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오리온 비자금 수사 관전포인트

‘7부 능선’ 검풍…담철곤 회장 덮칠 일만 남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검은돈’을 만든 혐의로 오너 가신과 브로커가 쇠고랑을 찼고, 그 주변인들이 속속 검찰에 불려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각종 의혹들이 ‘양파 껍질’ 벗겨지듯 하나씩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까면 깔수록 입이 떡 벌어진다. 세간의 시선은 ‘최종 타깃’에 쏠린다. ‘7부 능선’을 넘은 검풍이 오너일가를 덮칠 일만 남았다.

100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 ‘핵심고리’ 2인방 구속
오너일가 개입 여부 집중수사…소환 조사 ‘초읽기’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의심됐던 40억원을 훌쩍 넘어선 금액이다. 추가 수사 상황에 따라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 비자금 출처와 조성 경위, 사용처 등 혐의 입증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검찰은 막바지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의 ‘오리온 비자금’수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3월. 지난해 8월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털기’에 나섰다. 그 신호탄이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8∼9곳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이어 압수수색 범위를 넓히면서 관련자들을 줄소환했다.

그 결과 오리온그룹을 둘러싼 각종 의혹들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우선 ‘오리온 금고지기’로 불리는 그룹 전략담당 사장 조경민씨를 횡령, 배임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조씨는 비자금 조성을 총괄 지시해 실행에 옮기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을 보면 조씨의 비자금과 횡령, 배임, 탈세 총액은 160억원에 달한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6년 8월 중순께 부동산 허위·이중 매매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 오리온그룹 계열 건설사 메가마크가 시공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빌라 ‘마크힐스’시행사인 E사와 짜고 209억여원짜리 부동산을 169억여원에 위장 거래하는 수법으로 비자금 40억원을 만들었다.

조씨는 서미갤러리 계좌를 통해 이 돈을 송금 받아 횡령하고 법인세 10억원을 포탈한 의혹도 있다. 뿐만 아니다. 조씨는 그룹에 제과류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 계열사’인 I사를 통해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부동산 위장 거래
임원 급여 빼돌려


이외에 ▲중국법인 자회사 3개 업체를 I사로부터 인수하는 형태로 이들 회사의 법인자금 200만 달러(한화 20억원) 횡령 ▲I사의 중국법인 자회사 L사의 지분 53억원어치를 오리온의 홍콩 현지법인 P사에 22억원에 넘기는 ‘헐값 매각’을 통해 I사에 31억원 손해 ▲I사 임원들의 급여와 퇴직금을 가장해 38억원 횡령 등의 혐의도 있다.

검찰은 “I사 지분은 전·현직 대표와 그 친족 등이 76.66%를, 창투사 등 기타 주주가 23.34%를 각각 소유하고 있지만, 이 지분은 그룹 사주인 담철곤 회장, 이화경 사장 부부의 차명 지분”이라고 밝혔다.

수사 초기 검찰 안팎에선 조씨가 ‘검은 돈거래’를 진두지휘한 ‘몸통’으로 지목됐었다. 국세청은 검찰에 수사 의뢰하면서 조씨를 피고발인으로 적시했다.

‘비자금 키맨’으로 찍힌 조씨는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씨는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온 막후 실력자다. 그룹 내부에선 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리온 집사’로 통한다. 그를 ‘삼성 집사’이학수 삼성전자 고문에 비교하기도 한다.

1980년대부터 오리온에서 근무한 조씨는 그룹 몸집을 늘리는데 주도적 역할을 하는 등 오리온그룹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너일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한때 10여개 계열사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전직 계열사 한 임원은 “조씨는 그룹 전반의 자금줄을 훤히 알고 있다”며 “그를 털면 ‘검은돈’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검찰은 조씨를 상대로 한 수사 과정에서 담 회장 등 경영진이 회삿돈으로 외제 고급 슈퍼카를 굴린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외제 고급 차량을 사들이거나 리스해 담 회장 등이 개인적인 용도로 쓰게 했다.

조씨가 2002년 10월부터 2006년 5월까지 회삿돈으로 마련한 차량은 ‘포르쉐 카레라 GT’,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쉐 카이엔’, ‘벤츠 CL500’등이다. 조씨는 이들 차량을 담 회장과 계열사 김모 대표 등에게 제공했고, 계열사가 리스료와 차량보험료, 자동차세 등 5억7000여만원의 비용을 모두 부담하게 했다.

검찰은 “‘자동차 마니아’로 알려진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량을 리스해 자녀 통학 등 개인 용도로 무상 사용했다”고 전했다.

