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재벌가 사위 잔혹사

처갓집서 무시당하는 백년손님들 “나 돌아갈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계에 불던 ‘사위 바람’이 잦아든 분위기다. 재벌가 ‘백년손님’들이 줄줄이 곤욕을 치르고 있어서다. 여론의 뭇매를 맞는 소리가 요란할 정도다. 그런가하면 집안 한편에서 눈칫밥을 먹는 사위도 여전하다. ‘이방인’ 신세를 면치 못한 채 높은 담장만 빙빙 돌고 있다. 재벌가 사위들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잔혹사가 다시 쓰이고 있다.
 
승승장구 담철곤·정태영 곤욕…두 회사 초상집
"경영 불참·재산 포기" 각서 받고 왕따 시키기도

재벌가 사위들의 약진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오너일가 못지않게 초고속 승진을 거듭, 핵심 요직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심지어 대대로 내려오는 가업을 통째로 물려받은 ‘백년손님’도 있다.

30년 공든탑 ‘와르르’

그러나 최근 ‘잘 나가던’사위들이 잇달아 여론의 도마에 올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그렇다.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인 담 회장은 이른바 ‘남데렐라’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고조부가 한국으로 건너와 경북 대구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외국인고등학교 재학 시절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이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 사장과 만나 10년 열애 끝에 1980년 결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해 동양시멘트 대리로 입사한 그는 동양제과 구매부장, 사업담당 상무, 영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동양마트 사장, 동양제과 사장 등을 지냈다. 담 회장은 1989년 이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오리온 계열을 이끌다 2001년 이 창업주의 맏사위 현재현 회장(부인 이혜경씨)이 맡은 동양그룹에서 독립했다. 이후 담 회장은 식품과 유통사업에 그치지 않고 엔터테인먼트, 외식 등으로 사업군을 확대시키며 저돌적인 경영수완을 발휘해 재계에 ‘사위 전성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어렵게 쌓은 ‘30년 공든탑’이 무너지게 됐다. 담 회장은 지난달 26일 16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쇠고랑을 찼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담 회장은 회사 돈으로 여러 대의 외제 고급 슈퍼카를 자녀 통학 등 개인용도로 굴린 사실이 드러나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전액 변제하는 ‘요량’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담 회장과 함께 ‘재벌 사위’명찰을 달고 승승장구하던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은 고객들의 정보가 유출된 해킹 사건으로 체면을 구겼다. 사건이 발생한지 두 달이 넘었지만 사태는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범인들의 검거와 정 사장의 거듭된 사과에도 파장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감원 조사 결과 유출된 개인정보는 175만건에 달한다. 이는 현대캐피탈이 초기 파악했던 42만건보다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피해자들 사이에선 집단소송 움직임도 감지된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정 사장의 징계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해킹 사건으로 정 사장의 리더십에 큰 흠집이 났다”며 “아무리 빨리 대응했어도 허술한 보안 시스템과 인력관리에 대한 비판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 사장(부인 명이씨)은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경영수완으로 장인의 신임을 얻었다. 정경진 종로학원 회장의 장남인 정 사장은 서울대 불문학과와 메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뒤 1987년 현대종합상사 기획실 이사로 경영에 합류했다.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상무, 현대모비스 전무, 기아자동차 자재본부장 등을 거쳐 2003년 10월 사장직에 올랐다.

사실 담 회장과 정 사장의 경우 이미 처가의 인정을 받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가에서 사위들이 큰 역할을 맡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평범한 집안 출신이라면 더욱 그렇다. 사위의 경영참여를 원천봉쇄하는 기업들은 LG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코오롱그룹, SK그룹 등이다. 이들 그룹은 전통적으로 딸들은 물론 사위들을 경영에서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다.

모 그룹의 경우 A회장이 사위 B씨에게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각서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몇년 전 A회장의 딸과 결혼했다. 일각에선 B씨의 경영 참여가 조심스레 점쳐졌었다. 하지만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B씨는 처가의 가업과 전혀 무관한 길을 가고 있다. 이도 모자라 처갓집에서 이방인 대우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알고 보니 B씨는 결혼 전 경영 불참여 등의 각서를 썼다고 한다. A회장이 혹시 몰라 B씨에게 요구한 일종의 ‘처갓집 재산 포기서’인 셈이다. A회장은 이 조건으로 결혼을 승낙했다고 한다. 때문에 이들은 가족이 된 지 꽤 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어색하다. B씨는 외부의 시선을 의식한 나머지 마지못해 집안일에만 참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황태자’들의 견제를 받는 사위도 있다. C회장은 사위 사랑이 유별나다. 아들이 있지만 평소 더 믿고 의지한다. 부자지간 이상의 정을 나누고 있다. 반면 아들들은 당장 경영권 승계가 눈앞이지만 아직 확실한 뭔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벌인 사업들도 하나같이 신통치 않았다. 이런 와중에 “사위가 낫다”는 평가를 받는 집안의 아들로선 매부가 좋을 리 없다. ‘성골’들이‘진골’을 왕따 시킨다는 소문이다.

재벌가에서 ‘씹다 버린’신세가 된 사위도 있다. D회장은 이혼, 구속 등의 이유로 아들들이 모두 말썽을 부리자 사위를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재계에선 이 사위를 초대형 악재를 만난 그룹을 살릴 ‘흑기사’로 평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아들들이 속속 경영에 복귀하고, 그룹 분할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는 현재 사위가 비집고 들어갈 자리는 없다. 사위에 비추던 조명도 하나둘 꺼지고 있는 형편이다.

‘씹다 버린 껌’ 신세도

E그룹 사위는 처가의 위치추적을 받기도 했다. 오너의 딸은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의심, 회사 관계자들을 동원해 몰래 위치 추적이 가능한 휴대폰을 자동차에 설치했다. 오너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같은 사실이 남편에게 발각되면서 결국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됐다. 아내는 그룹 전산망을 이용, 남편뿐 아니라 내연녀로 의심되는 여성도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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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