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진화하는 청소년 비행문화 천태만상

음란한 아이들 “갈 데까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0대들의 비행문화가 갈수록 진화해 가고 있다. 어린 시절의 치기어린 행동으로만 생각되던 예전과는 달리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 더욱 잔인해지고 지능화된 10대들의 비행문화.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코인노래방이 아지트로 각광받고 있다. 코인노래방은 기계가 설치된 작은 부스 안에서 한 곡에 500원 정도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다.

10여년 전부터 놀이공원이나 번화가를 중심으로 생겼는데 최근 의식주와 취미생활을 혼자 하는 ‘혼족’이 늘면서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무인 코인노래방이 늘면서 청소년 일탈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로운 일탈]
코인노래방

현행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오후 10시 이후 노래방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내 노래연습장 6447곳 가운데 192곳이 코인노래방으로 운영된다.

노래연습장의 등록, 관리를 담당하는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코인노래방 등록이 급증했다”며 “지난해 6월 이후 우리 구에 새로 등록한 노래연습장 11곳 모두가 코인노래방”이라고 설명했다.

각 방서 결제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는 코인노래방은 청소년들이 어른의 눈을 피해 탈선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한 노래방 업주는 “카운터에 있지 않아도 CCTV로 노래방 내부를 다 보고 있다”며 “CCTV로 보고 있다가 청소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현장에 가서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증언은 달랐다. 이웃 상점 종업원 김모(22)씨는 “청소년으로 보이는 손님이 술을 가지고 들어가도 업주가 내려온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 잔인해지고 지능화 ‘심각 단계’
갈수록 숨어드는 아지트 ‘일탈 방치’

코인노래방 주변서 만난 고등학생 A군은 “사장이나 종업원이 없거나 있어도 신분증 검사를 잘 안 하는 코인노래방을 ‘잘 뚫리는 곳’이라고 부른다. 많은 친구들이 오후 10시 이후에 잘 뚫리는 노래방을 찾는다”고 말했다.

경찰과 구청은 단속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인노래방 밀집지역 지구대의 한 경찰은 “청소년들이 코인노래방서 술과 담배를 한다는 신고가 종종 들어온다. 하지만 출동해도 노래방에 업주나 종업원이 없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미 청소년들은 현장을 떠난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구 관계자는 “오후 10시 넘어 청소년이 출입하는 현장이 적발되면 해당 노래방에 영업정지 10일 등 행정처분을 한다. 하지만 모든 업소를 단속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가출 해방구]
24시간 찜질방

최근 찜질방에선 청소년들에 의한 열쇠털이 절도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회식자리가 많은 연말연초엔 특히 비행 청소년들이 찜질방 투숙객들을 범죄 표적으로 삼는다.

이들 청소년은 찜질방서 자는 사람들의 열쇠를 몰래 훔친 뒤 옷장을 열고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한다. 열쇠를 빼낼 때는 문구용 커터칼, 손톱깎이 등을 이용한다.

사실 찜질방은 과거부터 청소년 범죄 온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라는 특성에 따라 가출 청소년들의 숙박장소로 쓰이면서 도난 사고 등 각종 청소년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청소년보호법을 통해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청소년들의 찜질방 출입을 제한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찜질방은 찾기 힘들다.

청소년들이 찜질방서 숙박하기 위해서는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출입동의서가 있어야 하는데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소, 전화번호 등 간단한 인적사항만 적어내면 사실상 무사 통과다.

서울의 한 대형 찜질방 직원은 “교복 차림이 아니면 청소년인 것을 알아채기도 힘들거니와 일일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 불가능하다. 일부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청소년 고객들의 출입을 아예 막을 수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카운터에 맡긴 귀중품은 우리가 관리하지만 그게 아닌 이상은 신경 쓰기가 힘들다. 찜질방에 도둑이 많다는 소문이 돌면 안 좋으니까 되도록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 김모(50·회사원)씨는 “찜질방을 자주 이용하는데 청소년 출입이 제한된 시간에도 청소년들이 술을 먹고 들어와 추태를 부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찜질방 관련 범죄가 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 구청 관계자는 “지도점검을 나가더라도 단속 실적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주로 시설 쪽이나 위생 쪽으로 단속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구청 관계자는 “이들 시설에 대한 지도점검을 2∼3차례 정도 실시하고 있으나 현장서 이러한 사례들을 적발하기는 무척 힘들다”고 해명했다.

