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외환은행 인수 ‘저 멀리’

론스타 버티기 모드에 ‘좌불안석’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지난 16일, 결전의 날.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공판이 열렸다. 이날 하나금융지주는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법정을 빠져 나왔다. 론스타가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힌 때문이다. 버티기에 돌입하겠다는 속내다. 판단까지 걸리는 시간은 1~2년. 눈앞이 깜깜하다. 인수자금을 계속해서 묶어둘 수도 없거니와 6개월마다 인수협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애써 태연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하나금융이지만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반면 론스타는 표정에 여유가 가득하다. 협상의 주도권과 배당, 두 마리 토끼를 쥘 수 있게 된 때문이다.

위헌법률심판 제청 시 판단에 1~2년…인수 안개 속
론스타는 여유만만…협상 주도권과 배당을 한방에

지난 16일 서울고법에서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론스타는 양벌규정에 대해 위헌법률 심판 제청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양벌규정은 법인의 대표자와 대리인, 사용인 기타 종사자가 업무와 관련해 법을 위반하면 행위자뿐만 아니라 법인도 처벌하도록 한 규정이다.

이를 적용할 경우 유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으면 외환은행과 론스타까지 유죄 처벌을 받게 된다. 단순히 회사 소속 직원의 잘못을 이유로 해당 회사를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게 론스타 측의 항변이다.

연장 협상 부담

법원이 변호사의 제청을 받아들여 헌법제판소에 심판제청을 하면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재판은 중단된다. 문제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게 되면 판단이 나오기까지 통상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에게 이번 공판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론스타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유죄이든 무죄이든 빠른 시일 내에 나길 기대해 왔다. 무죄 판결이 날 경우 인수는 순조롭게 진행된다. 반대로 유죄가 확정 돼도 금융당국이 외환은행 지분(51.02%) 강제 매각 명령을 내리면 하나금융은 이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

하지만 재판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외환은행 인수는 안갯속으로 진입했다. 우선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여부에 대한 판단은 자연스레 늦어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인수 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2차 공판도 변호인 측의 자료 정리 기간 등을 감안해 다음달 21일에 열린다. 유죄로 판결이 나더라도 전 세계에서 투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론스타는 이미지를 위해 재상고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결국 언제 최종결론이 날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법률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 간 외환은행 주식매매 계약 연장에 대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하나금융도 인수자금 4조9000억원을 장기간 묶어두면서 법원 판결을 계속 기다릴 순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6개월마다 외환은행 인수계약 연장 협상을 벌여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하나금융은 애써 태연한 척 시치미를 뚝 떼고 있는 표정이다. 하나금융 측 관계자는 “이날 공판 결과가 기존 협상 방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하나금융은 우선 눈앞의 매매계약 연장 마무리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나금융은 론스타와의 협상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론스타가 ‘버티기’까지 돌입하니 하나금융으로선 안달이 날 수밖에 없다. 반면 론스타의 표정엔 한 없이 평온한 기색이 흐르고 있다. 협상의 주도권을 가져오면서 최대한 많은 배당을 받아 실속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얼마든지 ‘시간 끌기’에 나설 수 있단 얘기다.

김 회장 인수 고집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나금융 내부에선 외환은행을 제외한 다른 대안으로 방향을 빨리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나금융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미 포기했다는 내부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이는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승인이 없을 것이란 정부 입장이 확정된 상태에서 론스타가 조기 가격 확정 등 위험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외환은행을 고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라는 사명을 띠고 지난해 말 회장 연임에 안착했다. 거취가 외환은행 인수와 맞물려 있는 셈이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외환은행 인수가 불발로 끝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경우 타 금융지주사와의 규모의 경쟁에서 밀려 절체절명에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다. 김 회장이 외환은행에 고정된 시야를 주변으로 넓혀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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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