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대한항공 ‘언론 길들이기’ 논란 일파만파

"기자 핍박, 재갈 물리려는 시도 중단하라!"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기자를 핍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속히 중단하라.” 최근 한국여행기자포럼은 대한항공을 향해 이같이 성토했다. 이들은 또 대한항공의 부당한 언론탄압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을 경고했다.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만들었을까. <일요시사>가 집중 조명해봤다.

불편한 내용 작성한 기자에 절독 신문 2400부 착불 배송
언론중재 시스템 거치지 않고 곧바로 고소로 언론탄압

시간은 지난 3월1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스포츠서울> 인터넷판에는 ‘대한항공의 저주, 광고 나오면 재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일본, 미국,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 대한항공이 광고를 찍은 5개국에서 공교롭게도 쓰나미, 원전폭발, 지진 등 대형 재난이 일어나는 등 잇단 우연이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광고업계의 우스갯소리로 회자되던 가십성 기사로, 조양호 회장의 3녀인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IMC) 상무가 5편의 광고를 진두지휘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오너일가 건드리면 고소

기사가 나간 이날 오후 대한항공 홍보담당 임원이 <스포츠서울>을 방문했다. 그는 “이런 기사가 나가면 해당 임원(조 상무)이 의기소침해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스포츠서울>은 “펙트(사실)가 틀린 것이 있으면 고치겠다”고 했으나 이 임원은 펙트에 대한 언급보다는 기사의 제목과 조 상무 부분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스포츠서울>은 대한항공의 요구대로 조 상무 부분을 삭제하고 제목도 수정해 기사를 내보냈다. 다음날 발행된 종이신문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다음날인 3월17일 기내에 납품했던 <스포츠서울> 2400부를 편집국 항공담당인 이모 기자 앞으로 발송했다. 택배요금은 물론 착불이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물’ 먹으란 뜻이다.

그 이튿날인 18일 오전, 대한항공은 법적 대응을 언급한 뒤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해당 기자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형사고소 했다고 통보해왔다. 2400부에 달하는 기내지도 그 즉시 끊었다.

기사를 썼던 이 모 기자는 “출장 갔다가 돌아와 보니 책상 옆에 박스가 26개나 쌓여있더라”며 “최근까지 검찰에 불려 다니고 있고 항공담당인데도 항공 관련 기사를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소송이 끝나면 민사소송까지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스포츠서울>은 대한항공의 소송이 ‘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포츠서울> 측 관계자는 “그 정도 가십기사가 명예훼손이라는 게 황당하다”며 “불편한 기사가 나왔다고 이렇게 법적 소송까지 진행하는 것은 언론 재갈물리기의 한 유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한항공의 이중적 잣대를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대한항공 저주’ 기사를 받은 곳은 <한경닷컴> <경향닷컴> <조선비즈> 등이었다. 이 중 <한경닷컴>과 <경향닷컴>은 곧바로 기사를 내렸다. 하지만 종편 제휴사인 <조선일보>의 자회사 <조선비즈>의 기사는 ‘대한항공, 참사를 예견했다?’라는 제목으로 한동안 남아있었다. ‘대한항공 광고 일지’라며 연도별 광고 목록도 새로 첨부했으나 무슨 연유에서인지 기사는 나중에 통째로 사라졌다.

이 같은 사실이 전해지자 한국여행기자포럼(회장 손원천·서울신문 문화부)은 최근 성명을 내고 “대한항공은 기자를 핍박하고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속히 중단해야 한다”며 “한국여행기자포럼 회원 모두는 대한항공의 부당한 언론탄압 행위를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말했다.

한국여행기자포럼은 “대한항공 측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 등 기사의 구제를 위한 통상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곧장 형사고발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점, 기자 개인 앞으로 절독한 신문 2400부 가량을 착불 형식으로 보냈다는 점 등, 거대 기업이 상식 이하의 방법으로 기자 개인을 핍박하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항공 측이 고발 당사자인 이모 기자의 소속 회사를 뺀 것도 이 기자를 고립시킨 뒤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로 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여행기자포럼은 또 “대한항공 측이 원하는 대로 이번 사태가 귀결된다면 이제 누가 대한항공에 쓴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며 “이번 사태에서 보듯 기업들이 돈을 앞세워 사사건건 명예훼손 등의 고소 고발을 자행할 경우 기자들의 자기검열은 강화되고 취재활동 또한 심각하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손원천(서울신문) 한국여행기자포럼 회장은 “상식적이고 통상적인 언론중재라는 시스템이 있는데도 형사고발, 형사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 탄압의 소지가 있다고 본다”며 “거대기업이 기사에 대해 사사건건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면 기자들의 자기검열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비판도 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쁜 언론’ 배후?

한편, 대한항공의 ‘언론 길들이기’ 의혹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프라임경제>를 비롯한 5개 언론사는 대기업 이익단체인 한국광고주협회로부터 ‘나쁜 언론’이라는 오명을 쓴 바 있다. 이를 두고 언론계에선 “나쁜 언론 선정의 배후에 대한항공이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

<프라임경제>는 대한항공이 나쁜 언론을 기획한 이유는?이라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객관적 비판기사를 통제하려다 먹히지 않자 광고주협회를 통해 ‘언론탄압’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증권신문>도 광고주협회 나쁜 언론 선정, 언론 길들이기 전형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나쁜 언론으로 선정된 매체 중 일부가 ‘특정 대기업’과 최근 불편한 관계에 있었다는 사실은 간과할 수 없다”며 “해당 대기업은 자사에 불리한 기사에 대해 본지를 비롯한 매체들에 지속적인 기사 삭제 강요와 협박을 일삼아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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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