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무는’ 무서운 개 이야기

숨이 끊길 때까지 물고 놓지 않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집에서 기르는 맹견이 사람을 무는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맹견에 의한 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맹견은 맹수와 싸워서 이길 정도로 공격성이 강해 일부 국가에선 아예 사육을 금지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관련 규정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창동의 한 주택가서 이모(31)씨가 기르는 ‘도고아르젠티노’와 ‘프레사카나리오’ 품종 맹견 2마리가 집 밖으로 뛰쳐나와 주민 3명을 쫓다 이 중 2명을 물어 상처를 입혔다. 경찰은 관리를 소홀히 해 본인 소유 개가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과실치상)로 견주 이씨를 입건했다.

목줄 없이…
해마다 사고↑

맹견에 의한 사고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지만 해마다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피해 연령대도 다양하고, 행인뿐만 아니라 주인까지 공격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5년에는 유난히 맹견 사고가 많았다. 그 해 7월21일 경북 경주시 건천읍 서면 한 농장서 농장직원 백모(35)씨의 3세 아들이 농장을 지키던 도사견에 물려 숨졌고 11월11일에는 경기 의왕시 내선동 비닐하우스서 초등학생 권모군이 자신이 키우던 도사견에 물려 사망했다. 

12월4일에는 전남 신안군 흑산면 박모(45)씨 집에서 박씨의 아들이 기르던 시베리안 허스키에게 목이 물려 숨졌다. 


2007년 2월8일 충남 천안에선 자전거를 타러 나간 백모(7)군이 집 앞 논두렁서 이웃집 알라스카 말라뮤트에게 물려 숨진 채 발견됐고 같은 달 25일 경기 하남시 덕풍리에선 송모(75)씨가 이웃집을 방문했다가 로트와일러에게 물려 사망했다.  

한밤 중 맹견이 주민 습격…3명 중경상
돌연 공격에 의한 사고 해마다 수백건

2009년 10월2일 경기 여주군 능서면에선 맹견을 산책시키던 50대 남성이 개에게 물려 쓰러져 있는 것을 마을주민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2015년 2월28일에는 경남 진주시 미천면 한 단독주택 마당서 80대 할머니가 핏불테리어에게 밥을 주러 나갔다가 봉변을 당했고, 같은 해 6월22일 충북 청주시 문동리 한 주택 마당에선 15개월 된 아이가 집에서 키우던 핏불테리어에 가슴과 옆구리를 물려 사망했다.

맹견들의 공격은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에게도 이어졌다. 2010년 1월2일 경북 안동시 정하동 한 주택 축사에 맹견 3마리가 침입해 염소 10여마리와 닭, 오리 등 가축 20여마리를 물어 죽였다.  
 

2014년 3월11일에는 충북 영동군 매곡면에 있는 민간 고양이 보호시설에 핏불테리어 2마리가 침입, 고양이들을 공격해 9마리가 죽기도 했다. 

‘더 큰 일이…’
불안감 토로


이처럼 맹견의 공격에 의한 사고는 해마다 수백건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1년 245건서 2012년 560건, 2013년 616건, 2014년 676건으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5년엔 1488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이 같은 맹견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자 누리꾼들은 불안감을 토로하며 맹견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견주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이건 단속을 제대로 하지 못한 주인 잘못임 더군다나 맹견을 저렇게 제대로 관리 못한 죄는 살인미수죄나 다름없다고 본다”(beck****), “피해자가 어른인데도 저 정도인데 유아나 어린이, 노인을 물었다면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예방할 수 있는 법이나 제도마련이 필요합니다”(fflo****), “소형견이라도 길에서 개는 꼭 목줄을 해야함. 모두가 개를 좋아하는 건 아님”(wogu****)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언제든 일어날 법했다”고 입을 모은다. 소위 맹견으로 분류되는 견종을 키우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개 성향에 맞는 사육 및 관리를 하지 않아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애완동물학부 교수에 따르면 맹견이나 대형견 등 사람에게 큰 부상을 입힐 수 있는 반려견은 필수적으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교수는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려면 모든 반려견이 교육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특히 큰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맹견이나 대형견은 교육과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화와 본능조절 교육이 필요한 건 물론이고 견종에 따라 사육환경을 갖추고 산책 및 운동 시간도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당수 맹견·대형견 견주들이 호기심과 과시욕으로 특이견종을 키우다 사고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위험천만’
이대로 괜찮나

동물권단체 케어는 실제로 맹견·대형견을 키우던 견주가 개에게 공격을 받은 뒤 동물보호단체에 개를 양도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한 번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를 일으킨 개는 재발 위험이 있기에 대부분 안락사된다. 개가 자기 힘으로 사람을 제압했다는 인식을 가지면 교육을 통해서도 사고를 방지하기 힘들다.
 

케어 관계자는 “키울 여력도, 지식도 없는 상황에서 맹견·대형견을 분양받은 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 공격을 당하는 바람에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몸이나 얼굴을 물리는 일은 다반사고 최근엔 귀가 뜯겨 나갈 정도로 심하게 공격을 당해 우리에게 개를 보낸 견주도 있었다”고 말했다. 

맹견 사고가 계속해서 일어나자 맹견 관리 기준과 사육 제한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 캐나다 등 해외에 있는 맹견사고 방지를 위한 법적 기준이 한국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크고 작은 맹견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전무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하고 있다. 일부 나라처럼 맹견에 대한 관리 및 사육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변호사는 “영국은 26년 전에 이미 맹견 사육 제한과 관리 지침 등의 법률을 제정해 공격적이고 통제가 불가능한 맹견 사육을 관리해왔다”면서 “이와 달리 한국은 맹견으로 분류한 일부 견종과 외출 시 입마개를 해야 한다는 정도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1991년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해 핏불테리어, 필라브라질러, 도사, 도고아르젠티노 등의 맹견을 ‘특별 통제견’으로 분류했다. 

해외선 못 키우는데
한국선 반려견 취급

영국서 '특별 통제견’을 키우려면 법원으로부터 허락을 받아야 한다. 이후에도 사육자는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 또한 보험 가입,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삽입, 입마개 등을 해야 하고 번식 및 판매, 교환도 할 수 없다. 

뉴질랜드는 지난 2월부터 ‘맹견 관리 자격증’ 제도를 도입했다. 위험한 개를 다룰 수 있는지, 적절한 사육 환경을 갖췄는지 등을 검토해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만 맹견을 키울 수 있는 자격증을 발급한다. 법적 책임이 부여된다는 내용의 교육도 받아야 한다. 또한 키우려는 맹견의 기질도 검사해야 한다. 

해외에선 이처럼 맹견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지만 한국엔 맹견 관리 지침이나 사육제한 조치가 없다.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12조2항서 맹견으로 분류한 ▲도사견과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 핏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아메리칸스태퍼드셔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스태퍼드셔불테리어와 그 잡종의 개 ▲로트와일러와 그 잡종의 개 ▲그밖에 사람을 공격해 상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은 개와 외출 시엔 반드시 입마개를 씌워야 한다고 규정한 게 맹견과 관련한 규정의 전부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기면 개 주인에게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관리 부실이 원인
제도적 장치 필요

한 동물보호시민단체 관계자는 “맹견도 적절한 사육환경서 올바른 사육방식으로 관리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이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사고들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체계적인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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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