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막내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 ‘출생의 비밀’ <추적>

회장님은 ‘나라사랑’…따님은 ‘미국사람’

재계의 여풍을 주도하고 있는 한진가 막내딸 조현민씨. 조씨의 국적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30세도 안된 어린 나이에도 초고속 승진과 그룹 계열사 등기직을 잇달아 꿰차면서 그가 ‘미국 사람’이란 사실이 드러났다. 도대체 어찌된 사연일까. 조씨는 ‘대한(Korean)’자와 태극문양 로고를 달고 대한민국 대표 국적 항공사라 자부하는 대한항공 차세대 리더다. 더구나 조씨의 부친인 조양호 회장은 남다른 애국심으로 평소 ‘나라사랑’이 각별하다는 점에서 의문을 더한다.

잇단 등기이사 선임 과정서 미국 국적 사실 드러나
하와이서 태어나 시민권 취득…돌아왔다 다시 유학

조현민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IMC) 상무(보)는 ‘미국사람’이다. 언론 등을 통해 ‘조현민’이란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엄밀히 말해 국적법상 미국인이다. 미국 국적을 가진 조 상무의 실명은 ‘조 에밀리 리(Cho Emily Lee)’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 상무는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올해 28세인 그는 2005년 9월 LG애드(현 HS애드)에 입사해 근무하다 2007년 3월 대한항공 광고선전부(현 통합커뮤니케이션실) 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2월 부장으로 승진한데 이어 지난 4월 상무(보)에 올랐다.

조 에밀리 리
미국명으로 등기

현재 IMC 팀장을 맡아 대한항공의 광고·마케팅 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조 상무의 임원 등극은 오빠 조원태 전무, 언니 조현아 전무보다 빨랐다. 조원태·조현아 전무는 각각 30세, 32세였던 2006년 상무(보)로 진급했다. 조 상무가 2∼4년 빠른 셈이다.

재계에선 이대로 가다간 조 상무가 오빠·언니를 제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조 상무는 최근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자산순위 100대 상장사 임원을 분석한 결과 최연소 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룹 측은 너무 이르지 않냐는 지적에 대해 “뛰어난 실력과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때만 해도 조 상무의 국적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일부만 알았을 정도다. 그룹 측은 인사 발표 보도자료에 ‘조현민’이라고만 표기했고, 언론들은 이를 그대로 받아써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조 상무의 국적이 드러난 것은 그룹 계열사 등기직에 오르면서다. 조 상무는 2009년 4월 한진지티앤에스 등기이사를 시작으로 지난해 2월과 3월 각각 정석기업, 진에어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이들 회사는 ‘조 에밀리 리’라고 공시했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언론엔 여전히 ‘조현민’으로 나왔다.

그러던 중 조 상무의 국적 얘기가 쏟아져 나온 것은 조 상무가 한진에너지·싸이버스카이 등기이사로 등재되면서다. 한진에너지와 싸이버스카이는 지난 4월 “조 상무가 ‘조 에밀리 리’라는 미국명으로 이사 등기를 마쳤다. 조 상무는 국적법상 미국인”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도 조 상무의 이름을 바꿔 공시하기 시작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금감원에 접수한 분기보고서(1분기)까지 주식소유·임원 현황 공시(1분기)란에 ‘조현민’이라고 표기했다가 다음날 접수한 대규모기업집단 현황 공시(1분기)엔 ‘조 에밀리 리’로 변경했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임원의 경우 외국 이름을 등재하고 있다. 일례로 미주지역본부 여객팀장으로 근무 중인 존에드워드 잭슨 상무(보)는 미국명 ‘JACKSON’으로 임원 명부에 올라 있다.

혹시 원정출산?…미스터리 증폭
조양호 회장 경영수업 중 출산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거래법상 경영의 투명성 확보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상장법인의 주요 사항 공시를 의무화하고 있다”며 “기업은 중요사항을 기재하지 않거나 허위 보고 또는 누락하는 등의 신고의무 위반시 형사 처분, 과징금부과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작성시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쯤 되자 조 상무의 국적을 둘러싼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조 상무는 어떻게 미국 국적을 취득한 것일까.

한진그룹 측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회사 관계자는 “업무와 전혀 관계가 없는 국적 문제는 다분히 개인적인 사안이기 때문에 알 수 없다”며 “조 상무가 미국 국적을 갖게 된 배경과 과정 등을 알지 못하고 확인해 줄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조 회장은 슬하에 조 상무 외 조원태(1976년 1월생)·조현아(1974년 10월생) 전무를 두고 있는데, 둘은 모두 국내에서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적도 물론 한국이다. 오빠 언니와 달리 조 상무는 고향이 머나먼 이국땅이다.

대한항공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조 상무는 1983년 8월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났다. 이후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고교를 졸업하고 다시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조 상무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남가주대)에서 커뮤니케이션(학사)을 전공했다. 조 회장과 조원태 전무도 인하대를 나와 이 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부녀, 남매가 동문인 셈이다.
한진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조 상무는 미국 하와이에서 태어나 대학 전까지 계속 가족들과 함께 서울에서 살았다”며 “대학에 진학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했고, 이를 마치고 국내로 돌아와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한진가와 하와이는 인연(?)이 깊다. 한진가는 1970∼80년대 하와이에서 부동산을 대거 매입·보유해 시선을 모았다. 재미언론인 안치용씨가 운영하는 블로그 ‘시크릿 오브 코리아’에 따르면 조 회장의 숙부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과 조중식 전 한일개발 부회장은 1978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아파트, 콘도 등 부동산을 매입했다. 조 고문은 1996년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하와이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상무가 태어나기 직전인 1983년 5월엔 조 회장의 동생 고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하와이 땅을 샀다. 한진그룹은 1974년 하와이에 있는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을 인수해 운영 중이다. 1968년 한진그룹이 인수해 현재 조 회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인하대는 ‘인천’과 ‘하와이’의 첫자를 딴 이름으로, 하와이 교민이주 50주년을 기념해 하와이 동포들의 성금으로 1954년 설립됐다.

