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억 비자금 담철곤 구속 막전막후

오리온 회장님 감방행…아직 끝나지 않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160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결국 구속됐다. 검찰 수사가 시작된 지 두달 만이다. 담 회장은 소환 조사를 받은 지 불과 3일 만에 쇠고랑을 차게 됐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사건과 달리 전례가 없을 정도로 초고속 수사가 이뤄진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등을 검찰이 쥐고 있다는 방증이다. 담 회장은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변제하는 히든카드로 ‘바동바동’ 몸부림쳤지만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소환 3일만에 ‘쇠고랑’
검찰, 혐의 입증 자신 ‘검은돈’ 종착지 파악 주력

‘▲지난해 8월 국세청 고발…▲3월22일 오리온 본사 등 압수수색…▲5월6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구속…▲5월11일 조경민 오리온 사장 구속…▲5월14일 담철곤 회장 자택 압수수색…▲5월23일 담 회장 소환 조사…▲5월25일 담 회장 구속영장 청구▲5월26일 담 회장 구속…’

검찰이 ‘오리온 비자금’수사에 나선지 두달 만에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이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6일 담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담 회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맡은 이숙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우려도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담 회장이 16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의심됐던 40억원을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본격수사 두달 만에
거물 오너 잡았다

검찰에 따르면 담 회장은 최측근인 ‘금고지기’조경민 그룹 전략담당 사장(구속기소), 온미디어 전 대표 김모씨 등을 통해 총 160억원의 비자금 조성을 계획·지시하고, 조성된 자금을 유용한 혐의다. 담 회장은 2006∼2007년 조 사장을 통해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계열사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3개 업체를 I사로부터 인수하는 형태로 회사 돈 200만 달러(한화 20억원)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I사 임원에게 급여와 퇴직금을 주는 것처럼 가장해 법인자금 38억원을 빼돌려 10년간 총 20억원의 회사 돈을 성북동 자택 관리비 및 관리원 용역비로 쓴 의혹도 있다. 이밖에 I사가 담 회장 자택 옆 서울영업소 건물에서 운영한 해봉갤러리 관리비 5억원과 I사 서울영업소 임대비 3억원 등도 담 회장의 횡령액으로 잡혔다.

또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지분을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에 헐값 매각해 I사에 31억원의 손해를 입혔다. 여기에 총 100억원대에 이르는 회사 소유 그림을 대여료 없이 자신의 집에 걸어놓는 등 총 69억원의 배임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담 회장이 회사 돈으로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린 사실도 밝혀냈다. 담 회장은 2002∼2006년 계열사에서 법인자금으로 리스한 람보르기니, 벤츠 등 고급 외제 승용차를 자녀 통학 등 개인용도로 무상 사용해 해당 계열사에 20억원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담 회장은 영장 청구 직전 문제가 된 돈을 변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담 회장 측은 “지난달 26일 법원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160억원을 개인 재산으로 갚았다”며 “이번 사건과 관련해 범죄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측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제기한 회사 돈을 개인 재산으로 전액 변제했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선 담 회장이 구속을 피하려는 의도로 횡령액을 갚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같은 방법으로 구속을 면한 한형석 마니커그룹 회장을 참고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스 기사 참조> 담 회장은 법원행을 앞두고 회심의 ‘변제카드’를 내밀었으나, 결국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초비상 오리온 ‘마님 역할론’ 부상
검, 이화경 사장도 소환 여부 검토

담 회장은 소환을 앞두고 그룹을 통해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며 “의혹에 대해 충분히 소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담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주의 둘째 사위다. 고조부가 한국으로 건너와 경북 대구에서 약재상을 운영하던 화교 집안에서 태어난 담 회장은 서울외국인고등학교 재학 시절 같은 학교에 다니던 이 창업주의 차녀 이화경 오리온 사장과 만나 10년 열애 끝에 1980년 결혼,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 마케팅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동양시멘트 대리로 입사한 그는 동양제과 구매부장, 사업담당 상무, 영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동양마트 사장, 동양제과 사장 등을 지냈다. 담 회장은 1989년 이 창업주가 별세한 직후 가족 간 협의를 통해 오리온 계열을 이끌다 2001년 이 창업주의 맏사위 현재현 회장(부인 이혜경씨)이 맡은 동양그룹에서 독립했다.

