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진화하는 청소년 비행문화 천태만상

음란한 아이들 “갈 데까지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0대들의 비행문화가 갈수록 진화해 가고 있다. 어린 시절의 치기어린 행동으로만 생각되던 예전과는 달리 심각한 사회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 더욱 잔인해지고 지능화된 10대들의 비행문화. 대책이 시급하다.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코인노래방이 아지트로 각광받고 있다. 코인노래방은 기계가 설치된 작은 부스 안에서 한 곡에 500원 정도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공간이다.

10여년 전부터 놀이공원이나 번화가를 중심으로 생겼는데 최근 의식주와 취미생활을 혼자 하는 ‘혼족’이 늘면서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무인 코인노래방이 늘면서 청소년 일탈을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유로운 일탈]
코인노래방

현행 음악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은 19세 미만의 청소년은 오후 10시 이후 노래방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시내 노래연습장 6447곳 가운데 192곳이 코인노래방으로 운영된다.

노래연습장의 등록, 관리를 담당하는 한 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중반부터 코인노래방 등록이 급증했다”며 “지난해 6월 이후 우리 구에 새로 등록한 노래연습장 11곳 모두가 코인노래방”이라고 설명했다.


각 방서 결제하기 때문에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는 코인노래방은 청소년들이 어른의 눈을 피해 탈선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한 노래방 업주는 “카운터에 있지 않아도 CCTV로 노래방 내부를 다 보고 있다”며 “CCTV로 보고 있다가 청소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들어오면 현장에 가서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증언은 달랐다. 이웃 상점 종업원 김모(22)씨는 “청소년으로 보이는 손님이 술을 가지고 들어가도 업주가 내려온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 잔인해지고 지능화 ‘심각 단계’
갈수록 숨어드는 아지트 ‘일탈 방치’

코인노래방 주변서 만난 고등학생 A군은 “사장이나 종업원이 없거나 있어도 신분증 검사를 잘 안 하는 코인노래방을 ‘잘 뚫리는 곳’이라고 부른다. 많은 친구들이 오후 10시 이후에 잘 뚫리는 노래방을 찾는다”고 말했다.

경찰과 구청은 단속에 어려움을 토로했다. 

코인노래방 밀집지역 지구대의 한 경찰은 “청소년들이 코인노래방서 술과 담배를 한다는 신고가 종종 들어온다. 하지만 출동해도 노래방에 업주나 종업원이 없어 상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이미 청소년들은 현장을 떠난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서울의 한 구 관계자는 “오후 10시 넘어 청소년이 출입하는 현장이 적발되면 해당 노래방에 영업정지 10일 등 행정처분을 한다. 하지만 모든 업소를 단속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가출 해방구]
24시간 찜질방

최근 찜질방에선 청소년들에 의한 열쇠털이 절도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회식자리가 많은 연말연초엔 특히 비행 청소년들이 찜질방 투숙객들을 범죄 표적으로 삼는다.

이들 청소년은 찜질방서 자는 사람들의 열쇠를 몰래 훔친 뒤 옷장을 열고 금품을 훔쳐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한다. 열쇠를 빼낼 때는 문구용 커터칼, 손톱깎이 등을 이용한다.

사실 찜질방은 과거부터 청소년 범죄 온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이라는 특성에 따라 가출 청소년들의 숙박장소로 쓰이면서 도난 사고 등 각종 청소년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청소년보호법을 통해 밤 10시부터 새벽 5시까지 청소년들의 찜질방 출입을 제한했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는 찜질방은 찾기 힘들다.

청소년들이 찜질방서 숙박하기 위해서는 친권자 또는 후견인의 출입동의서가 있어야 하는데 청소년들이 부모의 주소, 전화번호 등 간단한 인적사항만 적어내면 사실상 무사 통과다.

서울의 한 대형 찜질방 직원은 “교복 차림이 아니면 청소년인 것을 알아채기도 힘들거니와 일일이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 불가능하다. 일부 청소년들이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서 청소년 고객들의 출입을 아예 막을 수도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카운터에 맡긴 귀중품은 우리가 관리하지만 그게 아닌 이상은 신경 쓰기가 힘들다. 찜질방에 도둑이 많다는 소문이 돌면 안 좋으니까 되도록 조용히 넘어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 김모(50·회사원)씨는 “찜질방을 자주 이용하는데 청소년 출입이 제한된 시간에도 청소년들이 술을 먹고 들어와 추태를 부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며 “찜질방 관련 범죄가 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지만 단속의 손길은 미흡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모 구청 관계자는 “지도점검을 나가더라도 단속 실적이 없으면 일을 하지 않고 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주로 시설 쪽이나 위생 쪽으로 단속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또다른 구청 관계자는 “이들 시설에 대한 지도점검을 2∼3차례 정도 실시하고 있으나 현장서 이러한 사례들을 적발하기는 무척 힘들다”고 해명했다.

