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 비자금 담철곤 구속 막전막후

오리온 회장님 감방행…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16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두달 만이다. 담 회장은 소환 조사를 받은 지 불과 3일 만에 쇠고랑을 차게 됐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사건과 달리 전례가 없을 정도로 초고속 수사가 이뤄진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등을 검찰이 쥐고 있다는 방증이다. 담 회장은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변제하는 히든카드로 ‘바동바동’ 몸부림쳤지만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소환 3일만에 ‘쇠고랑’
검찰, 혐의 입증 자신 ‘검은돈’ 종착지 파악 주력

‘▲지난해 8월 국세청 고발…▲3월22일 오리온 본사 등 압수수색…▲5월6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5월11일 조경민 오리온 사장 구속…▲5월14일 담철곤 회장 자택 압수수색…▲5월23일 담 회장 소환 조사…▲5월25일 담 회장 구속영장 청구▲5월26일 담 회장 구속…’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수사에 나선지 두달 만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6일 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맡은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담 회장이 16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의심됐던 40억원을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본격수사 두달 만에
거물 오너 잡았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최측근인 ‘금고지기’조경민 그룹 전략담당 사장(구속기소), 온미디어 전 대표 김모씨 등을 통해 총 160억원의 비자금 조성을 계획·지시하고, 조성된 자금을 유용한 혐의다. 담 회장은 2006∼2007년 조 사장을 통해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계열사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3개 업체를 I사로부터 인수하는 형태로 회사 돈 200만 달러(한화 20억원)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I사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법인자금 38억원을 빼돌려 10년간 총 20억원의 회사 돈을 성북동 자택 관리비 및 관리원 용역비로 쓴 의혹도 있다. 이밖에 I사가 담 회장 자택 옆 서울영업소 건물에서 운영한 해봉갤러리 관리비 5억원과 I사 서울영업소 임대비 3억원 등도 담 회장의 횡령액으로 잡혔다.

또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지분을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에 헐값 매각해 I사에 3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여기에 총 100억원대에 이르는 회사 소유 그림을 대여료 없이 자신의 집에 걸어놓는 등 총 69억원의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담 회장이 회사 돈으로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린 사실도 밝혀냈다. 담 회장은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리스한 람보르기니, 벤츠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자녀 통학 등 개인용도로 무상 사용해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담 회장은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변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담 회장 측은 “지난달 26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갚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측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제기한 회사 돈을 개인 재산으로 전액 변제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담 회장이 구속을 피하려는 의도로 횡령액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같은 방법으로 구속을 면한 한형석 마니커그룹 회장을 참고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스 기사 참조> 담 회장은 법원행을 앞두고 회심의 ‘변제카드’를 내밀었으나, 결국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초비상 오리온 ‘마님 역할론’ 부상
검, 이화경 사장도 소환 여부 검토

담 회장은 소환을 앞두고 그룹을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담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다. 고조부가 한국으로 건너와 경북 대구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에서 태어난 담 회장은 서울외국인고등학교 재학 시절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이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 사장과 만나 10년 열애 끝에 1980년 결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마케팅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동양시멘트 대리로 입사한 그는 동양제과 구매부장, 사업담당 상무, 영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동양마트 사장, 동양제과 사장 등을 지냈다. 담 회장은 1989년 이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가족 간 협의를 통해 오리온 계열을 이끌다 2001년 이 창업주의 맏사위 현재현 회장(부인 이혜경씨)이 맡은 동양그룹에서 독립했다.

담 회장은 혐의를 딱 잡아떼고 있다. 담 회장은 지난달 23일 19시간 넘게 진행된 소환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등 혐의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날 ‘마라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비자금 조성 사실을 보고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런 일이 아닙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담 회장의 변호인단은 비자금 조성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선 순환출자구조와 배당금, 변제 등의 이유를 들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담 회장 사이에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검찰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담 회장의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검은돈’속성상 담 회장의 비자금 일부가 정·관계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오리온 비자금의 종착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변제했지만 철창신세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

검찰은 “담 회장은 조 사장 등 측근들에게 비자금 조성 및 관리를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다”며 “그동안 수사를 벌여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진술 등을 확보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담 회장은 이미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 방어 태세에 돌입한 모양새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 모였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유명한 변호사들이 담 회장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담 회장 측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 김정기 전 제주지검장, 서향희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여기에 검찰청에서 이름 꽤나 날린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추가로 영입하고 있다.