담 회장 등이 ‘공짜’로 몰고 다녔던 차량들의 가격은 웬만한 집 한 채보다 비싼 고가다. ‘스포츠카 황제’로 불리는 ‘포르쉐 카레라 GT’는 수입가가 8억8000만원에 달한다. ‘람보르기니 가야르도’는 3억5000만원, ‘포르쉐 카이엔’과 ‘벤츠 CL500’는 각각 2억원대를 호가한다.

조씨도 2004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계열사 명의로 빌린 포르쉐 등 외제 차량들을 몰고 다녔다. 계열사는 여기에 들어간 비용 13억9000만원을 댔다.

회사가 빌린 차로
‘똥폼’ 잡고 다녔다

검찰은 조씨 외에 온미디어(현 CJ E&M) 전 대표 김모씨도 수사 중이다. 일단 협력업체로부터 부정한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개인비리 혐의다. 김씨는 2007∼2008년 방송·미디어 사업과 관련해 협력 관계에 있는 A사 관계자로부터 “편의를 봐 달라”는 취지의 청탁과 함께 6억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김씨가 온미디어 대표로 재직할 당시 이 회사가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활용됐거나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 담 회장이 온미디어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9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긴 의혹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설립된 온미디어는 케이블TV 프로그램 공급 사업을 하다 지난해 6월 CJ그룹에 인수, CJ그룹 계열사들과 합병되면서 미디어 전문업체인 CJ E&M으로 재출범했다. 그전까지 ‘오리온 비자금’조성에 깊숙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조씨와 담 회장이 김씨와 함께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경영에 관여했었다.

검찰은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있고, 도주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찰이 지금까지 거둔 성과 중 하나는 그동안 요리조리 수사망을 피했던 서미갤러리 대표 홍송원씨를 구속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오리온그룹 본사 등을 압수수색할 당시 홍씨의 집도 뒤져 광범위한 미술품 거래 내역을 확보한 뒤 홍씨를 2차례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홍씨는 ‘오리온 비자금’조성에 관여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조성한 비자금 40억원을 입금 받아 미술품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해 범죄수익을 숨겨준 의혹이다.

‘회삿돈=회장돈?’ 8억대 외제차 굴려
‘고급 슈퍼카’ 자녀통학 등 개인유용


홍씨는 오리온 계열사 등 고객이 위탁판매를 맡긴 고가의 미술품들로 담보 대출을 받아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위탁 미술품 중엔 오리온그룹 미디어 계열사 M사가 소유했던 미국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작품 ‘스틸라이프’시리즈 중 한 작품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라이프는 리히텐슈타인이 1970년대 주로 시도한 정물화 시리즈물로 가격은 수십억원에 이른다.

홍씨는 재벌가 비자금과 악연이 깊다. 2004년 해외 미술품 유통 비리와 관련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데 이어 2008년 삼성 비자금 수사 당시 삼성을 대신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을 해외 경매를 통해 샀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엔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검찰과 끈질긴 악연을 이어온 홍씨는 매번 예봉을 피했지만, 이번엔 ‘오리온 덫’에 걸려 철창신세를 면치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씨와 김씨, 홍씨 외에도 오리온그룹 비자금에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사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들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언제든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오리온그룹 관련 인사들이 잇달아 구속되거나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담 회장의 사법처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담 회장 등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의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담철곤 소환 임박 
사법처리 가능성도

‘오리온 비자금’을 캐고 있는 검찰의 칼끝은 ‘윗선’을 겨누고 있는 상황. 검찰은 조씨와 홍씨가 비자금의 실체를 규명하고 오너일가의 개입 여부 확인에 ‘핵심 고리’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먼저 구속된 조씨의 혐의들이 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등을 밝혀내는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또 홍씨가 비자금의 돈세탁을 돕는 과정에서 담 회장 등과 접촉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검찰은 두 사람의 조사가 끝나는 대로 담 회장 등 그룹 수뇌부 소환 일정을 정할 방침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한두 푼도 아니고 100억원이 넘는 비자금 있다면 오너의 지시나 묵인 없이 임원이 개인적으로 조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담 회장의 혐의가 짙든 옅든, 죄가 있든 없든 의혹 해소 차원에서 소환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간의 시선은 ‘키맨 2인방’진술에 쏠리고 있다. 둘의 입에 따라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도 닫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오리온 비밀을 머금고 있는 이들은 어떤 입장을 취할까. 검찰 수사에 순순히 협조할까. 당장은 입을 꾹 다문 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제 어느 때 뒤집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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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