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빅3 농락한 연쇄절도사건 전말

에스원·ADT캡스·KT텔레캅 줄줄이 털렸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국내 보안 업계 빅3 에스원, ADT캡스, KT텔레캅이 굴욕을 당했다. 케어를 받고 있는 상점 25군데가 줄줄이 털려서다. 상점 입구에 내건 보안업체 마크만 봐도 의례 겁을 집어 먹을 법 한데 이 절도범은 “보안가입 상점이 제일 쉬웠다”고 말한다. 대체 이들 보안업체의 ‘구멍’은 무엇일까.

보안업체 가입된 곳만 골라 25군데 턴 절도범 검거
범행에 1분…출동 25분 걸리는 보안업체 ‘속수무책’

지난 4월19일 새벽, 길을 지나던 한 남성이 불이 꺼진 상가의 문을 수차례 흔들었다. 비상벨이 울리자 남성은 자리를 피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안업체 직원이 해당 장소로 출동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한 보안업체 직원들은 자리를 떴다. 그러자 문제의 남성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비상벨에 놀라 달아났던 게 아니었다. 인근에 숨어 보안업체가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재고 있던 것이다.

그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장비는 간단했다. 마스크와 장갑, 드라이버가 전부였다. 남성은 능란한 솜씨로 상점문을 따고 들어가 현금보관함으로 직행, 돈을 집어 달아났다. 걸린 시간은 불과 1여분.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보안업체는 피해현장을 망연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연쇄절도범 김모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 3일 검거 전까지 25개 상점에서 27건의 절도행각을 벌였다. 그 피해액은 1050만원에 달한다. 특수절도 9범인 김씨의 범죄 행각은 수감생활을 하다 출소한 직후인 지난 4월19일 시작됐다. 사실상 무적자로 사우나와 찜질방을 전전하던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도둑질’뿐이었다.

드라이버 하나로

김씨는 먹잇감으로 대로변에 자리한 상점을 물색했다. 불을 켜지 않아도 가로등 불빛에 실내가 훤히 보이는 데다 도주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범행은 주로 인적인 드문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에 행해졌다.

눈여겨 볼 점은 김씨가 보안업체에 가입된 상점만 노렸다는 것이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보안업체에 가입된 상점의 경우 불이 꺼져 있으면 통상 안에 사람이 없다. 사람과 마주칠 경우 부득이 하게 강도로 돌변해야 되는데 이는 단순절도와 달리 처벌이 무겁다. 붙잡힐 경우 보다 관대한 처벌을 받기 위한 나름의 안전막인 셈이다.

무엇보다 보안직원이 도착하기 전까진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었다. 경보음 등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관제센터는 보안요원들에 출동을 지시한다. 출동명령을 받은 보안직원이 현장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최대 25분.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적어도 이 시간만큼은 ‘김씨의 세상’인 셈이다. 첨단으로 무장한 보안업체들은 김씨의 드라이버 앞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갔다.

이런 김씨가 덜미를 잡힌 건 과한 욕심을 부리면서다. 지난달 주유소에 침입했다 전기식 현금인출기가 열리지 않자 통째로 뜯어 달아났다. 그간 김씨는 범행 시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 CCTV에 찍인 영상으로는 신원을 식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김씨가 돈을 꺼내기 위해 인근에 자리한 밭에서 현금인출기를 부순 뒤 돈을 챙겨 나오는 과정에서 그의 얼굴이 CCTV에 포착됐다.

보안업체 불신

경찰은 피해상가의 CCTV를 분석, 지난 4월13일 출소한 동종전과의 김씨를 용의자로 특정지었다. 이후 경찰은 특별수사팀을 편성, 매일 새벽 2시에서 5시 사이 범행 발생 가능지역에 투입 시켰다. 그 끝에 지난 3일 새벽 구리시 수택동의 주유소 인근에서 범행을 준비하던 김씨를 붙잡았다.

이번 사건과 관련, 총부리는 보안업체의 미간에 정조준 됐다. 피해 상점들이 가입한 보안업체는 에스원과 ADT캡스, KT텔레캅. 보안업계 ‘빅3’가 일개 좀도둑에 농락당한 때문이다. 사방에서 원망과 문책의 화살이 쏟아졌다.

특히 피해자들을 비롯한 인근 상점 업주들은 보안업체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피해상점 업주는 “결국 마음만 먹으면 다 털어갈 수 있는 것 아니냐”라며 “이러려고 비싼 돈 내면서까지 보안업체에 가입한 게 아니다”라고 다소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피해 상점 인근에 자리한 상점 업주도 “이래서 어떻게 믿고 맡기겠느냐”라며 “차라리 보안업체 가입을 해지하고 개인적으로 방법시설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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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