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특고압선 논란

공포의 전선 “불안해 죽겠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부천시가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전력구 공사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한전이 주민 몰래 수직구 위치 및 노선을 변경하고 또 다른 공사현장서도 도로굴착심의를 신청하는 등의 ‘꼼수’ 행동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천시 및 한전 등에 따르면 한전은 현재 부천지역에 두 개의 대형 공사를 벌이고 있거나 벌일 예정이다. 먼저 한전 경인건설처는 지난 2014년부터 부천지역 변전소 및 수도권 서부지역 전력 공급을 위해 인천 부평 가정개폐소~광명시 영서변전소(23㎞)까지 지하 40∼50m의 전력구(345㎸) 공사를 하고 있다.

부천 구간은 상동∼약대동∼역곡동을 지나는 5.7㎞다. 또 한전 남서울건설지사는 부천 오정물류단지 전력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부천 중동변전소∼고강변전소(5.61㎞)에 대해 ‘154kV 전력구공사’를 내년 12월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민원 폭주

하지만 두 공사 모두 해당 지역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있다. 당장 부천시의 점용허가 취소→한전의 공사중지 집행정지 가처분 및 허가취소 소송→ 법원의 집행정지로 공사가 재개된 한전 경인건설처의 전력구 공사는 최근 다시 주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한전은 애초 상3동 D아파트 인근에 수직구를 설치하고 꿈빛도서관∼유일한로 가로공원 등을 잇는 노선으로 계획했으나 갑자기 주민설명회도 없이 약대동 H아파트 인근으로 수직구 위치를 변경한 데 이어 노선도 부천체육관∼약대동 H아파트 3단지∼W아파트 1단지로 변경한 것. 


이 과정서 부천시도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한전과 수직구 위치 및 노선 변경 관련 회의를 진행해 4월14일 수직구 위치 변경에 따른 수직구 점용허가를 내주면서도 주민들에게는 알리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한전 남서울건설지사의 ‘부천지역 전기공급시설 전력구공사’ 역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부천시 도로관리심의위원회에 전체 구간 5.61㎞ 중 1.28㎞만 심의를 신청했다. 이에 주민들은 “꼼수를 썼다”며 반발했고 부천시는 지난 24일 개최한 도로관리심의위원회서 주민 민원을 이유로 한전의 심의 신청을 부결시켰다.

한전 전력구 공사 주민들 “절대 반대”
대규모 아파트와 초등학교 인접해 갈등

부천시 도로정책과 관계자는 “이미 2014년 중동 인근서 한전 수직구 공사로 인해 대규모 민원을 겪은 터라 주민 동의 여부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부천시 입장”이라고 말했다. 
 

또 “선례가 있었기 때문에 주민 민원 등 모든 문제는 예상하기 충분했다”며 “중동 인근에 진행되는 공사는 수직구로 100% 터널식 공사로 진행되는 반면 중동∼고강 공사계획에는 3.883km라는 대부분의 구간을 1.2∼1.5m 개착관로로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민 반대가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동변전소∼고강변전소(5.61㎞)사업은 2014년 인천∼부천∼서울을 잇는 송전선로 지중화 사업과 달리 공사구간 중 대다수 구간을 터널식이 아닌 개착관로식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자파 유해성을 놓고 주민들의 반대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직구 공사는 지하 50m 이하서 이뤄지지만 개착관로 공사는 불과 1.2m 정도 아래 고압선을 매설한다는 점에서 인체 유해성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전 남서울건설지사가 주민설명회 당시 제출한 자료 상 사업목적은 ‘오정동, 원종1동 및 오정뮬류단지 등 부천지역의 증가하는 전력수요에 대한 공급신뢰도 유지 및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라고 명시돼있다. 

오정동 주민들은 “일반전기공사로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회에 가보니 고압선이더라.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송전선 지중화 작업에 대한 전자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개착구간의 경우 불과 1.2m 아래 15만4000v의 고압선을 매설한다는 것인데 인체에 무해할 수 있겠냐”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오정 휴먼시아의 한 주민은 “중동서도 특고압 수직구때문에 문제가 됐던 것을 기억한다. 그런데 오정동 지역에는 수직구를 이용한 터널식 공법도 아닌 1.2m 지하에 고압선을 매설한다는 것으로 어떤 주민이 이런 한전의 공사를 용납할 수 있겠느냐”며 “신구도시 지역 차별이 아닌 이상 어떻게 이런 공법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과연 누구 위한 공사?
고압선 매설 가능할까

다른 주민도 “봉오대로 옆에는 오정 휴먼시아라는 대규모 아파트도 있지만 초등학교도 인접해있다”며 “불과 10∼20m 떨어진 초등학교 인접 지역에 이런 고압선 매설이 가능한지 법적으로도 꼼꼼히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남서울건설지사 측은 “공사를 위한 허가신청 절차는 도로법에 의거해 진행되고 있으며 주민설명회를 해야 하는 법적 기준은 없다”며 “개착관로 구간은 대부분 왕복 8차선 이상으로 도로전체의 폭이 넓은 봉오대로를 통과하는 구간으로 교통소통, 지장물 경제성 등 도로여건이 양호한 점이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또 “특별한 의도가 있어 ‘고압’이나 ‘특고압’ 표기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주민설명회서도 송전선로 전자파에 대한 별도의 설명도 드렸다”며 “1.2m 토피고로서 개착관로 최상단부와 지표면과 가장 가까운 구간을 대표단면으로 설명드렸고, 실제로는 구간에 따라 매설깊이 차이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전 측은 “송전선로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주파수가 60Hz로 극저주파 전자계로 인체에 축적되거나 유전자를 손상시킬 만한 에너지가 없다”며 인체 유해성을 반박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주민설명회 안내문이나 설명회 자료에는 고압이나 특고압, 볼트 수치 등은 전혀 기재되지 않았고 어르신들에게 비누를 나눠주면서 서명을 받으려는 등 주민의견 청취보다는 설명회 근거를 남기기 위해 급급한 모습이었다”며 “인체 유해성이 없다면 왜 중동지역은 수직구, 터널식 공법을 적용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오정동 주민을 만만히 보고 불과 1.2m 아래 고압선을 매설하는 개착관로 공법을 적용한 게 아니냐”고 반박했다.

팽팽한 주장

부천시는 지난 2015년에 이어 한전 전력구공사로 인해 ‘대규모 민원’이라는 역풍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전의 설명회 자료에도 터널식 공사의 경우 ‘시공기간은 2∼3배, 비용은 6∼9배 소요’라고 명시돼있어 상대적으로 공사비용이 저렴한 개착구간을 무려 3.883km에 적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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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