2007년 11월 검찰총장에 임명된 임 전 총장은 2009년 6월 검찰 조사를 받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책임을 지고 퇴임, 한달 뒤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2009년 8월 발령에 불만을 품고 제주지검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 전 지검장은 그해 9월부터 법무법인 다담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눈길을 끄는 담 회장의 변호인은 서 변호사다. 지난 4월부터 법무법인 새빛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서 변호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박지만 EG 회장의 부인이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는 시누올케 사이인 셈이다.

선장 잃은 ‘오리온호’는 패닉 상태다. 담 회장이 구속되자 오리온그룹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즉각 임원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그룹 측은 “계열사별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오너가 없다고 해서 경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오리온그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채진 전 총장 등 호화 변호인단 방어
‘박근혜 올케’ 서향희 변호사도 껴 있어

실제 이번 담 회장의 구속으로 오리온그룹은 상당기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담 회장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담 회장이 재판 중간에 보석 등으로 풀려난다고 해도 검찰과 담 회장간 법리공방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통 한 사건이 터지면 최종 판결까지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걸린다.

담 회장이 유죄로 판결날 경우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중에 혐의를 벗더라도 큰 타격을 입은 오리온그룹의 대외 이미지가 원상회복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있어도 오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며 “원가 압박 등 풀어야 할 현안에 오너 부재에 따른 심리적인 부담까지 겹친 회사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담 회장 부재에 따라 ‘이화경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 사장이 부군 대신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남편의 빈자리를 메워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온 김 사장은 1975년 동양제과 평사원으로 입사해 구매부, 조사부, 마케팅부 등을 거쳐 2000년 사장에 올랐다. 담 회장과 결혼 뒤 ‘부부경영’체제로 그룹의 한 축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외식 부문을 맡다 실적 부진으로 온미디어, 롸이즈온 등 주력 계열사를 매각한 상태다.

경영 공백 불가피
대외 이미지 타격

이 사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오리온의 지분 14.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담 회장(12.9%), 이 사장 모친 이관희씨(2.7%), 자녀 서원·경선씨(각각 0.5%) 등도 ㈜오리온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오너일가는 ㈜오리온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을 장악하고 있다. ㈜오리온은 핵심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자리에 있어 다른 그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강하다. ㈜오리온은 상장사인 미디어플렉스(57.5%)를 비롯해 스포츠토토(66.6%), 스포츠토토온라인(30%), 메가마크(100%),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100%), 오리온음료(100%), 오리온레포츠(86%) 등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검찰의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담 회장 수사와 별도로 이 사장의 소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이 조경민-홍송원 ‘키맨 2인방’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수수처로 의심한 이 사장은 비자금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짙은 강남구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부지 매매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이 사장마저 잘못된다면 오리온그룹으로선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 수사. 세간의 시선은 담 회장 구속 못지않게 ‘다음 타깃’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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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통일교 문턱 못 넘은 내막

