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강석호 자유한국당 의원 후원금서 수상한 점이 포착됐다. 과거 본인이 대표로 있던 회사의 임원진에게 수년째 수천만원의 후원금을 꼬박꼬박 받고 있던 것. 강 의원 측은 “법적 절차를 밟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요시사>는 부자 의원님의 후원금을 들여다봤다.
강석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의원은 1991년 포항시 의원을 시작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후 2008년 국회에 입성한 강 의원은 지난해 20대 총선서도 승리해 3선 중진의원으로 거듭났다.
이상한 돈
<일요시사>는 강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후원자 명단을 입수했다. 300만원 이상 초과 기부자는 신상이 공개된다는 것에 기초해 강 의원 후원금 내역 중 수상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강 의원의 후원금 중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은 강 의원 선친이 세운 ‘삼일’과 강 의원이 회장을 역임한 ‘스톨베르그앤드삼일’ 출신 임직원들의 후원금이다. 삼일과 스톨베르그앤드삼일의 임원진이 본격적으로 강 의원에게 후원금을 전달하기 시작한 때는 지난 2012년부터다.
삼일에선 전종성 전무, 이병익 상무, 배태하 상무이사, 안인수 기획실장이 각각 400만원을 후원했고, 스톨베르그앤드삼일에선 공병설 대표이사가 두 차례에 걸쳐 200만원씩 총 400만원을 후원했다.
2013년 강 의원을 향한 삼일과 스톨베르그앤드삼일 임원들의 후원은 주춤했다. 현 삼일 대표인 안인수씨가 500만원을 후원하는 데 그친 것. 2014년부터 다시 삼일과 스톨베르그앤드삼일 임원들의 후원금 러시는 시작됐다.
공병설 스톨베르그앤드삼일 대표가 500만원을 후원했고, 삼일에선 이병익 전무, 배태하 상무, 손성구 상무가 각각 350만원을 후원했다. 해당 연도에는 강 의원의 아들로 알려진 강승엽 스톨베르그앤드삼일 상무와 강 의원의 동생인 강제호 삼일 부회장도 500만원씩 강 의원을 후원했다.
강석호 의원 대표로 있던 회사
임원진 수년째 수천만원 후원
2015년에도 두 그룹 임원들의 강 의원을 향한 후원은 계속됐다. 스톨베르그앤드삼일의 공병설 대표와 강승엽 상무가 500만원씩 후원했고, 삼일에선 김기호 부사장 330만원, 배태하 상무 410만원, 현 안인수 대표 등이 500만원을 보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로 삼일과 스톨베르그앤드 임원이 강 의원에게 후원한 총금액은 각각 1000만원, 1500만원이다.
한국거래소 공시자료에 따르면 강 의원은 스톨베르그앤드삼일서 지분 43.52%를 갖고 있다.(2016년 12월31일 기준) 이어 강 의원이 이사장을 지냈던 벽산학원이 4.62%를 갖고 있고 그의 아들 승엽씨가 1.85%를 보유 중이다.
외국주주가 50%를 갖고 있지만 스톨베르그앤드삼일에 대한 실질적 지배권이 강 의원에게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즉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은 강 의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삼일도 스톨베르그앤드삼일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삼일은 강 의원의 선친이 세운 회사로 일반 화물자동차 운송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며 1997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지난해 매출액 925억 원, 영업익 28억원을 기록한 견실한 회사다.
지난해 지분 구조를 보면 소액주주와 계열사를 제외하고 강 의원의 동생인 강제호 부회장, 아들인 강승엽 상무가 각각 1.05%, 2.27%를 갖고 있고, 벽산학원이 7.3%를 보유 중이다.
벽산학원은 2012년 8월22일부터 지난 2015년 10월까지 삼일의 최대주주로 기업을 실질적으로 지배했으며 현재는 2대 주주로 있다. 벽산학원은 현재 강 의원의 부인인 추선희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강 의원 가족 내외의 실질적 지배권 안에 있는 삼일과 스톨베르그앤드삼일 임원들이 매년 강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내는 것에 대해 삼일 종합기획실 관계자는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의원님께 보내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강요 받거나 하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강 의원실 역시 삼일과 스톨베르그앤드삼일서 후원을 받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 의원실 관계자는 “회사에 어떤 분이 사장인지도 모른다. 또 언제 누가 후원을 할지 어떻게 알겠느냐”며 “본인들 의사로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적 절차에 따라서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키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보냈다?
하지만 국회 보좌진들은 강 의원실의 후원금에 대해 의구심을 표했다. 여당 한 의원실 비서는 강 의원의 후원금에 대해 “흔한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그렇게 되면 누구나 의심을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300만원 후원금이 공개가 되면 언론이나 국민들이 보는데 사실 부담이 크기 때문에 저희 의원님은 그런 돈은 아예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실 비서관은 “'우리가 좋아서 회사 출신이신 의원님께 자발적으로 넣었는데 무슨 문제냐'고 하면 어떻게 할 수 있는 도리가 없다”며 “지시사항 문건 및 내부 증언이 있지 않는 이상 심증만으로 입증하긴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당의 한 의원실 비서도 강 의원 후원금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강 의원이) 자리서 물러났지만 소유지분도 높고 주식을 백지신탁한 것도 아닌 상황”이라며 “경영에 관여할 수도 있고 실 소유자로 볼 수 있는 상황서 회사 임원들이 후원을 하는 것은 이해관계나 직무연관성이 있어 보인다”고 언급했다.
국회의원 후원금서 불법성을 판단하는 중요 기준은 강요와 강압에 의해서 후원금을 납부했는지 여부다. 사실상 의원과 후원자 간 지배 및 이해관계에 있더라도 두 사람이 말을 맞추거나, 암묵적 동의를 한다면 불법성을 입증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불법후원회 사건 중 가장 큰 사건으로 기록된 ‘청목회 사건’도 내부고발을 통해서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또 다른 불법성 판단 기준은 대가성이다. 후원금을 통해 대가적 행위가 이뤄진다면 정치자금법에 저촉되기 때문이다.
대가성을 입증하기 위해선 국회의원 후원금 기부가 의원들의 정책 결정에 직접적 인과관계를 갖고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검찰이나 선관위가 자체적으로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에 대한 대가성을 입증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영향력 행사?
강 의원 후원금에 관해 영덕군선거관리위원회는 “강 의원 초선 때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어 후원자들에게 전화를 돌린 적이 있다”며 “그 분들이 ‘자발적으로 후원을 한 것 뿐’이라고 말해 더 이상 조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의원이 스톨베르그앤드삼일에 실질적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후원을 했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조사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