담 회장은 혐의를 딱 잡아떼고 있다. 담 회장은 지난달 23일 19시간 넘게 진행된 소환 조사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등 혐의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다음날 ‘마라톤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비자금 조성 사실을 보고받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그런 일이 아닙니다”라며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담 회장의 변호인단은 비자금 조성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횡령·배임 혐의에 대해선 순환출자구조와 배당금, 변제 등의 이유를 들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과 담 회장 사이에 치열한 법리공방이 예고되고 있다. 검찰은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담 회장의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검은돈’속성상 담 회장의 비자금 일부가 정·관계로 흘러갔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앞으로 오리온 비자금의 종착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변제했지만 철창신세
치열한 법리공방 예고

검찰은 “담 회장은 조 사장 등 측근들에게 비자금 조성 및 관리를 지시하고 진행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았다”며 “그동안 수사를 벌여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혐의 입증에 충분한 각종 증거와 자료, 진술 등을 확보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담 회장은 이미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 방어 태세에 돌입한 모양새다. 재계와 법조계에선 역대 최강의 ‘드림팀’이 모였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그만큼 유명한 변호사들이 담 회장을 겹겹이 둘러싸고 있다.

담 회장 측은 임채진 전 검찰총장, 김정기 전 제주지검장, 서향희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여기에 검찰청에서 이름 꽤나 날린 검찰 출신 변호사들을 추가로 영입하고 있다.

2007년 11월 검찰총장에 임명된 임 전 총장은 2009년 6월 검찰 조사를 받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책임을 지고 퇴임, 한달 뒤 서울 강남구 선릉역 근처에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냈다. 2009년 8월 발령에 불만을 품고 제주지검장 자리에서 물러난 김 전 지검장은 그해 9월부터 법무법인 다담의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눈길을 끄는 담 회장의 변호인은 서 변호사다. 지난 4월부터 법무법인 새빛의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는 서 변호사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외아들 박지만 EG 회장의 부인이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는 시누올케 사이인 셈이다.

선장 잃은 ‘오리온호’는 패닉 상태다. 담 회장이 구속되자 오리온그룹은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즉각 임원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한 그룹 측은 “계열사별로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오너가 없다고 해서 경영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오리온그룹이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임채진 전 총장 등 호화 변호인단 방어
‘박근혜 올케’ 서향희 변호사도 껴 있어

실제 이번 담 회장의 구속으로 오리온그룹은 상당기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담 회장의 경영 공백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다.

담 회장이 재판 중간에 보석 등으로 풀려난다고 해도 검찰과 담 회장간 법리공방이 지속되는 기간 동안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통 한 사건이 터지면 최종 판결까지 적게는 수개월에서 많게는 수년이 걸린다.

담 회장이 유죄로 판결날 경우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나중에 혐의를 벗더라도 큰 타격을 입은 오리온그룹의 대외 이미지가 원상회복되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아무리 많은 전문경영인(CEO)들이 있어도 오너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다”며 “원가 압박 등 풀어야 할 현안에 오너 부재에 따른 심리적인 부담까지 겹친 회사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담 회장 부재에 따라 ‘이화경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이 사장이 부군 대신 ‘지휘봉’을 잡을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남편의 빈자리를 메워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나온 김 사장은 1975년 동양제과 평사원으로 입사해 구매부, 조사부, 마케팅부 등을 거쳐 2000년 사장에 올랐다. 담 회장과 결혼 뒤 ‘부부경영’체제로 그룹의 한 축인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외식 부문을 맡다 실적 부진으로 온미디어, 롸이즈온 등 주력 계열사를 매각한 상태다.

경영 공백 불가피
대외 이미지 타격

이 사장은 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인 ㈜오리온의 지분 14.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담 회장(12.9%), 이 사장 모친 이관희씨(2.7%), 자녀 서원·경선씨(각각 0.5%) 등도 ㈜오리온 지분을 갖고 있다.

이들 오너일가는 ㈜오리온을 통해 다른 계열사들을 장악하고 있다. ㈜오리온은 핵심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자리에 있어 다른 그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너일가의 지배력이 강하다. ㈜오리온은 상장사인 미디어플렉스(57.5%)를 비롯해 스포츠토토(66.6%), 스포츠토토온라인(30%), 메가마크(100%), 오리온스낵인터내셔널(100%), 오리온음료(100%), 오리온레포츠(86%) 등을 지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장도 마냥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검찰의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담 회장 수사와 별도로 이 사장의 소환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검찰이 조경민-홍송원 ‘키맨 2인방’수사 과정에서 비자금 수수처로 의심한 이 사장은 비자금 조성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비자금 조성 의혹이 짙은 강남구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부지 매매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이 사장마저 잘못된다면 오리온그룹으로선 그야말로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 수사. 세간의 시선은 담 회장 구속 못지않게 ‘다음 타깃’에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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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