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투자증권, 고객정보 해킹 파문 ‘일파만파’

걸음마 해커에 속수무책으로 ‘뻥뻥’

리딩투자증권도 뚫렸다. 2만6600여명의 고객정보가 해킹당한 것. 현대캐피탈, 농협에 이어 세 번째다. 하지만 종전의 사태와는 차이가 있다. 우선 사전에 해킹 위험성을 경고 받음에도 뭉그적대다 당했다. 게다가 초보적인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털렸다.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가 화근이었다. 결국 충분히 예방 가능한 일이었단 얘기다. 당연히 세간의 시선은 따가울 수밖에 없다.

해킹시도 통보 받고도 조치 취하지 않아
관리 서버의 개인정보 DB 관리 소홀해

지난 11일, 리딩투자증권에 한통의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내용인 즉, “고객 개인정보를 해킹했으니 1500만원을 주지 않으면 언론 등에 알리겠다”는 것이었다. 리딩투자증권은 자체 서버 분석에 나섰다. 그 결과 해킹 공격을 받은 흔적이 발견됐다. 화들짝 놀란 리딩투자증권은 그길로 경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해커들은 태국과 홍콩 등 해외로 추정되는 서버를 이용해 리딩투자증권의 홈페이지 전산망에 접근, 1만2600여명 고객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커가 빼낸 자료에는 고객 이름, 주민번호, 주소, 휴대전화번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5000여건은 증권 계좌번호도 함께 유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협박 전자우편을 보낸 사용 IP의 서버 접속기록을 통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리딩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이번 해킹 대상은 홈페이지에 국한된 것으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 증권거래 시스템에는 피해가 없다”며 “고객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에 필요한 정보도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범인검거를 위해 경찰의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막을 수 있던 사태

올해 들어 우리 금융권 전산망에 구멍이 뚫린 건 현대캐피탈과 농협에 이에 이번이 세 번째다. 하지만 종전의 사태와는 다른 점이 있다. 우선 규모에서 차이가 난다. 이번 사태는 175만명의 고객정보가 유출된 현대캐피탈 사태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런데 세간의 시선은 훨씬 차갑다.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리딩투자증권이 해커의 공격 사실을 사전에 전달받고도 제때 대응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서다.

전상망관리업체인 코스콤에 따르면 리딩투자증권은 지난 8일 해킹시도가 있다는 연락을 코스콤에서 받고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코스콤 측 관계자는 “해킹이 발생한 당일 해당 사실을 통보해줬으나 석가탄신일까지 징검다리 휴일이어서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지만, 해킹 피해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리딩투자증권 측 관계자는 “요즘 증권사 홈페이지에 해커 공격이 워낙 자주 있다 보니까 당시에는 크게 신경을 못 썼다”고 해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용의자가 농협 해킹 사건처럼 관리자 권한을 가지고 있던 것도 아니었다. 흔해빠진 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한 초보적인 수법에 당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리딩투자증권은 속수무책으로 털렸다. 적절한 보안 조치가 선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리딩투자증권이 홈페이지 관리 서버의 개인정보 데이터베이스(DB)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해킹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최대 피해자는 고객


금감원에 따르면 리딩투자증권은 해커들이 정보 유출에 주로 사용하는 ‘구조화질의어(SQL)’ 입력을 차단하지 않았다. 회원가입한 고객의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빠져나간 것도 이 때문이었다. SQL은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원하는 정보를 얻을 때까지 질문을 반복하는 프로그램 언어다.

사태는 미연에 충분히 방지할 수 있었다. 이번 일은 벌어진 건 모두 리딩투자증권의 안일한 보안의식 때문이었다. 현대캐피탈과 농협 등 초대형 전산사태를 두 차례나 겪고도 고객정보가 유출되도록 방치했다. ‘타산지석’이 아닌 ‘물 건너 불구경 하듯’ 한 셈이다. 이번 사태로 리딩투자증권은 고객들의 신뢰를 잃게 됐다. 이로 인한 유?무형의 손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리딩투자증권의 고객들이다. 자신들의 개인정보가 대거 유출돼 사이버범죄나 전화금융사기 등에 악용될 처지에 놓이게 된 때문이다.

한편, 리딩투자증권은 비교적 소형 증권사지만 최근 높은 성장세를 기록해 지난해 하반기 당기순이익 규모로는 61개 증권사 중 중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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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