업 청문회가 무산된 데 대해 “경총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이 모두 나서서 재벌총수의 국회출석을 반대하는 것은 국회에 대한 능멸”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한진중공업 노사분규와 관련, “한진중공업 노동자 13명이 전쟁포로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민주당이 재벌·대기업의 반인권적, 반인도주의적, 반윤리적 태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재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목 할 부분은 ‘친 대기업’ 색깔이 강했던 한나라당 또한 연일 대기업을 때리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다 황우여 체제 출범 이후 달라진 원내지도부의 색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여당이 대기업과 대립각을 세우는 이유는 4·27 재보선에서 드러난 등 돌린 민심이 촉매제가 됐다. 대기업의 무차별적 골목상권 파고들기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富)의 편법세습 등은 재벌에 대한 서민과 자영업자들의 거센 반감을 불렀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당 내에서는 ‘MB노믹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MB정부는 그동안 각종 규제완화와 고환율, 법인세 감면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으로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유인했지만 그동안 대기업은 자기 욕심 차리기에 바빴다.

이것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의 심화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3년간 ‘친 대기업’ 정책을 펴왔지만 일자리 창출 등에서 대기업의 극히 소극적인 태도로 경제정책 전반이 어긋났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한나라당의 대기업에 대한 불편한 심기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잇따라 정책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되는 법인세 감면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한데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대기업의 편법증여에 과세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은 “대기업이 자회사인 비상장기업에 일감을 몰아줘 상장할 때 엄청난 수익을 자녀에게 편법 증여하는 경우에 증여·상속세를 매기는 근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일부 대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하고 이를 토대로 그룹의 경영권을 쉽게 확보 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해주는 통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즉 MB노믹스에 반기를 든데 이어 대기업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법세습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린 것이다.

이런 정치권의 ‘대기업 때리기’가 파상공세 성격을 띠면서 재계의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 마디로 표에 홀려 집단이성을 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일련의 수순에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며 “이명박 정부의 최대 우군이었던 기업을 표 때문에 적군으로 만들려는 일부 세력이 있다”고 꼬집었다.

경제단체들은 국회 청문회에 대기업 회장들을 대거 소환하거나 공청회에 경제단체 수장들을 세우려 했던 흐름에 정치권의 오만함이 엿보인다고 불만스러워하는 모습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단체장이 참석하면 국회의원이 무조건 호통부터 치며 망신 줄 것이 뻔한데 굳이 참석할 이유가 없다”며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기업인을 부르면 충분히 소명할 기회도 주지만 우리는 의원들이 호통만 칠 게 뻔하다. 그런 정치적 이벤트에 어떻게 단체장들이 가겠는가”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재계는 그러나 정치권과의 갈등이 정면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원하지 않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정치권과 맞서봐야 득이 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재계에서는 일단 ‘비바람은 피해가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재계는 내년 총선과 대선 등 중요한 선거가 다가오면 세력결집 차원에서 기업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최악의 경우에도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1년6개월만 버티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재계가 정치권과의 싸움에서 전면전보다 장기전을 기획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재계가 적어도 이 대통령의 기업 프렌들리 방침은 큰 변화가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청와대는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기업 비판을 자제해달라고 요청 했지만 당 지도부는 이에 반발하고 대기업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재계를 향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정책 뿐 아니라 ‘친 서민’ 정책까지 배격하는 것은 전형적인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비판했다.
 
이 의장은 “대기업의 성장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임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관세수입조치, 고환율저금리 정책 등 시장원리에 반하는 각종 특혜를 정부로부터 상당부분 의존해온 것도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치권이 내년 선거를 앞두고 지나치게 ‘좌 클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며 “재벌기업 역시 사회적 기여나 공정거래 관행 등에서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인 만큼 서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불만스러운 경제계

한나라당 중진의원들은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기업 때리기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섰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정몽준 전 대표, 김무성 전 원내대표 등은 “재벌이나 대기업은 무조건 나쁘고 서민·노동자는 무조건 옳다는 식의 획일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쓴 소리를 했다.

이에 반해 정동영 최고위원은 “재벌 대기업의 국회 무시가 도를 넘었다”며 “한진중공업 청문회를 다시 추진할 것”이라 밝혀 정치권과 경제계의 날 선 공방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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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