[대범해진 10대]
카셰어링


10대들은 점차 대범해진다. 어른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카셰어링 서비스도 요즘 10대 청소년들의 범죄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28일 부산 금정경찰서는 심야시간에 렌터카를 몰고 다니며 자전거 22대 등을 훔친 김모(16)군 등 10대 8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김군 등은 2015년 6월부터 올해 2월 말까지 부산 강서구의 군인아파트와 사하구의 한 고등학교 등에 침입해 23차례에 걸쳐 자전거 22대와 자동차 공구 50점 등 3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

이들은 주로 보관대에 세워둔 자전거의 잠금장치를 절단기로 자르고 나서 렌터카에 싣고 달아나는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자는 모두 26명에 이르며 훔친 자전거는 주로 온라인 중고물품 사이트를 통해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조사 결과 김군 등은 2대의 렌터카에 나눠 타고 범행을 저지르면서 운전면허도 없이 부모 명의의 신용카드로 차량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일반 렌터카 업체와 달리 카셰어링 업체 렌터카는 직원이 직접 나와 회원 본인 여부와 운전면허증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10대 범죄에 자주 악용되고 있다”며 “회원 본인이 아니더라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으면 모바일 어플 등을 통해 접촉이 가능하는 등 본인 인증 절차가 많이 허술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측은 “무인시스템이 기본 운영방식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휴대폰 본인 인증 도입 등 보안 강화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른 뺨치는]
보험사기

교통사고법을 역이용해 2년 넘게 억대의 자동차 보험사기를 이어 온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김모(18)군을 포함한 10대 24명은 남양주 일대를 중심으로 2014년부터 지난해 12월까지 2년간 총 17차례에 걸쳐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벌여 총 1억원이 넘는 합의금을 받아냈다.

이들은 주로 편도 1차선 도로서 주·정차 차량을 피하려 불가피하게 중앙선을 잠시 넘는 차량들을 범행 대상으로 골랐다. 중앙선을 침범한 운전자는 교통사고특례법상 중과실처벌 대상이라 벌금이 나와 형사처벌을 받기에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악용한 것.

김군 등은 사기를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옷을 사거나 음식을 사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기를 주도했던 김군을 구속하고 나머지 2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이 같은 일은 전북 전주서도 벌어졌다. 전주덕진경찰서는 지난달 일방통행로서 역주행하는 차량을 고의로 들이받고 보험금을 타낸 10대 15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

역주행하는 차량을 이른바 ‘망잡이’가 발견하고 공범에게 연락하면 공범이 자신의 차량으로 고의로 역주행하는 차량에 부딪치는 수법을 사용해 6달 동안 전주 시내서만 여섯 차례의 고의사고를 내 보험금 2400만원을 챙겼다.

[사이버 공간]
지능적으로

10대들의 범행은 사이버 공간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국내서 사이버범죄를 일으키는 일명 ‘블랙 해커(크래커)’는 5명 중 1명꼴로 10대 청소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에 따르면 불법 해킹을 시도하는 미성년자가 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관리가 필요한 상황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집계한 지난해 정보통신망 침해형 범죄 피의자 연령대별 비율 통계서 10대가 17.7%로 전년 16% 대비 상승했다.

이처럼 10대들이 해킹을 쉽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은 최근 해킹 도구와 관련 기술의 동영상 강의가 인터넷에 넘치며 해킹 진입 장벽이 낮아진 환경적 변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디지털에 친숙한 10대는 유튜브 등을 통해 공유되는 해킹기술을 익히기 쉽다. 특히 해커들 사이에서 기초해킹 입문 프로그램으로 통하는 ‘칼리 리눅스’에 대한 서적 등도 많아져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해커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4일 불법도박사이트 업체와 손잡고 경쟁 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하고 개인정보를 빼돌려 판매한 10대 해커 1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정부 산하기관이 주관한 정보보안전문가 교육을 받은 학생들로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22개 사이트를 해킹해 개인정보 1만8000여건을 유출했다.

이미 가정·학교 울타리 벗어나 
범정부 차원 사회적 시스템 시급

직접 게임 불법프로그램을 만들어 파는 청소년들도 있었다. 지난해 8월 대전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인기 1인칭 슈팅게임(FPS)서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캐릭터의 공격능력을 강화하는 일명 ‘핵’을 제작해 판매한 중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평소 이 게임을 즐긴 이들은 독학으로 익혀둔 프로그래밍 언어를 이용, 게임 설정 파일 일부를 수정해 가면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사이버보안인재센터 보안교육기획팀 팀장은 “10대 해커들이 혼자 독학해 해킹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가 그룹이나 학원 등의 모임을 통해 관련 기술을 공유해 익히고 있다”며 “이를 위해 보안 기술을 가르쳐 주기 전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윤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사례들처럼 범죄조직서 해킹에 재능있는 10대를 이용하고 버리는 상황도 늘고 있어 학교와 경찰서 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네트워크 체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청소년 범죄는 대부분 호기심과 충동적인 행동에 기인하고 있으며 죄의식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게 특징이다.

인터넷이나 게임에 중독돼 인간 관계와 사회적인 교류가 결여된 상황서 죄의식 없이 단순히 범죄를 모방하고 호기심서 시작된 범죄가 강력범죄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 예방 노력이 절실하다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죄의식 부족 심각
예방 노력이 절실

한 경찰청 아동청소년계장은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은 이미 가정이나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보살핌을 기대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며 “범죄의 심각성이나 자신의 인생에 미칠 영향에 대한 판단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범행이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 청소년의 문제를 상담하고 치료할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청소년 범죄의 연소화와 우발적 범죄의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단기간 처방으로는 부족하다”며 “가정과 학교에서의 정기적인 인성 교육을 통해 규칙을 준수하고 가치관을 적립하는 과정이 장기간에 걸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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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