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두 잠룡 6·18 엇갈린 행보 파문 내막

증평 간 손학규-고양 간 정동영 “무슨 일이?”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민주당의 두 잠룡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이 같은 날 전혀 다른 행보를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손 대표는 충북도당 주최 체육대회에, 정 최고위원은 민주노동당 정책전당대회에 참석한 것이다. 표면상으로 보면 손 대표는 충북도당의 화합과 단합을 위한 것이고, 정 최고위원은 대표의 일정상 당의 요청에 의해 참석한 것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지난 6월 18일 두 잠룡들의 엇갈린 행보를 파헤쳐 봤다.

‘야권 대통합론’ 의심받는 손학규, 충북도당 체육대회 6시간 체류 
정동영, 킨텍스 민노당 정책전당대회 참석 야권대통합 의지 설파 

먼저 손학규 대표의 공식 일정은 오전 10시부터 예정된 충북도당 당원화합 한마음 체육대회 참석이었다. 손 대표는 지난 18일 충국 증평군 보강천 미루나무숲에서 열린 체육대회에 참석해 “충북이 정권교체를 이루어 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역대 대선은) 충북에서 어느 당이 이기느냐에 따라 정권이 바뀌었다. (민주당 당원) 여러분이 (정권교체를) 만들어 줄 것을 확신한다”며 “내년 총선에서 (충북)8개 전 지역구를 석권하고 민주당이 집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충북은 반(半)고향이다. 충주 당원들이 지난 2년간 잘 보살펴 줬고 지난 분당 보선에까지 직접 찾아오고 성원을 아끼지 않은 열정에 고맙다”며 충주와 충북에 대한 애정을 표시했다.

같은 날 다른 행보

이날 체육대회엔 손 대표를 비롯해 김진표 원내대표, 조배숙 최고위원 등 중앙당 주요 인사와 홍재형 국회부의장, 오제세 도당위원장, 정범구 의원 등 지역출신 의원과 민주당 출신 시장·군수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내빈과 함께하는 축구경기와 족구, 줄다리기, 줄넘기, 이어달리기 등의 체육행사와 노래자랑, 레크리에이션 순으로 진행돼 당내 단합과 화합을 이끌었다.

손 대표는 이어 증평읍 남하리 둔덕마을에서 열린 증평 들노래축제 개막식에도 참석, 개막 축포 스위치를 누른 뒤 축사를 통해 “이 축제는 농업과 농업문화를 다시 볼 수 있는 뜻 깊은 행사”라며 “농업이 사회의 근본으로, 농업의 뜻을 새기는 것은 잘 살기 위한 기본”이라는 말로 이날 충북에서의 기나 긴 6시간 일정을 마무리 했다.

한편 같은 날 비슷한 시각 정동영 최고위원은 다른 장소에 있었다. 18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오후 1시부터 열린 민주노동당 정기 정책 전당대회에 참석해 야권 인사들과 손을 맞잡은 것.

이날 개막식에는 정 최고위원 외에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참석, 축사를 통해 민노당을 포함한 야권의 재편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을 대표해 축사에 나선 정 최고위원은 “민노당의 집권을 지지한다”면서 “그러나 당장 민노당만으로 어렵다면 민주당, 진보신당, 참여당 등이 함께 집권하길 강력히 희망한다”며 ‘야권 대통합론’을 역설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노당과 민주당의 거리가 예전에는 10리도 넘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5∼10m 거리에 있고 이렇게 좁혀지는 데는 정동영의 역할도 있었다”고 강조했으며 “함께합시다. 2013년 체제를 향하여 같이 갑시다”며 대통합론을 다시 한 번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지난 18일 일정에 대해 “손학규 대표의 일정상 대신 참석해달라는 대외협력국의 정식 요청을 받았다. 대통합에 관해서는 ‘여건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어디든 참석해 의지를 표명하겠다’는 평소 의지에 따라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의 행보를 두고 정치권은 의견이 분분하다. 손 대표는 평소 “소통합은 안되고 대통합해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지난달 18일 광주에서 야권통합을 위한 첫 야4당 대표 모임에 홀로 불참했으며, 이번 야4당 대표가 모이는 자리 역시 당 행사를 이유로 불참했다.

이를 두고 이날 정책전당대회 현장에서는 ‘민주당만 왜 대표가 참석하지 않았나’, ‘손 대표가 통합에 뜻이 없는 것 아닌가’, ‘통합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며 비난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번 체육대회에 참석한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행사도중 수차례 ‘손학규 대통령’을 연호했다고 한다. 그는 “도당의 단합과 화합을 위해 마련된 자리가 손 대표의 사조직으로 변질된 느낌을 받았다”며 “체육대회가 대표직을 이용해 자신의 조직을 챙기는 자리냐”고 비난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당 대표로서 충북도당의 참석 요구를 저버릴 수 없었고 당의 화합을 위해 참석한 것으로 보이지만 하필이면 날이 겹쳐 불필요한 오해를 샀다”며 안타까워했다.

손 대표 측은 “미리 정해진 일정을 공식적 절차에 의해 소화한 것이고 일정상 대외협력국의 요청으로 정 최고위원이 대신 간 것일 뿐 특별한 의도는 없었다”고 밝혔다.

물론 이날 손 대표의 행보가 정도를 크게 벗어났거나 법질서를 어긴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대통합’이 필요하다고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에 그의 ‘통합’에 대한 진정성이 문제의 도마에 오른 것만은 사실이다.

그간 손 대표는 “서두르지 않고 그러나 느슨하게 하지 않고 치밀하게 준비 하겠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느긋한 입장을 보여 당내에서는 ‘손 대표가 쓸데없이 시간을 끌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점에 야4당 대표들의 ‘화합의 장소’를 두 차례나 불참 한 것이 문제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의 행보에 민주당 한 관계자는 “말로만 대통합을 외치지만 적극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인 자세로만 일괄하고 있다”며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통합기구를 출범해 진정성 있는 통합이 아닌 자신과 박 전 대표와의 1:1 구도 만들기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 최고위원은 대통합에 아주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야권통합과 정책연합을 위한 원탁회의를 마련해야 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대오각성하고 큰 변화를 받아들여 이번 12월에는 정당대회가 아닌 창당대회가 열려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손학규 대통령’ 연호

민주당 두 잠룡 간의 통합에 대한 극명히 다른 행보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물론 대권 대장정까지는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아있다. 게다가 누가 대권에 도전하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무조건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야 승산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이날 두 사람의 엇갈린 행보는 향후 야권대통합이라는 난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두고두고 회자될 것으로 전망되며, 누가 진정성 있는 야권대통합 의지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최종 대권주자로서의 희비 또한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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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