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진화하는 청소년 비행문화 천태만상

음란한 아이들 “갈 데까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0대들의 비행문화가 갈수록 진화해 가고 있다. 어린 시절의 치기어린 행동으로만 생각되던 예전과는 달리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 더욱 잔인해지고 지능화된 10대들의 비행문화.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코인노래방이 아지트로 각광받고 있다. 코인노래방은 기계가 설치된 작은 부스 안에서 한 곡에 500원 정도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다.

10여년 전부터 놀이공원이나 번화가를 중심으로 생겼는데 최근 의식주와 취미생활을 혼자 하는 ‘혼족’이 늘면서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무인 코인노래방이 늘면서 청소년 일탈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로운 일탈]
코인노래방

현행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오후 10시 이후 노래방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내 노래연습장 6447곳 가운데 192곳이 코인노래방으로 운영된다.

노래연습장의 등록, 관리를 담당하는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코인노래방 등록이 급증했다”며 “지난해 6월 이후 우리 구에 새로 등록한 노래연습장 11곳 모두가 코인노래방”이라고 설명했다.


각 방서 결제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는 코인노래방은 청소년들이 어른의 눈을 피해 탈선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한 노래방 업주는 “카운터에 있지 않아도 CCTV로 노래방 내부를 다 보고 있다”며 “CCTV로 보고 있다가 청소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현장에 가서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증언은 달랐다. 이웃 상점 종업원 김모(22)씨는 “청소년으로 보이는 손님이 술을 가지고 들어가도 업주가 내려온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 잔인해지고 지능화 ‘심각 단계’
갈수록 숨어드는 아지트 ‘일탈 방치’

코인노래방 주변서 만난 고등학생 A군은 “사장이나 종업원이 없거나 있어도 신분증 검사를 잘 안 하는 코인노래방을 ‘잘 뚫리는 곳’이라고 부른다. 많은 친구들이 오후 10시 이후에 잘 뚫리는 노래방을 찾는다”고 말했다.

경찰과 구청은 단속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인노래방 밀집지역 지구대의 한 경찰은 “청소년들이 코인노래방서 술과 담배를 한다는 신고가 종종 들어온다. 하지만 출동해도 노래방에 업주나 종업원이 없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미 청소년들은 현장을 떠난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구 관계자는 “오후 10시 넘어 청소년이 출입하는 현장이 적발되면 해당 노래방에 영업정지 10일 등 행정처분을 한다. 하지만 모든 업소를 단속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가출 해방구]
24시간 찜질방

최근 찜질방에선 청소년들에 의한 열쇠털이 절도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회식자리가 많은 연말연초엔 특히 비행 청소년들이 찜질방 투숙객들을 범죄 표적으로 삼는다.

이들 청소년은 찜질방서 자는 사람들의 열쇠를 몰래 훔친 뒤 옷장을 열고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한다. 열쇠를 빼낼 때는 문구용 커터칼, 손톱깎이 등을 이용한다.

사실 찜질방은 과거부터 청소년 범죄 온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라는 특성에 따라 가출 청소년들의 숙박장소로 쓰이면서 도난 사고 등 각종 청소년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청소년보호법을 통해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청소년들의 찜질방 출입을 제한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찜질방은 찾기 힘들다.

청소년들이 찜질방서 숙박하기 위해서는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출입동의서가 있어야 하는데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소, 전화번호 등 간단한 인적사항만 적어내면 사실상 무사 통과다.

서울의 한 대형 찜질방 직원은 “교복 차림이 아니면 청소년인 것을 알아채기도 힘들거니와 일일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 불가능하다. 일부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청소년 고객들의 출입을 아예 막을 수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카운터에 맡긴 귀중품은 우리가 관리하지만 그게 아닌 이상은 신경 쓰기가 힘들다. 찜질방에 도둑이 많다는 소문이 돌면 안 좋으니까 되도록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 김모(50·회사원)씨는 “찜질방을 자주 이용하는데 청소년 출입이 제한된 시간에도 청소년들이 술을 먹고 들어와 추태를 부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찜질방 관련 범죄가 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 구청 관계자는 “지도점검을 나가더라도 단속 실적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주로 시설 쪽이나 위생 쪽으로 단속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구청 관계자는 “이들 시설에 대한 지도점검을 2∼3차례 정도 실시하고 있으나 현장서 이러한 사례들을 적발하기는 무척 힘들다”고 해명했다.