[대범해진 10대]
카셰어링

10대들은 점차 대범해진다. 어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카셰어링 서비스도 요즘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금정경찰서는 심야시간에 렌터카를 몰고 다니며 자전거 22대 등을 훔친 김모(16)군 등 10대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김군 등은 2015년 6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부산 강서구의 군인아파트와 사하구의 한 고등학교 등에 침입해 23차례에 걸쳐 자전거 22대와 자동차 공구 50점 등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이들은 주로 보관대에 세워둔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절단기로 자르고 나서 렌터카에 싣고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자는 모두 26명에 이르며 훔친 자전거는 주로 온라인 중고물품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조사 결과 김군 등은 2대의 렌터카에 나눠 타고 범행을 저지르면서 운전면허도 없이 부모 명의의 신용카드로 차량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일반 렌터카 업체와 달리 카셰어링 업체 렌터카는 직원이 직접 나와 회원 본인 여부와 운전면허증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10대 범죄에 자주 악용되고 있다”며 “회원 본인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면 모바일 어플 등을 통해 접촉이 가능하는 등 본인 인증 절차가 많이 허술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측은 “무인시스템이 기본 운영방식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휴대폰 본인 인증 도입 등 보안 강화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른 뺨치는]
보험사기

교통사고법을 역이용해 2년 넘게 억대의 자동차 보험사기를 이어 온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김모(18)군을 포함한 10대 24명은 남양주 일대를 중심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간 총 17차례에 걸쳐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벌여 총 1억원이 넘는 합의금을 받아냈다.

이들은 주로 편도 1차선 도로서 주·정차 차량을 피하려 불가피하게 중앙선을 잠시 넘는 차량들을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 중앙선을 침범한 운전자는 교통사고특례법상 중과실처벌 대상이라 벌금이 나와 형사처벌을 받기에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악용한 것.

김군 등은 사기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옷을 사거나 음식을 사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기를 주도했던 김군을 구속하고 나머지 2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같은 일은 전북 전주서도 벌어졌다. 전주덕진경찰서는 지난달 일방통행로서 역주행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 보험금을 타낸 10대 15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역주행하는 차량을 이른바 ‘망잡이’가 발견하고 공범에게 연락하면 공범이 자신의 차량으로 고의로 역주행하는 차량에 부딪치는 수법을 사용해 6달 동안 전주 시내서만 여섯 차례의 고의사고를 내 보험금 2400만원을 챙겼다.

[사이버 공간]
지능적으로

10대들의 범행은 사이버 공간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국내서 사이버범죄를 일으키는 일명 ‘블랙 해커(크래커)’는 5명 중 1명꼴로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따르면 불법 해킹을 시도하는 미성년자가 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집계한 지난해 정보통신망 침해형 범죄 피의자 연령대별 비율 통계서 10대가 17.7%로 전년 16% 대비 상승했다.

이처럼 10대들이 해킹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최근 해킹 도구와 관련 기술의 동영상 강의가 인터넷에 넘치며 해킹 진입 장벽이 낮아진 환경적 변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디지털에 친숙한 10대는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되는 해킹기술을 익히기 쉽다. 특히 해커들 사이에서 기초해킹 입문 프로그램으로 통하는 ‘칼리 리눅스’에 대한 서적 등도 많아져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해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4일 불법도박사이트 업체와 손잡고 경쟁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하고 개인정보를 빼돌려 판매한 10대 해커 1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정부 산하기관이 주관한 정보보안전문가 교육을 받은 학생들로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22개 사이트를 해킹해 개인정보 1만8000여건을 유출했다.

이미 가정·학교 울타리 벗어나 
범정부 차원 사회적 시스템 시급

직접 게임 불법프로그램을 만들어 파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지난해 8월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기 1인칭 슈팅게임(FPS)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캐릭터의 공격능력을 강화하는 일명 ‘핵’을 제작해 판매한 중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평소 이 게임을 즐긴 이들은 독학으로 익혀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 게임 설정 파일 일부를 수정해 가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사이버보안인재센터 보안교육기획팀 팀장은 “10대 해커들이 혼자 독학해 해킹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그룹이나 학원 등의 모임을 통해 관련 기술을 공유해 익히고 있다”며 “이를 위해 보안 기술을 가르쳐 주기 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윤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사례들처럼 범죄조직서 해킹에 재능있는 10대를 이용하고 버리는 상황도 늘고 있어 학교와 경찰서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는 대부분 호기심과 충동적인 행동에 기인하고 있으며 죄의식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돼 인간 관계와 사회적인 교류가 결여된 상황서 죄의식 없이 단순히 범죄를 모방하고 호기심서 시작된 범죄가 강력범죄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죄의식 부족 심각
예방 노력이 절실

한 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은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은 이미 가정이나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보살핌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범죄의 심각성이나 자신의 인생에 미칠 영향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 청소년의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소년 범죄의 연소화와 우발적 범죄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단기간 처방으로는 부족하다”며 “가정과 학교에서의 정기적인 인성 교육을 통해 규칙을 준수하고 가치관을 적립하는 과정이 장기간에 걸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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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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