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횡령사건으로 본 박용만 회장 ‘이중행보’

우스갯소리엔 ‘하하호호’ 민감사안에는 ‘침묵일관’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두산 계열 방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2005년부터 국방비 31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K-2 흑표전차와 관련해서다. 잇단 엔진 결함으로 질리도록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맷집을 길러온 두산인프라코어지만 이번만큼은 ‘휘청’할 수밖에 없었다. 성능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서다. 국민권익위 조사 결과, 국가 예산 수십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난 것. 게다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79억원을 횡령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만큼 회사가 받은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재계 대표 ‘트위터리안’인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입마저 다물게 할 정도였다.

흑표 엔진에 써야할 돈 굴착기 엔진 개발에 사용
재계 대표 트위터리안 박 회장…비리 혐의에 ‘먼산’

차세대 흑표전차 엔진을 개발 중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단가를 부풀려 국가예산 70여억 원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됐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흑표전차 엔진에 써야할 돈을 굴착기 엔진 등 다른 제품을 개발하는 데 사용했다.

다른 엔진을 시험할 때 쓴 기름값도 흑표전차 엔진 시험에 쓴 것으로 꾸몄다. 이뿐만이 아니다. 해외 연수중인 직원 10명의 인건비도 허위 청구됐다. 이렇게 지난 5년 간 부당 청구된 무려 70억원에 달한다. 권익위원회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현재 수사에 착수했으며, 방위사업청도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허위 청구

이번 사건과 관련, 두산인프라코어 측 관계자는 “자체 감사결과 국고 횡령 등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계속해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인프라코어에서 횡령사건이 불거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9년에도 해군 고속정 엔진 납품 비리와 국책연구비 횡령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두산계열사 사장이 구속되는 등 8명이 사법 처리됐다.

이들은 7건의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연구개발비용을 부풀려 청구하는 수법으로 정부지원금 196억 원 가운데 79억여 원을 횡령해 기술사용료, 다른 프로젝트 연구개발비 등으로 사용했다.

국책과제 별 횡령액은 ▲다계통 e-CNC 모듈 개발 37억5000만원 ▲초정밀 자유곡면 가공기 및 가공기술 개발 16억5000만원 ▲저공해 대형 디젤엔진 개발 18억1000만원 ▲중소형 LPG 상용차 엔진 개발 2000만원 ▲대형천연가스 엔진 개발1억5000만원 ▲해군 고속정 발전기 개발 납품 2억5000만 원 등이다.

한편, 횡령 소식이 전해지자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 13일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주가는 6.09% 폭락했다. 두산인프라코어 하나로만 끝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두산그룹 계열사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먼저 두산은 전날보다 7.56% 폭락한 것을 비롯해 두산중공업(-5.30%), 두산엔진(-1.61%) 등 다른 계열사 주식들도 동반 급락했다.

당연히 주주들의 심기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주주들의 불만은 박용만 회장의 트위터를 통해 터져 나왔다. 박 회장의 트위터에는 “또 횡령이냐. 도대체 왜 이러는 거냐” “두산그룹 주주들은 전부 죽으라는 거냐” 등 주주들의 성토글이 줄을 잇고 있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오로지 침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트위터 글에 일일이 답을 해주며 재계의 대표 ‘트위터리안’으로 떠오른 그간 행보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모습이다.