"개인적인 사안"
그룹 측 모르쇠

조 상무가 하와이 태생인 점을 감안하면 조 상무는 미국 국적을 취득한 시민권자일 가능성이 크다. 현행 미국의 이민·국적법은 미국에서 태어나면 자동으로 시민권을 준다. 미국은 50개주와 괌, 사이판 등 자치령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부모의 국적과 상관없이 시민권을 부여하는 속지주의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시민권자는 ‘자진해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한 국적법에 따라 한국 국적이 자동 소멸된다.

반대로 한국 국적을 유지하기 위해선 반드시 미국 국적을 포기해야 한다. 참고로 해당 국가에 영원히 체류할 수 있는 영주권자는 참정권, 투표권 등 모든 공적권리를 제외하고 영구 왕래 또는 거주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영주권자는 한국 국적과 외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할 수 있다. 이중국적자의 경우 현행 국적법상 22세 이전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해야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원정출산’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인터넷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선 조 상무의 등기이사 선임 소식과 함께 국적 문제를 두고 네티즌들이 뜨거운 논쟁을 펼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조 상무가) 미국 국적인거 보니 원정출산했던 걸까요. 괜히 좀 거슬리는 대목이네요. 하긴 뭐 불법은 아니니깐”이란 반응을 보였다. 다른 네티즌은 “원정출산 1세대? 군대 갈 것도 아닌데 여성분이 뭐 하러 그랬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원정 출산이라기보다는 (부모가) 미국 유학 중에 딸을 본 것 같다”, “대한항공 같은 해외 활동이 많은 기업의 오너면 외국 생활을 할 기회야 유학이 아니라도 많았을 것” 등의 의견도 있다.

[한진-하와이 아주 특별한 인연]
▲아파트, 콘도 등 부동산 소유
▲현지에 대형 리조트호텔 운영
▲교민들이 세운 인하대도 보유

조 상무가 태어난 1980∼90년대는 원정출산 붐이 일었던 시기다. 당시 서울 강남 등지의 부유층 아이들 중 약 10%가 해외 원정출산을 통한 ‘복수국적자’란 통계가 있었을 정도였다. 2000년대 들어선 원정출산이 중산층까지 확산, 원정출산을 떠나는 한국인 임산부가 연간 최소 5000명이 넘기도 했다. 원정출산 행태를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

한 원정출산 중개인은 “원정출산을 위해 3개월 정도 미국에서 체류할 경우 비용으로 최소 5000만원이 필요하다”며 “처음엔 LA, 보스턴 등 대도시가 각광을 받다 미국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자 하와이, 사이판, 괌 등 휴양지 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재벌가는 앞 다퉈 만삭인 며느리·딸들을 외국행 비행기에 태우고 있다.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 일가는 수차례 원정출산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이들 그룹은 하나같이 “외국 국적 취득을 위한 의도적인 출산이 아니다. 오너가 현지 유학 또는 파견 시절 출산했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조 상무는 어떨까. 조 회장은 조 상무가 태어날 당시 한창 경영수업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조 회장은 군 제대 직후인 1973년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장녀 이명희씨와 결혼했다. 이듬해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 회장은 1979년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MBA 과정을 끝냈다. 즉, 조 회장의 유학 시절 조 상무가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조 회장은 유학을 마친 이후 본격적인 경영수업에 들어가 영업·전산·자재·인사·총무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면서 1980년 상무에 오른데 이어 1984년 전무로 승진했고 1992년 사장, 1999년 회장에 선임됐다.

조 상무의 국적을 둘러싼 또 다른 의문은 왜 지금까지 미국 국적을 놓지 않고 있느냐다. 재벌가는 자녀의 유학 기회를 비교적 쉽게 얻기 위해 불룩한 배를 움켜쥐고 바다를 건넌다. 일부는 시민권을 병역기피 수단 등으로 악용하기도 한다. 이런 목적이라 해도 경영에 참여하기 전 한국 국적으로 바꾸는 게 대부분이다. 경영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고, 혹시나 경영권 승계에 문제가 생길지 몰라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랬다. 원래 일본 국적이었던 신 회장은 불법 부동산 매입 문제가 불거지자 1996년 일본 이름 ‘시게미쓰 아키오’를 버리고 한국 국적을 얻었다. 그리고 이듬해 롯데그룹 부회장에 임명되면서 사실상 그룹 후계자로 낙점됐다.

재계 관계자는 “미국 시민권자가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지만 부분적으로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며 “특히 기업 후계자는 국적 문제로 각종 의혹과 구설수, 도덕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등 경영인으로써 아킬레스건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 법조인은 “현재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면 한국 국적으로 돌릴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지난 1월부터 시행된 이중국적을 허용한 국적법 개정안에 따라 국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만 하면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왜 미련 못 버리나
아킬레스건 될 수도

조 상무는 ‘대한(Korean)’자와 태극무늬 로고를 달고 대한민국 대표 국적 항공사라 자부하는 대한항공 차세대 리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적에 대한 미련(?)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더구나 조 회장은 평소 ‘나라 사랑’이 각별하다. 회사 일을 내팽개치다시피 하고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매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게다. 조 상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평소 국가관이 뚜렷하다. 나라를 위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회사가 조금 손해가 나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분”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애국심이 남다른 조 회장이 ‘검은머리 외국인’ 딸을 두고 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