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접대·기부금 공개 실태 들여다보니

구린경영 뭐가 그리 캥기길래…

[일요시사=박민우 기자] 10대 그룹의 접대비와 기부금 내역이 공개됐다. 접대비 공개엔 소극적이면서 기부금 공개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불리한 정보를 감춘 ‘얌체식 정보공개’란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런가하면 무슨 비밀이 그리 많은지 둘 다 공개를 꺼린 곳도 있다. 바로 한진그룹이다.

재계 정보 사이트 <재벌닷컴>은 최근 10대 그룹의 접대비와 기부금 내역을 공개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10위권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의 회계장부 등을 분석한 결과 10대 그룹의 접대비는 지난해 1912억원으로, 전년 1633억원보다 17.1% 증가했다.

삼성그룹은 전년(280억원)보다 17.7% 증가한 330억원으로 접대비가 가장 많았다. SK그룹은 313억원을 접대비로 지출해 그 뒤를 이었다. 2009년(273억원)에 비해 14.6% 증가한 수치다.

절반가량 항목 누락

이어 ▲한화그룹 237억원(2009년 205억원-증감률 15.4%) ▲롯데그룹 236억원(194억원-21.7%) ▲현대차그룹 193억원(158억원-22.3%) ▲LG그룹 182억원(160억원-13.7%) ▲두산그룹 168억원(144억원-16.5%) ▲현대중공업그룹 124억원(105억원-18.2%) ▲GS그룹 113억원(102억원-11.3%) 등의 순으로 지난해 접대비를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그룹의 경우 10대 그룹 가운데 접대비를 가장 적게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6억원을 접대비로 썼다. 다른 그룹들과 비교하면 4∼14%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다만 전년(12억원)보다 34.8% 증가해 10대 그룹 중 접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문제는 10대 그룹 계열사의 절반가량이 외부에 공개하는 회계장부에서 접대비 항목이나 지출 내역을 누락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불리한 정보를 감춘 ‘얌체식 정보공개’란 비난이 일고 있다. 10대 그룹 계열사 581개 중 접대비 내역을 공개한 곳은 전체 51.1%인 297개에 그쳤다. 대기업 계열사 절반이 접대비를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 삼성생명,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카드,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화학,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SK건설,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대한생명, 한화손해보험, 대한항공, 두산중공업, 롯데카드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들이 접대비 공개를 꺼렸다.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2003년부터 접대비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재벌닷컴>은 “매출 규모가 큰 그룹 핵심 계열사들이 상당수 접대비를 공개하지 않아 실제 접대비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나마 접대비 내역을 공개한 계열사들을 분석한 결과 공개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한진그룹으로 드러났다. 한진그룹은 총 40개 계열사 가운데 15개사만 회계장부에 접대비를 공개했다. 비율로 따지면 37.5%에 불과하다.

반면 공개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그룹은 78개 계열사 중 62.8%에 이르는 49개사가 접대비를 공개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57.1%(21개 계열사 중 12개사)를, 두산그룹은 56%(25개 계열사 중 14개)의 접대비 공개율을 보였다.

불리한 접대 공개 ‘소극’ 유리한 기부 공개 ‘적극’
얌체 정보공개 지적…한진그룹은 둘 다 공개율 낮아


이어 ▲한화그룹 54.5%(55개 중 30개) ▲삼성그룹 52.6%(78개 중 41개) ▲현대차그룹 52.4%(63개 중 33개) ▲SK그룹 51.2%(86개 중 44개) ▲GS그룹 46.1%(76개 중 35개) ▲LG그룹 40.7%(59개 중 24개) 등의 순으로 접대비 공개율이 높았다.

접대비는 교제비, 기밀비, 사례금 등 업무와 관련해 지출하는 돈이다. 현행 세법은 접대비가 비자금 조성 등에 활용되는 문제점을 막고자 법인 매출액에 따라 손실처리 한도액을 0.03%에서 0.3%까지 인정하고 있으나, 재무제표에 공개를 강제할 의무가 있진 않다.

이에 따라 예민한 항목인 접대비를 2003년부터 비공개로 전환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접대비는 주주 이익과 직결되는 만큼 투자자에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지만, 재벌그룹의 주력 계열사 대부분은 접대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 대기업 임원은 “세법이 개정된 2003년부터 외부 공개 회계장부에서 접대비 항목을 아예 없애 버리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특히 그동안 접대비 과다 지출로 논란을 빚은 계열사들은 속속 접대비 지출내역을 삭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재벌닷컴>은 접대비와 함께 10대 그룹 계열사들의 기부금 내역도 공개했다. 이들 계열사 가운데 기부금을 공개한 곳은 전체의 64.4%인 374개로 나타났다. 재벌그룹들이 불리한 정보인 접대비 공개엔 소극적이면서 유리한 정보인 기부금 공개는 적극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대내외 이미지 개선 효과가 높은 기부금 등의 공개는 망설이지 않는 반면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접대비 등의 불리한 정보는 감추기에 급급하다”며 “이런 지출 내역 누락 등의 ‘얌체식 정보공개’는 투명경영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에 적극적인 공개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비밀 가장 많은 ‘한진’

단, ‘얌체식 정보공개’논란에서 한진그룹은 예외다. 한진그룹은 다른 그룹들에 비해 접대비는 물론 기부금 공개도 꺼려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진그룹은 계열사 40개 중 47.5%인 19개만 기부금 내역을 공개했다. 10대 그룹의 평균 기부금 공개율을 크게 밑도는 셈이다.

공개율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그룹이었다. 롯데그룹은 59개 계열사들의 기부 내역을 회계장부에 공시해 기부금 공개율이 75.6%에 달했다. SK그룹은 62개를 공개해 72.1%, 한화그룹은 38개를 공개해 69.1%를 기록했다.

나머지 두산그룹(17개·68%), 삼성그룹(53개·67.9%), 현대중공업그룹(14개·66.7%), 현대차그룹(39개·61.9%), GS그룹(45개·60.5%)도 기부금 공개율이 60%를 웃돌았다. LG그룹만(27개·45.8%) 한진그룹과 같은 40%대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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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