‘김건희 특검’ 통일교 문턱 못 넘은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수사를 마무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등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부분을 파악해 재판에 넘기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통일교 의혹은 절반도 파헤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건의 규모가 방대했던 만큼 수사할 시간 턱없이 부족했다는 게 특검팀 파견됐던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통일교 의혹을 매듭짓지 못해 아쉽다.” 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에 파견됐던 한 경찰의 말이다. 특검팀은 통일교 금품수수 의혹 수사 과정에서 야권 정치인들을 구속 기소했지만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언급되면서 수사가 주춤했다. 결론적으로 ‘여권 봐주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여전한 의혹들 특검팀의 첫 수사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이었다. 현판식 이튿날이었던 지난해 7월3일부터 삼부토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특검팀의 수사 의지는 강했다. 처음 기소한 대상도 삼부토건 관련 인물들이다. 특검팀은 8월1일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의 기획자로 지목된 이기훈 전 부회장도 도주 55일 만인 9월10일 검거해 같은 달 26일 재판에 넘겼다. 특검팀은 삼부토건 전·현직 경영진들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띄웠다고 판단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삼부토건이 경영 악화로 사업을 추진할 능력이 없는 걸 알았음에도 주가를 부양시켜 369억원의 차익을 챙겼다. 그러나 김건희씨와의 연결고리는 찾지 못했다. 삼부토건과 김씨를 잇는 연결고리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1차 주포이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에도 연루된 김씨의 최측근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삼부토건 주가 상승 직전인 2023년 5월14일 오후 5시40분쯤 ‘멋쟁해병’이라는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남긴 점에 주목해 그가 주가조작에 개입했다고 보고 수사한 바 있다. 이 전 대표가 해당 메시지를 전달한 이후 젤렌스카 우크라이나 영부인이 한국에 입국했다. 다음 날 윤석열·김건희 부부와의 접견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특검팀은 김씨가 삼부토건 사건의 정점에 있다고 의심했다. 실제 한국 정부는 접견 이후 우크라이나 재건 지원 계획을 발표했고 1000원 초반대에 불과했던 삼부토건의 주가는 급등했다. 삼부토건·도이치 주가조작 검찰 봐주기 확인 “연락만 해” 김건희 직접 연결고리 확인 못해 특검팀은 이 전 대표의 아내가 2023년 7월쯤 삼부토건 관계사 웰바이오텍의 주식거래로 2000만원가량 이득을 본 경위를 파악하는 데만 성공했다. 양남희 웰바이오텍 회장을 주가조작 의혹으로 구속하기도 했지만 자금 추적 결과 김씨와의 직접적 관련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과 관련해선 실무자들만 기소했을 뿐 책임자로 볼 수 있는 윗선을 압박하지 못했다. 양평 의혹은 당초 경기 양평군 양서면에 종점을 두는 것으로 기획됐다.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했다. 그러나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2023년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됐다. 민주당은 강상면으로 노선을 변경할 경우 사업비는 약 600억원 증가하지만 실익을 얻는 것은 김건희 일가뿐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강상면 일대에는 김씨 일가 명의로 된 토지 29필지(약 1만평, 3만3000㎡ 규모)가 분포돼있다. 특검팀은 수사 초기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 양평군청 등 관련 기관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관련 자료 확보에 나섰고, 윤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파견됐던 김모 국토부 과장을 주요 피의자로 지목했다. 김 과장은 2022년 3월 인수위 파견 당시 도로 사업 실무자들에게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포함된 대안 노선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는 노선 변경 결정에 당시 대통령 인수위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특검팀은 김 과장을 포함해 직원 2명(직권남용), 국토부 관계자 2명(공용전자기록 손상), 용역업체 관계자 2명(증거은닉교사) 등 실무진 7명을 기소했지만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과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당시 양평군수)은 조사하지 못했다. 두 사람에 대한 출국금지만 세 차례 연장했을 뿐이다. 외압은 그대로 내란 특검팀은 수사기한 직전 김씨가 검찰 수사와 인사에 직접 개입한 정황을 포착했다. 김씨가 비교적 최근 관저에서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하는 과정에서 2024년 5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를 복원한 것이다. 해당 메시지에는 김씨가 박 전 장관에게 본인의 수사 진행 상황을 물으며 ‘검찰국장에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한 내용이 포함됐다. 당시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디올백 수수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었다. 2024년 3월 총선에서 175석을 얻은 민주당은 김씨에 대한 소환 조사를 강하게 촉구했고 이에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그해 5월2일 서울중앙지검에 전담수사팀을 꾸려 김씨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 착수를 지시한 상태였다. 하지만 김씨가 문자를 보내고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 김창진 전 1차장검사, 고형곤 전 4차장검사 등이 돌연 좌천성 인사로 교체됐다. 