주가 맥 못 춰

이와 관련, 두산인프라코어 한 주주는 “주주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성실히 답변을 하는 것은 기업 총수의 기본”이라며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도 솔직한 답변을 하는 것이야 말로 존경받는 기업인과 트위터리안의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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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단독] 황하나 ‘경찰 야당’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김성민 기자 =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가 스스로 입국한 지 이틀 만에 구속됐다. 도주의 우려가 크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경찰은 약 2년간 황하나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해 왔다. 지난해에는 은거하던 장소를 특정했다. 일부러 검거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유다. 정보기관 안팎에서는 그간 황하나가 경찰에 마약 관련 정보를 제공해 왔다고 보고 있다. 황하나는 지난해 초 돌연 태국으로 출국했다가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경찰은 공식적인 입국 기록이 없었기에 국내로 데려오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황하나가 어떤 범죄에 연루됐는지 행적만 추적할 수 있었다. 은신처 알고도… 경기 과천경찰서가 황하나를 추적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부터다. 같은 해 황하나가 서울 강남의 모처에서 지인 2명과 필로폰을 매수해 투약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과천경찰서는 그의 해외 이동 경로를 추적했다. 압박감을 느낀 황하나는 2023년 12월 갑작스레 태국으로 출국했다. 황하나는 당시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5월 인터폴 청색수배 대상이 된 황하나는 육로를 통해 캄보디아로 밀입국했다. <일요시사> 취재와 정보기관이 파악한 내용을 종합하면, 황하나는 망고·태자 단지 배트남계 보이스피싱 조직 간부 또는 자금 세탁범들과 어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캄보디아 카르텔에 20~30대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해 성접대를 강요한 원정 성매매 알선 의혹을 받는다. 지난 24일 오전 2시 황하나는 캄보디아 프놈펜 태초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대한항공 항공기에 탑승했다. 경찰은 캄보디아로 건너가 현지 영사와 협의를 거쳐 항공기 내에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5시간 후 과천경찰서 수사관들은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황하나를 압송했다. 황하나는 “해외로 수차례 한국 여성들을 불러들인 이유가 무엇이냐?” “마약 유통과 투약 혐의를 인정하느냐?” “자진해서 입국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일요시사>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을 들여다보지 않던 과천경찰서는 갑자기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본래 황하나의 성매매 알선 의혹은 다른 청에서 내사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과천경찰서는 황하나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관련 의혹을 캐물을 방침이다. 태국·캄보디아 전전…갑자기 자진 입국 밀입국 이후 1년 넘게 고급 호텔서 생활 황하나는 이달 초 경찰 측에 자진 입국 의사를 밝혔다. 2년 가까이 해외 도피 생활을 하다 갑자기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게 황하나의 입장이다. 그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캄보디아에서 출산한 아이를 제대로 책임지고 싶어 스스로 귀국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마약 투약 혐의도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없고 지인에게 투약해준 적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수원지법 안양지원 서효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황하나가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장기간 해외에 체류하며 수사를 피해 온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있는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보기관은 황하나가 아이를 책임지기 위해 스스로 입국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캄보디아에 밀입국한 정황이 있고 1년 넘게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갈 정도로 자본적 여유가 충분했다는 게 근거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최소한 아이를 키우지 못할 정도로 가난하게 생활하진 않았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더 나은 환경일 순 있겠지만, 황하나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현재 아이의 아버지와 연락이 끊겼다거나 캄보디아에서 끼니를 굶을 정도로 생활력이 되지 않았어야 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황하나의 자진 입국이 과천경찰서와의 사전 조율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 황하나가 이달 초 과천경찰서 측에 변호사를 통해 자진 입국 의견을 전달하긴 했으나 이전부터 그가 수사기관의 ‘야당’ 역할을 해왔다는 게 골자다. 정보기관 “아이 때문에? 신빙성 부족” 마약 정보 제공 ‘플리바기닝’ 노리나 실제 황하나는 경찰 측과 직접 연락하거나 측근을 통해 특정 인물들에 대해 ‘마약을 투약했다’ ‘한국으로 유통하는 것 같다’는 등의 정보를 전달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곧 황하나에 대한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플리바기닝은 피고인이 유죄를 인정하거나 공범에 대해 증언하는 조건으로 검찰이 구형량을 낮춰주거나 불기소 처분하는 것을 일컫는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도 수사 과정에서 협상의 일종인 ‘플리바기닝’을 피의자에게 제안하기도 한다. 이미 검거한 마약사범을 통해 상위 공급책을 잡으려 활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검찰은 지난 10년간 플리바기닝 제도화를 추진했지만, 오·남용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막혀 추진하지 못했다. 추적이 어렵고, 증거 확보가 어려운 범죄가 늘고 있어 플리바기닝 공식 제도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한 마약 전문 변호사는 “플리바기닝은 수사기관의 오랜 관행이다. 마약범을 더 많이 잡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 진술이 내재돼있을 가능성이 있어 간혹 마약범에게 억울한 혐의가 추가될 때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황하나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캄보디아 당국에 황하나의 위치를 파악했으니 협조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도 한번으로 끝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또 다른 이유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가 밀입국했기 때문에 캄보디아 입국 기록이 없었다. 그래서 무작정 캄보디아에 있으니 잡아달라고 할 수 없었고 거주지를 특정한 이후 협조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며 “캄보디아 당국이 한국 경찰에 비협조하는 일이 빈번한 건 사실이지 않나”고 반문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황하나 측과 연락했던 건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설득의 과정이었다”며 “일부 마약 관련 정보를 들은 경찰도 있겠지만 황하나를 비호해 온 것처럼 보인다는 건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