[대범해진 10대]
카셰어링


10대들은 점차 대범해진다. 어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카셰어링 서비스도 요즘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금정경찰서는 심야시간에 렌터카를 몰고 다니며 자전거 22대 등을 훔친 김모(16)군 등 10대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김군 등은 2015년 6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부산 강서구의 군인아파트와 사하구의 한 고등학교 등에 침입해 23차례에 걸쳐 자전거 22대와 자동차 공구 50점 등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이들은 주로 보관대에 세워둔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절단기로 자르고 나서 렌터카에 싣고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자는 모두 26명에 이르며 훔친 자전거는 주로 온라인 중고물품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조사 결과 김군 등은 2대의 렌터카에 나눠 타고 범행을 저지르면서 운전면허도 없이 부모 명의의 신용카드로 차량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일반 렌터카 업체와 달리 카셰어링 업체 렌터카는 직원이 직접 나와 회원 본인 여부와 운전면허증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10대 범죄에 자주 악용되고 있다”며 “회원 본인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면 모바일 어플 등을 통해 접촉이 가능하는 등 본인 인증 절차가 많이 허술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측은 “무인시스템이 기본 운영방식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휴대폰 본인 인증 도입 등 보안 강화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른 뺨치는]
보험사기

교통사고법을 역이용해 2년 넘게 억대의 자동차 보험사기를 이어 온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김모(18)군을 포함한 10대 24명은 남양주 일대를 중심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간 총 17차례에 걸쳐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벌여 총 1억원이 넘는 합의금을 받아냈다.

이들은 주로 편도 1차선 도로서 주·정차 차량을 피하려 불가피하게 중앙선을 잠시 넘는 차량들을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 중앙선을 침범한 운전자는 교통사고특례법상 중과실처벌 대상이라 벌금이 나와 형사처벌을 받기에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악용한 것.

김군 등은 사기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옷을 사거나 음식을 사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기를 주도했던 김군을 구속하고 나머지 2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같은 일은 전북 전주서도 벌어졌다. 전주덕진경찰서는 지난달 일방통행로서 역주행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 보험금을 타낸 10대 15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역주행하는 차량을 이른바 ‘망잡이’가 발견하고 공범에게 연락하면 공범이 자신의 차량으로 고의로 역주행하는 차량에 부딪치는 수법을 사용해 6달 동안 전주 시내서만 여섯 차례의 고의사고를 내 보험금 2400만원을 챙겼다.

[사이버 공간]
지능적으로

10대들의 범행은 사이버 공간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국내서 사이버범죄를 일으키는 일명 ‘블랙 해커(크래커)’는 5명 중 1명꼴로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따르면 불법 해킹을 시도하는 미성년자가 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집계한 지난해 정보통신망 침해형 범죄 피의자 연령대별 비율 통계서 10대가 17.7%로 전년 16% 대비 상승했다.

이처럼 10대들이 해킹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최근 해킹 도구와 관련 기술의 동영상 강의가 인터넷에 넘치며 해킹 진입 장벽이 낮아진 환경적 변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디지털에 친숙한 10대는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되는 해킹기술을 익히기 쉽다. 특히 해커들 사이에서 기초해킹 입문 프로그램으로 통하는 ‘칼리 리눅스’에 대한 서적 등도 많아져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해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4일 불법도박사이트 업체와 손잡고 경쟁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하고 개인정보를 빼돌려 판매한 10대 해커 1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정부 산하기관이 주관한 정보보안전문가 교육을 받은 학생들로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22개 사이트를 해킹해 개인정보 1만8000여건을 유출했다.

이미 가정·학교 울타리 벗어나 
범정부 차원 사회적 시스템 시급

직접 게임 불법프로그램을 만들어 파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지난해 8월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기 1인칭 슈팅게임(FPS)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캐릭터의 공격능력을 강화하는 일명 ‘핵’을 제작해 판매한 중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평소 이 게임을 즐긴 이들은 독학으로 익혀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 게임 설정 파일 일부를 수정해 가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사이버보안인재센터 보안교육기획팀 팀장은 “10대 해커들이 혼자 독학해 해킹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그룹이나 학원 등의 모임을 통해 관련 기술을 공유해 익히고 있다”며 “이를 위해 보안 기술을 가르쳐 주기 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윤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사례들처럼 범죄조직서 해킹에 재능있는 10대를 이용하고 버리는 상황도 늘고 있어 학교와 경찰서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는 대부분 호기심과 충동적인 행동에 기인하고 있으며 죄의식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돼 인간 관계와 사회적인 교류가 결여된 상황서 죄의식 없이 단순히 범죄를 모방하고 호기심서 시작된 범죄가 강력범죄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죄의식 부족 심각
예방 노력이 절실

한 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은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은 이미 가정이나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보살핌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범죄의 심각성이나 자신의 인생에 미칠 영향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 청소년의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소년 범죄의 연소화와 우발적 범죄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단기간 처방으로는 부족하다”며 “가정과 학교에서의 정기적인 인성 교육을 통해 규칙을 준수하고 가치관을 적립하는 과정이 장기간에 걸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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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