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산 신화’ 신선호 기사회생 풀스토리

쫄딱 망한 줄 알았는데…수백억 주물럭

재계에 ‘신선호’란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쫄딱 망한 줄 알았던 신씨가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과 함께 부자 순위에 재입성하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1970년대 ‘율산 신화’의 주역인 그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재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홀연히 사라진 신씨의 기사회생 스토리를 담아봤다.

올 처음 229억원 배당…재벌대열 재입성 
‘율산 신화’ 몰락 33년 만에 화려한 부활

재계 정보사이트 <재벌닷컴>은 1688개 비상장사들의 현금배당(중간배당 포함)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최고 배당을 받은 주주는 삼성코닝 지분 7.32%를 가진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다. 홍 회장은 배당금으로 2464억원을 받았다. 상장사와 비상장사를 통틀어 국내 기업 사상 최고액이다. 박의근 보나에스 대표와 정몽석 현대종합금속 회장은 각각 590억원, 560억원을 배당으로 챙겼다.

석연찮은 부도·구속

비상장사 ‘슈퍼 배당부자’ 순위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인물이 있다. 바로 신선호씨다. 센트럴시티 회장인 신씨는 센트럴시티로부터 229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순위로 따지면 4위다. 구본무 LG그룹 회장(187억원), 최태원 SK그룹 회장(156억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181억원),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123억원), 허영인 SPC그룹 회장(116억원), 허정수 GS네오텍 회장(103억원) 등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보다 두둑이 챙겼다.

센트럴시티는 최근 주당 1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 지분 38.1%를 보유한 신씨에게 229억원을 지급했다. 센트럴시티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복합점포인 ‘센트럴시티’를 운영하는 주체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JW메리어트호텔 등이 입주해 있다.

신씨가 주목받는 이유는 1970년대 ‘율산 신화’의 주인공이란 점에서다. 재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돌풍을 일으켰지만, 갑자기 홀연히 사라진 이후 두문불출해오다 이번 부자 대열에 재입성하면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광주서중, 경기고를 졸업한 신씨는 28세이던 1975년 고교 동문들과 함께 100만원의 자본금으로 율산실업을 세웠다. 율산은 불과 4년 만에 14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 됐다. 중동 산유국들을 상대로 한 시멘트 수출로 사업을 시작해 건설, 의류, 전자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중동에서 시멘트를 하역할 항구를 구하지 못하자 납기를 맞추려고 군용 상륙함까지 동원했다는 일화는 아직도 재계에 회자될 정도로 유명하다.

율산은 설립 첫해 340만달러, 1976년 4300만달러, 1977년 1억6500만달러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설립 3년 만에 30배의 수출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1978년엔 삼성, 현대, 대우 등에 이어 종합상사로 지정받는 쾌거를 이뤘다. 당시 율산의 자본금은 1000억원, 종업원은 8000명에 달했다.

재계의 ‘무서운 아이들’로 불린 율산 주역들의 리더가 신씨였다. 신씨는 율산의 급성장과 함께 신흥 재벌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성공은 거기까지 였다. 율산은 순식간에 침몰했다. 1978년 정부의 ‘8·8 투기억제조치’로 수출 길이 막히자 심각한 자금난을 겪다 결국 부도를 내고 해체됐다. 신씨도 고초를 겪었다. 그는 1979년 외화도피, 공금횡령, 뇌물공여 등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이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이미 율산은 무너진 뒤였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 개입설이 돌았다. 신씨가 호남 출신인 탓에 타깃이 됐다는 소문이었다. 실제 3공화국 시절 호남 기업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석연치 않게 망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의혹은 청와대 지시설이다. 신씨는 부도와 구속 전 괴청년들에게 납치됐다 가까스로 탈출한 사건을 당했는데, 당시 기자들과 만나 피랍 사실을 알리면서 “괴청년들이 청와대 비서실을 사칭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각 신문에 대서특필됐고, 이를 본 청와대는 대노했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 직후 율산은 공중분해됐고, 신씨는 쇠고랑을 찼다. 신씨의 형제들도 보안사 서빙고분실로 연행돼 조사를 받는 등 곤욕을 치렀다.

신씨는 이렇게 재계에서 완전히 잊히는 듯 했다. 외부 발길을 끊은 채 종적을 감췄던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년이 흐른 뒤였다. 신씨는 2000년 서울 반포 호남선 부지에 세운 센트럴시티 메리어트호텔 개관식에 나타났다. 세간의 이목은 그의 재기 여부에 집중됐다.

당시 신씨는 센트럴시티 지분 99%를 보유했었다. 신씨는 율산 부도 때 채권단 소유의 부동산을 모두 매각했으나, 센트럴시티 부지는 법적으로 처분이 불가능해 가질 수 있었다. 이게 발판이 됐던 셈이다. 이 부지는 1976년 서울시가 율산에 매각하면서 “고속버스터미널 완공시 소유권이전 등기를 필해주겠다”며 제3자 양도를 원천 금지해 놓은 땅이었다.

센트럴시티로 재기

신씨는 구속됐다 풀려난 후 센트럴시티의 전신인 서울종합터미널 회장으로 있으면서 1만8000여평 부지에 센트럴시티 건설을 추진했다. 오픈 1년 만에 영업부진 등의 이유로 보유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줬지만, 2004년 다시 경영권을 되찾았고 2006년 호텔, 백화점 등이 들어서면서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센트럴시티는 지난해 매출 1124억원, 영업이익 533억원, 순이익 373억원을 올렸다. 이를 토대로 올해 처음으로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했다. 229억원을 배당받은 신씨로선 33년 우여곡절 끝에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감격스런 날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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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