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손보, 무차별 소송에 계약자들 분통 <내막>

소문난 쌈닭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이 그린손보를 향해 한 말이다. 금소연이 이 처럼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으며 목소리를 높인 까닭은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그 내막을 집중 취재했다.

알릴 의무 위반 근거로 채무부존재소송 일삼아
이영두 회장 “흑자전환 못하면 퇴진”…적자 때문?

A씨는 지난 2008년 3월 그린손보에 가입했다. 그리고 지난 2009년 12월 발목골절, 2010년 7월 고혈압 등으로 보장을 받았다. 그러던 2010년 12월 A씨는 다발성관절염으로 청구를 했다. 당시 보험사의 태도는 황당했다. “이번은 보상해 줄 테니 자발적으로 해지하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 타사계약을 미고지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를 어길 시 소송하겠다는 협박성 멘트도 덧붙였다.

‘보험사기꾼’ 취급

A씨는 이에 불응했고 결국 그린손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그린손보 가입 당시 A씨는 5개의 보험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 지인들의 권유로 가입해 둔 것으로 보험료도 모두 소액이라 본인 수입으로 충분히 납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억울한 처사에 A씨는 분통이 터졌다.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지난 2009년 10월 그린손보에 가입한 B씨는 허리를 다쳐 디스크 진단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자 그린손보는 타사계약 1건을 미고지 했다는 이유로 느닷없이 소송을 걸어왔다. B씨는 당황했다. 한 달 전의 건강상태까지 빠짐없이 고지했음에도 타사 보험 내역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걸어와서다. 무엇보다 울분이 터졌던 건 자신을 보험사기꾼 취급하는 그린손보의 태도였다.

이는 비단 이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금감원이 최근 발표한 ‘2011년 1분기 분쟁조정 신청 관련 소 제기 현황’을 보면 그린손보의 분쟁조정 신청 총 152건 가운데 신청 전 소제기가 17건, 신청 후 소제기가 4건으로 모두 21건의 소송이 걸려있다. 모두 그린손보 측에서 제기한 것으로 그 비율이 무려 13.8%에 달한다. 이 때문에 그린손보는 업계에서 소문난 ‘쌈닭’으로 통한다.

이 같은 사실을 전해들은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크게 놀라는 눈치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보험에 가입할 때 청약서에 ‘타사보험계약’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는 수입 및 가정경제환경 등에 맞는 적정보험 가입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따라서 단순히 타사계약사항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개정안에도 계약자의 중복보험 알릴의무 삭제가 예정돼 있다. 보험사가 전산 확인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사항인데도 불구, 소비자에게 부담을 떠넘긴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그린손보는 보험사고가 잦고 타사계약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금지급을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계약자를 보험사기꾼으로 몰아 ‘채무부존재소송’을 남발하고 있다.

소송을 당한 소비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하면 소비자는 금감원이나 소비자원에는 피해구제를 신청할 수 없고, 이미 접수돼 처리 중인 사건도 중단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거대 보험사를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한단 얘기다.

이와 관련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소송을 당하면 법원에 대한 두려움으로 심리적 압박을 받고 보험사들은 이를 통해 소비자와의 협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 압박용 카드’로 소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십중팔구는 나가떨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악의적인 행태로 인한 계약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2010년 4월 개정된 상법은 다른 보험가입내역에 대한 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거나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린손보는 약관 변경 전 계약에 대해서만 소송을 하고 있으니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금소연은 “그린손해보험은 일반 보험사와 달리 마치 보험사이기를 포기한 보험사 같다”며 “차라리 간판을 내려라”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린손보가 소송을 남발하는 이유가 실적개선을 위한 몸무림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그린손보는 지난해 15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자산운용에서 5.4%의 수익률로 604억원의 투자이익을 거뒀지만 보험수지 적자 669억원을 보전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주가 역시 맥을 못 추고 있다. 2011년 3월말 기준 4405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 하락했다. 이는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24%와 보험업종 지수상승률 6%보다 저조한 수치다.

계속되는 부진에 이영두 그린손해보험 회장은 경영권 포기 의사를 내비치기까지 할 정도였다. 이 회장은 최근 “올해도 그린손보를 흑자 전환시키지 못한다면 보험계약자, 주주 및 회사 임직원을 위해 더 나은 분에게 회사 경영권을 넘기는 것까지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차라리 재벌이 인수해라”

이 회장은 또 “재벌그룹의 인수제안까지 거절하며 독자 경영을 해오고 있지만 자산운용에서 초과수익을 무기로 보험영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이 금융위기 이후 신통력을 잃는 바람에 임직원에게는 급여반납이라는 독배를 마시게 했고 주주님들에게는 수익은커녕 손해를 끼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배수진을 치고 ‘죽을 각오’로 경영에 임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하지만 계약자들은 이미 등을 돌린 모양새다. 그린손보에 가입한 C씨는 “흑자전환을 위해 소송을 더 남발하지는 않을 지 걱정”이라며 “차라리 재벌그룹에서 인수하면 상황이 나아지지 않겠느냐”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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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