이 과정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선 정황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전 총장이 전담수사팀 지시를 내린 이틀 뒤인 4일 박 전 장관과 약 1시간15분가량 통화했다. 또 송 전 지검장 등이 좌천되기 바로 전날(12일)에는 박 전 장관과 4차례에 걸쳐 총 42분간 통화하기도 했다. 검찰 인사 이후 김씨는 검찰청이 아닌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통령 경호처 부속시설에서 ‘황제 조사’를 받았다. 그해 10월 김씨는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의혹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김씨 혐의에 대한 수사 무마나 외압 의혹 규명은 김건희 특검의 몫이었다. 특검팀은 김씨가 자신에 대한 수사를 무마한 의혹을 들여다보기 위해 내란 특검 사무실과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했다. 또 박 전 장관을 비롯해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김씨 무혐의 처분 당시 수뇌부에 있거나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반쪽만 도려내 구체적인 정황 증거가 확인됐지만 특검팀은 끝내 아무도 기소하지 못했다. 특검팀은 “압수물에 대한 분석 결과, 수사 무마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의 단서가 될 만한 유의미한 내용들을 확인했다”면서도 “소환 당사자들이 출석에 불응한 가운데 특검의 수사 기간 만료로 당사자들에 대한 조사는 불발되고 말았다. 향후 국수본이 신속히 수사를 이어갈 수 있도록 수사기록 정리에 만전을 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23명 규모의 특별전담수사팀을 꾸리고 지난달 11일부터 통일교 수사에 나섰다. 이 팀은 경찰청 국가부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 내에 설치됐다. 팀장은 내란 특검팀에 파견됐다가 복귀한 중대범죄수사과장 박창환 총경이 맡았다. 이 사건은 통일교 2인자로 알려진 윤영호 전 세계본부장이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진술에서 비롯됐다. 의혹의 핵심은 통일교 측이 숙원사업인 ‘한·일 해저 터널’ 등의 현안을 위해서 전재수·임종성·김규환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했는지 여부다. 전 전 장관과 임 전 의원, 김 전 의원 등은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넘어온 기록을 검토하는 한편, 일부 의혹 당사자들과 소환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경찰은 전담팀 출범 당일부터 수사에 고삐를 당겼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공소시효가 7년이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해 8월 특검팀 면담 조사 과정에서 ‘당시 국회의원인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2018년~2020년 불가리·까르띠에 시계와 현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여권 언급되자 통일교 수사 주춤 경찰만으로 힘들어 합수본 검토? 다만 지난달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 전 본부장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세간에 회자되는 부분도 제 의도와 전혀, 그런 진술을 한 적이 없는데, 그래서 조심스럽다”며 돌연 입장을 뒤집었다. 특검팀이 수사 대상이 아니라며 사건을 경찰에 넘기긴 했지만, 특검팀이 고의로 수사를 안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서 가려지게 됐다. 통일교 수사 2라운드는 ‘정교유착’ 의혹이었다. 특검팀은 통일교가 전당대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신자들을 국민의힘에 대거 입당시켰다고 보고 강제 수사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측과 마찰도 있었다. 통일교에 대한 특검 수사가 정점인 한학자 총재를 향하는 과정에선 논란도 있었다. 한 총재 변호인단에 포함됐던 변호사가 소환을 앞둔 시기, 과거 인연을 이유로 민중기 특검을 사무실에서 독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일상적 인사만 나눴다고 하지만, 공정성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순 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통일교 의혹과 관련해 검경 합동수사본부 구성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든 야든 누구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다 수사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질 건 책임을 물어야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생기지 않겠나”라며 “특검만 기다리긴 그래서 그 부분을 행정안전부가 경찰과 검찰과 합수본을 만들든지 검토해달라”고 지시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에 앞서 국민의힘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된 신천지에 대한 특별수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통일교가 됐든, 신천지가 됐든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관여하고 심지어 돈이 왔다 갔다 하고 대선에 개입하려 하고, 권력에 손을 뻗치려 하는 행태는 완전히 끝나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정부 차원의 특별수사본부 구성 검토를 제안했다. 방대한 사건 부족한 시간 국회에서 논의 중인 통일교 특검과 관련해 민주당은 신천지 유착 의혹도 함께 수사 대상에 포함하자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이를 “물타기 시도”라고 반대하며 민 특검의 편파 수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양측 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이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경찰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특검팀은 앞으로 미처리 사건을 국가수사본부에 인계하고 공소 유지 체제로 전환한다. 파견 인력은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특별검사보 역시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줄여나갈 방침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